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보면 더 흥미로운 <오징어 게임> 촬영 중 진행한 정호연의 예언 인터뷰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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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면 더 흥미로운 <오징어 게임> 촬영 중 진행한 정호연의 예언 인터뷰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서 '새벽' 역을 맡은 배우 정호연의 예언

BAZAAR BY BAZAAR 2021.01.28
 

ON MY WAY

 
세상에는 두 가지 삶의 방식이 존재한다. 이미 존재하는 것들 중에서 나를 찾거나 혹은 완전히 새로운 나를 창조하거나. 모델이나 배우 같은 카테고리 속에 갇히고 싶지 않다는 정호연은 분명 후자에 속한다. 그가 창조하고 있는 새로운 삶의 얘기를 들어봤다.
롱 코트, 리-나일론 드레스, 이너 톱, 로고 이어커프는 모두 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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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떻게 지냈어요?
코로나 탓에 모델로서 해외 무대에 설 기회가 많이 없어졌어요. 기막힌 타이밍인지 해외 활동이 줄어든 시점에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 캐스팅되어서 배우로서 첫 작품을 시작하게 됐어요. 물론 국내에서 화보 촬영도 하면서 본업인 모델 일도 하고 있고요.
 
모델 정호연은 익숙하지만 배우 정호연은 아직 낯설어요. 배우가 되기로 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모델로서 국내에서나 해외에서 어느 정도 결과들이 보일 때, 이상하게 저는 심적으로 힘들었어요. 2018년 즈음이었는데 유난히 예민하고 불안했죠. 특히 해외에서는 한국에서처럼 인간관계를 넓게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엄청 고립된 생활을 했어요. 혼자 비행기를 타고 타지로 가서, 혼자 호텔에 묵고, 혼자 식사를 하고…. 처음에는 그게 잘 맞고 좋았는데 기간이 길어지면서 점점 마음이 공허해졌어요. 그때 저를 위로해준 게 영화였어요. 숙소에서 영화만 미친 듯이 봤어요. 닥치는 대로 많은 영화를 보다 보니 문득 저도 저런 식의 표현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처음에는 나도 한번 배우를 꿈꿔볼까라는 가벼운 생각으로 도전하게 되었어요. 제가 청개구리 같은 면이 있어서 남들이 시키는 건 잘 안 하는데 저로부터 동기가 생긴 것이 있으면 엄청난 집중력으로 추진하는 편이거든요.
 
그때 봤던 영화 중에 어떤 영화가 좋았어요?
좋아하는 감독이나 배우가 생기면 이전 작품부터 찾아보는 편이에요. 쿠엔틴 타란티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프랜시스 맥도먼드 배우의 영화는 거의 다 본 것 같아요. 정말 닥치는 대로 봤어요. 아, 조나 힐 감독의 〈미드 90〉(2019), 조엘 코언 감독의 〈파 고〉(1996)는 꼭 추천하고 싶어요.
블랙 리-나일론 코트와 슬리브리스 톱은 모두 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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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 리-나일론 코트, 리-나일론 슬리브리스 톱, 이너 톱, 리-나일론 팬츠, 프라다 ‘스파졸라토’ 토트백은 모두 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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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것에서 발전해서 어떤 행동으로 옮겼나요?
음, 제일 과감했던 행동은 모델 활동 차 미국에 머무를 때 모델 에이전시에 한 달간 ‘휴업’을 선언하고 영어학원을 매일 다닌 거예요. 사실 외국에서는 한국 자막 영화가 잘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이해력이 달리기도 해서 제대로 영화 대사를 이해하려면 영어부터 좀 더 철저하게 배우고 싶어졌죠. 그때 정말 빠르게 영어가 늘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활동 중간 중간 한국에 들어왔을 때마다 연기 개인 레슨을 받았어요. 그때는 조금 막연하기도 했는데 2020년에 배우 에이전시로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배우 일에 도전했죠.
 
처음 같이 찍은 패션 화보가 생각나네요. 그때도 모델 중에서 가장 열심히 하는 모델이었어요. 옷에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그런 모델이었죠. 그래서인지 배우 정호연도 기대돼요. 모델과 배우, 둘의 차이점과 공통점이 있다면요?
본질은 비슷한 것 같아요. 어떠한 행위, 감정, 물체를 표현하는 직업인 점에서 시작점은 같죠. 하지만 그걸 표현하는 방법이나 도달하는 과정은 조금 차이가 있어요. 모델 같은 경우는 비주얼적인 것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감정도 비주얼리티하게, ‘미(美)’에 가깝게 만들어내야 했죠. 그래서인지 제가 느끼는 배우와 모델의 가장 큰 차이점은 호흡이었어요. 모델은 호흡을 잘 멈출 줄 아는 사람이라면, 배우는 호흡을 끌고 가면서 표현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모델은 사진으로 표현되는 게 많잖아요. 찰나의 순간에 모든 에너지를 끌어내야만 하죠. 그래서 모델 시절에는 숨을 멈추는 법을 많이 배웠어요. 전 사실 런웨이에서도 숨을 참고 워킹할 때가 많았어요. 그랬던 호흡법이 연기를 할 때는 다른 점으로 느껴졌어요. 스스로 집중력이 좋은 편이라 생각했는데 긴 호흡의 신들이 어렵게 다가오기도 했죠. 이젠 점점 배우의 호흡법에도 익숙해져가고 있어요.
 
