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 제이디 차가 그린 구미호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Art&Culture

예술가 제이디 차가 그린 구미호

제이디 차의 상상 속에서 할머니와 구미호는 초인으로 변모한다.

BAZAAR BY BAZAAR 2023.07.31
〈할머니 산_Grandmother Mountain〉, 2023, Oil on canvas, 210x150cm.

〈할머니 산_Grandmother Mountain〉, 2023, Oil on canvas, 210x150cm.

“재미있는 이야기해줘.” 유튜브는커녕 카툰네트워크 채널이 10시면 방송을 끝내던 시절 어린이였던 나는 매일 밤 할머니 품에 누워 온갖 설화를 듣느라 눈을 말똥거렸다. 기억 한편에 자리한 호시절 이야기. 한국인의 피가 흐르기에 당연한 걸까? 지구 반대편, 캐나다 이민 2세대로 살아온 아티스트 제이디 차(Zadie Xa)의 어린 시절 역시 이 모습과 닮아있었다.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회화, 조각, 텍스타일, 사운드, 퍼포먼스 등 경계 없는 작업을 선보이는 작가는 조각보의 생동감 넘치는 색상과 어린 시절 어머니께 전해 들은 한국 전통설화에서 작업의 모티프를 얻는다. 우주 만물을 창조한 신으로 ‘마고 할미’라는 캐릭터를 만드는가 하면, ‘삼신할매’도 소환한다. 베니스 비엔날레, 제주 비엔날레 등에서 작품을 선보인 작가의 국내 첫 개인전으로 회화와 조각, 설치 등 신작 33점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거대한 제단 형태의 구조물에 놓인 3폭의 회화 〈트릭스터, 잡종, 짐승〉이 눈길을 끄는데, 제주 해녀의 뿔소라, 갈매기와 여우 등 혼종적인 캐릭터들이 뒤섞이며 이야기의 레이어가 차곡차곡 쌓인다. 흡사 반인 반수가 주인공인 괴수물, 판타지 영화를 연상시키는 듯한 작품들은 여성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운 구미호의 개념을, 우리 사회에서 약자로 여겨지는 나이 든 여성이 지닌 이미지를 지혜와 힘을 지닌 초인적 캐릭터를 통해 전복시키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담고 있다. 전형성을 벗어나 강인한 여성의 이미지를 고민해온 다정하고, 위트 있는 제언이다.  
 
※ 제이디 차의 개인전 «구미호 혹은 우리를 호리는 것들 이야기»는 스페이스K에서 7월 13일부터 10월 12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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