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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Goodbye'의 주인공 화사, 바자에게 공개한 신곡의 비하인드

이제 화사는 ‘좋은 안녕’을 노래한다. 그녀의 안녕은 슬프지 않다. 아름답다.

프로필 by 김형욱 2025.10.21

좋은 안녕


모든 것을 쏟아낸 뒤 남는 건 고요였다. 그 고요 속에서 화사는 자신을 들여다봤고, 진짜 사랑을 배웠다. 찬바람이 부는 계절, 이제 화사는 ‘좋은 안녕’을 노래한다. 그녀의 안녕은 슬프지 않다. 아름답다.


브라렛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니트 후디, 실크 스커트는 Nuuanu. 바닥에 놓인 슈즈는 Fendi. 컬러 타이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니트는 Fabiana Filippi.


하퍼스 바자 무대와 스포트라이트에서 잠시 물러난 요즘,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화사 올해는 해외 팬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어요. 생각해보니 제가 솔로로 활동한 시간은 많지 않더라고요. 아직 단독 콘서트도 해본 적이 없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라이브 투어’라는 이름으로 해외 팬들을 직접 찾아갔어요. 오롯이 제 목소리로, 제 무대를 채워나가는 시간이었죠.

하퍼스 바자 혼자 무대에 오르는 경험은 어땠나요?

화사 솔직히 많이 힘들었어요. 그룹으로 설 때는 부담이 나눠지지만, 솔로는 모든 걸 혼자 감당해야 하잖아요. 무대의 책임도, 감정의 온도도 전부 제 몫이니까요. 두려움이 컸지만 그걸 하나씩 돌파하면서 스스로 단단해지는 걸 느꼈어요. 힘들지만, 그 안에서 분명히 성장하고 있다는 걸 알았죠.

하퍼스 바자 데뷔한 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도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 있군요.

화사 그럼요. 인생도 그렇잖아요. 아무리 오래 살아도 여전히 처음인 순간들이 있는 것처럼 무대도 마찬가지예요. 아무리 많이 서도 새로운 무대에서는 늘 떨려요. 그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왜 그럴까요?

화사 진심이어서요.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니까요. 팬들을 만날 때마다 느껴요. 저를 믿고 응원해주는 분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그래서 무대에 오를 때마다 감사하고, 그 마음이 늘 진심일 수밖에 없어요.

하퍼스 바자 오랜만에 신곡 발매를 앞두고 있는 지금, 자신을 어떻게 정리하고 있었는지 궁금해요.

화사 거의 1년을 이 한 곡에 매달렸어요. 아마 지금까지 만든 곡 중 가장 마음고생이 심했던 곡일 거예요.

하퍼스 바자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요? 진심이어서요?

화사 맞아요. 그 진심 때문이었어요. 이번엔 정말 완벽하게, 진짜 제 감정을 담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작업이 길어졌죠.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곡이에요. 그래서 곡이 세상에 나왔을 때, 오히려 허무함이 찾아오기도 했어요. 제겐 너무 특별한 곡인데, 누군가에겐 스쳐 가는 노래일 수도 있잖아요. 저한테는 이 노래가 마치 자식 같아요. 정말 자식 키우는 마음으로 이 곡을 길러냈어요.

하퍼스 바자 그 과정이 1년이나 걸렸군요.

화사 ‘Good Goodbye’, ‘좋은 안녕’이라는 단어가 피부로 와닿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그 감정을 정확히 느끼고, 멜로디와 가사로 옮기는 게 쉽지 않았거든요. 신중했고, 고뇌했고, 제 감정을 뜯어 헤치듯 계속 되돌아보는 시간이었어요. 결국 그 시간이 제 안을 한층 깊게 만들어줬던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앨범 제목처럼 굿 굿바이, 좋은 안녕, 좋은 이별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나요?

