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리한나, 도자캣, 두아리파가 선택한 옷. LdSS를 아시나요?

루도빅 드 생 세르넹(Ludovic de Saint Sernin). 외우기조차 어려운 긴 이름을 가진 파리 베이스의 디자이너가 디지털 세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서로를 이해하라”는 슬로건 아래, 섹슈얼리티로 무장한 젠더 플루이드 컬렉션은 팝스타들과 밀레니얼 세대를 매혹시키기에 충분했으니. 며칠 전 2021 F/W 티저 영상을 포스팅하며 새로운 컬렉션에 대한 기대를 높인 그를 마레에 위치한 아틀리에에서 만났다.

BYBAZAAR2021.03.09
 
 

NEW SEXUALITY 

디자이너 루도빅 드 생 세르넹.

디자이너 루도빅 드 생 세르넹.

브랜드를 세 가지 키워드로 정의한다면?
우아함, 관능, 커뮤니티. 커뮤니티를 포함시킨 이유는 내가 하는 모든 것이 혼자가 아닌, 여러 사람과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2021 S/S 시즌에 가장 주력한 피스는 무엇인가? 컬렉션에 대한 소개도 부탁한다.
이번 시즌은 공동체 즉 커뮤니티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다. 또 디지털에 특화된 컬렉션이길 바랐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E보이(E-Boy)와 E걸(E-Girl)이며, 남녀 컬렉션 각각의 이름이다. 주력 제품이라기보다는 매 시즌 이슈가 되는 제품이 있는데, 이번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완성한 레인보 드레스가 그 주인공이다. 쿠튀르 터치가 가미된 제품으로, 하나하나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크리스털을 업사이클링한 것이기에 더 특별하다. 버려진 크리스털을 아주 작게 쪼개서 만들었고, 옷으로 완성하는 데 한 달이 걸렸다.
 
조이스 갤러리에서 열린 타이론과의 협업 전시.

조이스 갤러리에서 열린 타이론과의 협업 전시.

얼마 전 공개된 2021 F/W 컬렉션의 티저 영상 ‘Do You Remember?’도 인상깊게 보았다. 어떤 것을 표현하고 싶었나?
팬데믹 이전에 누릴 수 있었던 자유로움. 그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것이다.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파티를 열고, 신나게 춤을 추며 즐겼던 것들이 너무도 그립다. 평범한 일상을 잃고 나서야 그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또 조만간 이 모든 상황이 끝날 거라는 기대와 희망을 담은 것이기도 하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가장 먼저 파티를 열 계획이다.
 
발맹에서 일했을 당시 어떤 것들을 경험했나?
학교를 졸업하고 발맹에서 3년간 일했다. 올리비에 루스테잉이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을 때였는데 모든 스태프가 젊었고, 에너지가 넘쳤다. 나는 올리비에를 굉장히 존경한다. 그는 인턴은 물론, 허드렛일을 하는 팀원과도 허물없이 지내는 사람이었다. 당시의 발맹은 정열적인 구성원들이 한데 어우러진 가족 같은 분위기로, 나 역시 브랜드를 그렇게 운영하고 있다. 내 컬렉션을 완성할 수 있게 해준 모든 사람들이 소중하기 때문이다. 혼자선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빅토리아 시크릿 쇼에서 영감을 받은, 특별한 남자들을 위한 크리스털 브리프.

빅토리아 시크릿 쇼에서 영감을 받은, 특별한 남자들을 위한 크리스털 브리프.

브뤼셀에서 태어나 코트디부아르에서 자랐고, 파리에서 공부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브뤼셀에서 태어난 건 당시 유럽 연합에서 일하던 아버지가 그곳에서 근무했기 때문이다. 브뤼셀은 파리와 많이 달랐던 것 같다. 그때도 파리를 왔다갔다 했는데, 서로 다른 두 곳을 오가며 살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다. 코트디부아르는 두 살부터 여덟 살 때까지 살았고, 이때의 경험이 폭넓은 사고를 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우리는 도시에 살았지만 바닷가 마을에 작은 집이 있어 주말마다 바다에서 마음껏 뛰어놀았다. 프랑스 학교가 아닌, 현지 학교를 다닌 것도 좋은 경험이 되었다. 지금도 사람들은 내가 파리지앵이라고 하면 놀란다.(웃음) 파리에 본격적으로 정착한 건 여덟 살 이후로 전형적인 16구의 삶, 즉 부촌의 삶이었다. 리퍼블릭 광장에 처음 가본 것도 꽤 시간이 흐른 뒤였다. 독립하자마자 9구로, 다음엔 18구로 이사를 했다. 지금은 마레에 살고 있다.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남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남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2020년 S/S 쇼에서 타월만 두른 남성이 등장했던 것과 스와로브스키 언더웨어 캠페인이다. 이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인가? 
사실 그때만 해도 별 생각 없이 작업했던 것 같다. ‘뭔가 색다르고 재밌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 떠오른 것이 샤워하고 막 나온 듯한 남자의 모습이었다. 또 마침 그해 여름 폭염이 극심했기에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은 것 같다. 녹아내릴 듯한 더위에 모두가 옷을 벗어던지고픈 마음, 수건 하나만 두르고 돌아다니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테니 말이다. 크리스털 브리프는 빅토리아 시크릿 쇼를 보면 항상 세상 단 하나뿐인 ‘밀리언 달러 브래지어’가 등장하지 않나. 생각해보니 남자들에겐 그런 아이템이 없었다. 흔한 남성용 브리프가 아닌, 뭔가 특별한 것이 필요했다.
 
