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한국에 상륙한 디자인 마이애미! 스타 디자이너, 이광호의 작업실에 가다

«창작의 빛: 한국을 비추다»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작업실에서 마주한 것들.

프로필 by 안서경 2025.08.25

HERE WE COME


디자인 마이애미가 한국에 처음 상륙한다. «창작의 빛: 한국을 비추다»에 참여하는 다섯 작가의 작업실에서 마주한 것들.


이광호 Lee Kwangho

긴 시간 다양한 국제 디자인 페어에서 활약해온 이광호는 이번 전시에서 끈과 매듭을 다룬 대표작 대신, 동을 소재 삼은 가구를 국내에서는 처음 공개한다. 금속 조형 디자인을 전공한 작가의 이력을 살린 작업들은 가마가 한편에 자리한 작업실에서 자유롭고 직관적인 소재 실험을 거치고 있다.


Lee Kwangho, <Copper Enamel Chair>, 2022, Copper, enamel, 83.8x30.5x52.4cm.

Lee Kwangho, <Copper Enamel Chair>, 2022, Copper, enamel, 83.8x30.5x52.4cm.

리안갤러리에서의 개인전을 통해 동(copper)을 다룬 조형 작업을 선보인 적 있지만, 같은 소재의 가구는 국내 관객들이 처음 마주하게 된다. 색색의 매듭 작업을 떠올리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인상을 줄 듯한데.

금속 작업은 2009년부터 꾸준히 이어왔다. 해외에서는 선보일 기회가 많았는데, 국내에서는 과거에 적동 표면이 주는 날것의 느낌을 완성되지 않았다고 보는 인식이 컸던 것 같다. 이번 기회에 신작 테이블과 작년 뉴욕 살롱94 갤러리에서 전시한 체어를 선보이게 됐다.

애나멜 가루를 덧입히거나 산화 과정을 통해 오묘한 색을 내는 방식으로 동이라는 소재를 변형시키는 작업을 한다. 소재를 다루며 흥미를 느끼는 지점은 무엇인가?

처음엔 재료와 색이 만났을 때 대비와 조화를 찾으려 했다. 어떤 형상이 재료의 특징을 방해하지 않을까 여겼고. 그래서 초기 작업들은 규격화된 크기 안에서 색상 구현에 치중했다. 지금은 점점 색은 외적인 요소이고, ‘동’ 자체를 나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동은 손자국도 잘 나고 되게 무른 금속이다. 산화가 되면 피막이 생기면서 표현할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난다. 어느 순간, 스스로 비슷한 점이 많은 소재라는 생각이 들면서 작업의 가능성이 확장되더라. 모양을 만들어 찌그러뜨리거나 유리가루를 얹어 표현하는 등 강박적으로 만드는 걸 벗어나 너는 방향성을 찾기 시작했다.


동으로 가구를 만들 때는 어떤 점에 집중하나? 펀칭처럼 홀이 나 있거나 타일처럼 네모난 모듈을 쌓아올린 모습이 인상적이다.

가구는 거의 사이즈에 관한 문제다. 동은 400×1200 사이즈로 기본 판이 만들어지기에, 그 규격 안에서 퍼즐처럼 가지고 노는 방식으로 작업이 발전된다. 잘라보고 구멍을 뚫기도 하며, 뒷모습까지 세심히 고려하면서 만든다. 예전에는 한 면에 색 하나를 반듯하게 발랐다면, 지금은 타일처럼 만들어 그 안에서 벌어지는 우연적인 효과를 찾아보려 한다. 같은 타일 규격 안에서 다른 패턴을 만들고 재조합하는 방식을 즐기고 있다.

일찍이 해외 디자인 갤러리에 소속되며 하우스 브랜드부터 리빙 브랜드까지 여러 브랜드와의 협업을 거쳤다. 당신이 생각하는 컬렉터블한 디자인이란?

‘시간을 담고 있는 사물’이 컬렉터블하다고 느낀다. ‘컬렉터블’과 ‘수집’ 이라는 단어 자체가 누군가의 취향을 빼놓고 이야기하긴 어려운데, 그건 시간성을 지닐 때 더욱 가치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집요하게 재료들을 다루며 깨닫게 되는 믿음이 있다면 무엇인가?

숙련, 수련, 수행. 그런 단어들이 내 작업에 다 적용되는 것 같다. 내년이면 작업을 시작한 지 20년째인데, 여전히 동일한 재료 안에서 계속해서 다른 표현을 시도해볼 것들이 생겨난다. 좀 더 나이가 들면 매듭을 지금처럼 세게 짜기는 어려울 텐데, 그때 나는 어떤 형태나 모습으로 재료를 탐구하고 있을까? 정의를 내릴 순 없을 것 같다. 처음 작업을 시작할 무렵엔 확신에 가득 찬 느낌이었고 뚜렷한 목표가 있었지만, 지금은 온전히 작업 과정만 생각하고 있다. 유연한 방향성을 가진 채, 명확한 단어로 내보일 수 없는 게 작업의 세계인 것 같다.


※ ‘디자인 마이애미 인 시추(Design Miami. In Situ)’ 행사의 일환으로 열리는 전시 «창작의 빛: 한국을 비추다(Illuminated: A Spotlight on Korean Design)»는 9월 2일부터 14일까지 DDP 이간수문전시장에서 열린다.

Credit

  • 사진/ Salon 94 Design(작품),전의철(인물)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