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채널 〈박막례 할머니〉를 만드는 크리에이터 김유라는 지난해 볕이 잘 드는 이태원동의 2층 맨션으로 이사했다. 사적인 공간과 분리해 꾸민 홈 스튜디오는 그녀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다. 특히 햇살이 비치는 방향에 놓인 심플한 화이트 테이블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그녀에게 일종의 전환점이 됐다. “물론 코로나로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은 분들과는 비할 바가 못 돼요. 원래 집에서 일했으니 과정의 프로세스는 문제가 아니었어요. 다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 못하고 한정된 공간에서 아이디어를 계속 짜내야 하는 게 힘들었죠. 출장이나 여행으로 두 달에 한 번씩은 해외에서 에너지를 얻고 왔는데 하늘길이 막혀버리니 금방 무기력해지더라고요.”
대신 그녀는 ‘동네 친구’라는 새로운 커뮤니티를 발견했고 이는 곧 새로운 콘텐츠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밖에서 낯선 사람들과 미팅을 하는 대신 이 동네에 사는 친구들과 소소한 모임을 시작했어요. 일주일에 한 번은 만나는 나의 친구들. 앤디는 주짓수, 티나는 영어, 마이크와 럭키는 위스키, 케니는 포커가 주특기죠. 덕분에 제게는 친구들의 장기를 흡수할 수 있는 기회도 됐달까요.”
할머니와의 시간도 그녀에겐 중요한 부분이지만 언젠가부터 온전히 자신만의 이야기를 콘텐츠로 담아내는 걸 놓치고 있던 차였다. 요즘 그녀는 SNS에 영어 공부, 주짓수 대련 같은 일상 콘텐츠를 속속 업로드 중이다. 누군가의 손녀가 아닌 그냥 30대 여성 김유라의 일상이다.
“신기한 건 코로나 이전엔 이 정도로 친하지 않았어요. 딱히 갈 곳도 없고 할 것도 없어서 모이게 됐는데 이만큼 가까워진 거죠. 확실히 집에서 만나면 훨씬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정서적으로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재미있지 않나요?” 바이러스가 만들어낸 우정이라니. 코로나 시대의 아이러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