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디올, 구찌, 발렌시아가, 보테가 베네타에 새로운 바람이 불다
새로운 보스들의 첫 컬렉션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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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CHAPTER
패션계의 대대적인 지각변동! 그 최종 보스들의 ‘첫’ 컬렉션이 2026 S/S 패션위크를 통해 공개되었다. 바야흐로 새로운 챕터의 시작. 이를 직관한 5명의 에디터들에게 물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최고의 쇼는 무엇인가?”
DIOR Jonathan Anderson
루카 구아다니노와 스테파노 바이시가 디자인한 압도적인 쇼 공간, 그 중심에 거꾸로 매달려 있던 피라미드 형태의 LED 스크린. 그 자체로 기대감을 증폭시킨 ‘앤더슨 맛’ 디올 쇼가 드디어 시작되었다. 다큐멘터리 감독 아담 커티스가 제작한 영상이 스크린을 통해 상영되었고, 디올 하우스를 이끌어온 수석 디자이너들의 전설적인 순간에 모든 이가 숨죽이며 주목했다. 그러다 종국엔 마치 역사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듯 빠르게 되감기며 뒤엉키듯 바닥에 놓인 슈즈 박스에 빨려 들어갔는데, 마치 천지가 개벽하는 듯 느껴졌다. 디올의 역사가 새롭게 쓰이는 순간이었다. 돌이켜보면 조너선 앤더슨이라는 1984년생 북아일랜드 출신의 디자이너는 언제나 날 매혹시켰다. 2010년 그의 이름을 내건 첫 런웨이 쇼를 목도한 이후, 같은 해에 태어난 디자이너라는 사실에 왠지 모를 내적 친밀감을 갖게 된 것이 그 시작이다. 이후 앤더슨은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3년 뒤,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에 오르며 오랜 역사의 스페인 하우스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으니 말이다. 이후 그가 선보이는 컬렉션은 대중의 마음을 움직였고 올해 4월 LVMH의 아르노 회장이 그의 이직을 공식 선언했을 때 모두가(에디터가 아는 한) 기대감에 사로잡혔다. 그로부터 두 달 뒤, LVMH는 하우스 최초로 디올의 여성복, 남성복 그리고 오트 쿠튀르 모두를 총괄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앤더슨을 공식 임명하기에 이른다.
거두절미하고, 성공적인 남성 쇼 이후 공개된 여성 쇼는 어땠을까? 단언할 수 있는 건 디올이 어려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대 여성들이 지갑을 열게 할 법한 포인트를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브랜드로서는 아주 좋은 신호일 테다. 켜켜이 쌓인 아카이브를 탐구해 그만의 방식으로 펼쳐 놓은 것도 인상 깊었다. 특히 오프닝을 장식한 전등갓 실루엣의 드레스부터 디올의 상징 중 하나인 리본을 다양하게 변주했는데, 리본 장식의 무엇조차 살 생각이 없던 에디터의 마음까지 사로잡았음은 물론이다. 바 재킷의 재탄생도 흥미로웠다. 실루엣은 물론 드레이핑 장식, 함께 매치된 미니스커트와의 궁합도 훌륭했다. 그가 사랑하는 볼륨과 흐르듯 가벼운 소재들, 장인들의 손에서 태어난 헤드피스까지 저마다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자연스레 이어졌다. 이전 남성 쇼에서 선보인 요소도 만나볼 수 있었다. 남성용 카고 반바지를 1948년에 선보인 델프트 드레스의 주름을 참고해 미니스커트로 선보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거대 패션 하우스의 미래를 어깨에 짊어지고, 모두의 이목이 집중될 20분 남짓의 쇼를 선보인다는 건 그로서도 엄청난 압박이었을 것. 눈시울을 붉힌 채 피날레에 등장한 앤더슨의 얼굴엔 만감이 교차해 보였다. “여성들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것”을 꿈꿔왔던 창립자의 바람대로, 앞으로도 여성들을 행복하게 해줄 컬렉션을 보여주길. 그리고 그도 행복하게, 부디 건강하게 오래도록 작업해주길!
