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슈농소 성의 여인들과 나누는 이야기, 샤넬 공방 컬렉션.

‘귀부인들의 성’이라 불리는 슈농소 성에서 열린 샤넬 2020/21 공방 컬렉션.

BYBAZAAR2021.01.05
 

여인을 위한 時

앙리 2세의 연인 디안 드 푸아티에와 왕비 카트린 드 메디시스 등 역사 속 여성들이 설계하고 실제 살았던 슈농소 성(Chateau de Chenonceau). 샤넬의 아티스틱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는 2020/21 공방 컬렉션을 위해 사진가 유르겐 텔러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 ‘귀부인들의 성’으로 알려진 슈농소 성을 영감의 원천이자 쇼 장소로 선택한 것은 필연적이었다고. 비아르는 “카트린 드 메디시스의 상징도 샤넬과 마찬가지로 두 개의 C가 교차하는 형태의 패턴을 갖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뿐 아니라 사자상, 블랙 앤 화이트의 타일 등 샤넬 하우스의 대표적 코드를 그곳에서 발견한 것. 슈농소 성과 샤넬 하우스의 평행이론은 2020/21 공방 컬렉션을 통해 펼쳐졌다. 가브리엘 샤넬 역시 1936년 르네상스 시대의 여성에 대해 다음과 같은 글을 쓰기도 했다. “프랑수아 1세부터 루이 13세 시대까지, 그 시대를 살았던 여성들에게 항상 묘한 동정과 존경을 느꼈는데, 아마도 장엄하면서도 소박한 모습으로 가혹한 의무가 따르는 왕권을 유지해야 했던 이들이 모두 위대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성의 모습을 담은 와이드 밸트와 레깅스의 매칭이 인상적이다.

성의 모습을 담은 와이드 밸트와 레깅스의 매칭이 인상적이다.

2020/21 공방 컬렉션을 통해 버지니 비아르는 성의 흔적과 르네상스 시대의 스타일을 런웨이에 재현했다. 이번 2020/21 공방 컬렉션이 진행된 곳은 슈농소 성의 갤러리. 바닥의 블랙 앤 화이트 모티프는 대형 체커판을 연상시켰다. 그 위로 같은 모티프의 시퀸 미니스커트나 기하학적인 무늬의 트위드 롱스커트 등이 차례로 등장했다. 이번 컬렉션의 오프닝 룩으로 등장한 핑크빛 트위드 재킷 위의 고풍스러운 골드 자수는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 양식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것. 가브리엘 샤넬이 실제 즐겨 착용했던 레이스 목 칼라도 르네상스 시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스타일이다. 성의 형태를 그대로 형상화한 와이드 벨트도 눈에 띄었다. 다소 고전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스타일을 모던하게 만든 주역은 바로 레깅스. 다양한 컬러의 레깅스와 매치해 경쾌하면서도 감각적인 룩을 완성했다. 벨벳 소재의 블랙 롱 코트는 ‘검은 옷을 입은 신부(The Bride Wore Black)’의 일면을 보여주는데, 카트린 드 메디시스가 프랑스의 왕이자 남편 앙리 2세가 죽은 후 슈농소 성에서 지내면서 블랙 컬러의 옷만 입은 것에서 착안했다고. 트위드 케이프의 따뜻한 핑크빛 컬러는 슈농소 성의 유명한 태피스트리를 연상케 했다. 재킷의 와이드 라펠에 들어간 꽃 자수 또한 정원에서 영감을 가져온 것. 디안 드 푸아티에가 만든 정원과 카트린 드 메디시스가 만든 정원이 성의 양쪽에 위치해 각기 다른 매력을 풍긴다. 이곳에서 영감받은 플라워 모티프로 펀칭된 벨벳 소재의 핸드백 역시 고전적인 여성스러움이 느껴진다. 곳곳에 위치한 더블 C 로고와 사자상 모티프는 액세서리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공방 컬렉션을 제작하는 장인의 작업 모습.