모델에서 배우로 확장하며 롤모델로 삼은 인물이 있나요?
지금까지 롤모델을 묻는 질문에 제대로 답한 적이 없어요. 모델 때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없는 것 같아요. 최근 밥 딜런의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삶이란 자신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자신을 창조하는 과정이다.”라는 말을 듣고 마음에 쾅 와닿았어요. 물론 살면서 내가 누구인지를 찾아야 할 때도 있고, 창조해야 될 때도 있죠. 하지만 요즘은 모델이나 배우 같은 카테고리, 이를테면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명사’ 속에 갇히는 게 아닌, 내 스스로 더 스펙트럼을 넓혀야 될 때인 것 같아요.
홀 디테일의 터틀넥 스웨터, 이너 톱, 로고 이어커프, 리-나일론 스커트, 옐로 포인트 슬링백 슈즈는 모두 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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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나일론 드레스, 아쿠아 컬러 이너 톱, 나일론 슬링백 슈즈는 모두 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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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에서 첫 연기를 선보이게 됐어요. 어떤 역할을 맡았어요?
〈오징어 게임〉은 4백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예요. 제가 거기서 맡은 역할은 가족을 위해 큰돈을 필요로 하는 절박한 상황의 새터민 ‘새벽’이란 캐릭터예요. 아직 비공개인 부분이 많아서 여기까지밖에 얘기를 못하지만 분명 재밌는 작품일 거예요.
 
끊임없이 공부하는 스타일로 알고 있어요. 톱 모델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은 이미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에서 많이 봤고요. 지금도 여전히 공부 중인가요?
제가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성격이에요. 올해 제 계획 중 하나가 보이스 트레이닝이에요. 몸으로 표현하던 사람이 목소리라는 악기를 하나 더 갖게 되었잖아요. 이 악기를 어떻게 표현할지 기술적인 면을 배워보고 싶어요. 호흡이나 발성도 가다듬고, 목과 얼굴 근육을 어떻게 이용해야 되는지도 배우고요.
 
모델과 배우, 둘 다 누군가의 작품을 대신 표현해주는 역할이잖아요. 누군가의 맘을 꿰뚫기 위해 어떤 연습이 필요해요? 타고난 재능일까요?
모델 일을 할 때도 옛날 잡지 화보부터 시작해서 포즈와 표현력에 대한 자료 조사를 많이 했었어요. 그런 데이터들이 제 머릿속에 많이 쌓이다 보니 누군가가 요구할 때 바로 어떤 레퍼런스가 자동으로 떠올랐죠. 배우도 많이 보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요. 물론 모든 것이 제 데이터 속에 있는 건 아니에요. 가끔은 제게 낯선 표현을 요구할 때 디렉팅하는 사람이 시키는 대로 몸을 맡겨버려요. 기본적으로 표현하는 직업의 사람들은 오픈 마인드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취향이 세고 확고하면 무언가를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리죠. 취향이 넓다는 게 장점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홀 디테일의 니트 톱, 이너 톱, 모헤어 스커트, 프라다 ‘시그노’ 백은 모두 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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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피터 슬리브리스 드레스, 팬츠, 드롭 귀고리, 나일론 슬링백 슈즈는 모두 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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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프라다 화보를 찍었어요. 이번 프라다 스타일은 어떤 것 같아요? 어떤 식으로 표현했어요?
이번이 라프 시몬스가 함께한 첫 프라다 컬렉션이죠? 프라다의 대표적인 소재인 나일론에 그의 시그너처인 그래픽 작업이 조화롭게 잘 어우러진 듯해요. 나일론이 지닌 장점을 잘 표현하며 실루엣을 최대한 살려보면 좋을 것 같았어요. 저에게 항상 프라다는 모던한 스포티즘을 대변하는 브랜드죠. 이번 컬렉션 피스들을 정적이지만 강인함을 지닌 모습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는데, 느껴지나요?
 
한국인 모델로서 해외에 진출해서 놀라운 성공을 거둔 것도, 다양성이 필요한 영화계에 지금 진출한 것도 왠지 타이밍이 참 잘 맞는 것 같아요.
커리어라고 하는 게 상승 곡선을 탈 때도 있고, 반대로 내려갈 때도 있죠. 저는 그 내려가는 시절을 알차게 보내려고 했어요. 무언가를 배운다든지, 그때 오히려 제 실력을 다지는 시기로 삼았어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그 규칙은 꼭 지키며 살았어요. 내려갈 때 많은 것을 배우고 준비하다 보면 상승 곡선을 탈 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죠. 노력과 타이밍이 교차하는 그런 순간을 꼭 만나게 되죠.
모헤어 스웨터, 이너 톱, 로고 트라이앵글 귀고리는 모두 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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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비 롱 코트, 리-나일론 드레스, 옐로 이너 톱, 블랙 프라다 ‘클레오’ 백은 모두 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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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또 흥미로운 게 있어요? 왠지 지금 말하는 걸 3년 뒤 즈음 하고 있을 것 같기도 한데요.
현재는 없어요. 아직 배우라는 것에 빠져드는 시점이라. 아 근데, 목소리에 관심을 가지면서 막연히 노래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무대에 올라서 퍼포먼스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생각만 했어요.
 
※ 화보에 표기된 제품은 모두 가격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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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 서동범
    글/ 김민정(프리랜스 에디터)
    사진/ 목정욱
    헤어/ 장혜연
    메이크업/ 오가영
    세트(프롭) 스타일링/ 다락
    어시스턴트/ 이지은
    웹디자이너/ 김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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