BALENCIAGA Pierpaolo Piccioli
적어도 내 눈엔, 쇼를 끝낸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의 마음이 한결 가벼워 보였다. 아니, 어쩐지 여유마저 느껴졌다. 극찬을 받았던 뎀나 바잘리아의 뒤를 잇는 발렌시아가 디렉터. 관심과 우려가 교차한 무대였던 만큼 부담이 컸을 터다. 그러나 피치올리는 53개 룩으로 그 기대를 훌쩍 넘어섰다. 결과적으로 그는 하우스의 전통을 해체하지 않았고 창립자 크리스토벌 발렌시아가는 물론 전임자였던 니콜라 제스키에르, 뎀나 등의 코드까지 오마주하며 따스한 헌사도 바쳤다. 모두가 숨죽인 가운데 첫 룩이 등장했다. 1957년 크리스토벌 작(作) 사크 드레스의 현대적 변주. 허리선을 없앤 직선 실루엣이 몸을 감싸고, 움직임에 따라 생긴 공기의 곡선이 우아하게 흘러내렸다. 이어 등장한 벌룬 스커트와 코쿤 코트는 구름처럼 부풀어 런웨이를 채웠고, 아이코닉한 네오 가자르(neo gazar) 소재 드레스는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섬세하게 흔들렸다. 하우스 DNA가 넘실대는 가운데, 피치올리의 개성은 없었냐고? 아니다. 그만의 컬러 플레이와 디테일은 곳곳에 명민하게 배치됐다. 선명한 레드, 라임 그린, 핑크에서 피치올리 특유의 감성이 느껴졌고, 앞뒤 길이가 다른 헴라인과 드레이프 디테일이 그만의 독특한 볼륨감을 만들어냈다. 놀랍게도 그는 여전히 티셔츠나 데님 텍스처 팬츠 같은 일상적 아이템을 하이패션 언어로 재해석하며 스트리트웨어적 감각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일상과 구조적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순간이랄까. 이번 컬렉션의 타이틀은 ‘더 하트비트(The Heartbeat)’. 피치올리는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오래된 심장을 다시금 뛰게 하고자 했다. 그가 발렌시아가에 남긴 첫 장면은 분명 성공적이었다.
CHANEL Matthieu Blazy
마티유 블라지가 샤넬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순간부터 컬렉션이 열리기 직전까지, 그의 데뷔 쇼에 패션계의 모든 시선이 집중됐다. 고백하자면 에디터 또한 이번 2026 S/S 파리 컬렉션에 참석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패션위크 마지막 날 저녁, 마티유 블라지가 그리는 새로운 샤넬이 공개됐다. 그랑 팔레는 행성이 떠 있는 거대한 태양계로 변모했고, 별들이 반사되어 오묘한 빛을 발하는 런웨이로 매니시한 크롭트 팬츠수트를 입은 오프닝 모델이 유유히 걸어 나왔다. 이는 가브리엘 샤넬의 연인이자 뮤즈 보이 카펠(Arthur Edward ‘Boy’ Capel)의 옷장에서 차용한 남성 테일러링을 모던하게 재해석한 것. 이어 아름다운 드레이프 드레스와 트위드 재킷, 진주와 까멜리아, 버튼다운 셔츠와 풍성한 프린지 스커트 등 샤넬의 상징적인 코드가 마티유 블라지만의 정제된 감성과 세심한 손길로 변주되어 런웨이에 쏟아졌다. 특히 파리의 유서 깊은 셔츠 메이커 샤르베(Charvet)와의 협업으로 선보인 심플한 크롭트 셔츠와 버튼다운 오버핏 셔츠 등이 우아한 스커트와 매치되어 눈길을 끌었다. 은하수가 흐르듯 총 77벌의 룩이 순식간에 지나갔고, 걸을 때마다 폭포처럼 쏟아졌다는 페더 장식 스커트를 입고 피날레에 등장한 모델 아와르 오디앙(Awar Odhiang)과 마티유 블라지가 진한 포옹을 나누자 기립박수가 쏟아지며 샤넬의 새로운 우주가 열렸다. 그가 보여줄 넥스트 샤넬은 또 어떤 모습일까? 오는 12월, 뉴욕에서 공개될 메티에 다르(Metiers d’art) 컬렉션에 대한 기대감에 벌써부터 가슴이 뛴다.
BOTTEGA VENETA Louise Trotter
나이를 먹으면 취향이 변한다더니. 요즘 나는 무엇이든 ‘기본’에 끌린다. 그렇다고 평범한 옷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무언가 한 끗이 다른 실루엣, 절제와 과감함이 공존하는 아이템이거나 색다른 스타일링이어야만 마음이 움직인다. 이러한 내 취향을 정조준한 쇼가 있었으니, 바로 루이스 트로터의 보테가 베네타 데뷔 컬렉션이다.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절제된 테일러링과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드러나는 세심한 디테일의 향연이 어찌나 눈길을 사로잡던지. 그녀는 요란한 선언 대신 조용한 울림을 택했다. 오프닝에 등장한 모델은 남성적인 피코트를 걸친 채 담백하게 런웨이를 걸었고, 수십 년간 ‘실용 속의 우아함’을 탐구해온 트로터는 데뷔 컬렉션에서도 그 기조를 이어나갔다. 또 모델들이 한 발 한 발 런웨이를 내딛을 때마다 하우스의 유산이 일상 속으로 스며든 듯한 감각이 전해졌다. 트로터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보테가 베네타의 상징인 인트레치아토 위빙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시너지를 극대화했다. 가방과 액세서리에 주로 머물던 위빙은 트렌치코트와 니트, 드레스, 스카프 등으로 대담하게 확장됐다. 여기에 드레스에 플립플롭을 매치한 룩처럼 이질적인 아이템을 믹스하거나, 프린지와 퍼 장식을 활용해 착용자의 움직임을 부각함으로써 장인정신과 예술성을 동시에 담아냈다. 과장된 어깨 라인과 잘록한 허리 라인의 대비에서도 그녀가 지향하는 젠더플루이드한 미학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기능성과 조형미를 동시에 담은 백과 부츠 역시 보테가 베네타만의 ‘손의 언어’를 고스란히 이어간다. 트로터는 파격 대신 정직한 아름다움을 택했다. 이번 쇼는 새 시대를 알리는 요란한 선언이 아니라, 럭셔리의 본질을 조용히 되새긴 서정적인 서막이었다.
