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아트씬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트럼프 대통령’이 탄생한 11월의 어느 날, 상하이 아트 신은 폭발 직전이었다. 전 세계 아트 피플이 모여든 그날의 상하이로 되돌아가보자. | 아트페어,전시회,상하이,상하이 비엔날레,아트021 페어

상하이에 도착한 날은 11월 11일, 미국 대선 바로 다음 날이었다. 상하이 비엔날레와 각종 아트페어가 시작되는 날이기도 했다. ‘트럼프 쇼크’는 언제나 북적북적하고 활기찬 아트페어의 풍경을 미묘하게 바꿔놓았다. 아트021 페어(ART021 Shanghai Contemporary Art Fair)와 웨스트번드 아트 앤 디자인 페어(West Bund Art & Design)에 참석하기 위해 상하이를 찾은 전 세계의 갤러리스트와 아트 딜러들은 분주하게 부스를 꾸리고 미술품을 전시하는 한편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통해 뉴스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삼삼오오 모여 충격적인 뉴스와 변화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나누기도 했다. 상하이라는 도시, 그리고 아트의 현장은 미국의 대선 소식을 전해 듣기에 이상하면서도 적절한 곳이었다.홍콩과 싱가포르의 뒤를 잇는 새로운 아트 시티로 떠오르고 있는 상하이는 오랫동안 중국의 아트 시티 역할을 해왔던 베이징과는 다르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의 현대미술을 경험하고 싶다면 베이징에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상하이에는 몇몇 화랑이 모여 있는 예술 단지 이외에는 별다른 아트 신이 조성되어 있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최근 5년 사이에 모든 것이 변화했다. 상하이는 롱 뮤지엄과 록번드 뮤지엄, 유즈 뮤지엄 등의 거대한 미술관이 들어서고, 중요한 서양 작가들의 전시가 끊이지 않으며, 글로벌 갤러리들이 관심을 가지는 매혹적인 시장이 되어 있었다. 베이징에서 중국의 로컬 아트 신을 경험할 수 있다면, 상하이에서는 ‘시장’이 보인다. 그것이 지금 이들이 여기에 모여 있는 이유일 것이다.상하이 아트위크 기간에 열린 두 페어는 한눈에 봐도 호황이었다. 페어 측에서는 첫날 주요 작품의 80%가 ‘솔드아웃’되었다는 뉴스를 냈다. 유즈 뮤지엄의 부디 텍(Budi Tek), 롱 뮤지엄의 류이첸(Liu Yiqian)과 왕 웨이(Wang Wei), 치아오 스페이스의 치아오 즈빙(Qiao Zhibing) 등 상하이를 기반으로 하는 컬렉터들이 주요 고객이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아트021 페어는 ‘셀럽’ 지향적이고 패셔너블한 디렉터들의 영향으로 젊고 세련된 아트페어로 자리매김했다. 오프닝 당일에는 자신의 작품을 들고 페어를 찾은 배우 애드리언 브로디를 비롯하여 중국의 유명 셀러브리티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라카미 다카시도 모습을 드러냈다. 고풍스러운 건물의 중앙 홀에는 가고시안, 하우저 앤 워스, 데이비드 즈위르너, 페로탱 등의 주요 갤러리들이 모여 있었고, 국제갤러리도 있었다. 하종현, 박서보, 이우환, 김환기 등의 단색화 작품과 양혜규, 장 미셸 오토니엘, 아니시 카푸어의 작품 사이에서 만난 국제갤러리의 전민경 디렉터는 이렇게 말했다. “진짜 바빴어요. 쉴 새 없이 사람들이 오고, 부스가 계속 꽉 차 있었으니까요. 굉장히 좋은 분위기여서 또 올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중국 컬렉터들은 단색화에 대해서 공부도 많이 하고 굉장히 잘 알고 있었어요. 단색화의 특징 중 하나인 정신성에 대한 추구가 중국인 내면에도 흐르는 거죠. 유럽 기반 페어에는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작품들도 많지만 아직까지 중국에서의 페어는 순수회화와 조각이 중심이 되는 것 같아요.”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에 열린 전시를 보고 단색화에 매료된 중국의 메가 컬렉터 부디 텍은 한 인터뷰에서 단색화가 중국 현대미술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게 해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 현대미술은 정치·사회적으로 일어난 일들을 부각하다 보니 인간의 존재론적 또는 정신적인 측면을 반영할 여유가 없었죠. 