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Culture

포르노? 예술? 로버트 메이플소프에 대하여

포르노그래피와 예술의 경계를 유희한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사진 미학.

BYBAZAAR2021.03.01
 

PERPECT ARTS

 
이 사진을 보십시오! 이런 걸 찍다니 그는 예술가가 아닙니다. 미친놈이죠.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 〈Milton Moore〉, 1981, Silver gelatin, 50.8x40.64cm, ©The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 〈Milton Moore〉, 1981, Silver gelatin, 50.8x40.64cm, ©The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1989년, 사진가 로버트 메이플소프가 마흔세 살에 에이즈로 사망한 뒤 워싱턴예술프로젝트에서 열린 회고전 «로버트 메이플소프: 완벽한 순간(Robert Mapplethorpe: The Perfect Moment)»에는 3만여 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작품에 담긴 흑인 남성 누드, 동성애적 페티시, 에이즈, 꽃으로 은유한 성기, 사도마조히즘 같은 소재는 자유의 물결이 거세던 당시 미국에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파격이었다. 공화당 상원의원 제시 헬름즈는 국회에서 메이플소프의 사진을 들고 ‘이 사진을 보라’며 소리쳤고 순회전을 이어가려던 신시내티 컨템퍼러리 아트센터의 관장은 법정에 서야 했다. 죄목은 ‘음란물 전시’.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 〈Self Portrait〉, 1981, Silver gelatin, 50.8x40.64cm, ©The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 〈Self Portrait〉, 1981, Silver gelatin, 50.8x40.64cm, ©The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만약 땅속에 묻힌 메이플소프가 이 모든 난리통을 지켜보았다면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돈, 성공,명예를 얻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욕망의 화신이자 “내가 죽고 나면 앤디 워홀보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지” 묻고 다니던 ‘관종’에게 이만큼 ‘완벽한 순간’이 또 있을까.
 
오히려 예술이 곧 삶이고 삶이 곧 예술이었다는 점에선 어떤 작가보다 순수했다. “예술가는 작품으로 표현할 때 자신에 대해 알게 된다.”는 그의 전언처럼 말이다. 포르노 잡지를 보다가 콜라주 작업에 대한 영감을 떠올렸다. 여성 보디빌더 리사 라이언의 터질 듯한 근육을 뷰파인더에 담은 건 거대한 페미니즘 담론 이전에 본능적으로 그녀의 양성애적 매력에 끌렸기 때문이다. 첫 연인 패티 스미스에게 그랬듯. 흡사 포르노 배우처럼 보이는 남성 모델들은 타자화된 소수자가 아니라 그가 사랑한 사람들이었다.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 〈Watermelon with Knife〉, 1985, Silver gelatin, 50.8x40.64cm, ©The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로버트 메이플소프(1946~1989), 〈Watermelon with Knife〉, 1985, Silver gelatin, 50.8x40.64cm, ©The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그래서일까. 수십 년이 지난 지금, 그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한 가지 확신이 드는 것이다. 메이플소프의 사진이 그토록 보수주의자들의 분노를 산 건 음란한 만큼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라고. 지성의 양극화, 단두대가 된 SNS, 타인에 대한 살의로 가득한 이 시대에 누군가는 여전히 ‘이 사진을 보라’며 화를 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외설인가, 예술인가 묻는 낡은 질문에 우리가 내릴 수 있는 답은 겨우 하나다. 이것은 완벽하게 아름다운 외설이자 예술이다.


※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개인전은 3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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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손안나
  • 사진/ 국제갤러리
  • 웹디자이너/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