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Culture

<바자>에디터들이 추천하는 '연휴 때 읽기 좋은 책' 리스트

당신의 하루는 어떠한가? 아마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거나 아예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날도 있을 것이다. <바자>는 일선에서 분투하는 이들을 응원하며 늘어난 시간을 차분히 보내는 방법의 하나로 북클럽을 열었다.

BYBAZAAR2020.04.30

BOOKCLUB

문혜준

프리랜스 에디터
함께 작업하고 싶은 작가 세 명 버지니아 울프, 가즈오 이시구로, 엘리자베스 비숍.
최근 읽은 가장 흥미로운 책과 구절 로맹 가리가 필명 에밀 아자르로 쓴 〈자기 앞의 생〉. “나는 아주 먼 곳, 전혀 새롭고 다른 것들로 가득 찬 곳에 가보고 싶은데, 그런 곳을 상상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공연히 그곳을 망칠 것 같아서이다. 그곳에 태양과 광대와 개들은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들은 그대로도 아주 좋으니까. 하지만 그래 봤자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사물들이 얼마나 자기 모습을 끈덕지게 고집하는지를 생각해보면 참 우습기까지 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개인 시간이 늘어난 시기에 다시금 읽을 만한 대작 박경리의 〈토지〉. 방대한 볼륨 탓에 진입장벽이 있긴 하지만 한 번 집중해서 읽으면 짧은 시일 내에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몰입감이 좋다.
북클럽을 연다면 선정할 책 〈위대한 개츠비〉. 모두 한번쯤 읽어보았을 책인 만큼 개츠비에 대한 타인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다. 그가 좇았던 것은 정신적인 사랑이었을까, 아니면 물질적인 가치였을까 등. 〈나를 보내지 마〉는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즈오 이시구로가 쓴 책인데, 지금까지 생각해보지 못했던 복제인간과 이와 관련된 윤리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사랑하고 꿈꾸는 자들과 그들을 좌절하게 만드는 자들, 비인간과 인간 중 누가 더 인간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칸트를 비롯한 라이프니츠, 들뢰즈 등의 철학자마저 저마다 인간을 정의 내리는 기준이 다른데 인간과 비인간을 명확하게 구분 짓는 절대적인 기준이 과연 있을까 등의 의문이 한때 머릿속을 지배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을 나눠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를 기다리듯 신작이 나올 때마다 챙겨 보는 작가 정세랑. 때로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마음을 꿰뚫어 본 듯한 구절이 등장해 가슴에 묵직하게 와닿는데, 이를테면 〈보건교사 안은영〉 속 “사람보다 다른 것들이 비싸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살아가는 일이 너무 값없게 느껴졌다”가 그중 하나다. 그의 소설에 등장하는 정의로운 등장인물들은 책에 따뜻한 온기를 더한다. 정세랑표 SF소설을 보면 그의 상상력의 끝은 어디일까 궁금한 동시에 경이롭기까지 하다.
끝까지 읽지 못한 책 T.S.엘리엇의 〈황무지〉. 학부 시절 시를 읽고 서평을 써야 하는 과제가 있었는데 도저히 읽히지 않아 앞부분만 읽고 과제를 제출했던 기억이 있다. 변명을 하자면 책이 원어로 된 영문 시였다는 것.
책장에 꽂힌 전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취향을 과시하는 이른바 ‘커피 테이블 북’ 민음사에서 나온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집에 이미 다른 표지의 책이 있는데도 홀로그램 무늬의 빛나는 강아지 표지가 예뻐서 또 샀다.
앞뒤 보지 않고 추천하고 싶은 책 한강 〈희랍어 시간〉, 가즈오 이시구로 〈나를 보내지마〉,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손안나