화사 예전엔 저도 궁금했어요.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이 ‘좋은 안녕’이 될 수 있을까? 그런데 저는 감사하게도 그런 이별을 경험했어요. 마지막까지 서로를 응원해 줬거든요. 그때 알았어요. 이별도 사랑이구나. 나를 떠나도, 그 사람이 잘 살길 바라는 마음. 그게 진짜 사랑 아닐까요.

하퍼스 바자 이별이라는 주제를 이렇게 따뜻하게 표현한 건 화사 씨라서 가능한 것 같아요.

화사 사랑의 모든 과정을 한 곡 안에 담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에요. 그 긴 시간을 어떻게 다 표현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저는 굳이 설명하지 않기로 했어요. “우린 권태로워졌고, 나는 네가 싫어졌고” 같은 식으로 표현하지 않았어요. 대신 우리의 아름다웠던 추억, 세상에서 내 편이 되어준 사람, “나는 펑펑 울었어. 이제는 너를 응원할게. 잘 가.” 그런 마음으로 썼어요.

하퍼스 바자 가사를 쓰면서 이별의 순간을 계속 떠올려야 했을 테니, 더 힘들었을 것 같아요.

화사 그랬죠. 너무 힘들면 사람은 오히려 그 감정을 외면하게 되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그래서 그 시기엔 오히려 더 밝게 살았어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였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곡을 만들면서 결국 외면했던 감정들을 마주하게 됐어요. 피하려던 것들을 하나씩 꺼내 보게 되더라고요.

하퍼스 바자 어떻게 보면, 그 작업이 감정을 극복하는 과정이기도 했겠네요.

화사 맞아요. 일기를 쓰는 기분이었어요. 어떤 날은 명상 같기도 했고요. 사실 원래 발매하려던 시점보다 미뤄졌어요. ‘Good Goodbye’는 선선한 계절에 잘 어울리는 곡이거든요. 지금 와서는 참 다행이에요. 그때는 막막했지만, 지나고 보니 다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발매가 미뤄진 게 오히려 좋은 결과로 이어졌네요.

화사 그렇죠. ‘Good Goodbye’라는 메시지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됐으니까요. 그만큼 내면을 많이 들여다봤어요. 감정을 충분히 묵힐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였을까요, 뮤직비디오 촬영이 끝나고 나서 현장에 있던 모두가 말없이 눈빛이 먹먹해졌어요. 저에겐 올해 두 번의 벅찬 순간이 있었는데, 하나는 미주 투어가 끝나고 비행기 안에서였어요. 한 달간 팬들과 함께한 시간이 너무 벅차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펑펑 울었어요. 또 한 번은 말한 대로 이 곡의 뮤직비디오 촬영이 끝난 뒤였어요. 같은 감정이 밀려오더라고요.

하퍼스 바자 모든 걸 진심으로 느끼는 사람은 그만큼 많이 아프기도 하죠.

화사 그러게요. 하루하루가 벅차지만, 이상하게 행복해요. 시작이 중요하다고들 하지만, 저는 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끝맺음이 좋지 않으면, 결국 상대를 미워하게 되잖아요. 이젠 저도 조금은 의연하게 ‘좋은 안녕’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 곡이, 그동안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던 분들에게 꼭 가닿았으면 해요.

하퍼스 바자 발라드를 선택한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화사 저에게도 큰 도전이었어요. 늘 강렬한 퍼포먼스와 음악으로 무대에 섰으니까요. 하지만 제 안에는 여러 모습이 있어요. 이번 곡은 ‘화사’보다 ‘안혜진’으로서 부른 노래예요. 화려한 무대 위의 화사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솔직하게 편지를 쓰듯 곡에 마음을 담았어요.

하퍼스 바자 곡 작업 과정에서 가장 오래 붙잡고 고민했던 부분은 멜로디였나요, 가사였나요? 아니면 본인의 감정이었나요?

