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엔지니어 조너선 앤더슨의 세계관으로 물든 로에베.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Fashion

문화 엔지니어 조너선 앤더슨의 세계관으로 물든 로에베.

코로나로 인해 모든 기준이 뒤틀리고 있는 요즘, 우리는 로에베라는 브랜드가 가고 있는 길에 대해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패션은 물론 음악, 테크놀로지, 예술, 비즈니스, 스포츠, 유스 컬처를 선동하는 문화 엔지니어와도 같은 조너선 앤더슨(Jonathan Anderson). 그가 만들어낸 로에베의 세계관은 코로나 다음의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답이 될지도 모른다. 장르를 범람하는 로에베라는 세계 속으로.

BAZAAR BY BAZAAR 2021.03.14
 

BEHIND

THE NAME

1950년대 스페인 그란비아의 로에베 스토어.

1950년대 스페인 그란비아의 로에베 스토어.

 

#BAG-GROUND


로에베를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언어, 5가지 잇 백.
 
 
PUZZLE
조너선 앤더슨이 로에베에 합류한 후 처음 만든 가방으로 로에베 아카이브에서 발견한 앤티크 지갑과 일본의 오리가미에서 영감을 받았다. 납작하게 접을 수 있는 스타일로 형태를 규정할 수 없는 자유로움과 자연스러움이 담겨 있다. 핸들과 숄더 스트랩을 변형하여 5개의 다른 방식으로 가방을 들 수 있으며 여행 시 접어서 보관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총 43개의 조각을 이어 만들며, 최소 10시간 동안 5백여 가지 작업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BALLOON 
 
저는 매우 촉감적인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어요. 구조적이면서도 부드러운!
 
조너선 앤더슨의 이런 시도는 2020 S/S 벌룬 백을 탄생시켰다. 아름다우면서도 기능적이어야 한다는 로에베의 깐깐한 기준에 맞춰 가벼우면서 넉넉한 수납이 가능한 백이다. 컬러부터 소재의 조합, 사이즈의 변이까지 벌룬 백은 매 시즌 성장하고 있다.
 
 
FLAMENCO
이름처럼 플라멩코 댄서의 드레스에서 디자인이 시작된 플라멩코 백은 1980년대에 출시된 백을 모형 삼아 2010년 당시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스튜어트 베버스가 재탄생시켰다. 이후 조너선 앤더슨이 클래식한 태슬과 모던한 매듭을 달며 디자인에 변화를 줬다. 
 
 
HAMMOCK
2016 S/S 시즌 처음 선보인 가방으로 실제로 해먹의 심플함과 여유로운 실루엣에서 영감을 얻었다. 해먹 백 한 개는 총 46개의 가죽 조각으로 만들어지며, 전문 장인 한 명이 10시간 이상 수작업으로 완성한다. 톱 핸들과 스트랩, 사이드 지퍼를 활용하여 6가지 방법으로 스타일링이 가능하다.
 
 
GATE
새들 백을 기본 토대로 만들어진 게이트 백은 말 안장처럼 안정적인 형태가 특징이다. 로에베 특유의 가죽 가공 기술을 담고 있으며 게이트라는 이름답게 마치 대문을 잠가놓은 듯한 디테일이 돋보인다. 2018 S/S 쇼에서 처음 선보였으며 매 시즌 컬러와 사이즈를 달리하며 출시되고 있다.
 
 

#LOEWE IN CRAFT


미래는 동떨어진 무언가가 아니라, 우리가 선택해야 할 답안 중 하나라는 것을 알려주는 로에베의 크래프트 프라이즈. 지난해 2월 발표된 ‘2020 로에베 크래프트 프라이즈’의 최종 후보 30인 중에는 한국 공예작가가 무려 6명이 포함됐다. 총 1백7개국 2천9백20여 명의 작가들이 응모한 이번 시상식에서 유난히 한국인의 이름이 많은 건 공예야말로 우리 민족의 생활양식 중 하나였기 때문일 터. 생활 그 자체에 예술적 감각을 녹인 옻칠과 도예, 유리, 금속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적 미감을 인정받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2020년 최종 수상자 발표는 2021년 봄으로 연기됐다.
  
