X세대의 귀환!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Fashion

X세대의 귀환!

“난 나야.” MZ세대보다 강력한 X세대가 돌아왔다.

BAZAAR BY BAZAAR 2022.01.05

X-TEEN

IS

BACK

 1 〈섹스 앤 더 시티〉의 다시 돌아온 미란다, 캐리, 샬롯. 2 서태지와 아이들. 3 90년대를 상징하는 스타일 아이콘 케이트 모스.

1 〈섹스 앤 더 시티〉의 다시 돌아온 미란다, 캐리, 샬롯. 2 서태지와 아이들. 3 90년대를 상징하는 스타일 아이콘 케이트 모스.

8282(빨리빨리), 0027(땡땡이), 1200(지금 바빠), 5875(오빠 싫어) 등 숫자 메시지의 의미를 안다면? 또 워크맨으로 음악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면? 당신은 X세대일 확률이 높다. 캐나다 작가 더글러스 커플랜드가 1991년 발표한 소설 〈Generation X〉에서 유래했으며, 이전 세대의 가치관과 문화를 거부하는 이질적인 세대이자 한국 최초로 ‘~세대’라 규정될 만큼 독특하고 물질주의적이며 자기 주장이 강했다. 〈문화사회학으로 바라본 한국의 세대 연대기〉의 구분에 따르면 1970년생부터 1979년생까지를 X세대라고 정의한다. 상황에 따라 1960년대 후반이나 1980년대 초반 출생자도 포함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1990년대에 20대를 보낸 이들을 주로 가리키는 것. 이 X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바로 ‘나’. 집단주의가 무너지고 개인과 개성을 중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파격적인 패션을 선보였고, 젊음을 상징하는 강남역, 압구정 거리가 탄생한 것도 이때다. 1991년 4월 시인 유하는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는 시집을 발표해 압구정 거리를 걷는 청춘을 묘사했다. 일명 오렌지족의 아지트였던 압구정동에는 서구식 카페와 패스트푸드점(1993년 처음 문을 연 맥도날드), 세련된 바 등이 즐비했다. 또 90년대는 대중문화의 시대이기도 하다. 1992년 데뷔한 문화대통령 서태지와 아이들을 비롯, 록의 저항 정신을 노래하던 신해철 역시 진보적인 X세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였다.
 
 1 자매처럼 보이는 신디 크로퍼드와 딸 카이아 거버. 2 90년대 게스 광고에 등장한 클라우디아 쉬퍼. 3 1993년 압구정동 거리에 처음 문을 연 맥도날드.

1 자매처럼 보이는 신디 크로퍼드와 딸 카이아 거버. 2 90년대 게스 광고에 등장한 클라우디아 쉬퍼. 3 1993년 압구정동 거리에 처음 문을 연 맥도날드.

지금 전 세계에 열풍을 불러일으킨 한류 콘텐츠의 시조라 할 수 있는 TV 드라마 역시 황금기였다. 1996년 방영된 〈첫사랑〉의 최고 시청률이 역대 1위로 65.8%. 지금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치다. 〈모래시계〉 〈질투〉 〈마지막 승부〉 같은 드라마부터 〈오박사네 사람들〉 〈남자 셋 여자 셋〉 〈순풍산부인과〉 등 시트콤도 대히트를 기록했다. 1998년 시작해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미국의 TV 시리즈 〈섹스 앤 더 시티〉는 다시 돌아왔다. 전설의 미드 속에서 뉴욕 맨해튼을 누비던 언니들이 50대가 된 모습은 어떨지 공개도 전에 이미 화제다. 속편에서 굳이 젊게 보이려고 애쓰는 것이 아니라 “괜찮아, 세상이 아직 끝난 건 아니잖아.”라며 씩씩하게 살아내는 모습을 그렸다니 그 자체만으로 X세대 감성일 듯. X세대는 이렇게 살아오는 내내 트렌디했지만 기성세대와 MZ세대의 중간에 끼어 있는 존재이다. 현재까지의 인생과 지금의 자신을 인정하는 이들은 돈을 쓸 줄 아는 경제력을 지녔다. 뉴스 인터뷰 중에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좋거든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자신감 넘치는 태도, 이 지점을 20살 이상 어린 밀레니얼 세대들은 선망한다. 90년대 패션이 다시 뜨겁게 돌아온 것도 그 이유다. 레트로한 감성과 클래식으로의 회귀 그리고 그 속에 내재된 당당한 자기애와 세상을 향한 진보적 성향. 때문에 돌고 돌아온 유행의 사이클 속에 90년대 패션이 MZ세대에게 되려 신선하고 힙하며 세련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현재의 20대들이 90년대에 스무 살이었던 그들의 패션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 딱 붙는 가죽 바지, 펑퍼짐한 힙합 바지, 배꼽을 드러낸 크롭트 톱, 마름모 선글라스, 또 팀버랜드의 옐로 컬러 워커, 록 스타일의 웨스턴 부츠 같은 투박한 슈즈와 10cm 통굽 구두가 함께 유행하던 시대. ‘이렇게 입어야 한다’는 전형적인 패션이 아닌, 그야말로 자유분방한 스타일이 미덕이었다. 유행 따위는 인정하지 않았다.
 
