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다 플라스틱 방앗간을 알게 됐다. 글자 그대로 플라스틱을 빻아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곳. 곡물 대신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분쇄해 업사이클 제품을 만든다니, 쓸모 있는 데다 귀여웠다. 방앗간을 이용하려면 우선 참새클럽에 가입부터 해야 하는데 7월 1일부터 시즌제로 시작해 시즌 2까지 마쳤고 곧 시즌 3 모집이 시작된다. https://ppseoul.com/mill에 접속해 회원 가입을 하고 두 달 동안 모은 플라스틱을 방앗간에 보낸다.

이런 배신감을 느낀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었나 보다. 폐플라스틱 업사이클링을 위한 글로벌 커뮤니티인 프레셔스 플라스틱의 기획자 데이브 하켄스는 이렇게 말했다.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도구나 기계, 기술이 아닌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치 있는 자원으로 여기는 사고방식의 전환입니다.
플라스틱 방앗간은 프레셔스 플라스틱 서울의 캠페인. 안 쓰는 게 최고이지만 이미 발생된 플라스틱을 재활용 보다 한 단계 나아가 새로운 가치를 지닌 물건으로 만드는 ‘새활용’을 실천한다. 플라스틱을 얼마나 모아 보내든 튜브 짜개는 단 한 개만 돌아온다. 활용을 넘어 남용을 줄이려는 방안이다. 시즌1에서 모인 플라스틱은 2백56kg, 병뚜껑으로 따지면 8만3천3백30개 분량. 쓰레기로 돌아가 5백 년이 되어도 사라지지 않을 뻔한 플라스틱은 남은 소스나 치약을 끝까지 쓰게 해줄 제품으로 대견한 변신을 한다. 숙취해소를 위해 마신 오렌지주스의 주황색 뚜껑, 걷다가 더워서 무심코 사 먹은 생수의 핑크색 뚜껑, 다 먹은 마요네즈의 노란색 뚜껑이 한데 뒤섞여 손안에 쥐어질 때의 기쁨! 앞으로 사무실 등에서 단체로 모을 수 있는 둥지 클럽도 시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바자〉 사무실에도 꼭 둥지를 틀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