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연말까지 볼 수 있는 전국 주요 전시 모음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전국 각지의 비엔날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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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
43. «마르셀 뒤샹: 파리지앵 컬렉션»
」마이어리거울프 서울, 11월 5일까지
마르셀 뒤샹은 다다와 초현실주의, 입체주의에 이르기까지 20세기 미술 전반에 영향을 미친 위대한 예술가다. 이 전시는 파리의 한 컬렉터가 30년에 걸쳐 수집한 뒤샹 관련 작품과 자료를 경유해 뒤샹의 예술 세계를 조명한다. 뒤샹의 아이디어가 다양한 이미지와 텍스트를 거쳐 어떻게 구체화되었는지 방대한 아카이브를 통해 보여준다. 뒤샹의 예술이 레디메이드 같은 대표작의 이미지에 머무르지 않고, 출판과 전시, 복제와 유통의 네트워크 속에서 실천되고 순환되었음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44. «1 day in space»
」글래드스톤 서울, 10월 31일까지
사진으로 시간의 흐름과 소멸을 담아낼 수 있을까? 에드 앳킨스라면 가능하다! 그의 개인전은 시간의 사유에서 출발해 사진이라는 매체를 성찰하는 에세이를 완성한다. 한 달 동안 1분마다 한 장씩 촬영한 4만3200장의 이미지로 구성된 영상 <패시브 메크>가 전시의 중심이다. 즉 사진이 영상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담았다. 사진이 감정을 다시 경험하게 만드는 동시에 기억을 촉각화하는 매체라는 점을 환기한다. 확장된 형식의 사진 작업이나 프로타주 등을 통해 일상을 포착하고 가족의 기억과 흔적을 생생히 기록한다.
45. «손끝에서(Per Mano)»
」타데우스 로팍 서울, 11월 14일까지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생애 후반기 10년을 집약적으로 조명하는 회화 연작과 만난다. 모노타이프 회화 연작 <그림자>(2020)와 <어둠과 황금빛>(2019)이 국내에서 최초로 선을 보였다. 전자는 르네상스 화가 티치아노 베첼리오 작품의 인물 뒤편에 드리운 곡선형 그림자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후자는 거대한 황금빛 손이 칠흑 같은 배경 속에서 유령같이 유영하는 모습이 마치 환영을 포획한 듯하다. 이 작품들은 인간의 유한한 삶을 과감하게 표현한 바젤리츠의 예술관과 그의 지칠 줄 모르는 실험 정신을 입증한다.
46. «Chance Room»
」두아르트 스퀘이라 서울, 10월 17일까지
포르투갈 출신의 조나단 울리엘 살다냐의 서울 첫 개인전. 20여 년간 사운드와 퍼포먼스, 비디오, 설치 등 여러 매체를 탐닉하며 신체와 사물, 기계 사이에서 형성되는 복합적인 관계를 실험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긴장과 정서를 부여하는 것은 다매체가 아니라 작은 목소리를 지닌 조각이다. 산화된 헬멧 같은 조각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살다냐의 조각은 용도가 사라진 뒤에도 남아 있는 것에서 비롯되는 상실감을 공유한다. 차라리 애도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47. «Sol LeWitt: Open Structure»
」아모레퍼시픽미술관, 2027년 2월 28일까지
드디어 개념미술의 선구자와 만난다. 국내에서 첫선을 보이는 솔 르윗의 대규모 기획전으로, 월 드로잉, 구조물, 회화, 판화 등 45점의 작품을 통해 작가의 사유 세계를 다면적으로 조망한다. “아이디어가 예술을 만드는 기계가 된다”면서 예술에서 개념과 작동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한 그는 기하학적 요소와 규칙, 반복을 활용해 하나의 아이디어를 다양한 형태로 구현했다. 이 전시는 일본 도쿄도현대미술관에서 시작한 순회전을 기반으로 하되 규모와 내용 면에서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 맞춰 확장이 되었다.
