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VA가 말하는 사는 미술이란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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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VA가 말하는 사는 미술이란

기획자 CAVA 디렉터 최서연 카바...

BAZAAR BY BAZAAR 2019.04.06

(왼쪽부터)봉완선, 박치동, 최서연, 최지연

기획자

CAVA 디렉터 최서연

카바의 구성원은? 패밀리 비즈니스다. 친언니인 최지연은 그래픽 디자이너이고 형부인 박치동은 건축가, 나는 패션 에디터를 거쳐 기획자로 활동했다. 최근에 비디오 작가인 봉완선이 합류했다. 각자 해오던 일에 좀 더 많은 관여를 하지만 기획의 중요한 부분은 네 명이 원하는 방향을 충분히 논의한 다음 결정한다.

카바의 시작은? 초기 구성원 세 명은 가족 관계이지만 친구처럼 친해서 자주 모여 술을 마시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각자 하는 일에 지쳐 있을 때 생산적인 일을 도모해보자고 도원결의했는데 박치동 이사가 그대로 법인을 만들었다. 셋 다 관심사가 아트, 디자인, 창작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쏠려 있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작가들의 창작물을 살 수 있는 공간이 적고, 기획자의 입장으로도 창작자의 수가 폭발하는데 이들을 수용하는 모델이 없었다. 이 상황을 적극적으로 다루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데 생각이 일치했다. 2017년 1월 1일에 출범해 일 년 정도 작가를 섭외하고 플랫폼을 만들어 카바(https://www.ca-va.life)를 론칭했다.

숍이 아닌 인터넷 사이트를 토대로 삼았다. 창작하는 사람들의 결과물이 조금 더 양지로 나오고 더 많이 알려지는 동기가 필요했다. 온라인을 통해 작업을 팔려고 늘어놓는 것 자체를 상업적으로 보이는 장치로 썼다. 상업적이어야 돈이 돌고 결국 생태계가 단단해진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온라인을 벌이고 나서 대단한 기술력을 가진 앱은 아니지만 카카오톡 서비스와 연계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사이트에 올라간 작업물에는 번호가 매겨져 있다. 팝업스토어에서 전시할 때 작업물에도 동일한 번호가 붙어 있는데 카카오톡 검색창에 ‘CAVA’를 치고 친구 추가를 한 다음 채팅방에 번호를 치면 사이트로 이동한다. 작가 설명과 작품 설명이 한눈에 보이고 바로 구매 버튼까지 있다. 팝업 행사에서 도슨트처럼 작업물에 대해 전부 설명할 수 없을 때 요긴하기도 하다. 우리 세대 앞에 펼쳐진 편리함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온라인 플랫폼으로 시작했지만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를 통한 활동도 활발히 펼친다. 온라인을 오프라인으로 구현할 때 어떤 맥락을 가장 염두에 두었나?

온라인 플랫폼을 열고 동시에 팝업스토어를 한남동 유엔빌리지에서 열었다. 작품을 모으는 컬렉터보다는 소비자로서 작품을 친근하게 보고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다. 숨어 있는 동네 가게를 찾아내는 것 같은 재미도 주고 싶었고. 가장 중요한 건 카바가 무엇인지를 전달하는 데 있었다. 우리는 완전히 미술계 사람도 아니고 나 역시 더 이상 패션계 사람도 아니다. 마치 박쥐 같은 캐릭터이지 않나 우리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데, 그런 입장에 있으니 미묘한 위계가 보였다. 전시장에 작품을 걸 때마저 느껴지는 고압적인 법칙을 깨고 불식시키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 느꼈다. 우리는 매장이니까 뒤죽박죽 섞어도 된다, 다 섞자 했다. ca-va.com이 아니라 ca-va.life인 이유도 미술품이 내 공간에 들어오면 라이프스타일로 섞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양희재 작가의 ODDD 폰트를 바탕으로 제작된 도어 매트.

오프라인 전시나 팝업스토어의 주제와 방향성은 매번 어떻게 결정되고 달라지나?

우선 일 년에 두 번은 하려고 생각 중이다. 각자 몸담았던 분야가 시즌제로 돌아가서인지 비슷하게 움직여진다. 명확한 주제를 부여하는 건 아닌데 어느새 모아놓고 보면 왜인지 이유가 보인다. 첫 번째 팝업은 우리에게 잡지의 0호 같은 거였다. 라이즈 호텔에서 연 두 번째 팝업은 본격적인 주제가 있었다. 우리는 지금을 대변하는 사람들에게 작업을 제의한다. 회화에 버금가게 영상과 그래픽, 사운드 작업이 많은 시대인 만큼 자연스럽게 물성이 없는 작업을 하는 작가들과 함께했다. 이들의 작업 방식은 레이어를 쌓아 만든다. 그걸 해체해서 레이어 단위로 팔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디지털 형태로 된 작업을 소비재로 인식하게 하고 재미도 있지 않을까. 다행히 관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기억에 남는 창작물이 많을 것 같다.

백현진 작가의 쓰는 모자. 예전부터 (머리에) 쓰는 모자, (글을) 쓰는 모자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다. 원래 신곡 음원을 파는 기획을 했다가 막판에 신곡의 가사를 새긴 모자를 판매했다. 모자를 사는 사람에게 메일로 음원을 보낸다. 오직 그 사람만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미술품을 구입하는 방법이 쉽고 다양해지는 이 시대에 카바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무엇이라 할 수 있나?

기존의 음반 형태가 더 이상 음악가의 생계를 책임져주지 못하는 상황에 왔다. 뿐만 아니라 모든 창작을 하는 사람들이 활동을 계속하려면 소비자한테 가는 방법이 달라지고 그래서 더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카바는 작가와 함께 그 방법을 탐구한다. 배민기 작가와 한 비디오 작업을 예를 들어보겠다. 화면 조정을 주제로 한 영상 시리즈를 만들었는데 총 길이가 25분 가까이 됐다. 그걸 전부 팔면 안 팔릴 것 같아 2분 단위로 잘랐다. 어떤 장면은 우리가 익히 아는 삐- 소리가 나는 화면이고 어떤 장면은 고양이가 나온다. 사람들이 영상을 사 자기 컴퓨터의 스크린 세이버로 깔아두고 두고 보더라. 작가가 가진 아이디어나 해보고 싶은 것을 만들 수 있게 계기가 되는 것, 파트너이자 서포터가 되는 것이 카바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아닐까 한다.

카바는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될 것인가?

글로벌 플랫폼으로 전환하게 된다. 원래 목표였는데 올해부터 박차를 가한다. 4월에 밀라노에서 팝업을 하고 멜버른에서 무언가도 생각하고 있다. 해외 시장과 만나면 분명 더 재미있는 상황이 될 것 같다.

카바는 혹시 스파클링 와인인가?

맞다. 스페인의 스파클링 와인. 축하할 때 터트리기 좋고 생각하면 기분 좋은. 그 밖에도 몇 가지 뜻이 더 있다. 잡지 커버를 장난스럽게 발음했을 때의 ‘카바’, 프랑스어의 안녕을 뜻하는 ‘Ça Va’와도 닮았고, 집을 뜻하는 스페인어 카사를 연상하게 해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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