GUCCI Demna
‘뎀나표’ 구찌가 드디어 그 베일을 벗었다. 기대 반 우려 반, 모든 패션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 하지만 교란을 즐기는 뎀나의 강철 심장은 이에 아랑곳 않는 듯했다. 그의 파격적인 행보는 구찌 인스타그램 피드를 모조리 삭제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여기에 컬렉션 첫 공개를 예상했던 밀라노 패션위크 이벤트보다 36시간 앞서 룩북 형태로 ‘기습 공개’했다. 이름하여 <라 파밀리아(La Famiglia)>. 첫 번째 이미지의 제목은 ‘원형(L’Archetipo)’으로 구찌 초기의 성공을 이끌었던 제품이다.(사보이 호텔에서 일하던 구찌오 구찌는 1921년 피렌체로 돌아와 그 시대의 부유한 고객들을 위한 가방을 만들며 구찌를 설립했다.) 뒤에 이어진 37명의 초상은 뎀나의 시선에서 바라본 ‘구찌다움(Gucciness of Gucci)’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셔츠를 배꼽까지 풀어 헤친 나르치시스타(Narcisista), 가죽 투피스 차림의 나쁜 여자(La Cattiva), 스팽글 미니 튜브톱 원피스를 입은 미스 아페리티보(Miss Aperitivo)는 톰 포드 시대(1994~2004)의 파워풀한 섹슈얼리티 미학을 담은 듯했다. 그런가 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GG 모노그램으로 뒤덮인 라 VIP(La VIP), 화려한 플라워 드레스의 백작부인(La Contessa), 리본으로 묶은 니트 셔츠의 남성복 너드(Nerd)에서는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맥시멀리즘과 젠더리스를 기반으로 한 로맨티시즘(2015~
2022)을 엿볼 수 있다. 파격 행보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밀라노 패션위크 기간, 런웨이 대신 단편영화 <The Tiger>를 선보인 것. 극장에 다다르기 전, 뉴 구찌를 입은 모델들과 전 세계에서 모인 셀럽들(BTS 진, 박규영, 데미 무어, 기네스 팰트로 등)은 카펫 위를 영화 속 주인공처럼 걸어 다녔고, 이벤트의 화려함을 배가시켰다. 영화는 아카데미 수상 감독 스파이크 존즈와 할리나 레인이 공동 연출했다. 구찌 가문의 후손이자 패션 아이콘 바바라 구찌(Barbara Gucci) 역을 맡은 데미 무어의 혼란스러운(살짝 괴기스러운) 얼굴로 시작된 영화는 단번에 몰입감을 선사했다. 다시 돌아와 첫 번째 룩이자 에디터 픽인, 분노한 여자(L’Incazzata) 룩을 살펴보자. 1960년대풍의 미니 레드 코트에 더해진 헤드 스카프와 장갑, 홀스빗 장식 힐 그리고 구찌의 상징인 대나무 핸들 백은 오랜만에 구찌를 소장하고 싶단 욕구를 일렁이게 했다. 에디터만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을 터. 쇼 직후, 구찌는 전 세계 주요 10개 스토어에서 즉각적으로 새로운 컬렉션을 판매하기 시작했다.(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포함.) 나 역시 밀라노 매장을 재빠르게 방문했다. 쇼장에서 만났던 전 세계 게스트로 (오랜만에) 북적이는 매장을 보니 다시 한 번 확신이 들었다. 새로운 구찌의 시대가 열렸다. 역시 뎀나!
Credit
- 에디터/ 윤혜연
- 에디터/ 서동범
- 에디터/ 김경후
- 에디터/ 윤혜영
- 사진/ ⓒ Balenciaga, Bottega Veneta, Chanel
- 사진/Dior, Gucci, jwanderson.com(디자이너 포트레이트)
- 사진/Launchmetrics, Getty Imges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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