48. «모던 아트의 탄생 - 스위스 쿤스트하우스 취리히 소장품 특별전»
」국립중앙박물관, 11월 27일부터 2027년 4월 28일까지
쿤스트하우스 취리히는 스위스 최대 규모의 미술관으로, 2021년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설계한 신축 건물로 주목을 받았다. 쿤스트하우스 취리히 소장품 특별전은 18세기부터 20세기까지 전개된 유럽 미술사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전시다. 모던 아트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부터 아방가르드로 나아가는 궤적을 따라 200년의 흐름을 다룬다. 모네, 샤갈, 마티스, 피카소, 브랑쿠시 등 대표적인 예술가의 작품을 비롯해 페르디난드 호들러, 알베르토 자코메티 등 스위스 출신의 작가도 함께 소개한다.
강남구
49. «On the Threshold of Tomorrow»
」페로탕 서울, 10월 24일까지
페로탕에 들어서면 먼저 파노라마 형식의 해변 그림과 마주한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풍경은 미스터(Mr.)의 세계로 떠나기 위한 서막처럼 기능한다. 스스로를 ‘오타쿠 아티스트’로 정의하는 미스터의 작품에는 늘 커다란 눈망울의 미소녀 캐릭터가 등장해 희망을 건넨다. 올해 봄, 후쿠오카 아시아 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후 당시 전념한 주제를 한층 확장해 기억, 일상, 친밀함이 교차하는 세계로 초대한다. 젊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머금은 캐릭터들 덕분에 활기가 넘친다.
50. «편린(Míope)»
」화이트 큐브 서울, 10월 24일까지
브라질 작가 마리나 라인간츠는 청소년기 대부분을 가족의 농장에서 지내면서 광야와 자유로움의 감각에 깊이 매료되었다. 고향의 장엄한 자연환경에서 받은 영향을 회화와 섬유 작업에 담아내며 파편적인 기억을 작품에 중첩시켰다. 그의 작품은 생명의 흔적을 담는 저장소처럼 황무지, 폐허 같은 풍경을 재현한다. 작업은 침식되고 퇴적된 지형같이 여러 겹의 흔적을 품고, 하나의 모습으로 고정되지 않은 채 변화의 여지를 남긴다. 보고, 감각하고, 기억하는 장소를 애착이 담긴 서정적인 회화로 풀어낸다.
51. «오종: 가라앉음, 앉음»
」송은 벙커룸, 10월 10일까지
오종은 구조와 빛의 흐름처럼 미세한 조건을 감지하고, 공간을 최소한의 선과 면으로 조율하는 작업을 한다. 송은 지하 벙커룸의 묵직한 물성과 고요함에 집중한 전시다. 낮아지는 움직임을 전제하는 가라앉음과 앉음, 두 행위는 지하 2층에 오래 머무는 상태를 형성한다. 공간에 맞춰 디자인한 작품은 송은의 지하 환경을 신중하게 읽어내는 특유의 조형적 태도를 보여준다. 오종의 작업은 벙커룸에 새로운 장면을 더하기보다 공간을 지탱해온 보이지 않는 힘의 관계를 가시화하는 데 주력했다.
성동구
52. «Up Against the Walls!»
」더페이지갤러리, 10월 10일까지
2027년 설립 50주년을 맞이하는 디종의 콩소르시움 미술관이 지난 50년과 미래의 50년을 연결하는 글로벌 프로젝트. 1977년 설립 이후 독자적인 전시와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콩소르시움의 발자취와 비전을 소개하는 자리다. 장-마리 아프리우, 실비 플뢰리, 우고 론디노네 등 9명의 협업 작가가 함께한다. 전시는 작품 설치의 배경인 ‘벽’에서 출발한다. 벽화와 벽지, 회화, 조각 등 다양한 매체가 벽을 점유하거나 일부분으로 작동하는 동시에 건축과 이미지, 공간과 작품, 회화와 장식 사이의 관계를 다시 환기한다.
