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참의 인기가 시들지 않는 사연
가꾸(가방 꾸미기)의 인기, 알고보면 과거부터 계속되어 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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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스타일 경쟁 속, 액세서리에도 강렬한 한 끗이 필요하다. 요즘 가장 핫한 트렌드는 ‘카오틱 커스터마이제이션(Chaotic Customisation)’. 과연 이 열풍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유행에 불과할까?

SNS를 한참보다 보면 가방에 참 장식을 주렁주렁 달거나 비즈, 패치, 끈 등으로 낡은 스니커즈를 새롭게 꾸미는 영상 하나쯤 쉽게 마주할 수 있다. 자, ‘카오틱 커스터마이징’ 시대에 온 걸 환영한다. 트렌드 분석기관 WSGN이 처음 사용한 이 표현은 Z세대가 소지품을 개성껏 꾸미기 위해 적극적으로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는 움직임을 담아낸다. 실제로 소셜미디어 모니터링 플랫폼 Traackr에 따르면, 2024년 ‘가방 참(bag charms)’ 언급량이 전년 대비 무려 438%나 뛰었고, 관련 크리에이터가 339% 증가했다.

Louis Vuitton
“키쿄(Kikyo)의 참 아이템에 대한 관심이 2024년 3월부터 급증해 지금까지도 식지 않고 있어요.” 액세서리 브랜드 키쿄의 창립자 산드라 윌리아르고(Sandra Williargo)가 전했다. Z세대 사이에서 사랑을 받는 그녀의 핸드메이드 참과 신발 장식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녀가 팝업 스토어를 열었던 때를 떠올렸다. 한때 인기 있었던 목걸이나 귀고리는 남은 반면, 한정 수량으로 제작한 가방 참은 순식간에 매진됐다. 그때 그녀는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했다고. “고객들이 지금까지도 가방 참 재입고 문의를 꾸준히 보내요.” 그녀가 웃으며 덧붙였다.

Balenciaga
이 ‘카오틱 커스터마이징’ 열풍 덕분에 참과 액세서리를 직접 만드는 이들도 늘었다. 비싼 원단도, 전문 재봉 기술도 필요 없다. 필요한 건 몇 알의 비즈와 풍부한 창의력뿐이다. “내 소지품을 꾸미는 건 자신을 표현하는 강력한 방법이자, 누군가와 대화를 시작하게 만드는 좋은 계기죠.” 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코니 와이(Connie Wi)가 말했다. 2023년 말부터 와이는 레이스 리본, 진주 스트랩, 참 등으로 스니커즈를 꾸미는 튜토리얼로 틱톡에서 여러 차례 바이럴을 일으켰다.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시대, 내가 가진 옷과 액세서리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일은 정말 의미 있어요.” 와이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예전부터 DIY 광이었다고 강조했다. 20만이 넘는 팔로어에게 그녀의 피드는 DIY 가이드 보물창고와 같다. 네일 아트부터 아디다스 삼바 운동화 꾸미기까지 다채로운 테마로 가득하다. “2020년 코로나 록다운 기간 동안 할 일이 없어 자연스럽게 DIY에 몰두했어요. 가방과 신발 참, 붙이는 네일 팁을 만들고 그 과정을 틱톡에 올렸죠.” 와이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인물은 싱가포르 출신 패션 콘텐츠 크리에이터 사비나 차우(Savina Chow)다. 차우는 다양한 방식으로 참을 접목한 패션 스타일링을 선보인다. 와이가 주로 귀엽고 파스텔톤을 선호하는 Z세대 취향을 정조준한다면, 차우는 좀 더 성숙한 취향을 겨냥한다. “이 트렌드는 단지 Z세대만을 위한 게 아니에요.” 차우가 말했다. ‘카오틱 커스터마이징’이 특정 연령층을 배제하는 경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팔로어들과 소통하며 그들의 연령과 성향을 파악했어요. 그들은 제가 자신들에게 맞게 이 트렌드를 재해석하길 기대하죠.” 실제로 그녀는 이 역할을 완벽히 수행한다. 차우가 선보이는 스타일은 보다 세련되고 고급스럽다. 비즈와 파스텔 컬러는 줄이고, 대신 고급 가죽과 짙고 깊은 색감을 선호한다. 그녀의 SNS에서는 각종 참과 키링으로 꾸민 버킨 백을 자주 볼 수 있다.

Coach
비록 현재 뜨거운 트렌드지만, 이 움직임이 새로 등장한 건 아니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여기 내가 있다, 이것이 나다”라는 흔적을 남기고 싶어 했다. 고대 로마인은 자신이 만든 도자기 안쪽에 이름을 새겼고, 중세에는 개인 맞춤형 선물이 부와 지위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손톱이나 휴대폰 스트랩을 꾸미던 시대를 지나 이제는 헤드폰, 신발끈까지 커스터마이징 범위가 확장한 것이다. 특히 가방 참 열풍은 제인 버킨의 별세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의 이름을 딴 에르메스 버킨 백은 ‘내 가방을 버킨처럼 꾸미기(Birkin-fy your bag)’라는 유행을 촉발했고, 사람들은 가방에 온갖 참을 달기 시작했다. “우리는 언제나 ‘커스터마이징’을 통해 자아를 표현하고, 개성을 드러내는 방식을 찾았다”고 차우는 말한다. “학교 다닐 때는 공책 꾸미기였고, 지금도 노트북에 스티커 붙이기를 좋아하죠. 가방 참 열풍은 내일이면 전혀 다른 무엇이 될 수도 있어요. 본질적 의도는 변하지 않아요.” 차우가 중요한 포인트를 짚었다. 이 트렌드는 특정 스타일이나 아이템에 의해 국한하지 않는다. 오히려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과정 그 자체가 다수를 끌어당긴다. 예컨대, 레오퍼드 프린트 같은 유행은 일부에게만 매력적일 수 있지만 ‘카오틱 커스터마이징’은 폭넓은 공감대를 자아낸다. 즐거운 창의력이 각양각색으로 진화하는 커스터마이징 과정을 특별하게 만든다. 게다가 이 바람은 쉽게 식지 않을 것이다.

“Z세대가 이 트렌드에 열광하는 건 밀레니얼 세대가 선호하는 ‘베이지톤 미니멀리즘’에 대한 직접적 반응”이라고 와이가 단언했다. “Z세대는 ‘조용한 럭셔리’ ‘미니멀리즘’에 도전하는 데 주저함이 없기에, 그 반대편인 ‘맥시멀리즘’을 택한 것 또한 당연해요.” 차우도 이에 동의하며 “근본적으로 자기 표현 욕구는 인간 본성”이라고 덧붙였다. 트렌드의 지속성에 대해서는 “‘퍼스널라이징’이라는 행위 그 자체는 시대를 관통해 계속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트렌드 사이클에서는 또 다른 방식일 수도 있겠죠. 향수 병을 꾸밀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새로운 매개가 등장할 거예요. 어떤 시대의 세대든 자신만의 방식으로 커스터마이징하게 될 것이니까요. 그 점이 바로 지금 이 트렌드가 누구에게나 접근할 수 있게 느껴지는 이유예요. 단지 ‘나’를 드러내는 행위를 넘어, 나보다 더 큰 무언가에 연결되는 경험이니까요.”
Credit
- 글/ Aaron Kok
- 번역/ 박태원 사진/ Getty Images, ⓒ Balenciaga, Coach, Louis Vuitton
- 디자인/ 이진미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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