뎀나의 새로운 구찌, 런웨이 대신 매장을 열었다
구찌에 합류한 지 1년, 마침내 완성된 뎀나의 첫 번째 구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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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찌 매장으로 변신한 런웨이에서 펼쳐진 뎀나의 2027 S/S 컬렉션.
- 서로 다른 캐릭터와 하우스의 헤리티지를 오가며 뎀나가 생각하는 ‘구찌’를 풀어냈다.
- 1년의 탐구 끝에 마침내 문을 연 뎀나의 진짜 구찌.
밀라노의 거대한 컨벤션 센터에 들어서는 순간 멈칫했다. 매장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와 손님을 맞이하는 유니폼을 입은 직원, 웨이팅을 위한 소파까지, 마치 새로운 구찌 플래그십 스토어에 들어온 듯 했다. 하지만 이곳은 매장이 아닌 구찌 2027 S/S 컬렉션을 선보일 런웨이. 사실 뎀나는 인비테이션으로 보낸 편지에서 ‘더 스토어 쇼(The Store Show)’를 이미 예고했다. 그리고 눈으로 확인한 쇼장은 단순한 무대 장치가 아니라 앞으로 뎀나가 만들어갈 구찌라는 세계를 압축해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이번 쇼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뎀나가 구찌에 합류한 지 1년만에 자신만의 비전을 온전히 담아낸 컬렉션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뎀나는 구찌라는 거대한 하우스를 이해하기 위해 과거와 현재를 오갔다. ‘라 파밀리아(La Famiglia)’에선 패션 이전의 구찌를 들여다보고, ‘구찌코어(GucciCore)’를 통해 하우스의 여러 코드를 다시 꺼내보기도 했다. 그렇게 1년을 보낸 뎀나가 내린 결론은 흥미롭다. 구찌는 하나의 로고나 특정한 디자인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패션 하우스가 아니라는 것.
뎀나가 주목한 것은 오히려 ‘인물상’이었다. 구찌의 역사에는 늘 서로 다른 성격과 취향, 라이프스타일을 가진 인물들이 존재했다. 그래서 이번 런웨이에는 컬렉션을 구찌를 상징화하는 단 하나의 캐릭터는 없다. 뎀나가 구찌스럽다고 정의한 ‘반항적인 귀족(The Rebellious Aristocrat)’과 ‘속물(The Snob)’, ‘괴짜(The Eccentric)’를 비롯해 각기 다른 캐릭터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말끔한 테일러링 룩을 입은 비지니스 맨, 반항적인 프레피 스타일의 소년과 소녀, 승마를 즐기는 상류층, 화려한 밤을 즐기는 글래머 퀸까지. 하나의 스토어 안에 전혀 다른 사람들이 오고 간다.
룩 역시 캐릭터를 따라 계속해서 모습을 바꾼다. 승마에서 출발한 부르주아적 드레스 코드가 파워 숄더가 돋보이는 정교한 팬츠 수트와 스커트 수트로 이어지고, 볼륨감 있는 점퍼 아래에는 남성적인 셔츠와 럭비 톱이 등장한다. 여기에 타탄과 레더, 체크를 더하고 럭비 톱의 칼라를 한껏 세우자 금세 반항적인 기운이 스며든다.
구찌의 상징적인 코드도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하우스의 승마 헤리티지를 상징하는 홀스빗은 때로는 거대해지고, 때로는 작아져 옷과 액세서리를 장식했다. 세 개의 홀스빗을 연결한 3X 커머번드 벨트는 허리를 단단하게 조였고, 뱀부 핸들은 여러 가죽 조각을 연결해 유연한 형태로 재해석했다. GG 마몽과 오피디아처럼 익숙한 백들이 등장하며 과거의 구찌와 새로운 구찌가 자연스럽게 뒤섞였다.
쇼가 후반으로 향할수록 낮의 단정함은 점차 밤의 관능으로 바뀐다.란제리 룩 위에 풍성한 아우터를 걸치고, 몸을 따라 유연하게 흐르는 보디컨셔스 드레스가 연이어 등장했다. 특히 피날레의 물방울 모양의 금속 추 하나가 드레이프를 잡아주는 ‘그래비티(Gravity)’ 가운은 중력 자체를 디자인의 일부로 끌어들인 드레스다. 구조적인 아이디어만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 피날레 룩이었다.
그렇다면 왜 이 모든 사람을 하필 ‘스토어’에 모았을까. 답은 구찌의 시작 ‘사보이 호텔’로 거슬러 올라간다. 창립자 구찌오 구찌가 젊은 시절 일했던 런던의 사보이 호텔은 귀족과 예술가, 창작자 등 서로 다른 세계의 사람들이 오가던 장소였다. 뎀나는 오늘날의 구찌 역시 그런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Gucci is a space of possibility.”
‘구찌는 가능성의 공간’이라는 뎀나의 말처럼 이번 컬렉션에는 정답이 없다. 귀족적이면서 반항적이고, 단정하면서 관능적이며, 과거의 헤리티지를 품으면서도 현재의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서로 모순되는 것들을 하나로 정리하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것이 지난 1년간 뎀나가 수많은 구찌를 들여다본 끝에 찾아낸 가장 구찌다운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제, 뎀나의 진짜 구찌가 막 문을 열었다.
Credit
- 사진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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