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집에 반려식물을 들이며 생긴 변화

키우게 된 계기는 다 다르지만 이제는 삶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우리의 반려식물 이야기.

BYBAZAAR2020.06.07

GREEN

MATE

 

초보 집사

평소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유의 사람은 아니다. 주중 바쁜 근무시간이 끝난 후 기다리는 것은 늘 지인들과의 술자리였다. 쉴 새 없이 일했던 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으로 주말엔 더 약속을 잡고 온갖 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놀고 마시던 나의 생활은 코로나19 이후 완전히 뒤바뀌어버렸다. 재택근무를 하며 집에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기약 없이 길어진 것이다. 집에서 시간을 보낸 적이 없었던 터라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어영부영 시간만 허비하다 재택근무 기간이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재택근무가 끝났다고 해서 코로나19가 소강 상태로 접어든 것도,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끝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퇴근하고 집으로 직행해야 하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집에만 있으니 답답했다. 문제는 코로나19도, 사회적 거리두기도 아니었다. 집에 마음 둘 곳이 필요했던 나 자신이었다. 그러다 문득 집에 돌아올 때 나를 반기는 존재가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려동물 입양은 알레르기가 있는 동거인 때문에 여건상 힘들었고, 나 또한 회사일 때문에 하루 종일 돌봐줄 수 없으니 상대적으로 손이 덜 가는 반려식물이 적당해 보였다.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지는 않아도 그저 그 자리에 항상 있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반려식물을 ‘입양’하겠다는 결심이 서자, 무작정 회사 앞 꽃집을 찾아가 마음에 드는 선인장 하나를 골랐다. 그렇게 나와 선인장의 한집살기가 시작되었다.
선인장이 가져다준 변화는 의외의 영역에서 나타났다. 내 방은 암막커튼을 늘 쳐놓아 햇빛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선인장에게 햇빛을 쬐이겠다는 의무감으로 24시간 내내 닫혀 있던 커튼을 열어젖히자 생활 반경에 드디어 볕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게 무슨 변화냐고 할 수 있겠지만 한때 코로나 블루로 인한 무기력증이 생긴 건 아닐까 의심까지 들었던 내가(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후 주말 내내 침대에만 붙어 살았다) 침대를 벗어나며 그나마 규칙적인 하루를 보내게 된 것이다. 비록 강렬한 직사광선이 눈을 무분별하게 강타해서 반강제적으로 침대에서 일어나게 된 것이지만 말이다. 또한 행여나 내 실수로 선인장이 잘못되지는 않을까 온 신경을 쏟다 보니 잠시 사라졌던 활력도 돌아왔다. 무언가를 나 혼자 오롯이 책임지고 키우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끝나고 생활 속 거리두기가 시작되었다. 예전보다 외출이 자유로워 가끔 간소한 약속을 잡긴 하지만 이제는 밖에 있다 보면 자연스레 집에 있는 선인장이 생각나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내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남들은 유난이라 하지만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다.
- 문혜준(〈바자〉 컨트리뷰팅 에디터)
 
TIP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독이 된다. 무작정 물을 많이 준다고 좋은 것은 아니니 적당한 애정으로 살필 것. 
 