한국의 단색화가 그것을 회복할 실마리가 되어줄 것 같아요.”의 전시 전경"/> ‘트럼프 쇼크’는 언제나 북적북적하고 활기찬 아트페어의 풍경을 미묘하게 바꿔놓았다. 상하이라는 도시, 그리고 아트의 현장은 미국의 대선 소식을 전해 듣기에 이상하면서도 적절한 곳이었다.정부에서 주도하는 웨스트번드 아트 앤 디자인 페어는 31곳의 갤러리만이 참석한 작은 페어였지만, 그것이 이 페어가 시시하다는 뜻은 아니다. 참가 딜러의 수를 제한하는 동시에 최고의 갤러리들을 초대한 이 우아한 페어에서는 눈만 돌리면 무라카미 다카시, 알렉스 카츠, 우고 론디노네의 등의 작품들과 마주치게 된다. 홍콩 아트바젤보다 단지 덜 걸어도 될 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웨스트번드 페어장 바로 맞은편의 건물에서 알렉스 카츠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웨스트 브로드웨이와 봄(West Broadway and Spring)’을 포함하여 우아하고 냉담하면서도 선명한 알렉스 카츠의 작품들을 감상하며 산뜻해진 기분으로 티모시 테일러의 임시 갤러리를 나섰는데, 몇 발자국 떼지 않아 또 다시 마틴 크리드의 전시와 마주쳤다. 펑키한 사운드와 함께 절룩거리는 인간들이 줄지어 등장하는 마틴 크리드의 비디오 작품 앞에 서서야, 나 역시 다리를 질질 끌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두 개의 페어와 몇 개의 전시를 하루 동안 소화하고도 여전히 두 개의 비엔날레와 몇 개의 전시가 남아 있는 상황.(누군가는 상하이 아트 신의 슬로건이 ‘다다익선’일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 무렵의 상하이는 이런 식이다. 비엔날레와 아트페어만 봐도 2박 3일이 모자랄 텐데, 록번드 뮤지엄에서는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스의 독보적인 전시가 열리고 있고, 롱 뮤지엄에서는 루이스 부르주아, 오노 요코, 조안 미첼, 쿠사마 야요이 등 대표적인 여류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은 대형 전시가 열리고 있으며, 히말라야 미술관에서는 상하이 프로젝트의 아트 포럼이 펼쳐지고, 도심 속에 있는 K11 아트 파운데이션에서는 아트와 쇼핑을 함께 즐길 수 있으니, 도대체 어디부터 갈 것인가? 상하이에 슈젠 스토어(Xu Zhen Store)라는 팝업스토어를 낸 중국 아티스트 슈젠은 작품을 통해 예술 부재의 중국을 비웃기도 했는데, 이제 더 이상 이 농담은 유효하지 않은 것 같다."/>만약 딱 반나절 정도의 시간과 한 줌의 체력만이 남아 있다면, 역시나 웨스트번드에 가야 한다. 앞서 언급한 웨스트번드 페어장과 소규모 화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국가 주도 하에 상하이의 핵심적인 아트 구역으로 성장하고 있는 웨스트번드 지역에서는 상하이의 중요한 미술관인 유즈 뮤지엄과 롱 뮤지엄도 가깝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거대한 나무가 로비를 지키고 있는 유즈 뮤지엄에서는 현재 앤디 워홀의 전이 열리고 있고, 9월에 있을 한국의 단색화 전시도 이곳에서 열린다. 중국에서 가장 큰 미술관인 롱 뮤지엄에서도 중요한 전시들이 계속해서 열리는데(현재는 여류 작가들의 대형 그룹전과 중국 작가 정 루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이곳은 상하이 사람들의 피크닉 장소이기도 한 모양이다. 미술관의 파사드 앞에서 ‘셀카’를 찍고 있는 연인들 사이에 끼어서 잠시 휴식을 즐기기에도 좋은 곳이다.하루에 한 작품씩만 감상해도 배가 부를 것 같은 미술품들을 실컷 즐겼지만, (믿기지 않게도) 이번 상하이 방문의 계기가 된 두 개의 메인 디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유서 깊은 상하이 비엔날레, 그리고 히말라야 미술관의 상하이 프로젝트 ‘Envision 2116’이 그것이다. (11월 11일에 시작된 제11회 상하이 비엔날레는 3월 12일까지 계속되고, 장기 프로젝트인 상하이 프로젝트 ‘Envision 2116’은 올해 7월 30일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펼쳐보일 예정이다.) 상하이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 파워 스테이션(Power Station of Art)은 과거 발전소였던 건물로, 네 개의 대형 굴뚝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는 포스 넘치는 건축물이다. 