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Culture

배우 손수현과 가수 혜림은 어떤 책을 읽을까?

당신의 하루는 어떠한가? 아마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거나 아예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날도 있을 것이다. <바자>는 일선에서 분투하는 이들을 응원하며 늘어난 시간을 차분히 보내는 방법의 하나로 북클럽을 열었다.

BYBAZAAR2020.05.01

BOOKCLUB

을유세계문학전집 리커버 에디션.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오에 겐자부로 〈개인적인 체험〉, 안톤 체호프 〈체호프 희곡선〉, D. H. 로런스 〈사랑에 빠진 여인들〉, 레이날도 아레나스 〈현란한 세상〉,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을유세계문학전집 리커버 에디션.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오에 겐자부로 〈개인적인 체험〉, 안톤 체호프 〈체호프 희곡선〉, D. H. 로런스 〈사랑에 빠진 여인들〉, 레이날도 아레나스 〈현란한 세상〉,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손수현

배우
함께 작업하고 싶은 작가 세 명 정세랑 작가, 민지형 작가, 조남주 작가.직업과 어울리거나 작업을 하면 좋을 것 같다기보다는 그냥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들이다. 나열한 작가들의 책을 읽다 보면 눈앞에 그려지는 상황이 너무 섬세해서 소설 속 세계가 사실인 것만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옥상에서 만나요〉도 그랬고,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도 그랬다. 〈82년생 김지영〉은 말할 것도 없고〈현남 오빠에게〉도 그러했다. 〈피프티 피플〉을 읽은 날은 친구와 술 약속이 있었는데, 약속장소까지 슬렁슬렁 걸어가면서 이상한 비현실감을 느꼈던 것 같다. 이 책의 모든 인물들이 몽땅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의 마지막이 궁금했다. 누군가도 내가 연기한 캐릭터를 보면서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최근 읽은 가장 흥미로운 책과 구절 에리카 밀러의〈임신중지〉. “임신중지는 여성에게 감정이나 정신건강 면에서 예측할 만한 확실한 결과를 가져오지 않는다. 앞서 유산의 애통함을 연구한 학자들이 보여주듯, 여성이 애통해하는 것은 곧 자율적 태아의 상실을 경험하는 것이라는 전제에도 문제가 있다. 애통함이 꼭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생기는 감정은 아니다. 애통함은 이상이나 신념의 상실에서도 온다.… 애통함은 임신과 모성에 관해 내면화된 이데올로기의 결과일 수 있다. 이를테면 태아적 모성이라는 이상을 개인의 임신 경험 안에 넣음으로써 애통함이 생겨날 수 있다. 반임신중지 운동은 임신중지 경험을 다양하고 복합적인 감정에 열어 두는 대신, 임신중지를 애도하지 않는 여성의 목소리와 애도하는 여성의 복잡다단한 목소리를 삭제한다. 임신중지의 애통함은 태아의 사망을 중심으로 발생하며 여성의 아이가 사망했다는 프레임으로 둘러싸여 있다. 레이스트와 임신중지 반대론자들은 슬픔에 언어를 주는 대신 슬픔에 거의 언어를 주지 않았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개인 시간이 늘어난 시기에 다시금 읽을 만한 대작 어렸을 때는 쌓아놓고 읽을 수 있는 시리즈물을 좋아했던 것 같은데 이젠 비문학만 많이 읽고 있다. 정세랑 작가의〈피프티 피플〉을 한 파트씩 읽으면서 시리즈인 척해보는 것은 어떨까. 한 파트마다 떠오르는 주변 인물을 생각해도 좋고 어울리는 배우를 떠올려보는 것도 시간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될 듯.
북클럽을 연다면 선정할 책 하재영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 나는 비건 지향이다. 몇 년간 페스코(닭, 소와 돼지 등 붉은 육류를 소비하지 않는 단계)를 거쳐 어느 순간부터 완전 비건을 지향하게 되었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은 비건 지향을 목적으로 두고 있지는 않지만 적어도 우리가 평생 모를지도 모를 (불법)산업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는 있다. 적나라하다. 몇 장은 숨이 막혀서 끝까지 못 읽고 그냥 넘겨버리기도 했다. 저소득층 후원을 유도하는 방식이 그러하듯 이 방식이 완벽히 맞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모르고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취향을 과시하는 이른바 ‘커피 테이블 북’ 로버트 맥키 저,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 책이 두껍고 색깔도 멋지다. 제목도 엄청 크게 쓰여 있어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 책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나를 작가로 볼 수도 있다. 내가 연출을 하는 것도 아니고 연기를 하는데 그냥 이 책이 집에 있다. 그리고 항상 책상 위에 있다. 몇 장 읽긴 읽었다. 매일 눈을 뜨고 거실에 나오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책인데, 언젠가는 다 읽겠지라는 생각으로 항상 책상 위에 둔다. 공부하는 사람 같이 보이게 해줘서 뿌듯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숨겨둔 책 가끔 카페에서 읽으려고 책을 챙겨 갈 때가 있다. 보통 차량으로 이동을 하기 때문에 간편하게 지갑 정도만 들고 다니는 편인데 집에 들어오기 전 바리바리 장이라도 보면 책을 가지고 올라갈 손이 없다. 그럴 때면 책을 차량 앞 유리 쪽에 뒤집어놓는다. 생각해보면 페미니즘 관련된 책일 때가 많고, 〈82년생 김지영〉의 한 부분 좀 인용했다고 ‘메갈’ 소리 듣는 나는 책 제목이 보일까 봐 가끔 불안하다.
앞뒤 보지 않고 추천하고 싶은 책 우유니게·이두루·이민경·정혜윤 〈유럽 낙태 여행〉, 피터 싱어 〈죽음의 밥상〉, 아웃박스 〈예민함을 가르칩니다〉, 김세희 〈항구의 사랑〉, 이민경 〈잃어버린 임금을 찾아서〉, 보선 〈나의 비거니즘 만화〉.
 