 1 X가 새겨진 티셔츠, 밴대너, 캡모자 등을 착용한 전형적인 X세대의 모습. 1992년. 2 캐롤린 베셋은 1990년대 미니멀리즘 룩의 상징이다. 3 크롭트 톱을 입은 기네스 팰트로의 세련된 모습. 4 패션의 거리로 유명세를 떨친 압구정동.

1 X가 새겨진 티셔츠, 밴대너, 캡모자 등을 착용한 전형적인 X세대의 모습. 1992년. 2 캐롤린 베셋은 1990년대 미니멀리즘 룩의 상징이다. 3 크롭트 톱을 입은 기네스 팰트로의 세련된 모습. 4 패션의 거리로 유명세를 떨친 압구정동.

기나긴 팬데믹의 영향으로 ‘우리’가 사라지고 개인주의가 팽배한 이유도 있지만, 지금의 패션계 역시 트렌드의 큰 기류가 눈에 띄지 않는다. 90년대에도 유행했던 청바지 시장은 여전히 확장 중으로, 당시 유행했던 브랜드도 다시 돌아오고 있는 추세다. 리바이스, 게스, 캘빈 클라인은 굳건히 시대를 거슬러왔으며,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노티카, 보이 런던 같은 브랜드들이 최근 화려하게 부활했다. 90년대를 풍미한 신디 크로퍼드와 그녀의 딸이자 톱 모델 카이아 거버의 파파라치 컷을 보라. 똑같이 청바지에 가죽 재킷을 입은 모습이 자매 같아 그야말로 세대 차를 느낄 수 없는 현재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스웨트셔츠와 트레이닝 팬츠는 몇 시즌째 힙한 아이템으로 자리매김을 확고히 했다. 스포츠 앤 리치, 판가이아 등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대거 등장했다. 그 반대편에서 완벽하게 양극화를 이루는 트렌드도 있다. 바로 90년대 팝스타들을 떠올릴 수 있는 노출의 대명사 네이키드 룩 역시 다가오는 2022 S/S 시즌 키워드로 뽑을 수 있다. 미니스커트, 로 라이즈 하의, 크롭트 톱이 즐비한 당시의 사진들을 보면 지금인가 착각이 들 정도. 또 그 중간 즈음에는 90년대 미니멀리즘이 자리하고 있다. 케이트 모스, 캐롤린 베셋, 기네스 팰트로 등 미니멀리스트들도 빼놓을 수 없다. 밋밋한 보디라인에 얹혀진 슬립 드레스, 블랙 앤 화이트의 모던한 매치, 중성적인 팬츠수트 등 시대를 초월한 스타일은 여전히 유효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제니가 즐겨 하는 헤어밴드와 곱창 밴드, 집게 핀 같은 액세서리 역시 90년대 미니멀리스트들의 향유물이었다. 이렇게 현재의 패션계는 이토록 다양한 90년대 트렌드가 공존하고 있다. 그때의 X세대가 “나는 나야, 나는 달라!”라고 외쳤듯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역시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싶어 하지 않는다. 주위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개성 있게 스스로를 스타일링하는 것이 나를 표현하는 방식이 되는 시대다. 그것이 삶이든, 옷이든! 돌아온 X세대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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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황인애
    웹디자이너/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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