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in Morin, 〈How to Drape the Terminator 2 Movie Poster〉, 2020, Chromed steel and printed silk, 263x275x20cm.
당신의 작품은 대중문화를 커튼 형태로 형상화한 아트피스다. 현재까지 제작한 총 1백여 점은 각기 다른 색감과 형태를 띠고 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된 시리즈인가?
‘가벼운 조각을 만들어보면 어떨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됐다. 가벼운 재료를 탐구를 하던 중 실크의 관능성을 발견하고 즉시 매료되었다. 영화, 패션 광고, 애니메이션, 음악산업 등 대중문화를 적용시켜 나만의 언어를 만들고자 했다. 이를테면 실크 천을 극적으로 펼치거나 매듭 짓거나 묶거나 뭉치거나 혹은 단순히 깃발처럼 무기력하게 걸치는 등 은유적인 접근법을 활용해 이미지를 보고 느낀 감정을 고스란히 투영시켰다.
〈How to Drape the Terminator 2 Movie Poster〉처럼 제목이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짐작할 수 있는 단서로 작용한다.
작품을 감상하기 위한 필수적인 장치는 아니지만 확실히 재미를 더한다. 예를 들어 마냥 우아해 보이는 커튼의 제목을 들여다보면 실은 SF영화 〈Terminator 2〉의 포퓰리즘적이고 잔인한 서사가 담겨있음을 알 수 있다. 전직 저널리스트로서 글이 주는 힘을 믿고 있다. 워드플레이는 내가 아티스트로서 작품을 만들 때 늘 염두에 두고 있는 중요한 요소다.
Justin Morin, 〈How to Drape a Hyriopsis Cumingi〉, 2019, Chromed steel and printed silk, 270x300cm.
‘How to Drape’ 시리즈의 확장성과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궁극적인 목표가 있나?
2016년 루이 비통 F/W 쇼의 세트 디자인과 플래그십 스토어를 위한 윈도 디스플레이를 제작했다. 화이트큐브를 벗어난 경험은 특별했다. 패션은 물론 오페라와 연극 무대, 인테리어 디자인까지 접근하고자 한다. 몇 해 전부터 내구력이 뛰어난 ‘튤(tulle)’을 사용해 다양한 패턴을 개발해 실제 커튼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버전을 제작했다. 이런 식으로 눈으로 감상하는 아트피스에서 한 발짝 나아가 실용적인 면을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하고자 한다. 물론 대중문화와 자연현상 등을 반영시킨 ‘언어’ 확장은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하퍼스 바자〉 코리아를 위한 커튼을 제작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에지한 느낌을 구현하기 위해 메탈 튜브를 활용해 날렵함을 강조할 것이다. 회색톤 그러데이션에 활기찬 색상이 포인트로 들어간다. 굉장히 장엄한 무드의 커튼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