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지의 세계관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옷과 사람이 만났을 때 비로소 감동이 완성된다.” 이 시대가 원하는 크리에이터, 준지(Juun.J)의 수장 정욱준과 나눈 이야기. | 크리에이터,컬래버레이션,s/s,파리,준지

(왼쪽부터) 수민이가 입은 롱 재킷, 롱부츠, 청솔이 입은 재킷, 팬츠, 패딩 후디, 남주가 입은 체크 재킷, 패딩 후디는 모두 Juun.J. 청솔이 신은 부츠는 Stuart Weitman. 이제 준지의 여성복을 본격적으로 만날 수 있다. 준지의 남성복과 연장선상에 있는가?  2년 전부터 조금씩 선보였고, 이번 시즌 본격적으로 시작이다. ‘Synthesize’ 즉 합성이라는 주제로 남성복 18벌, 여성복 22벌을 지난 파리 남성 패션위크에서 발표했다. 준지의 도산 플래그십 스토어 1층도 여성 레디투웨어로 배치했듯 여성복에 힘을 쏟을 예정이다. 기존의 준지 남성 라인을 즐겨 입는 여성들을 보면서 늘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에 여성의 몸에서 출발한 디자인을 연구했다. 쇼룸에 단 한 벌의 옷이 걸려 있더라도 가지고 싶은 옷을 만들겠다는 기본 철학은 동일하다. 소재부터 재단, 디테일까지 입었을 때 편안하고 몸에 잘 맞는 옷을 만들고자 한다.   2019 F/W 시즌 캐나다 구스와 협업한 것으로 안다. 아디다스, 뉴에라 등 다양한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즐기는데, 디자이너로서 어떤 의미인가?  다가올 겨울 시즌 본격적으로 선보일 ‘준지×캐나다 구스’ 컬래버레이션은 아우터와 스웨터가 중심이 된다. 커머셜 라인을 강화하고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할 계획이다. 매 시즌 컬래버레이션 라인을 선보이는데, 이런 일련의 작업들을 통해 학습을 한다. 예를 들어 이번 시즌 캐나다 구스와 협업하면서는 다운에 대한 철학을 배웠다. 전문적인 기능과 특화된 노하우를 준지의 디자인 감성에 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다음 시즌 리복과의 컬래버레이션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며칠 전 보스턴에 다녀왔다. 기대해도 좋다.   준지의 상징적인 스타일인 오버사이즈, 밀리터리, 테일러링은 현재 트렌드의 중심에 있다. 디자이너로서 이런 탁월한 감각은 어디에서 온다고 생각하나? 42세에 파리에서 첫 컬렉션을 가졌다. 당시 언론에선 나를 ‘신예’라 표현했지만. 디자이너로서 살아온 지 20여 년이다. 이쯤 되면 경험에서 오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경험과 노하우가 켜켜이 쌓여 빅테이터가 되는 셈이다. 기본적으로 촉은 타고나야 하는 것 같다. 나의 감각은 ‘사람’과 ‘관찰’이다. 평소에 시간이 나거나 출장 가서도 짬이 나면 카페를 순회한다. 노천 카페에 앉아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계속 관찰하면서 많은 영감을 얻곤 한다. 준지의 옷을 입은 사람들을 마주할 때 느끼는 감동이 내게는 정말 크다. 그것을 디자인에 부여하고 싶다. 옷이란 사람과 만났을 때 가장 빛을 발하니까.       재킷, 티셔츠, 스커트, 패딩 후디는 모두 Juun.J. 매장에 와서 보니 정말 입고 싶은 옷이 많다. 앞으로 펼쳐질 시즌의 여성 레디투웨어도 궁금하다.  2020 S/S 시즌은 ’모듈(Module)’을 테마로 정교한 테일러링과 스포티즘을 접목시켰다. 언제나 그렇듯 양면성, 새로운 융합에 대해 고민했다. 각 요소를 분해하고 조립함으로써 새로운 형태의 실루엣을 완성했다. 평소 준지에서 보기 힘들었던 옐로, 핑크, 블루 등 컬러 역시 많이 사용했다. 메탈릭 소재를 더해 미래지향적인 터치도 더했다. 또 2020 F/W 시즌에 앞서 프리폴 컬렉션도 선보일 예정으로 현재 구상 중이다.     지난 13년 동안 쉬지 않고 패션의 수도 파리에서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해외 무대에서 뜨고 지는 수많은 코리안 브랜드를 보면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강산도 변한다는 그 세월을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 있다면?  파리에 진출했을 당시 서울에서 안주할 수 있었지만 스스로 글로벌한 의식을 가져야 진정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 그 시작이 파리 컬렉션이었고, 테일러링 실력을 인정받으면서 당시 파리의 다른 디자이너보다 훨씬 주목을 받았다. 그것이 지금까지 준지의 스타일을 인정받고 있는 힘이 된 듯하다. 물론 순간순간 힘들지만, 언젠가 쇼를 위해 파리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스스로 애국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준지는 ‘나’와 같은 존재다. 스스로 사명감이 있고, 이를 통해 디자이너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좋은 기회를 줄 수 있지 않을까.   블랙은 준지의 상징과도 같다.  단순한 컬러가 아니다. 어떤 무형의 존재라고 생각한다. 블랙은 준지는 물론 나에게도 필연적인 아이콘이다. 젠틀하면서도 엘리건트한데 스포티한 감성도 가진 무한한 가능성의 컬러다.   터틀넥, 니트 스커트, 롱부츠는 모두 Juun.J. 준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의 삶과 사람 정욱준의 라이프스타일은 어떤가?  일할 때만큼은 집중해서 치열하게 하지만 일을 떠나면 주로 집에 머문다. 여행보다 출장을 많이 가는 편이지만 그때조차 도시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즐기려고 노력한다. 애완견과 쉬고 영화를 보고 ‘휴’만큼은 확실하게 한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집’에 대한 철학은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로 이어져 준지의 라이프스타일 라인도 구상 중이다. 하우스로 확장할 브랜드의 행보를 기대해달라.   2020 S/S 파리 쇼에서 피날레가 인상적이었다.  모델들이 가죽 조끼와 경량 파카가 하나로 결합된 디자인의 옷을 입고 마지막을 장식했다. 모든 참석자가 기립박수를 쳤고 감명받았다. 보고 입는 즐거움, 그 모두를 채울 수 있는 시도를 계속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