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받는 젊은 작가들은 어떤 작품을 만들까?
사유의 부재는 우리를 무감각하게 만든다. 다양한 사운드 작업을 통해 진정한 몰입과 사유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아티스트, 후니다 킴. 그가 제안하는 현대미술의 새로운 접근 방식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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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onida Kim
우리는 수많은 소리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하지만 ‘듣는 것’과 ‘들리는 것’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여러 소리가 혼선된 상태에서는 평범한 소리조차 제대로 들을 수 없다. 아티스트 후니다 킴은 일상에서 채집한 소리를 떼어내고 붙여서 재조합한 뒤, 지금까지 듣지 못했던 방식으로 무언가를 새롭게 듣게 하는 실험을 해왔다. 전시에서 단순히 디지털화된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장치와 함께 작동할 수 있도록 돕고 우리가 보편적으로 감각을 지각하는 방식의 전환을 유도한다. 지난 1월에는 관객이 미술관 밖 일상에서도 사적인 몰입을 할 수 있도록 ‘프로덕트’의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다. 그의 ‘네오 프로덕트’는 무엇이며, 현재는 어떤 작업에 몰두하고 있을까?

<Space Composition_Physical Score#1, “Familiarity·Cumulating·Melting”>, 2018, 페리지갤러리서울.

문래동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한 후니다킴.
프리랜스 에디터 황보선은 올해 ‘즐겨 찾는 갤러리’를 만들 예정이다. 그곳에서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 작품을 경험하고 싶다.

CHOI JI WON
그림을 그릴 때 느껴지는 감각적인 기쁨. 최지원이 작품을 통해 나누고자 하는 건 그것에서 시작한다.
동시대 미술을 지속해서 소개해온 디스위켄드룸 앞을 지나다 최지원이라는 낯선 이름을 발견한 건 지난해 봄이었다. 호기심에 이끌려 들어간 전시장 안에는 여자-인간 형상들이 단체로 무표정을 하고 가공의 이야기가 벌어지고 있는 풍경에 배치돼 있었다. ‘물광’의 정석인 듯한 맑고 투명한 피부가 묘하게 시선을 끌었는데, 백자 같은 얼굴들은 눈물 줄기를 쏟는가 하면 핑크 하트 풍선을 사이에 두고 볼을 맞대기도 하고 벼락과 불꽃이 날리는 화마에서도 그저 ‘멍 때리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 무심한 눈동자로 정면을 응시했다. 서늘한 분위기였지만 냉소보다는 천연덕스러운 유머가 감지돼 입꼬리를 올린 채 전시를 보았다. 갤러리 관계자에게 미지의 작가에 관해 물어보니 20대 중반의 대학원생으로 “아름답고 찬란한 이미지로 각인된 채 익명의 관계망 안에서 고립된 일상을 영위하는, 자신과도 같은 오늘날의 청춘을 기록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봄, 최지원 작가의 첫 개인전 «Cold Flame»에 많은 이들에 주목했고 이내 그는 뜨겁게 호명되는 1990년대생 아티스트 중 하나가 되었다.

<뾰족한 것들의 방해 4>, 2020, Oil on canvas, 90.9x72.7cm

<뾰족한 것들의 방해 3>, 2020, Oil on canvas, 90.9x72.7cm.
동시대 미술을 지속해서 소개해온 디스위켄드룸 앞을 지나다 최지원이라는 낯선 이름을 발견한 건 지난해 봄이었다. 호기심에 이끌려 들어간 전시장 안에는 여자-인간 형상들이 단체로 무표정을 하고 가공의 이야기가 벌어지고 있는 풍경에 배치돼 있었다. ‘물광’의 정석인 듯한 맑고 투명한 피부가 묘하게 시선을 끌었는데, 백자 같은 얼굴들은 눈물 줄기를 쏟는가 하면 핑크 하트 풍선을 사이에 두고 볼을 맞대기도 하고 벼락과 불꽃이 날리는 화마에서도 그저 ‘멍 때리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 무심한 눈동자로 정면을 응시했다. 서늘한 분위기였지만 냉소보다는 천연덕스러운 유머가 감지돼 입꼬리를 올린 채 전시를 보았다. 갤러리 관계자에게 미지의 작가에 관해 물어보니 20대 중반의 대학원생으로 “아름답고 찬란한 이미지로 각인된 채 익명의 관계망 안에서 고립된 일상을 영위하는, 자신과도 같은 오늘날의 청춘을 기록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봄, 최지원 작가의 첫 개인전 «Cold Flame»에 많은 이들에 주목했고 이내 그는 뜨겁게 호명되는 1990년대생 아티스트 중 하나가 되었다.

<뾰족한 것들의 방해 2>, 2020, Oil on canvas, 90.9x72.7cm

<뾰족한 것들의 방해 1>, 2020, Oil on canvas, 90.9x72.7cm.
그로부터 반년 뒤, 한남동으로 이사를 앞둔 디스위켄드룸엔 오늘 촬영을 위한 최지원 작가의 최신작 다섯 점만 걸려 있었다. 최지원 작품의 시그너처인 도자기 인형을 연상케 하는 형상들이 클로즈업돼 화면을 빈틈없이 채우고 시야 가운데 푸르고 붉은 식물이 가로지른다. 벽에 걸린 <뾰족한 것들의 방해> 시리즈를 등지고 선 작가는 친근한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며 말했다. “시야 정중앙을 차지하는 가시가 솟아 있거나 뾰족한 잎이 돋아난 식물 때문에 보기만 해도 까슬거리고 따가운 느낌이 들죠. 이 그림들을 보고 그런 촉각적인 느낌을 받았으면 했어요. 동시에 시야를 가리는 무언가가 있어도 끝까지 시선을 거두지 않겠다는 대상의 의지력도요.”