여성복에서 남성복으로, 그리고 젠더 플루이드 컬렉션으로 진화한 셈인데 변화의 동기는?
원래 여성복으로 시작했지만 내가 남자인 만큼 자연스럽게 남성복, 그 다음엔 젠더 플루이드 컬렉션을 만들게 되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여성복에 주력할 계획이다. 특히 요즘엔 셀럽들의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 리아나, 도자 캣, 두아 리파 등, 확실히 여성복에 관한 문의가 많아졌다.
 
당신에게 있어 ‘섹슈얼리티’란?
나에게 있어 섹슈얼리티란 인생의 한 부분이자 하나의 표현 방식이다. 옷의 소재나 커팅을 통해 섹슈얼리티를 표현할 수 있고, 그러한 룩으로 우아함과 관능미를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섹슈얼리티가 가진 그 이중적인 면들이 좋다.
 
종종 섹슈얼한 것이 우아함의 반대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나에게 있어 진정한 우아함은 자유로움을 제안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을 해석함에 있어 완전한 자유를 주는 것. 결국 섹슈얼한 것이야말로 진정 우아한 것이 아닐까 싶다. 
 
다채로운 인물들과 작업을 하는 것 같다. 가장 즐거웠던, 혹은 기억에 남는 협업이 있다면?
릭 오웬스 쇼에 항상 오프닝 모델로 등장하는 타이론 딜런 서스맨(Tyrone Dylan Susman)과 파리 1구에 있는 조이스 갤러리에서 협업 전시를 열었었다. 굉장히 즉흥적이고 즐거운 작업이었는데 앞으로도 이런 협업이 계속 이어질 듯하다.
 
스와로스브키 크리스털로 만든 레인보 드레스 & 밴디지 톱.

스와로스브키 크리스털로 만든 레인보 드레스 & 밴디지 톱.

LdSS을 입은 이상적인 여성의 모습은?
HBO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유포리아〉에 나오는 헌터 샤퍼(Hunter Schafer). 모델이자 배우, 사회운동가이며 트랜스 여성이기도 하다.
 
인스타그램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주 계정과 부 계정, 두 개의 차이점은? 또 최근에 올린 피드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첫 번째 계정 ludovicdesaintsernin은 나의 메인 계정이고, 처음 브랜드를 시작했을 때부터 사용해온 것이다. 두 번째 계정 ludovicdesaintserninX는 브랜드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데, 처음에는 게이 커뮤니티를 위해 관능적인 이미지들을 포스팅 했던 계정이다. 이제는 여러모로 시야를 넓혀 여성이나 남성 모두가 얘기하고 싶은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장으로 발전했다. 제일 존경하는 사진가인 로버트 메이플소프가 자주 다뤘던 주제인 사도마조히즘을 X라고 표현해 계정 이름 끝에 붙였다. 마돈나 역시 〈마담X〉앨범을 통해 이 X를 사용한 바 있다. 최근에 올린 것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포스팅은 아무래도 ‘Do you remember?’ 티징이다.
 
스와로스브키 크리스털로 만든 레인보 드레스 & 밴디지 톱.

스와로스브키 크리스털로 만든 레인보 드레스 & 밴디지 톱.

마지막으로, 당신이 그리는 LdSS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디지털로 작업하거나 패션 필름을 만드는 과정이 굉장히 즐거웠지만 다시 패션쇼를 선보이고 싶다. 역시 이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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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이진선
  • 사진/ LdSS,Imaxtree
  • 인터뷰/ 이승연(파리 통신원)
  • 웹디자이너/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