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랄프 로렌의 럭셔리, 그리고 햄튼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단순한 일상. 랄프 로렌이 정의한 ‘럭셔리’는 햄튼에서 시작된다. 폴로 랄프 로렌 사운즈 한남 여성 스토어에서 경험한 햄튼의 미학.

프로필 by 고영진 2025.06.18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 끝자락에 위치한 햄튼. 에메랄드 빛 바다와 초록 들판, 요트와 승마, 낮은 흰 울타리로 둘러싼 정원 안에서 이루어지는 파티. 뉴욕 상류층의 여름 휴가지를 상상했을 때 떠오르는 모든 것이 이곳에 있다. 본격적인 여름을 알리듯 뜨거워진 지난 6월 5일, 폴로 랄프 로렌 사운즈 한남 여성 스토어에서는 햄튼을 테마로 특별한 프로그램 <컬처 & 아트 토크 : 햄튼 문학과 예술 유산>이 진행됐다. “햄튼에는 단순한 장소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소박한 멋과 기품이 있는 자연의 세계. 예술가들은 오래 전부터 햄튼의 빛에 이끌렸습니다. 저에게는 고향이자 안식처,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입니다.” 랄프 로렌의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햄튼의 미감으로 단장한 공간에서 보고 듣고 먹고 마시며 새로운 영감을 얻는 시간이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햄튼의 라이프스타일에서 영감 받은 미국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번역한 김영하 작가와 박찬용 에디터가 함께한 토크 프로그램에 있었다. 소설이 묘사하는 햄튼에서 시작한 두 사람의 대화는 문화와 예술에서 장소가 지닌 상징성, 브랜드에서 서사가 갖는 의미, 그리고 이상적인 럭셔리의 의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뻗어나갔다.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미국의 대표적인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만든 랄프 로렌의 삶은 <위대한 개츠비>에서 묘사한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적인 예다. 말하자면 그는 부의 이미지를 창조한 사람에 가깝다.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부, 럭셔리란 ‘사랑하는 사람과 보내는 단순한 일상’이다. 지난 50년간 여름이 되면 햄튼의 별장에서 가족들과 시간 보내기를 철저히 지켜왔다는 그의 삶에서 브랜드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방향을 짐작한다. 김영하 작가는 랄프 로렌이 정의한 럭셔리에 깊이 공감하며 말을 더했다. “다시 말해 가지기 어려운 진귀한 것을 럭셔리라고 할 수 있는 거죠. 요즘은 어딜가나 스마트폰과 함께하기 때문에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마저 방해를 받아요. 그렇기 때문에 모든 연락과 세상의 부름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몰입’할 수 있는 시간 역시도 진짜 럭셔리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을 것이고요.”



토크 프로그램을 마친 뒤, 사운즈 한남 매장을 한 바퀴 둘러보니 구석구석 묻어있는 햄튼의 색이 더욱 선명히 눈에 들어온다. 화이트 트렐리스와 만개한 수국으로 장식한 입구 포토존과, 매장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무드보드. 해변가와 컨트리클럽, 보헤미안 분위기를 연상케하는 테마로 꾸민 이곳에는 햄튼 지역의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는 각종 오브제와 아이템들을 하나하나 들여다 보는 재미가 있다. 매장 3층에는 햄튼과 해변을 주제로 큐레이팅한 아트북 섹션이 마련됐고 2층 테라스에는 햄튼을 몸소 느낄 수 있는 푸드 케이터링 존도 마련되어 있었다. 와인과 함께 랄프 로렌의 아내이자 뮤즈인 리키 로렌의 책 <The Hamptons: Food, Family , and History> 속 레시피를 그대로 구현했다는 음식을 먹으며 잠시나마 여행의 기분에 젖을 수 있었다. 김영하 작가가 말한 몰입이 가능해지는 순간이었다.


Credit

  • 에디터/ 고영진
  • 사진/ 랄프로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