화사 가사였어요. 처음부터 막막했죠. 제 감정을 표현할 단어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생각을 정리하려고 여행도 다녀오고, ‘왜 이렇게밖에 못 쓰지?’ 하며 수백 번을 고쳤어요. 그런데 의외의 순간, 갑자기 단어들이 툭툭 흘러나오는 날이 있더라고요. 막상 써보면 별것 아닌데, 그게 좋았어요. 거창한 말보다 그냥 제 안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말들이 더 진심 같았어요.

하퍼스 바자 그렇게 완성된 가사는 어떤 부분인가요?

화사 이별했을 때의 저를 돌아봤어요. 처음엔 구질구질하게 미워도 하고, 속으로 욕도 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조금은 성숙해진 제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그 감정을 ‘우아할 거야’라고 표현했어요. “안녕, 우리를 아프게 하지만 우아할 거야. 나 땅을 치고 후회하도록 넌 크게 웃어줘. 굿바이”. 후렴구 부분인데, 덤덤하지만 제 마음을 가장 솔직하게 담은 문장이에요.

하퍼스 바자 음악할 때, ‘무대 위의 화사’를 더 상상하나요, 아니면 ‘노래를 듣는 사람’을 더 상상하나요?

화사 음악할 때는 늘 제가 우선이에요. 제가 만족하지 않으면, 아무리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해도 그 노래에 애정이 생기지 않아요. 반대로 제가 정말 만족스러운 곡이라면, 음원 성적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도 흔들리지 않죠. 결국 음악은 제 진심이 닿아야 살아 있는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화사 스스로가 정의하는 ‘화사다움’은 어떤 결을 가지고 있나요?

화사 어렵네요. 지금의 저를 굳이 표현하자면 ‘보통의 여자’라고 할게요. 이 나이에 할 수 있는 사랑을 하고, 이별을 겪고,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평범한 사람 중 한 명. 지금의 저는 그래요.

하퍼스 바자 <멍청이> <마리아> <Guilty Pleasure> <I Love My Body> <O> 등 이전 앨범들을 돌아보면, 특유의 색깔이 느껴져요. 지금 화사의 음악은 어디를 향해, 어떤 궤적을 그리며 흘러가고 있을까요?

화사 예전에는 명확했어요. 올해는 이렇게, 내년에는 저렇게. 분명한 궤적이 있었죠. 그런데 인생이 늘 계획대로 흘러가진 않더라고요. 완벽하게 세운 계획일수록 어딘가에서 틀어지고, 욕심이 생기면 힘이 들어가고, 결국 마음에 병이 생겼어요. 이제는 흐름에 맡기려고요. 제 에너지를 믿고, 흘러가는 대로 두는 법을 배우는 중이에요.


롱 슬리브 톱은 Nuuanu. 가터 타이츠는 Colocynth. 브라렛, 스커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니트 집업은 Wellbeing Express. 팬츠는 Recto.


어깨에 걸친 스웨트셔츠는 The Attico. 탱크톱은 Loadingroom. 팬츠는 Recto.


스웨터는 Fabiana Filippi. 슬립 드레스는 Self-Portrait. 슈즈는 Cos.


하퍼스 바자 ‘파격적이다’ ‘자유롭다’ ‘솔직하다’는 수식어가 늘 화사를 따라다닙니다. 그 수식어들은 화사에게 날개인가요, 아니면 때로는 짐처럼 느껴지나요?

화사 날개였어요. 가끔은 어깨가 무겁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정해진 선이 없는 사람이었어요. “왜 안 돼? 이렇게 하면 되잖아!” 물음표에는 항상 느낌표가 따라붙었고, 그 거침없는 추진력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죠.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달라졌어요. 모르고 싶은 것도 있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은 순간도 생겨요. 부정적인 감정이라기보다, 쉼이 필요한 시기인 것 같아요.

하퍼스 바자 지금은 ‘그럴 수도 있겠네’라고 생각하게 됐군요.