출입구를 찾아 헤매는 길에 기이하고 희미한 노랫소리를 따라가보니, 미술관 밖에 설치된 정 보(Zheng Bo)의 작품 ‘그녀를 위해 노래하다(Sing for Her)’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였다. 거대한 메가폰 형태의 이 작품은 상하이에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노래를 들려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파워 스테이션 안에 들어서니, 최면에 걸린 듯이 우아한 동작으로 바닥에 흩뿌린 쌀을 빗자루로 쓸고 있는 퍼포먼스 아티스트 리 밍웨이(Lee Mingwei)가 있다. 그녀의 옆을 스쳐 리우 웨이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황량한 달 표면 같기도 하고 추락한 우주선처럼 보이기도 하는 거대한 설치 작품 ‘존재의 거대한 연쇄-혹성 삼부작(The Great Chain of Being-Planet Trilogy)’을 맞닥뜨리게 된다. 그 앞에는 마치 테마파크에 온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작품 앞에 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의 선구적인 연극감독인 모우는 새로운 행성을 탐험하는 것 같기도 하고 놀이 기구에 탑승한 것 같기도 한 이 작품 안에 1960년대 중국의 집단 노동,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베트남전 종식 선언, 문화혁명 당시의 방송들을 틀어두었다. 이외에도 섬세하게 움직이는 진동추, 오로지 빛만 존재하는 방, 고인 물에 달의 형상을 띄운 작품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SF 영화 속에 들어온 것 같은 경험을 선사했다. 실제로 올해 상하이 비엔날레는 리우 시신(Liu Cixin)의 SF 소설 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상하이 비엔날레를 큐레이션한 델리 기반의 아티스트·큐레이터 그룹 락스 미디어 컬렉티브(Raqs Media Collective)는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을 읽고 오랜만에 흥분을 느꼈어요.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에요. 지금과 같은, 예측하기 어려운 절망의 시대에 굉장히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했어요.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책이 해답도 제시해주고 있다는 것이에요. 이번 상하이 비엔날레 또한 질문인 동시에 해답이기도 해요. 우리의 미래는 어떨지, 우리의 힘이 모이고 흩어지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서 말이죠.”지성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지식인에 대한 환멸이 가득한 시기에 세계 경제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는 도시에서 마주친 예술작품들은 본래의 의도를 넘어서는 의미를 만들어내고 있었다.흥미로운 것은 히말라야 미술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 축제 상하이 프로젝트 ‘Envision 2116’에서도 같은 맥락의 고민과 질문, 그리고 일말의 해답을 듣게 되었다는 것이다. 상하이에 오기 전, 오랫동안 광주 비엔날레를 이끈 한국 미술계의 중요한 인물 이용우가 히말라야 미술관 관장으로 부임한 뒤 다양한 분야의 지식인들과 협업하며 전에 없던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야기만 듣고서는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단순한 전시도 아니고, 비엔날레도 아니며, 포럼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예술 축제’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상하이 프로젝트 ‘Envision 2116’는, 나의 상상을 훌쩍 뛰어넘는 거대한 담론을 만들어내고 있었다.전시, 컨퍼런스, 포럼, 스크리닝, 라이브 이벤트 등 다양한 형태로 구현되는 상하이 프로젝트는 2116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백 년 후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22세기의 상하이, 그리고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지금으로부터 1백 년 후에는 어떤 퓨처리즘이 다가올 것인가? 