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컬렉터들이 전하는 컬렉팅 노하우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Art&Culture

아트 컬렉터들이 전하는 컬렉팅 노하우

수집의 습관이 미술품으로 나아가서, 이보다 더 큰 만족을 주는 쇼핑 경험은 없기에, 고통스러운 현실을 위로해주는 건 그림뿐이어서 미술품 수집을 시작한 젊은 컬렉터들. 그들이 말하는 아트 컬렉팅의 노하우와 미술이 주는 기쁨.

BAZAAR BY BAZAAR 2020.05.01
박경률, 노상호, 옥승철 등 동시대 젊은 작가의 회화작품, 제이슨 마틴(Jason Martin)의 추상 조각, 도예 작가인 클라라 크리스탈로바(Klara Kristalova)의 그림과 조각, 정희승 작가의 사진작품 등을 살롱 스타일로 걸어놓았다. 그 앞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하는 강아지 그림이.

박경률, 노상호, 옥승철 등 동시대 젊은 작가의 회화작품, 제이슨 마틴(Jason Martin)의 추상 조각, 도예 작가인 클라라 크리스탈로바(Klara Kristalova)의 그림과 조각, 정희승 작가의 사진작품 등을 살롱 스타일로 걸어놓았다. 그 앞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하는 강아지 그림이.

이소영 

아트 에듀케이터, 아트 라이터, 컬렉터 
@artsoyounh 
처음 산 작품은?
10년 전쯤 5백만원대에 산 데이미언 허스트의 판화 작품. 당시 미대 대학원을 다니던 나에게 영국의 yBa(1980년대 말 이후 등장한 젊은 영국 미술가들을 지칭) 작가들은 그야말로 슈퍼스타였다. 마크 퀸, 트레이시 에민, 앤서니 곰리 같은 작가들의 작품은 죄다 수천만원대, 억대라고만 생각하다가 우연히 판화의 가격이 5백만원대라는 얘기를 듣고 오랫동안 미술을 해온 사람으로서 일종의 기념 차원에서 산 것이다. 당시엔 이렇게까지 아트 컬렉팅에 중독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웃음) 아트 컬렉팅을 어느 정도의 자금을 가지고 시작하는 게 좋은지 물어보는 사람이 많은데 그때마다 나는 5백만원이라고 답한다. 블루칩 작가의 판화나 그보다는 덜 유명하지만 좋은 작업을 하는 작가의 크지 않은 유니크(Unique, 원화)를 살 수 있는 가격이 5백만원 정도이기 때문이다.
 
박해선, 로리다나 스페리니(Loredeana Sperini), 로라 오웬스의 작품.

박해선, 로리다나 스페리니(Loredeana Sperini), 로라 오웬스의 작품.

그간 수집의 경향이 변했나? 
예전에는 탐미주의자처럼 단숨에 구매를 결정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자기만의 주제를 마련하고 그에 맞는 작품을 사는 편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가장 핫한 작가야,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더 오를 거야, 지금 사야 해, 이런 유혹이 많은데 그렇게 사기 시작하면 컬렉션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통장 잔고는 마이너스가 된다. 컬렉팅하다 보면 자연스레 자기 취향에 대해서도 분명히 알게 되고 미술계 이슈 가운데 관심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도 명확해진다. 그리고 그게 그대로 컬렉션에 반영된다. 나는 빛을 활용한 올라푸르 엘리아손, 앤 베로니카 얀센스 같은 작가를 좋아하고 작년에 얀센스의 작품을 소장하게 되었다. 마침 얼마 전 «CONNECT, BTS» 전시로 서울에서도 그녀의 작품이 선보여 무척 뿌듯하다. 그리고 〈모지스 할머니, 평범한 삶의 행복을 그리다〉라는 책을 쓰기도 했듯이 고령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여성 작가들도 나에게는 중요한 주제 중 하나다. 카르멘 헤레라, 에텔 아드난, 로즈 와일리, 클레멘타인 헌터…. 그들의 작품과 삶에서 강렬한 영감을 얻는다.
 
(왼쪽부터) 유재연, 서용선, 카우스, 로라 오웬스(Laura Owens), 호킨스 볼든(Hawkins Bolden)의 작품.

(왼쪽부터) 유재연, 서용선, 카우스, 로라 오웬스(Laura Owens), 호킨스 볼든(Hawkins Bolden)의 작품.

미술품을 사는 일이 곧 미술, 미술가를 후원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물론이다. 내 컬렉션의 또다른 테마는 동시대 작가들이다. 이은새, 정희민, 송수민, 박해선, 박경률. 이런 작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 작가들이 멈춤 없이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펼치기 위해서는 컬렉팅이 가장 적극적인 형태의 응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트 컬렉팅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팁이 있다면? 
아트 컬렉팅과 아트 재테크는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시작해야 한다. 작품을 살 때는 훗날 이 작품을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계속 그 작품을 사랑할 자신이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누군가 오를 거라고 해서 샀는데 자신의 취향에도 맞지 않고 리세일도 되지 않는다면 ‘값비싼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
 

 
(왼쪽부터) 이건용, 〈The Method of Drawing〉, 2012. 키시오 스가(菅木志雄), 〈連?同起〉, 2013. 키시오 스가, 〈止間〉, 2005. 김기린, 〈무제〉, 1969.