영등포구
53. «조르조 모란디»
」더현대 서울 ALT.1, 11월 21일부터 2027년 3월 1일까지
군더더기 없는 단순함, 본질만 담은 절제의 미학에 중독된다.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모란디와의 대화» 이후 찾아온 조르조 모란디의 세계. “현실보다 더 추상적인 것은 없다”라고 주장한 모란디는 병과 그릇, 꽃과 주변 풍경을 반복해 그리며 존재의 근원에 주목했다. 이를 자신만의 독특한 질서로 재구성하고 새로운 가치를 부여했다. 그의 정물화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질문하게 만든다. 모란디 미술관의 아시아 최대 규모 순회전으로, 초기부터 말년까지의 궤적을 샅샅이 살펴본다.
54. «정원 프로젝트: 새겨지는 것들»
」퐁피두센터 한화 63 아우돌프 가든, 2027년 3월 7일까지
퐁피두센터 한화의 정원 프로젝트에 각기 다른 세대를 대표하는 한국 여성 작가, 김윤신, 신미경, 오묘초가 초대됐다. 이들의 작품은 자연의 힘과 시간의 중첩이 조각의 표면에 스며드는 과정에 집중한다. 김윤신은 자연과 신체가 나누는 호흡과 그로부터 발현되는 감각에 몰두하며, 신미경은 시공간 속에서 변형되고 소멸하는 조각을 실현하고, 오묘초는 자연과 인체의 일부를 닮은 낯선 미지의 생명체를 초대한다. 주변 환경과 조응하는 개별의 조각들은 한강의 바람, 정원의 식물, 미술관이 내뿜는 빛과 어우러진다.
경기도
55. «조지아 오키프와 미국 모던아트»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11월 12일부터 2027년 3월 14일까지
미국 모더니즘에 초석을 놓은 꽃과 사막의 화가 조지아 오키프를 중심으로 구성한 전시. 미국의 다채로운 풍광과 도시에 영향을 받은 뉴욕 시기부터 말년에 거주한 뉴멕시코 산타페의 풍경화에 이르기까지 오키프의 전 생애에 걸친 작품을 엄선해 예술적 행보를 돌아본다. 오키프의 남편이자 사진작가인 알프레드 스티글리츠가 1925년 기획한 전시 «7인의 미국인들»에 참여한 찰스 더무스, 마스던 하틀리, 존 마린 등 미국 현대회화를 상징하는 작가들의 작품 역시 스티글리츠의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56. «위프레도 람: 새로운 신세계»
」K&L 뮤지엄, 12월 27일까지
20세기 쿠바 모더니즘의 대가 위프레도 람의 판화전. 람의 예술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은 문화적 혼종성과 탈식민주의다. 그의 회화에는 인간과 동물, 식물의 형상이 뒤섞인 혼종적 존재가 넘쳐난다. 문화와 기억, 역사와 정체성을 교차하고 융합함으로써 새로운 존재로 변모해가는 과정을 형상화했다. 그의 급진적인 작업은 착취자의 꿈을 어지럽히는 트로이 목마다. 즉 식민주의와 인종적 위계, 서구 중심의 시선에 맞서는 시각적 전략의 산물이다. 고정된 정체성을 거부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면 함께 자유로워질 수 있다.
57. «사랑노동아시아하기 (Index Asia)»
」경기도미술관, 10월 29일부터 2027년 2월 14일까지
개관 20주년을 맞이한 경기도미술관이 아시아 8개 지역, 14인(팀)의 작가를 초청한 기획전. 100개국 이상의 이주민이 거주하는 경기도의 지정학을 전시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제목은 김혜순 시인의 아시아 여행기 <여자짐승아시아하기>에서 영감을 얻었다. 아시아를 지리적 경계나 문화적 동질성의 단위가 아니라 근대성과 자본, 국가 권력이 특정 신체와 지역 등에 충돌해 발생한 흔적의 집합으로 상상한다. 영상, 설치, 사진, 회화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아시아를 역사가 남긴 흔적의 색인으로 읽는다.