최근 도시, 기후, 이민 그리고 기술의 흐름을 생각해보았을 때, 지구에서의 삶이 지속 가능할까? 환경, 생태, 기술, 과학, 네트워크, 문화, 시스템, 그리고 정치와 관련해서 우리가 살아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터무니없이 거대하게만 느껴지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연구하기 위해 아티스트, 영화제작자, 퍼포머, 음악가, 디자이너, 건축가, 작가, 시인, 철학자, 역사가, 과학자, 경제학자, 지리학자, 사회학자, 인류학자, 기자, 의사, 변호사, 엔지니어, 해커, 블로거, 그리고 상하이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이 꺼내놓은 화두들은 다양한 형태의 예술작품으로 구현 된다. 다음은 이용우 관장의 말이다. “물론 한 가지의 답은 없겠죠. 상하이 프로젝트는 여러 가지 답 중 하나가 될 거예요. 나는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재검토하는 것이 급진적인 도시 구조의 변화, 건축 혁명, 혹은 시각예술의 발전과 같은 일보다 더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1백 년 후 인류의 사상과 가치가 보존될지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인간이 마주하게 될 가장 큰 혼란이죠. 과학 기술에서 끊임없는 혁신이 일어나고 가속화되고 있는 시대에 역사의 타당성, 인문학에서의 지식의 가치, 인간의 이름으로 우리가 발전시켜온 철학이라는 유산을 재평가해야 할 시점이 됐어요. 상하이 프로젝트는 정보를 우리 사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식으로 변화시키는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어요.”비엔날레의 개막식에서, 파워 스테이션의 대표 공 얀(Gong Yan)은 이렇게 말했다. “어제의 우리는 지구 어디에선가 벌어진 흥미로운 선거를 목격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있던 불안감이 표출된 것이었죠. 그러나 우리는 예술을 통해 제3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의 말처럼, 지성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지식인에 대한 환멸이 가득한 시기에 세계 경제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는 도시에서 마주친 예술작품들은 본래의 의도를 넘어서는 의미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괜스레 의미심장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상하이 아트 신에서 마주친 풍경들은 지금이야말로 예술이 무언가를 해야 할 시간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었다.WHY NOT ASK AGAIN?제11회 상하이 비엔날레를 큐레이션한 델리 기반의 아티스트·큐레이터 그룹 락스 미디어 컬렉티브(Raqs Media Collective)와의 대화.락스 미디어 컬렉티브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우리는 큐레이터인 동시에 아티스트다. 예술가로서는 말을 하고, 큐레이터로서는 듣는 존재다.올해 상하이 비엔날레의 주제, ‘Why Not Ask Again?’은 어떤 의미인가? 질문은 삶의 태도이자 동력이다.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하고자 할 때, 그 질문이 숨결처럼 익숙하면서도 중력의 법칙처럼 가장 근본적인 것을 건드려야 한다고 생각했다.예술가들이 던지는, 난해하지만 매력적인 질문의 존재 이유는 뭘까?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게 만드는 것. 현 상황에 만족하지 않게 하는 것. 어떤 사건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이를 위한 욕망이 존재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욕망은 질문의 형태로 드러난다. 예술가들이 던지는 질문들은 우리 삶이 무의미하게 소멸되는 것을 막아보기 위한 몸부림이다.이번 비엔날레를 위해 어떤 작가들에게 어떤 화두를 던졌나? 우리는 몇몇 작가에게 커미션 작품을 의뢰했다.