공방 컬렉션을 제작하는 장인의 작업 모습.

이번 컬렉션을 위해 샤넬 공방 장인들의 손길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르마리에 공방은 스터드를 가미한 격자 디자인의 롱 블랙 레이스 드레스를 제작했고, 르사주는 다마스크 드레스 전체에 자수를 넣었다. 투톤의 스파클린 실버 플랫폼 샌들, 발목 커프스가 접히는 테이퍼드 블랙 부츠와 하이힐은 마사로 공방의 작품. “귀부인다운 룩을 완성하기 위해 메종 미셸의 커다란 블랙 모자로 마무리했죠. 아틀리에 몽텍스에 성의 자수를 토대로 스트라스를 사용해 장난감 스타일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했어요. 서로 다른 시대, 르네상스와 낭만주의, 록 감성과 페미니즘 등 뭐든지 믹스했습니다. 매우 샤넬답지 않나요?” 버지니 비아르의 말처럼 역사 속 르네상스 시대의 여성들이 동시대적으로 부활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슈농소 성의 우아한 정원.

슈농소 성의 우아한 정원.

카트린 드 메디시스의 상징인 2개의 C가 교차하는 패턴으로 르네상스 건축양식의 고전미가 돋보인다.

카트린 드 메디시스의 상징인 2개의 C가 교차하는 패턴으로 르네상스 건축양식의 고전미가 돋보인다.

카트린 드 메디시스의 상징인 2개의 C가 교차하는 패턴으로 르네상스 건축양식의 고전미가 돋보인다.

카트린 드 메디시스의 상징인 2개의 C가 교차하는 패턴으로 르네상스 건축양식의 고전미가 돋보인다.

 
정원의 꽃을 형상화한 화이트 재킷.

정원의 꽃을 형상화한 화이트 재킷.

METIERS D’ART COLLECTION
패션 하우스들이 정규 컬렉션 외에 선보이는 프리폴 시즌이 샤넬에서는 공방 컬렉션이다. 2002년, 프랑스 패션의 장인정신을 기리기 위해 선보인 것이 그 시작이었다. 매년 12월 진행되며 명백한 테마에 쿠튀르적인 터치가 더해져 놀라운 랑데부를 보여준다. 게다가 하우스의 역사나 현안과 관련된 실제의 장소 혹은 상상 속의 공간을 테마로 한다. 그래서 오트 쿠튀르만큼이나 예술적인 컬렉션으로 주목받는 것. 가브리엘 샤넬은 그 누구보다 파리 장인들의 노하우를 존중했던 디자이너였다. 따라서 공방을 보호하고 유지하며 혁신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는 샤넬의 사명이 되었다. 1985년 파뤼리에 공방 데뤼(Desrues)를 인수하면서 시작되었으며 그 후 지속적으로 40개의 공방을 추가로 인수했다. 각각의 공방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서로 다른 세대의 직원들이 6천6백 명 이상 근무하고 있으며, 샤넬을 비롯한 전 세계의 다른 패션 하우스와도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파리뿐만 아니라 프랑스 각지와 이탈리아에 위치한 수백 개의 자수, 깃털, 파뤼리에, 플리츠, 신발, 모자, 장갑 공방을 한데 모아 장인정신의 정수를 보여준다.
 
샤넬 로고가 돋보이는 목걸이.

샤넬 로고가 돋보이는 목걸이.

오는 2021년, 샤넬 하우스는 이들 공방에 헌정하는 공간 ‘19M’ 오픈을 앞두고 있다. 숫자 19는 건물이 위치한 파리 외곽 포르트 도베르빌리에(Porte d’Aubervilliers)의 구역 번호이고 샤넬을 상징하는 숫자 중 하나이기도 하다. M은 손(Mains), 패션(Mode), 손재주(Métiers), 하우스(Maisons), 제작 공장(Manufactures)에서 따왔다. 건축가 루디 리치오티가 설계했으며 친환경적으로 에너지 효율성을 고려했다.
 