58. 제1회 백남준미디어아트페스티벌
」백남준아트센터, «별, 괘卦» 2027년 2월 14일까지 / «달들» 10월 4일까지
페스티벌 주제인 ‘백남준의 행성’은 별-행성-위성-미디어 네트워크로 이어진 백남준의 행성적 상상력에서 기반했다. 페스티벌의 중심에는 전시 «별, 괘卦»와 «달들»이 있다. 두 전시는 백남준의 행성을 입체적으로 자리매김시킨다. 전자는 백남준의 우주적 상상력과 동양적 사유를 비롯해 전자 매체를 통해 급변하는 세계를 인식한 방식을 조명하고, 후자는 이러한 행성적 사유를 동시대 작가들의 작업과 연결해 확장한다. 백남준의 예술을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새롭게 읽고 접속할 수 있는 열린 세계로 제안한다.
59. «패트리샤 피치니니: 킨쉽»
」수원시립미술관, 11월 1일까지
인간은 과연 낯선 생명체와 유대할 수 있을까?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실험하는 패트리샤 피치니니의 세계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그의 작업은 인간 중심에 벗어나 서로 다른 존재들이 맺는 연결과 책임에 주목한다. 피치니니가 창조한 상상의 생명체는 자연과 기술, 가족과 타자의 관계를 재고하게 만든다. 처음엔 낯선 생명체와의 만남이 불편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 자신을 발견하면서 공감이 일어나도록 전시를 구성했다. 이는 심리학에서 상호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라포르 과정과 유사하다.
60. 2026 아트스펙트럼 «방이있고모든라디오가 각기다른주파수를향하고있다»
」호암미술관, 12월 27일까지
국내 및 아시아의 시각예술, 건축,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 23명(팀)을 통해 아시아의 예술적 실천이 공명할 가능성을 탐색한다. 출품작 중 26점이 호암미술관의 공간적 특성을 반영해 제작한 작품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건축과 자연이 공생하는 호암미술관의 공간을 폭넓게 활용한다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전시는 공간의 경계를 허물듯 야외로 확장된다. 호암 카페 정원에 설치한 건축가 야마다 스즈코의 <매달린 달>은 건축과 주변 풍경 사이에 개입하며 장소의 분위기를 아련하게 변모시킨다.
그 외 지역
61. «시오타 치하루: 기억의 빛 속으로»
」대전 헤레디움, 2027년 2월 21일까지
붉은 실이 거대하고 섬세한 신경망처럼 공간을 뒤덮고 있다. 삶과 죽음, 기억과 소멸의 일화를 수십만 가닥의 실로 엮어낸 주인공은 부재 속의 현존에 천착하는 설치미술가 시오타 치하루다. 그는 인간을 감싸는 집과 문, 창문을 제3의 피부로 정의한다. 그에게 공간과 사물은 사람들의 숨결과 온기, 감정의 자취 등이 켜켜이 쌓인 감각의 매개체다. 이를 통해 자신과 타인 사이의 경계가 끊임없이 재구성되고 있음을 감지한다. 수없이 얽히고 이어진 실을 통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과 관계를 눈앞에 펼쳐 보인다.
62. «스테판 티데»
」대구미술관 어미홀, 10월 20일부터 2027년 2월 14일까지
2026 어미홀 프로젝트로 프랑스 현대미술가 스테판 티데를 소개한다. 그는 자연현상을 인공적으로 재현하거나 익숙한 사물을 예기치 않은 상황에 놓음으로써 현실과 상상, 평온과 불안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이번 전시는 어미홀의 높은 층고와 개방된 구조를 적극 활용한다. 대표작 <불면>과 <공허의 회전>을 재구성해 작품과 건축, 관람객이 하나의 풍경을 조성한다. 익숙한 사물의 질서를 미묘하게 뒤흔드는 티데의 작업은 당연히 받아들이는 현실에 작은 균열을 내고, 그 틈으로 다른 가능성을 모색한다.