중수 집사

계기는 단순했다. 스투키 화분을 선물 받으며 본격적으로 식물 키우기에 관심을 들이게 된 것. 오래 보고 싶다는 마음에 집보다 머무르는 시간이 긴 작업실에 두었다. 그리고 이를 시작으로 나만의 정원을 본격적으로 가꾸게 되었다. 처음엔 비교적 키우기 쉬운 선인장 같은 종을 들였는데 다들 잘 자라더라. 그 후 직접 씨앗도 심어보고, 행운목이라는 수중 식물, 극락조, 유칼립투스, 이레카야자, 커피나무 등 점차 다양한 식물을 데려오기 시작했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었다. 잘 자라던 라벤더가 물을 너무 많이 줘서 시든 적도, 키우는 극락조의 잎이 너무 무거워서 줄기가 부러진 적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애지중지하는 동생이 다친 것처럼 마음이 아팠다. 뿐만 아니라 흙이 있다 보니 벌레도 생기고, 잎이 넓은 극락조는 이파리 하나하나 먼지를 닦아줘야 하는 등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갔다. 하지만 이는 작업실에 식물을 들이기 전부터 각오했던 일이다. 조금 성가신 일이 생긴다고 해서 애정이 사그라들었다면 애초에 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반려식물을 키우는 것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과 닮았다. 계속 애정을 주고, 관심을 가지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니 말이다. 하지만 반려식물이 가져다주는 기쁨은 이를 키우는 데 쏟은 시간에 비례하다 못해 흘러 넘친다. 초록빛으로 가득해진 작업실은 들어올 때마다 기분을 환기시켜주고, 괜스레 업무 효율 또한 높아지는 기분마저 든다. 이제는 나의 한 부분이 된 반려식물들. 여행을 갈 때면 지인에게 물주기를 부탁하고, 비타민 등 영양제도 사서 꽂아주는 등 최선을 다해 돌보고 있다. 한두 마디 자라 길어진 줄기와 풍성해진 이파리를 가지고 나를 둘러싼 식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처음 들여왔을 때의 기억도 나고, 그 시절의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추억이 나이테처럼 쌓인 것만 같아 감회가 새롭다
- 조민아(엑스카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TIP
식물이 햇빛을 쬐는 방향에 따라서 이파리가 자라나는 방향도 달라진다. 한쪽만 햇빛을 받도록 두지 말고 여러 방향으로 골고루 받을 수 있도록 하자.
 

고수 집사

어느 순간 천장만 바라보고 지내는 시간이 길어졌다. 슬럼프였다. 무기력하고 우울한 기간을 조금 길게 겪다 보니 타인에게도, 내게 힘을 주던 것들에게도 아무런 에너지를 얻을 수 없었다. 그때 나를 일으켰던 것은 거실에 있던, 평소엔 의무적으로 물만 주던 식물이었다. 천천히, 하지만 정직하게 자라나는 모습을 보며 어느 순간 식물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종의 식물을 키우게 되었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고, 겨울잠을 자는 등 내가 키우는 각각의 식물은 저마다의 특색이 있다. 어떤 것은 한눈에 반해서, 어떤 것은 지인의 권유로 데려오는 등 키우게 된 이유도 식물의 종만큼이나 가지각색이다. 하지만 각자에 얽힌 추억과 사연은 저마다 특별하다. 특히 지금 키우고 있는 몬스테라는 지금은 대중적인 식물이 되었지만 내가 찾을 당시만 해도 귀한 식물에 속했다. 사진 한 장을 보고 반해 수소문 끝에 찾은 것은 화분 형태가 아닌 삽수(이파리와 줄기가 붙어 있어 번식시킬 수 있는 형태)로 꽤 비싼 가격에 구매해야 했지만 지금까지 잘 자라고 있어 더욱 각별하다. 남들에게는 당연하지만 내겐 당연하지 않은 것이 있다. 오전에 기상하는 것이 그중 하나였다. 프리랜서로서 십수 년간 생활했던 탓에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12시 이전에 일어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이렇게 굳어진 삶의 패턴을 변화시켜준 것 또한 반려식물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화분에 물을 주고 좋은 공기를 마시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 때문일까, 어느 순간부터 저절로 아침 일찍 눈을 뜨게 되었다. 계절이 지나고 해가 바뀔수록 이에 맞춰 나와 식물의 이야기도 계속해서 쌓이고 자라난다.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나는 참 정적인 변화를 즐기는 사람이 되었구나 싶다.
-임이랑(디어클라우드 베이시스트, 〈아무튼, 식물〉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 저자) 
TIP
햇빛과 물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만 많은 이들의 경우 통풍의 중요성을 간과한다. 식물 주변에 공기를 흐르게 함으로써 호흡을 더 활발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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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컨트리뷰팅 에디터/ 문혜준
  • 웹디자이너/ 김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