블랙앤화이트 타일에서 영감받은 핸드백.

블랙앤화이트 타일에서 영감받은 핸드백.

성의 왕관 모티프를 차용한 네크리스.

성의 왕관 모티프를 차용한 네크리스.

이곳에는 자수 공방 르사주(Lesage)와 자수 학교, 또 다른 자수 공방 몽퇴(Montex)와 장식 부서인 스튜디오 MTX, 구두 공방 마사로(Massaro), 깃털과 꽃 전문인 르마리에(Lemarié), 모자 공방 메종 미셸(Maison Michel), 주름 공방 로뇽(Lognon), 롱 드레스 아틀리에인 팔로마(Paloma), 금세공 공방 구상(Gossens)이 입점하게 된다. 여기에 란제리와 수영복 브랜드 에레스(Eres)까지 이름을 올릴 예정. 또한 19M에는 장인들이 일반 대중과 만날 수 있는 광장도 만들어져 전통과 혁신의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브리엘 샤넬이 레이스 목 칼라를 착용한 모습. Gabrielle Chanel by George Hoyningen-Huene © Copyright RJ Horst

가브리엘 샤넬이 레이스 목 칼라를 착용한 모습. Gabrielle Chanel by George Hoyningen-Huene © Copyright RJ Horst

슈농소 성에 흐르는 러브스토리
프랑스 파리에서 남서쪽으로 약 25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슈농소 성은 200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루아르 강에 자리했다. 석조 아치교가 건물 하단을 지탱하고 있는 독특한 구조로 긴 갤러리 건물과 장방형의 본체가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처럼 세워진 르네상스 양식이다. 과거 6명의 여인들이 성주였기 때문에 ‘여섯 여인의 성’이라는 뜻의 슈농소 성으로 불린다. 여인들의 행복과 고통이 오버랩되는 아름다운 이곳은 역사 속의 인간사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중에서도 앙리 2세의 왕비였던 카트린 드 메디시스와 왕의 연인이었던 디안 드 푸아티에의 스토리가 유명하다. 앙리 2세는 디안을 위해 아네 성을 짓고, 왕실 소유의 아름다운 슈농소 성도 선물로 준다. 왕실보다는 이곳에서 디안과 머무르며 마상 시합에서 창에 찔려 죽을 때까지 25년을 그녀와 함께했다.
 
프랑스 루아르 강에 위치한 르네상스 건축 양식의 슈농소 성.

프랑스 루아르 강에 위치한 르네상스 건축 양식의 슈농소 성.

카트린 드 메디시스가 만든 갤러리의 전경. 이곳에서 샤넬 2020/21 공방 컬렉션이 열렸다.

카트린 드 메디시스가 만든 갤러리의 전경. 이곳에서 샤넬 2020/21 공방 컬렉션이 열렸다.

그러니 앙리 2세의 왕비인 카트린 드 메디시스에게 디안은 평생의 시련일 수밖에. 1559년 앙리가 죽자 지배권을 장악해 디안이 왕을 만나는 것을 제한하는 복수를 하고, 왕이 준 선물을 모두 반환받았다. 특히 슈농소 성에서 디안을 추방하고 자신이 그곳에서 말년을 조용히 지냈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두 연인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성을 새롭게 재정비하며 다리 위로 웅장한 갤러리를 건축했다고. 카트린은 앙리 3세의 미망인 루이즈 드 로렌에게 이 성의 소유권을 넘겨주었고, 다시 앙리 4세가 그의 연인 가브리엘 에스트레에게 주었다. 후에 많은 예술가들과 계몽주의 사상가인 볼테르, 루소, 몽테스키외와 뒤팡 부인이 18세기 성주를 이어갔다. 프랑스 대혁명 때도 피해를 입지 않았으며, 성의 마지막 여주인인 플루즈 부인은 낡은 슈농소 성을 복원하고 관리해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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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황인애
  • 사진/ Chanel
  • 웹디자이너/ 김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