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1970년대 패션 사진의 관행을 깬 사진가, 데보라 터브빌

사진가 데보라 터브빌의 국내 첫 개인전이 열린다.

프로필 by 안서경 2026.10.29

THE BEAUTY OF STRANGERS


시대를 가늠할 수 없는 낯설고 아름다운 경계에서, 데보라 터브빌이 집요하게 빚어낸 사진들.


Deborah Turbeville, <Ella Milewicz>, from the series “L’École des Beaux Arts”, Paris, France. 1977. © Deborah Turbeville / MUUS Collection


멜랑콜리하고 공허해 보이는 인물, 바래거나 닳아 있는 질감, 폐허처럼 낡은 장소들. 데보라 터브빌의 사진에서는 모든 것이 하나의 정서로,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분위기’로 수렴한다. 터브빌은 1960년대 <하퍼스 바자> 패션 에디터로 리처드 애버던, 다이앤 아버스와 함께 일했다. 이후에는 사진가로서 <보그> 같은 매체나 꼼데가르송 같은 브랜드와 다양한 작업을 이어갔다.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에서 자란 소녀가 뉴욕 패션의 최전선에서 일하던 때를 짐작해본다. 헬무트 뉴턴, 기 부르댕 등 당시 주류 패션 사진가들이 여성을 주로 도발적인 존재로 표현했다면, 터브빌의 사진 속 인물들은 은유적이고 내밀하다. 인물이 감정을 헤아릴 여지를 남겼다면, 상트페테르부르크, 베르사유 같은 장소들은 노스탤지어를 자아낸다. 본래 자기 표현에 안달 난 이들보다 말수가 적은 쪽이 시간이 흐를수록 매력 있는 법이고, 그래서 그의 사진은 지금 보아도 지루하지 않다. 과거와 현재, 시대를 가늠할 수 없기에 오히려 패션은 더 중요한 장치가 된다.


Deborah Turbeville, <Selina Blow>, from the series “The Blows”, for Mirabella, Painswick, England. 1992. © Deborah Turbeville / MUUS Collection


터브빌은 첫 책 <Wallflower>(1978) 서문에 “어쩌면 그들이 자기 시대에서 벗어나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며” 사진 속 인물을 담았다고 썼다. 터브빌 아카이브를 소장한 뉴욕 무스 컬렉션과 함께 기획한 이번 전시에서는 빈티지 및 컨템퍼러리 프린트, 콜라주 작업 등 200여 점을 만나볼 수 있다. 화장실에서 스크롤 한 번으로 무한한 사진(캠페인, 에디토리얼, 포트레이트 심지어 AI로 재가공한 사진까지)을 볼 수 있으리라 상상할 수 없던 시대, 패션 사진은 사진가의 명징한 인장을 새기는 매체였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낭만과 판타지가 더해진 시대의 표식이자 아카이브가 된다. 사진을 찢고, 긁고, 의도적으로 표면을 훼손하며 물성을 연구한 데보라 터브빌의 작업은 매끈한 스크린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것이다. 패션과 사진을 통해, 초월적인 무언가를 꿈꿨던 한 이상주의자의 단단한 기록이다.

※ «데보라 터브빌: 분위기»는 10월 23일부터 2027년 2월 28일까지 피크닉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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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사진/ 피크닉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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