63. «피카소에서 키키 스미스까지-모더니티의 초상»
」대구미술관, 11월 17일부터 2027년 3월 14일까지
대구미술관과 프랑스 릴 메트로폴 현대미술관이 소장품을 매개로 기획한 국제 교류전. 근대에서 동시대에 이르기까지 예술가들이 바라본 인간과 세계의 모습을 ‘초상’이라는 주제로 조망한다. 초상은 개인의 내면과 시대의 감각, 사회와 문화의 변화를 담아내는 중요한 예술적 장르로 확장되었다. 피카소, 브라크, 미로부터 키키 스미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통해 초상의 의미를 다시 질문한다.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은 초상의 경계를 확장하며, 인간을 둘러싼 이미지가 어떻게 생성되고 소비되는지 보여준다.
64. «이 모든 어제의 미술관에게»
」부산시립미술관, 9월 17일부터 2027년 3월 14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 재개관 소장자원 특별전으로, 새로운 미술관과 마주하며 사라진 어제의 미술관을 소환한다. 건축의 시간을 단서로 삼은 전시는 기록과 기억 사이에서 미술관을 재구성한다. 1998년 건립된 건축물을 중심으로, 미술관을 상상하던 시기부터 하나의 장소로 모습을 갖추고 변모해온 지난 시간을 좇는다. 개관을 기점으로 이전의 기획과 논의는 ‘사건들’, 이후의 활동과 변화는 ‘공간들’로 나눠 살핀다. 박고은, 정지현, 정현준 등 참여 작가 5인은 자료로 남지 않은 미술관의 면면을 현재의 시선으로 다시 축조한다.
65. «제의를 품은 신체들»
」국제갤러리 부산, 10월 31일까지
태국 출신의 코라크릿 아룬나논차이는 이미지를 순환하는 하나의 장으로 파악한다. 전시는 그의 가족과 애착 인형들 사이에 일어나는 에너지의 순환에 집중한다. 열화상 카메라로 가족이 애착 인형을 안고 있는 모습을 포착해 일종의 영상 초상화를 완성했다. 에너지가 생명체에서 비생명체로 이어지고 애착 관계가 맺어지며, 의미가 생성되는 순환의 과정을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아룬나논차이에게 작품을 만드는 행위는, 영적 변형의 과정이자 삶의 경험과 주변의 사물 속에 내재된 힘을 가시화하는 과정이다.
66. «오토니엘: 사랑 안의 미로»
」F1963 석촌홀·달빛가든, 12월 31일까지
알록달록한 유리 구슬과 벽돌, 자연과 우주가 한데 어우러진다. 장-미셸 오토니엘은 부산에서의 첫 개인전을 “감정과 헌신, 기쁨과 슬픔이 얽혀 있는 하나의 미로”라고 설명한다. 2025년 아비뇽 전역에서 개최한 대규모 전시 «오토니엘 코스모스 혹은 사랑의 유령들»을 재구성했다. 그는 올해 키아프 서울에서 꽃을 선보이며, 연약함의 중요성을 인식하자고 강조했다. 예술을 향한 오토니엘의 열망과 경이로운 성취뿐 아니라 그가 빚어낸 다양한 감정이 전시의 토대가 되어 장대한 여정에 동참하게 만든다.
67. «그대로(As It Is)»
」조현화랑 달맞이·해운대·서울, 11월 8일까지
추상화가 김택상의 개인전이 조현화랑 세 공간에서 동시 진행 중이다. 달맞이에서는 회화 표면을 초미세 현미경으로 촬영해 세밀한 입자의 움직임을 무빙 이미지로 구현한 <There>, 해운대에서는 낮은 기온이 발생시킨 유기적인 흰색 결정의 선을 부각한 <Non-linearity>처럼 새로운 조형언어를 제시한 작품에 초점을 맞춘다. 세 공간에서 물의 다채로운 변주를 한 호흡으로 담아낸 가로 10미터가 넘는 압도적인 회화를 공동으로 선보인다. 신작들은 자연을 묵묵히 주시하고 기다리는 김택상의 예술관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68. «See You Tommorrow» / «Inner Garden»
」우손갤러리 서울·대구, 10월 31일까지
“기억은 곧 이미지”라고 설파하는 작가가 있다. ‘일생에 단 한 번뿐인 만남’을 작업의 근간으로 삼는 유키마사 이다의 개인전. 그에게 회화는 지나가는 순간을 붙잡는 동시에 그 순간에 개입해 우연한 변화마저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이 전시는 서울(≪See You Tommorrow≫)과 대구(≪Inner Garden≫)의 서로 다른 구성을 통해 이다의 작업을 다각도로 접근한다. 대구에서는 인물화와 풍경화 중심으로 작가의 회화적 역동성을 보여주는 반면, 서울에서는 삶의 기록에 가까운 작업을 통해 사적이고 내밀한 세계로 파고든다.