베로나 그파더(Verona Gfader)의 소셜 퍼포먼스는16세기 중국의 고전 소설 에서 모티프를 따온 아바타 캐릭터들을 배치하여 관객에게 희망과 믿음,두려움과 욕망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그레이엄 하우드(Graham Harwood)와 마츠코 요코코지(Mastuko Yokokoji)는 고무로 만든 소형 보트를 해체하여 전시했는데, 이를 통해 움직인다는 것,사람과 생각의 이동을 가로막는 장벽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조지 아데아그보(Georges Adagbo)는 중국과 아프리카의 도시들을 샅샅이 뒤지며 두 대륙 간의 교착점의 흔적이 될 만한 유물과 사물을 모았다.랑시안 지에(Lantian Xie)는 재즈와 상하이의 택시,그리고 유토피아적인 미래를 한데 모아 다른 세상으로 데려다주는 자동차를 창조해냈다. 이렇듯 이번 비엔날레의 작품들은 해학적인 태도로 철학적인 질문을 구축하는 작업에서부터 서사적인 아상블라주,다큐멘터리적인 해체 작업, 친근한 유목의 꿈에 이르기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작품들이 상호 작용을 통해 만들어내는 매트릭스의 일부가 되어 그 안을 걷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비엔날레의 많은 프로젝트가 상하이라는 도시의 존재감을 상기시킨다. 상하이라는 도시에서 어떤 영감을 받았나? 여러 가지 요소를 차곡차곡 접어서 품고 있는 이 도시의 매력에 사로잡혔다. 이번 비엔날레의 디자인과 매니페스트는 우리를 감동시켰던 상하이라는 도시의 역동성에서 기인하고 있다. 상하이 현지 사람들 51인의 삶을 다룬 ‘51 Personae’ 프로젝트는 이번 비엔날레의 호흡기와 같은 것으로, 상하이라는 도시가 숨 쉬는 방식을 보여준다. 만성적 도시생활자, 해커, 거리의 중개자, 음악가, 열성론자, 행위예술가, 교차로의 역사가, 대중교통의 철학자, 바쁜 몸과 날카로운 혀를 지닌 상하이 사람들이 드라마의 주인공이다.비엔날레 오프닝 직전에 이루어진 미국 대통령 선거와 트럼프 당선은 ‘지성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비엔날레에 어떤 질문을 던졌나? 이미 일부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나라와 이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답변을 내놓은 것 같다. 우연히도 이번 상하이 비엔날레는 그들의 답변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이게 됐다. 이런 시기에는 위대한 미국의 작가 토니 모리슨의 말을 새겨 볼 필요가 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지금의 예술가들에게 절망할 시간은 없다. 자기연민을 위한 여유도 없다. 침묵은 필요하지 않다. 두려움을 위한 공간은 없다. 우리는 말하고, 쓰고, 언어를 발한다. 그것이 시민정신을 치유하는 방법이다.” 1백 년 후의 미래에 대해서상하이 프로젝트 ‘Envision 2116’을 기획한 히말라야 미술관 관장 이용우는 예술을 통해 1백 년 후의 미래를 자각하라고 이야기한다.1백 년 후의 미래에 대한 담론을 펼치는 상하이 프로젝트 ‘Envision 2116’의 시작점은 무엇이었나? 20여 년 동안 비엔날레에 몸담고 있다 보니, 전시에 있어서 사고와 형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인류의 미래와 관련 있는 의학, 생태 환경 문제, 테크놀로지에 대한 관심 등 인문학적이고 사회학적이며 과학적인 거대 담론을 시각예술이라는 제한된 형태를 벗어나 축제 형식으로 던져보자는 것이 시작이었다. 일종의 ‘아이디어의 플랫폼’이랄까? 이를테면 기후 센터는 1백 년 안에 상하이의 76%가 물 밑으로 가라앉게 된다고 예측한다. 이런 것은 전시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직면한 급박한 문제에 대해서, 인류가 공존할 수 있는 미래에 관한 아이디어를 모아보자는 것이다.포럼과 컨퍼런스에서 모인 생각과 아이디어, 담론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대중에게 보여지나? 예를 하나 들면, 노르웨이의 스발바르 섬에는 UN이 시작한 ‘글로벌 시드 볼트’라는 게 있다. 최후의 날을 대비한 곡식 씨앗 저장 창고다.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곳, 지하 1백20m 속에 2백40만 개의 종자가 저장되어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런 게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UN과 접촉하여 글로벌 시드 볼트에 저장되어 있는 곡식들을 전부 시각 자료화하였다. 