 

혜림

가수
함께 작업하고 싶은 작가 세 명 권남희 작가. 대중에게는 ‘번역가’로 더욱 익숙할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등 일본 작가들의 소설책을 주로 번역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학과 재학생으로서 영어와 한글 번역을 주로 하지만, ‘번역’이라는 공통 분야에 있다. 번역 공부를 시작하기에 앞서 번역에 관련된 저서들을 참고 자료로 찾아보던 중 접하게 된 〈번역에 살고 죽고〉는 번역가의 삶을 현실적으로 다루어서 마치 선배가 후배에게 주는 조언처럼 도움이 되기도 했다. 함께 무언가를 해본다면 영광일 것 같다. 두 번째는 김소연 작가. 〈마음사전〉이라는 책을 선물받은 적이 있다. 다양한 단어들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담은 책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깊고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는 인상이 남았다. 이 책을 읽은 뒤 작가의 다른 저서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작사를 하고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고 싶은 사람으로서 가져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풍부한 감수성’이라고 생각한다. 김소연 작가의 책 〈나를 뺀 세상의 전부〉와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를 보면 삶 속에서 스쳐 지나칠 수 있는 감정들을 놓치지 않고 그 상황에서 깨달은 것, 느낀 것 등을 굉장히 잘 묘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진심 어린 감정을 내 가사, 내 글에도 녹이고 싶다는 생각을 수시로 하게 된다. 참고로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는 책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몇 장을 아껴두고 있다. 마지막은 이슬아 작가.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라는 책을 처음 접하고 정말 다이내믹한 삶을 살아온 작가의 삶, 즉 그녀의 도전적인 정신에 놀라곤 했다. 이 책은 내가 읽으면서 가장 많이 울고 웃었던 책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슬아 작가의 표현력은 배울 만한 가치가 있고 쉽게 읽히며 무엇보다 진지한 상황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은 모습이 존경스럽다. 요즘 나의 첫 에세이를 준비하고 있는데 내가 이슬아 작가의 책을 읽었을 때처럼 사람들이 공감하는 친근한 책을 쓰고 싶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공동 작업을 하고 싶다. 작가로서도 그렇지만 인간적으로 호감이 간다. 알고 보니 동갑내기라 괜스레 혼자 반가워하기도 했다.
최근 읽은 가장 흥미로운 책과 구절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문맹〉. 헝가리에서 태어난 작가는 독일과 러시아가 제 나라를 유린하는 것을 지켜보며 자랐다. 헝가리에서 계속 살 수가 없어 오스트리아를 거쳐 스위스로 이주했고 그곳에서 자신의 모국어 대신 프랑스어를 사용해야 했다. 이런 상황을 작가는 “사회적 사막, 문화적 사막”이라고 표현한다. 전쟁과 정치를 주로 다루는 책이지만 나는 그 안에서 저자가 역경 속에서도 글쓰기에 대한 꿈과 열정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음에 남는 구절은 “나는 읽는다. 이것은 질병과도 같다. 나는 손에 잡히는 대로, 눈에 띄는 대로 모든 것을 읽는다. 신문, 교재, 벽보, 길에서 주운 종이 쪼가리, 요리조리법, 어린이책, 인쇄된 모든 것들을.”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개인 시간이 늘어난 시기에 다시금 읽을 만한 대작 〈삼국지〉.
북클럽을 연다면 선정할 책 데이비트 색스의 〈아날로그의 반격〉. 요즘 같은 디지털화 세상에서 사람들은 대개 ‘모’ 아니면 ‘도’처럼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디지털의 한계와 아날로그의 효용을 기꺼이 인정하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테크놀로지를 탄생시길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에 대한 입장을 굉장히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만약 내가 북클럽을 연다면 이 책의 주제를 토대로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다.
끝까지 읽지 못한 책 역사책과 과학책. 읽어야 하는 목록에 역사책은 늘 상위를 차지하지만 손이 가지 않는다. 하물며 과학책은 내 책장에 한 권도 없다.
취향을 과시하는 이른바 ‘커피 테이블 북’ 한스 로슬링 〈팩트풀니스〉, 마시모 피글리우치 〈그리고 나는 스토아주의자가 되었다〉, 전우용 〈내 안의 역사〉, 셰익스피어 〈리어왕〉〈한여름밤의 꿈〉〈오셀로〉, 영어 성경.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숨겨둔 책 레일 라운즈 〈사람을 얻는 기술〉, 올린카 비슈티차 〈내가 사랑했던 모든 애인들에게〉.
앞뒤 보지 않고 추천하고 싶은 책 류시화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릭 워렌 〈목적이 이끄는 삶〉, 무천강 〈나는 하버드에서 인생을 배웠다〉, 제이미 셸먼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밥티스트 볼리유 〈여전히 사랑이라고 너에게 말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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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 박의령
  • 사진/ 이현석
  • 웹디자이너/ 김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