(왼쪽부터) 이건용, 〈The Method of Drawing〉, 2012. 키시오 스가(菅木志雄), 〈連?同起〉, 2013. 키시오 스가, 〈止間〉, 2005. 김기린, 〈무제〉, 1969.

유민화

아트 컬렉터
@habitus.collection
아트 컬렉팅을 할 때 가장 짜릿한 순간은 언제인가? 
좋아하는 작가의 마음에 드는 작품을 긴 시간에 걸쳐 어렵게 구했을 때.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일본 모노하 운동을 이끌었던 중심 작가로 현재까지 좋은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키시오 스가의 작품을 갖고 싶어서 공부도 많이 하고 아트 페어나 전시도 찾아가서 봤는데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도쿄에서 차로 세 시간 거리에 ‘키시오 스가 창고 미술관’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어렵사리 찾아갔는데 문이 열리는 순간 보물창고를 만난 것 같았다. 집에 놓인 그의 작품을 볼 때마다 그때의 희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김준식의 〈Self-Verification3〉 (2017) 앞에서 포즈를 취한 유민화.

김준식의 〈Self-Verification3〉 (2017) 앞에서 포즈를 취한 유민화.

컬렉션의 큰 줄기가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장욱진, 유영국부터 최정화, 양혜규까지, 한국 현대미술사를 돌아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엄격하게 의도한 건 아닌데 한국 작가들의 1960~70년대 작품에 관심을 두고 있어서 그렇게 꾸려진 것 같다. 유영국의 〈산〉과 장욱진의 〈길〉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작품이고, 김기린의 〈무제〉는 그 작가의 초기 추상회화 작품을 꼭 소장하고 싶어 열심히 찾아본 끝에 옥션에서 발견하고 구매하게 됐다. 박길웅 작가의 작품 〈무제〉 두 점은 몇 년의 간격을 두고 소장하게 됐는데 나란히 걸어두고선 혼자 애틋해하는 그림이다. 구상작품이 주를 이루던 한국 미술계에 기린아처럼 등장해 독자적으로 추상예술을 개척한 작가인데 안타깝게도 37세에 요절했다.
 
하태임, 〈통로〉, 2015. 서세옥, 〈사람들〉, 연도 미상.

하태임, 〈통로〉, 2015. 서세옥, 〈사람들〉, 연도 미상.

컬렉션의 방향은 이대로 유지할 계획인가? 
지금 구입하고 배송을 기다리고 있는 두 점의 작품이 들어오면 분위기가 많이 달라질 것 같다. 하나는 토마스 사라세노의 설치작품이고 다른 하나는 영국의 젊은 작가 올리버 비어의 조각작품이다. 작년에 프리즈 아트 페어에 갔다가 스튜디오에 찾아가서 작가가 작업하는 모습을 보며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설치, 퍼포먼스, 영상, 조각 등 스펙트럼이 넓고 진지한 주제 의식을 가졌으며 작품 또한 컬렉터블하다. 전시와 소장 이력까지 좋은 매우 유망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어 소장하게 됐다.  
 
박길웅, 〈무제〉, 1974. 〈무제〉, 1976.

박길웅, 〈무제〉, 1974. 〈무제〉, 1976.

컬렉팅하는 데 있어 룰이 있다면? 
눈으로 보고, 머리로 생각하고, 마음으로 산다고 생각한다. 우선 내 눈에 들어와야 하고 그다음은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고 활동 이력과 소속 갤러리에 대해서도 조사한다. 그리고 나서도 꼭 사야겠다는 마음이 들 때 구매를 결정한다. 비용 면에서 장기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만 작품을 사려고 한다. 또 작품 수나 크기를 집에 두고 볼 수 있는 규모로 하려고 한다. 작가가 열심히 만든 작품을 수장고에 넣어 보관하고 감상하지 않으면 좀 미안한 마음이 들 것 같아서. (웃음)
 
최정화, 〈Alchemy〉, 2018. 유영국, 〈산〉, 1974.

최정화, 〈Alchemy〉, 2018. 유영국, 〈산〉, 1974.

지금까지 경험한 아트 신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에 대해 들려달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탄생 100주년을 맞은 근대 작가들 회고전을 여러 차례 선보였다. 2016년 «백년의 신화: 한국근대미술 거장전 이중섭» 전시에 갔을 때 유영국 전시를 준비 중이라는 얘기를 듣고 학예사에게 소장하고 있는 유영국 작가의 작품을 소개했다. 이야기가 잘 진행돼서 그해 겨울 덕수궁관에서 열린 «유영국, 절대와 자유» 오프닝 날 내 집 거실에서 오랫동안 나를 맞아주던 작품을 미술관에서 보았을 때 얼마나 감격스러웠는지! 당시만 해도 유영국 작가의 작품은 옥션에서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관심을 받지 못했는데 그 전시를 기점으로 여러 차례 갤러리 전시도 열리고 유영국의 작품 세계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되어 매우 기쁘다.
 
 
프리랜스 에디터 안동선은 아직 한 점의 작품도 소장하지 못했다. 작품 구매도 할부가 된다는 걸 알게 된 후로 컬렉팅보다 쇼핑에 집착할 것 같아서 차마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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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안동선
    사진/ 신채영
    웹디자이너/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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