〈바자〉 피처 에디터
함께 작업하고 싶은 작가 세 명 다음의 세 작가로부터 글쓰기의 영감을 얻고 싶다. 커트 보니것의 유머, 스티븐 킹의 유머, 사노 요코의 유머.
최근 읽은 가장 흥미로운 책과 구절 김영민 교수의 논어 에세이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중에서 ‘하지 않는 것이 하는 것이다 - 무위’에 대한 부분. 코로나 시대를 예언한 문장 같아서 새롭게 읽힌다. “우리가 일으킬 수 있는 ‘기적’은 오직 ‘밍기적’뿐이라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밍기적 유토피아’가 실현된다면, 이 세상의 모든 게으른 사람들에게 큰 축복일 것이다. 그러나 그 유토피아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만사형통하는 세계인가,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만사형통하는 세계인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개인 시간이 늘어난 시기에 다시금 읽을 만한 대작 대작까진 아니지만 충분한 시간이 있으면 꺼내서 재독하는 이언 매큐언의 〈속죄〉. 5백27페이지 안에서 휘몰아치는 서사를 끊지 않고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소화해야만 2차 대전의 포화 속에서 로비와 함께할 수 있다.
북클럽을 연다면 선정할 책 무르 래퍼티의 〈식스웨이크〉. 1. 우주선 밀실 살인극이라는 소재로 SF 마니아와 미스터리 덕후 모두의 취향에 맞출 수 있다. 2. 후반부 스토리를 점쳐 밥값 내기에 활용할 수 있다. 3. 다 필요 없고 재미있다.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를 기다리듯 신작이 나올 때마다 챙겨 보는 작가 〈최순덕 성령충만기〉를 보고 배를 잡고 웃은 뒤로 ‘무의식적으로’ 모으고 있는 이기호의 모든 소설집. ‘인중을 긁적거리며’를 읽고 가슴이 벌렁거린 뒤로 ‘의식적으로’ 모으고 있는 심보선의 모든 시집.
끝까지 읽지 못한 책 발터 벤야민의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 사진의 작은 역사 외〉. 잘 나가다가 늘 벤야민의 논문에 대한 아도르노의 비판에 달린 3페이지짜리 각주에 질려 나가떨어진다.
책장에 꽂힌 전집 이가 좀 빠졌지만 해마다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을 모았다. 올해부턴 사지 않을 것.
취향을 과시하는 이른바 ‘커피 테이블 북’ 르네 지라르의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 대중의 욕망을 이해해보겠다는 미명하에 사실은 표지가 예뻐서 꺼내 둔다. 김민정의 〈각설하고,〉 또한 빌헬름 사스날의 그림이 좋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숨겨둔 책 상반된 두 권의 책. 탐사보도 전문가 데클란 힐이 쓴 〈승부조작의 진실〉과 마유즈키 준의 순정만화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전자는 스포츠 마니아라면 눈 크게 뜰 충격적인 내용과 그만큼 충격적인 표지 디자인 때문에. 후자는 아쿠타카와의 〈라쇼몽〉을 새로운 감각으로 소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만 꺼내 놓긴 쑥스러운 제목 때문에.
앞뒤 보지 않고 추천하고 싶은 책 필립 로스의 소설 〈에브리맨〉과 크레이그 톰슨의 그래픽 노블 〈담요〉. 이기호의 단편집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반드시 작가의 말을 읽을 것)와 권여선의 단편집 〈레몬〉(반드시 작가의 말을 읽을 것).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단편집 〈만, 시게모토 소장의 어머니〉와 다루마 마츠라의 만화 〈카사네〉. 커트 보니것의 소설 〈고양이 요람〉과 어슐러 르 귄의 소설 〈빼앗긴 자들〉. 사노 요코의 서간집 〈친애하는 미스터 최〉와 스가 아쓰코의 에세이 〈밀라노, 안개의 풍경〉, 〈코르시아 서점의 친구들〉과 실비아 플라스의 소설 〈벨자〉 그리고 레이먼드 카버의 모든 단편들.
 
 
 