화사 맞아요. 예전엔 정말 직진이었어요. 그래서 부딪히는 일도 많았고요. 이제는 타협이란 걸 배운 것 같아요. 유연해졌어요. 그게 싫지 않아요. 지금의 저는, 좀 더 둥글어진 사람이에요.

하퍼스 바자 그래서 지난 앨범 제목이 <O>였던 건가요?

화사 맞아요. <O>는 제가 그린 세상이자, 제 안의 유연함이에요. 원처럼 흘러가고 싶었어요. 각진 부분을 조금씩 깎아내고, 둥글게 돌아가는 것. 그게 지금의 화사예요.

하퍼스 바자 화사는 강인함의 아이콘이지만, 이야기를 해보니 내면은 여린 사람처럼 느껴져요. 두려움이나 약해지는 순간, 그 감정은 어떻게 다스리나요?

화사 저는 울어요. 울어야 강해져요. 참으면 병이 되잖아요. 울 때는 제 감정과 정면으로 마주해요. 그래서 어릴 때부터 화가 나면 울고, 억울하거나 슬프면 울었어요. 울고 나면 머리가 맑아지고, ‘이제 뭘 하면 될까?’ 침착하게 생각이 정리돼요.

하퍼스 바자 하지만 운다고 상황이 해결되지는 않잖아요.

화사 제 감정은 해결돼요. 상황은 그대로일지 몰라도, 그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죠.

하퍼스 바자 지금의 화사를 만든 데에는 눈물의 지분이 높군요.

화사 그렇죠. 센 화사는 빛보다 그림자 쪽에 가까운 사람 같아요. 눈물이 있었기에 웃을 수 있고, 흐림이 있었기에 맑음의 가치를 알게 됐어요. 그 과정이 저를 단단하게 만들었고, 덕분에 행복의 무게도 더 깊게 느낄 수 있었어요.

하퍼스 바자 이제 신곡 발표까지 2주 정도 남았네요. 기분이 어때요?

화사 조금은 기진맥진한 상태예요.(웃음) 너무 힘들어요. 얼른 발매됐으면 좋겠어요. 활동이 끝나면 조용한 곳으로 잠시 떠나고 싶어요. 저는 매년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해요. 차를 빌려서 섬 곳곳을 돌아다니죠. 아마 몇 분은 저를 본 적 있을지도 몰라요. 고깃집에서 혼자 삼겹살 구워 먹는 모습을.(웃음)

하퍼스 바자 혼자서 제주도라니, 심심할 텐데.

화사 심심해요. 그래서 좋아요. 인생에는 그런 시간도 필요하잖아요. 늘 자극적인 일상에서 가끔은 힘을 빼고, 조용히 멈춰서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 그런 시간을 보내면 다시 서울로 돌아왔을 때, 일상과 사람들의 소중함이 더 크게 느껴져요.

하퍼스 바자 맞아요. 빛과 어둠이 함께 있어야 세상이 완성되는 것처럼요.(웃음) 오늘 너무 진지한 이야기만 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화사의 귀여운 TMI를 들려주세요.

화사 요즘엔 거의 매일 달려요. 어제도 한강을 5km 정도 뛰었어요. 달릴 때는 ‘힘들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요. 근데 그게 좋아요. 요즘은 우는 대신 달리는 것 같아요. 그 시간엔 머리도, 마음도 비워지거든요. 내일도 뛸 거예요. 그리고 식단을 위해 호밤고구마를 먹어요. 호박고구마의 촉촉함과 밤고구마의 퍽퍽함이 섞인 그 미묘한 식감이 너무 좋아요. 그리고 흑임자바나나 우유도 좋아해요. 어느 카페에서 처음 마셨는데, 그 뒤로는 그것만 찾아요. 어느 가게인지는 비밀이에요.(웃음)

Credit

  • 사진/ 이소정
  • 인터뷰/ 박한빛누리
  • 헤어/ 김우주
  • 메이크업/ 김도하
  • 스타일리스트/ 김민
  • 어시스턴트/ 오유진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