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Culture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에 가야하는 이유

무뚝뚝하지만 정이 많은 사람처럼,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근현대미술사의 구석구석을 채우는 소장품을 툭툭 내보이고 만다.

BYBAZAAR2020.10.16

CHEONGJU

보존과학실에서는 작품 분석연구의 기초 재료가 되는 물감, 안료, 오일 등의 미술 재료를 수집하여 그 재료의 분석 결과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보존과학실에서는 작품 분석연구의 기초 재료가 되는 물감, 안료, 오일 등의 미술 재료를 수집하여 그 재료의 분석 결과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해가 넘어갈 즈음 도착한 청주 시내는 현란한 네온사인 간판과 병풍처럼 펼쳐진 산자락이 입체카드처럼 앞뒤로 바짝 붙어 있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그 조밀하고 아담한 시내 한복판에 있다. 널따란 잔디 마당에 있는 최정화 작가의 거대한 설치미술작품 〈민들레〉가 아니었다면, 지도를 손바닥 위에 펼친 채 가고 있었음에도 그냥 지나칠 뻔했다. 담배공장을 최소한으로 개조한 외형이 주변의 공간과 시간 속에 그대로 스며 있기 때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는 백화점이 아닌 ‘코스트코’에 가까운 미술관이라는 도발적인 설명과 함께 지난 2018년에 개관한 국립현대미술관의 네 번째 분관이다. ‘개방형 수장고’를 표방하며 본격적으로 국립미술품수장보존센터로 기능하는 국내 최초의 창고형 미술관이기도 하다. ‘보는 창고’라는 이름의 스위스 바젤 샤울라거(Schaulager) 미술관, 그 자체로 거대한 수장고인 영국 런던의 빅토리아 앨버트(Victoria & Albert) 박물관처럼 ‘수집과 소장’이라는 미술관의 기능을 꽤 직설적으로, 또 팔팔한 현재진행형으로 보여준다.
 
공예수장고1.

공예수장고1.

일부러 건물을 한 바퀴 반대로 삥 두른 후 입구로 들어섰다. 가장 먼저 들여다보이는 건 순백의 전시장 대신 높은 층고 턱밑까지 채운 철제 구조물과 이동이 가능한 팔레트다.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구석구석을 채우는 백남준, 이응노, 서도호, 최정화 같은 이름들이 서랍 밖으로 나온 보물이 되어 선반 위로 올라섰다. ‘전시’와 ‘적재’의 그 중간 어디 즈음에 있는 독특한 전시 방식 덕에 관람자의 발걸음은 꽤 자주 앞으로, 뒤로, 옆으로 미끄러지며 빙글빙글 돈다. 분방한 동선은 물론이고 관람자 마음대로 속도를 조절하는 일도 더 자연스럽다. 미술관의 실제 수장고를 본떠 만든 이런 형태의 전시관에서는 공예품이 유난히 생생하게 빛난다. 도자, 나무, 금속, 유리, 섬유 등의 다양한 형태와 재료를 원하는 각도에서 들여다보거나 원하는 거리에서 관망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쓰임과 역할까지 이어 생각하게 되는 공예품을 천천히 뜯어보다 보면, 관람자와 밀접하게 소통하는 미술관이 무엇인지 더 선명하게 읽힌다.
 
2층의 보이는 수장고.

2층의 보이는 수장고.

층을 하나하나 올라갈수록 관람자는 미술관을 더 와락 끌어안을 수 있다. 실제 수장고와 복도를 나누는 거대한 유리에 콧기름을 묻혀가며 안을 들여다보고, 수장고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는 특별전시실에서는 작품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니키 드 생팔의 작품 〈검은 나나〉의 복원 과정 등을 공개한 기획전시 «보존과학자 C의 하루» 역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의 세련된 자기 소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약 1만 점의 소장품 중 올해 안으로 총 약 5천 점이 이곳으로 이관될 예정이다. 불현듯 자주 이곳을 찾아도 좋을 이유다. 다음 방문의 일정에는 상당산성 자연휴양림 ‘숲속의 집’에 압정을 꾸욱 꽂아뒀다. 운이 좋다면 나무 위에 올라앉은 느낌이 나는, 오로지 숲만 바라볼 수 있는 조용하고 작은 집 한 채를 예약할 수 있다. 이 동선 위에 있는 국립청주박물관에 들러 폐관할 때까지 천천히 시간을 보낸 뒤 숲속으로 들어가도 좋을 듯하다.
 
프리랜스 에디터 손기은은 먹고 마시는 매일의 일상을 문화로 다루며 글과 이미지를 만든다. 나만의 공간을 채우는 아름다운 아트 피스를 찾는 일과 소비에도 열의가 넘친다.


INFO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 충북 청주시 청원구 상당로 314
전시: 개방 수장고(1, 3층), 특별수장고(4층).
«보존과학자 C의 하루» 기획전시(5층), 10월 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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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글/ 손기은
  •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 웹디자이너/ 김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