박의령

〈바자〉 피처 디렉터
함께 작업하고 싶은 작가 세 명 세 명 말고 세 가지. 〈권외편집자〉를 쓴 츠즈키 쿄이치와 잡지에 대해 실컷 이야기 나누고 싶고 같이 책을 내고 싶고 사진을 찍고 싶다.
최근 읽은 가장 흥미로운 책과 구절 내 부모님은 두 분 다 박씨 성을 가졌다. 그중에서 아버지는 반남 박가인데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겨 어린 나에게 늘 주지시켰다. “네 항렬은 원래 박완서 작가와 같은 돌림자를 써.” 결과적으로 내 이름에 ‘서’자는 들어가지 않지만 박완서 작가는 자연스럽게 나에게 인상적인 한 사람이 되었다. 이름의 연을 떠나 나는 작가 박완서를 존경한다. 얼마 전부터 문학과 지성사에서 ‘문지작가선’을 속속 내놓고 있다. 중단편 모음집인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의 표지에는 박완서 작가가 고운 치마를 입고 돌 위에 앉아 있다. 그것만으로도 좋아서. 맨 첫 작품인 ‘도둑맞은 가난’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다. “나는 우리 집안의 몰락의 과정을 통해 부자들이 얼마나 탐욕스러운가를 알고 있는 터였다. 그러나 부자들이 가난을 탐내리라고는 꿈에도 못 생각해 본 일이었다. 그들의 빛나는 학력, 경력만 갖고는 성이 안 차 가난까지를 훔쳐다가 그들의 다채로운 삶을 한층 다채롭게 할 에피소드로 삼고 싶어한다는 건 미처 몰랐다. 나는 우리가 부자한테 모든 것을 빼앗겼을 때도 느껴보지 못한 깜깜한 절망을 가난을 도둑맞고 나서 비로소 느꼈다. 나는 쓰레기 더미에 쓰레기를 더하듯이 내 방 속에, 무의미한 황폐의 한가운데 몸을 던지고 뼈가 저린 추위에 온몸을 내맡겼다.(1975)” 쓰인 지 45년이 지났는데 신종 바이러스의 소식으로 매 순간을 갱신하는 오늘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개인 시간이 늘어난 시기에 다시금 읽을 만한 대작 장편을 못 읽는 슬픈 병에 걸려 끽해야 상하권의 책을 읽는데도 버겁다. 오랜 시간 면밀히 읽을거리를 떠올렸을 때 역시 놓치고 있던 장편이 좋겠다. 오랫동안 TV 없이 살아서 기억에 남는 드라마가 별로 없는 가운데 어쩐지 〈오싱〉이 뚜렷하게 남아 있다. 아버지 책장에 소설 〈오싱〉이 있었는데 아주 어린 나는 그걸 전부 읽을 수 없었다. 다시금 읽고 처참하게 울고 나면 눈물샘 바닥에서 힘이 솟아 오를지도 모른다는 믿음이 있다.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를 기다리듯 신작이 나올 때마다 챙겨 보는 작가 작가보다는 열화당의 책을 모은다. 학생 때는 말 그대로 점심값을 아껴 한 손에 들어오는 검은 표지의 열화당 사진문고 시리즈를 샀다. 클래식한 미술선서의 〈카메라 루시다〉, 최근에 나온 〈래러미 프로젝트 그리고 래러미 프로젝트〉의 질감과 아름다움이라니!
끝까지 읽지 못한 책 기획을 하고 다른 참여자들에게 질문지를 돌리면서 이 질문의 답으로 예를 든 것이 바로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이다. 이름을 읽다가 지쳐서 멈추다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가 언저리에서 뱅뱅 돌고만 있다.
책장에 꽂힌 전집 을유문화사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세계문학전집을 냈다. 이 귀한 전집은 이름 한 자도 모르는 여러 작가들을 알려주었다. 을유세계문학전집을 갖는 게 꿈 중에 하나다. 지난 생일선물로 한 구간을 받을까 하다가 물욕에 졌다.(테이블을 골랐다.) 때마침 내 생일에 맞춰 ‘리커버 에디션’ 5권이 출간됐다. 오에 겐자부로 〈개인적인 체험〉, 레이날도 아레나스 〈현란한 세상〉, D. H. 로런스 〈사랑에 빠진 여인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안톤 체호프 〈체호프 희곡선〉 현란한 다섯 권의 책이 지금 내 책장에 꽂혀 있다.
취향을 과시하는 이른바 ‘커피 테이블 북’ 영어로 글을 읽는 수준이 못 되면서 산 해외 문학 저널 〈GRANTA〉 123호. 작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구한 〈Elisabeth Von Samsonow and Juergen Teller: The Parents’ Bedroom Show (Creating Time)〉. 핑크색을 좋아해서 산 철저한 보여주기식 책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숨겨둔 책 이른바 일본 문학 3부작.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치인의 사랑〉, 앤솔로지인 〈슬픈 집착, 성애〉와 〈잔혹한 계절, 청춘〉.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일본의 대문호이고, 두 권의 앤솔로지는 고단샤에서 간행된 문예문고 ‘전후단편소설재발견’ 시리즈인데 제목이…. 괜히 쑥스러워서 숨기고 싶어진다. 그렇지만 〈잔혹한 계절, 청춘〉에 수록된 나카자와 케이의 ‘이리에를 넘어’는 뛰어난 작품이고 언젠가 내가 번역할 계획을 갖고 있다.
앞뒤 보지 않고 추천하고 싶은 책 요즘 트위터에서 여섯 가지 추천 릴레이가 유행이더라. 도리스 레싱 〈다섯째 아이〉, 다니엘 페나크 〈몸의 일기〉, 이태준 〈문장강화〉, 볼프강 보르헤르트 〈이별 없는 세대〉,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끝과 시작〉, 발레리 라르보 〈페르미나 마르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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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박의령
  • 사진/ 이현석
  • 웹디자이너/ 김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