비엔날레
69. 부산비엔날레 «불협하는 합창 (Dissident Chorus)»
」부산현대미술관·(구)부산남고등학교· 스페이스 원지, 11월 1일까지
«불협하는 합창»은 소리와 몸을 통해 서로 다른 존재가 연결되는 방식을 탐색한다. 인간과 인간 사이를 오가는 소리가 기억을 전하며 저항과 연대를 만들어온 순간을 공유한다. 더불어 소리와 노래, 몸의 움직임을 통해 연대가 어떻게 연결과 치유의 도구가 될 수 있는지 질문한다. 공동 전시감독 에블린 사이먼스와 아말 칼라프의 표현을 빌리면 ‘지휘자 없는 합창’이다. 서로 다른 지역과 문화적 배경을 지닌 46팀(49명)의 참여 작가들이 항구도시 부산을 무대로 소리와 몸, 노동과 이동의 기억을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한다.
70. 광주비엔날레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 (You Must Change Your Life)»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11월 15일까지
전시 제목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에 등장하는 구절이다. 부서진 고대 조각상을 마주한 뒤 시선과 인식의 전환을 겪는 시의 화자처럼, 전시는 개인의 삶부터 사회와 역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층위에서 발생하는 변화를 고민한다. 원자의 미시적 세계부터 개인의 삶, 사회와 역사, 나아가 우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차원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43인(팀)의 작가와 함께 살펴본다. 호추니엔 예술감독은 “공간적으로 확장되는 전시가 아니라, 더 깊은 내면으로 향하는 여정이며 결국 가장 먼 바깥세상으로 이어진다”고 소개한다.
71. 창원조각비엔날레 «공명장(Resonance Field)»
」성산아트홀·창원의집 등, 9월 30일부터 11월 15일까지
“조각은 인간과 세계가 공명하는 장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조각이 지닌 현존성과 신체성이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다시 열고 조응할 수 있도록 공명을 모색한다. 궁극적으로 근대적 조각의 제도적 틀을 넘어 동아시아적 사유로 진화하는 조각의 미래를 제시하는 것이 목표다. 창원 전역의 5개 전시 공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도시형 비엔날레를 구현한다. 공동예술감독 장쥔의 전시 ≪창원 조각 아틀라스≫는 올해 출품작과 역대 비엔날레의 공공 조각을 위치 정보로 연결한 지도형 디지털 아카이브를 선보인다.
72. 제주비엔날레 ≪허끄곡 모닥치곡 이야홍: 변용의 기술≫
」제주도립미술관·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 등, 11월 15일까지
제주 민요의 후렴구 ‘이야홍’을 핵심 개념으로 제시하고, 섞이고 모여 다시 태어나는 변용의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사물과 자연, 인간과 신이 공존하며 터득해온 생존의 방법과 미학을 제주를 통해 제시한다. 역사, 자연, 다신 문화가 교차하며 형성된 제주의 다층적 구조를 ‘유배(추사의 견지에서)’, ‘돌문화(검으나 돌은 구르고 굴러)’, ‘신화(큰 할망의 배꼽)’로 나눠 들여다본다. 제주의 풍토성 속에서 근원을 발견하는 변용의 계기를 마련하고, 돌 문명에서 가상세계까지 물질-디지털-현실을 잇는 유기적 융합을 추구한다.
Credit
- 글/ 전종혁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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