〈연작, 심피〉, 김혜정 “저는 기교나 디자인보다는 흙이라는 재료의 성질을 살리는 데 주력하는 편입니다. 이와 더불어 불길이 만든 청동색의 유약 효과가 작품의 주제와 혼연일체로 공감을 얻은 것 같습니다.” 작가는 오늘날 공예를 하는 사람이나 공예를 찾는 사람 모두 작품 속에서 지역적인 특성보다는 근원적인 인간성을 찾기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예를 하는 건 논리의 과정을 축소해놓은 것 같아요. 이 과정 속에서 우리는 자연이 끊임없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죠.”〈흔적의 전이〉, 조성호 은만이 낼 수 있는 흰 빛깔이 매력적인 이 작품은 그야말로 인내의 과정을 통해 탄생된다. 금속인 은을 마치 종이처럼 얇고 평평한 형태로 만드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품이 드는 일이다. “장신구 작가로 많은 성과를 얻었지만 주조와 판금 기법을 혼합한 연구를 시작한 것은 큰 도전이었습니다. 창작의 영역을 확장했다는 가능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 같아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큽니다.” 머리의 힘과 손의 힘이 만나서 만들어낸 것이 전시품이 아닌 ‘생활용품’이라는 점, 이것처럼 큰 공예의 매력은 없다.〈본연〉, 박성열 “천연 래커인 옻나무 수액을 채취해 옻칠 작업을 합니다. 저는 옻을 붓으로 칠하는 방식이 아니라 저만의 새로운 방법을 찾고 싶었어요. 옻칠에 어떤 것에 더해지는 것이 아닌 옻칠만으로도 작품이 되게 하고 싶었습니다. 옻칠 성분 중 고무질을 이용해서 만든 작품이에요. 이 고무질을 여러 번 겹쳐서 올리다 보면 두께감도 생기고 색도 겹쳐져 오묘한 결과물이 나옵니다. 탄성이 있고, 가볍고, 견고하며 변형이 없어요.” 전통과 현대의 결합, 로에베 공예상이 찾고 있는 현대공예가의 모습이 바로 이것이다.〈당신을 위한〉, 강석근 “자연을 닮은 옻칠 나무 그릇을 만듭니다. 제가 하는 공예는 실용성이라는 것에 예술적 감성을 담아 아름답게 만드는 작업입니다. 순수 파인아트가 보는 예술이라면, 공예는 사용할 수 있는 예술이라 생각합니다. 제 그릇을 사용하거나 혹은 조형적으로 감상하는 분에게 자연이 주는 따뜻함을 나누고 싶습니다.” 자르는 것부터 나무를 깎고, 말리고, 옷칠을 하고, 또 건조시키는 그 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가벼운 그릇은 쓸모와 아름다움을 갖춘 진정한 ‘공예품’이 된다.〈제2의 표피〉, 김계옥 “장신구가 신체의 경계에서 벗어나서 공간 속으로 확장해나가는 작업입니다. 현존과 부재 사이의 공간, 의식과 기억 속에는 존재하지만 지금 여기에는 존재하지 않는, 바로 보이지 않는 것들의 공간을 표현합니다. 한올 한올 엮인 선들은 마치 누군가의 기억과 같이 겹치고 얽히면서 희미해지고 왜곡됩니다. 이런 기억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공간, 낯설지만 익숙한, 존재하지만 부재된 공간을 펼치고자 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듯 얇은 와이어를 뜨개질해 만든 작품에는 작가의 시간이 녹아내려 있다.〈마이토시스〉, 이지용 “세포나 씨앗, 미생물과 같이 현미경으로 보지 않으면 제대로 관찰할 수 없는 대상을 단순한 형태로 정제해 표현한 것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세포핵이 지닌 에너지와 세포의 복잡한 기능과 구조, 변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과의 반투명함으로 표현한 생명의 신비로움에 심사위원들이 공감한 것 같아요.” 로에베는 그의 작품을 ‘생명의 원자 덩어리’라 평했다. 무생물에 사람의 손길이 닿아 만드는 이의 역사를 공유하는 것, 공예의 매력은 이런 것이다.
 
 

#NEW LANGUAGE AT LOEWE


평생 럭비 선수와 코치로 살아온 조너선 앤더슨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팀워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온몸으로 가르쳤다. 조너선 앤더슨과 한 팀을 이룬 환상적인 멤버들을 소개한다.
 
모든 캠페인 요소는 로에베의 다면적 정체성의 예시이자 정신이며, 단 하나의 성격과 관련 있습니다. 더불어 로에베의 독창적이고 현대적인 태도를 전달합니다. 패션 주도적이며, 다른 접근방식과 영감에 개방적이고, 아이디어를 사용하여 과거, 현재, 미래를 연결합니다.
 
