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e Butzer, 〈Untitled(Wanderer)〉, 2007, Oil on Canvas, 300x241cm.
마곡지구 문화공원을 걷다 보면 어느새 스페이스K_서울이 코앞으로 다가와 반기고 있다. 고층 빌딩 사이 엎드려 있는 듯한 이 건물은 밀도 높은 도심 속에서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인 동시에 새로운 공공 장소로서의 미술관이 되어 방문객을 맞이한다. 시작은 1998년 처음 열렸던 ‘코오롱 분수문화마당’이었다. 지역민을 위해 클래식과 뮤지컬 공연을 열었던 행사를 기반으로 코오롱그룹은 본격적으로 메세나 활동에 접어들었다. 2009년부터 진행된 미술작품 전시회 ‘코오롱 여름문화축제’와 2011년 경기도 과천의 본사에 세워진 ‘스페이스 K’는 더 많은 이들이 예술을 향유할 수 있게끔 한 코오롱그룹의 노력의 일환이다. 그리고 지난 9월, 마곡 산업단지 내에 스페이스K_서울이 새롭게 오픈하여 관람객을 맞고 있다. 예술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이전의 미술관이 단순히 전시를 개최하고 관람객들이 작품을 감상하는 공간에 그쳤다면 오늘날의미술관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쉼터이자 문화가 되었다. 그리고 스페이스 K_서울 또한 해당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오늘날의 예술 공간으로, 그 자체로 하나의 의미를 가진다. 개관특별전 «일그러진 초상»은 스페이스K_서울의 지향점을 잘 살린 전시다. 영감의 원천이 되어 예술의 역사와 함께해온 ‘초상’을 예술가들이 재현하며 인간 내면을 시각화한다. 그들이 표현한 인간의 내면은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다. 오히려 추악한 쪽에 가깝다. 작품들은 정신분열이나 집단 광기, 폭력이나 피해망상 등 우리가 망각하거나 애써 모른 척하고 있는 부조리가 과연 괜찮은가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 해당 전시에 참가한 아티스트 또한 주목할 만하다. 우리나라의 서도호를 비롯하여 유럽 역사의 폭력성에 주목하는 아드리안 게니, 베트남의 성차별을 지적하는 베트남계 미국 작가 딘큐레 등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이들이 스페이스K_서울의 오픈을 기념하며 기꺼이 참여한 것이다. 미술다운 미술 전시가 펼쳐지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공간의 탄생이다.
※ «일그러진 초상»전은 2021년 1월 29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