올해 4월에 상하이 프로젝트에서 이것을 주제로 한 퍼포먼스를 가진다.인간의 생존과 같은 거대한 문제에 있어서 예술이 어떤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과학은 데이터를 근거로 해서 합리적 비관론을 이야기한다. 예술은 비합리적인 낙관론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둘이 만나면 참 재미있는 결론이 나온다. 과학이 1백 년 후의 세계가 가라앉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면, 예술가들이 생각하는 1백 년 후의 세계에는 진리의 가치가 확장되어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미래의 방향에 있어서 예술의 역할이 지대하다고 믿는다. 예술에는 사람들을 뭉치게 하는 힘이 있고, 혁명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예술도 큰 책임을 지고 함께해야 되는 것이다. 나는 예술과 대중이 함께 목적을 이루어나가는 형태를 굳이 ‘참여 예술’이라고 한정 짓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예술이라는 것이 원래 그런 것이니까. 그래서 상하이 프로젝트의 작품들은 대중이 참여했을 때 완성되는 것들이 많다.히말라야 미술관 앞에 놓인 흰색 구조물, 소우 후지모토(Sou Fujimoto)가 디자인한 거대 규모의 파빌리온이 그 대표적인 예인 것 같다. 그 자체가 작품인 동시에 작품을 전시하고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열린 공간이기도 하고, 하루에도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파빌리온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 현대사회의 특징 중 하나가 도시에 사람들이 집중되며 농촌이 공동화되는 현상이지 않나. 땅이 넓은 중국도 이런 현상이 심하다. 지금 이 현상을 통제하지 않으면 향후 15년 안에 인구의 70%, 그러니까 9억 명에 해당하는 인구가 도시에 살게 될 것이라는 통계도 있다. 이게 아름다운 것일까? 우리는 도시 속 작은 공간에 갇혀 있는 것을 소유라고 생각하지만, 그 생각은 자본주의의 세뇌의 결과물이다. 건축물 대신 건축 구조만 세워놓은 파빌리온 안에 들어가면 하늘도 보이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보인다. 주거 공간을 소유하지 않고 아름다운 공간을 나눌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나눠보자는 이야기를 하는 구조물이다. 파빌리온 안에서 상하이 프로젝트의 많은 일들이 이루어진다.한 세기를 이야기하는 상하이 프로젝트가 1백 년 이상 지속해나갈 장기 프로젝트가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제 막 상하이 프로젝트의 첫 번째 시즌이 끝났다. 4월부터 7월까지 계속되는 두 번째 시즌에는 어떤 일들을 계획하고 있나? 첫 번째 시즌에 공동체 의식을 고양시키는 참여 프로그램에 집중했다면 두 번째 시즌에는 전시에 집중할 것이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점점 더 깊숙하게 인간의 삶의 문제에 개입할 것인데, 이것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잘 사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잘 죽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상현실은 인류에게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 이런 화두를 던지는 전시들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지구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하는 전시, 백 세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하여 만든 전시도 있다. 문명의 상징과도 같은 양자강이 끝나는 곳, 문명의 종착역과 같은 곳이 상하이다. 양자강의 끝은 오염되어 있지만 플랑크톤의 활동이 굉장히 왕성하다. 그 물속을 들여다보자는 취지의 프로젝트도 있다. 이처럼 여러 가지 학문이 결합된 프로젝트를 위해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다. 그들이 예술가든, 과학자든, 철학자든, 인류학자든, 우리는 모두 ‘연구자’로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