<The Crying Woman>, 2019, Oil and acrylic on canvas, 72.7x60.6cm.

<Meaning of Cliche>, 2019, Oil and acrylic on canvas, 89.4x145.5cm.
예고 졸업하고 예대, 그리고 대학원, 그림 그리는 사람의 “평범한” 과정을 거쳐온 최지원에게 박물관에 있는 조각상이나 미술학원에서 볼 수 있는 석고상 표면의 반질반질한 질감은 오랫동안 붓질을 충동하는 무엇이었다. “그러다 유럽 빈티지 도자기 인형을 보게 됐는데 그 순간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최대치로 솟았어요!” 이후 작가는 자신과 주변인을 가공하고 도자기 인형의 매끈하고 반짝이는 느낌을 덧발라 자신만의 시그너처 형상을 만들어냈다. 유화로 그린 얼굴 부분은 붓 터치조차 느껴지지 않을 만큼 완벽하고, 대체로 아크릴로 칠하는 배경은 쓱쓱 덜 치밀하게 표현하는 그 차이가 흥미로웠다. “그런 대비를 의도했어요. 시각적, 촉각적 즐거움과 쾌감을 증폭시키고 싶었거든요. 그릴 때 제가 느끼는 감각적 쾌감을 그대로 전하고 싶었어요.” 반복되는 ‘감각’이라는 말이 신선했다. 회화라는 매체가 오늘날 여전히 사랑받는 이유에 대한 대답 같기도 했다. 순정적이고 전통적인 화가로서의 정체성 기저에 희열이 있다는 게 좋았다. “소설을 쓸 때 캐릭터가 이야기를 이끌고나가는 경우가 있다는 소설가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는데, 그런데도 언어로 구현되는 문학작품의 경우에는 내러티브의 뼈대에서 작업이 시작돼요. 반면, 미술 작업의 경우에는 특정 서사 없이 시작하는 경우가 많죠. 풍선, 눈물, 불꽃, 그리고 요즘 많이 등장하는 가시는 의미를 내재한 도상이라기보다는 보는 이의 감각을 극대화해주는 장치라고 보면 돼요.”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따뜻한 물에서 소금 덩어리가 녹듯이 자연스럽게 배어든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인성이 느껴지지 않는 인간 형상이 눈물 흘리는 모습을 더 인위적으로 표현해보면 어떨까, 정도의 생각을 갖고 시작해서 그리다 보면 어느 순간 2021년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느끼는 여러 감정과 정서를 인상에 담게 돼요. 그 과정이 부지불식간이라서 어떤 부분이 어떤 걸 의미한다고 1대1로 매칭해서 얘기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어쩌면 그와 같은 모호함, 우연성, 해석의 자유가 시각예술의 매력인지도 모르겠어요.”

<뾰족한 것들의 방해> 연작은 얼마 전, 을지로 상업화랑에서 열렸던 기획전 «연기와 연기»에 출품됐다. 대학원 첫 학기 수업에서 만난 송유나, 윤혜린 작가와 ‘리소딴’이라는 모임을 결성하고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 전시다. “신진 작가들은 주로 단체전으로 커리어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무의미한 그룹전은 하고 싶지 않았어요. 셋이 나눈 무수한 대화 속에서 각자의 취향, 동시대 미술계의 상황, 그저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쌓이고 쌓여 자연스럽게 전시 기획으로 발전하게 됐고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이 결정되자 꼬박 일 년 동안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작업했죠.” 전시의 제목이자 출품작 가운데 하나인 단편소설 <연기와 연기>를 쓸 때도 박찬욱 감독, 정서경 작가처럼 컴퓨터 한 대를 놓고 셋이 함께 썼다. “작가로서 독립적인 커리어를 쌓아나가면서 활동하는 게 쉽지 않은데 이때 서로 의지하고 연대하면서, 또 각자의 세계를 존중하면서 버팀목이 되는 동반자적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어요.” 이번 학기를 마친 후에는 “얼른 논문 쓰고 졸업해서” 더 본격적인 활동을 하고 싶다는 그. 대부분의 사람에게 침잠과 고립의 시기였던 작년과 올해, 최지원은 화려하게 작가로서의 시작을 알렸다. “새하얀 캔버스가 비극이라고 말하는 작가도 있던데 작가님에겐 어떤가요?”라는 물음에 그는 답했다. “두근거리고 설레는 대상이에요. 대학원 진학할 때 ‘작업량을 많이 하자’라는 결심으로 아르바이트도 접었어요. 열심히, 많이, 솔직하게 작업하자, 지금으로선 그 생각뿐이에요.”
프리랜스 에디터 안동선에게 회화란 소장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가장 유대감이 샘솟는 미술 장르다.

Choi Haneyl

2021년 아마도예술공간에서 열린 <Shadowland>에서 <그래, 차라리 그렇게 감정에 호소해>, <문제를 삼지 않으면 불안해?> 사이에서 포즈를 취한 최하늘 작가

2018년 산수문화에서 열린 <Cafe_kontakthof> 전체 출품작.
프리랜스 에디터 안동선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예술가들의 미학적 실천을 좇으며 마음과 정신의 확장을 꾀한다.
Credit
- 에디터/ 안동선(프리랜스), 황보선
- 글/ 안동선(프리랜스), 황보선
- 사진/ 맹민화, 송시영, 페리지갤러리 제공
- 웹디자이너/ 한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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