 
STEVEN MEISEL
스티븐 마이젤이 이탈리아 〈보그〉에서 촬영한 컷을 커버로 만든 책, 그리고 그 책을 든 남자 모델을 찍은 2018 F/W 로에베 광고.

스티븐 마이젤이 이탈리아 〈보그〉에서 촬영한 컷을 커버로 만든 책, 그리고 그 책을 든 남자 모델을 찍은 2018 F/W 로에베 광고.

로에베의 시작에는 거장 포토그래퍼 스티븐 마이젤이 있다. 조너선 앤더슨이 처음 로에베를 맡았을 때 그가 머릿속에 그린 로에베의 이미지는 한 장의 사진으로 응축된다. 1997년 이탈리아 〈보그〉에 실린 화보 중 하나로 스티븐 마이젤이 미국 아티스트 알렉스 카츠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촬영한 컷이다.
 
로에베에는 패션 교육자가 필요했고, 이미지 면에서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스티븐 마이젤밖에 없었어요.
 
조너선 앤더슨은 스티븐 마이젤이 없었으면 로에베가 없었을 거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때부터 스티븐 마이젤은 수많은 로에베의 광고 캠페인을 촬영하며 로에베의 언어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했다. 때때로 전통적인 광고 캠페인의 방식에서 벗어나 스티븐 마이젤의 과거 작업에서 그대로 인용하기도 한다. 예컨대, 1980년대 찍은 두 남자의 키스 신처럼.(심지어 사진 속의 남자는 스티븐 마이젤 자신이다!) 그 사진 속에 로에베의 옷과 가방은 없지만, 로에베가 추구하는 패션의 이미지는 뚜렷하게 자리하고 있다.
 
 
BENJAMIN BRUNO
벤저민 브루노가 스타일링한 2015 ‘로에베x존 앨런’ 컬렉션.

벤저민 브루노가 스타일링한 2015 ‘로에베x존 앨런’ 컬렉션.

카린 로이펠트가 이끄는 프렌치 〈보그〉에서 일하던 벤저민 브루노는 24살의 에너지 넘치는 조너선 앤더슨을 만난다. 그가 막 JW 앤더슨의 여성 컬렉션을 론칭하려던 시점이었다. 벤저민 브루노의 전위적인 스타일링은 JW 앤더슨의 성공을 가속화시켰으며, 이후 로에베의 리뉴얼 작업에도 함께하게 된다. 브루노의 스타일링을 바탕으로 사진가 제이미 혹스워스가 촬영한 로에베의 2015 S/S 남성 컬렉션(조너선 앤더슨 첫 로에베 컬렉션이다)의 룩북은 그야말로 로에베가 완전히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음을 보여주는 첫 신호탄이었다. 로에베 내에서 벤저민 브루노의 역할은 딱히 정형화되지 않았다. 때로는 스타일리스트로, 때로는 컨설턴트로 로에베의 모든 것에 참여하고 기여한다. 
 
 
M/M (PARIS)
M/M(Paris)가 작업한, 2021 ‘Show on The Wall’ 카탈로그.

M/M(Paris)가 작업한, 2021 ‘Show on The Wall’ 카탈로그.

1992년 미카엘 암잘라그(Michael Amzalag)와 마티아스 오귀스티니아크(Mathias Augustyniak)가 결성한 디자인 듀오로 둘의 이름 이니셜을 따 M/M으로 지었다. 둘 다 1960년대생으로, 변화가 빠른 디자인 업계에서 지금까지 감각적인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일종의 디자인 장인들이다. 비요크, 카니예 웨스트와 같은 유명 아티스트의 앨범 재킷은 물론 마틴 마르지엘라, 헬무트 랭, 발렌시아가, 아크네 스튜디오, 알렉산더 맥퀸 등 럭셔리 브랜드와도 꾸준히 작업하고 있다. 로에베와의 인연은 조너선 앤더슨이 로에베에 포트폴리오를 보낼 때부터 시작된다. 그렇다. 그의 입사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준 사람들이 이 M/M(Paris)다. 그러니 로에베와 M/M의 관계는(조너선 앤더슨의 표현대로) 스타트업으로 치자면, 동업자에 가까웠다. 이들은 동등한 관계에서 어떻게 하면 로에베가 입체적으로 사람들에게 전달될지를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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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김민정(프리랜서)
    사진/ Loewe
    참조/ <공예+디자인> 42호
    웹디자이너/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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