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2025 워치스 앤 원더스 신작 라인업 #2

시계의 본고장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2025 ‘워치스 앤 원더스’. 정교한 기계 예술이 숨 쉬는 그 현장을 직접 찾았다.

프로필 by 윤혜연 2025.05.11

WATCHES and wonders


시계의 본고장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2025 ‘워치스 앤 원더스’. 정교한 기계 예술이 숨 쉬는 그 현장을 직접 찾았다. 각 브랜드의 철학과 기술이 응축된 신작 가운데 <바자>가 고른,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시계들.


 ‘아쏘 르 땅 서스팡뒤’ 워치.

‘아쏘 르 땅 서스팡뒤’ 워치.

HERMÈS Watch

끝없이 흐르는 시간을 멈출 수 있을까. 에르메스는 이 비현실적 상상을 시계 속 현실로 구현했다. 모듈 전문 제작사 아젠호(Agenhor)와 함께 만든 ‘르 땅 서스팡뒤(Le Temps Suspendu)’를 인하우스 무브먼트에 결합한 덕분이다. 버튼을 누르면 시·분 핸즈가 동시에 점핑해 12시 칸으로 들어가 마치 순간이 다른 시간 속에서 멈춘 듯한 장면이 다이얼 위에서 펼쳐지는 모듈이다. 그 짧은 정적 속에서 착용자는 다이얼이 지닌 아름다움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다. 물론 시계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전히 시간을 계산하고 있다. 다시 푸셔를 누르면 핸즈는 정확한 현재 시간으로 복귀하며 일상의 흐름을 조용히 이어간다. 이 시적인 기술은 ‘아쏘(Arceau)’와 ‘컷(Cut)’ 컬렉션에 적용됐다. 특히 2011년 모델을 재해석한 ‘아쏘’가 눈길을 끈다. 42mm 케이스 속 오픈워크 다이얼이 신비로운 깊이를 더한다. 미닛 트랙과 인덱스, 레트로그레이드 날짜 카운터를 품은 플레이트 아래 투명한 사파이어 글라스를 겹쳐 배치, 그 틈 사이로 모듈의 정교한 움직임이 은밀히 드러난다. 무브먼트 ‘H1837’의 심장 박동은 투명한 백케이스를 통해 들여다볼 수 있다. ‘아쏘 르 땅 서스팡뒤’는 총 세 가지 컬러로 선보인다.


‘빅뱅’ 탄생 20주년 에디션.

‘빅뱅’ 탄생 20주년 에디션.

HUBLOT

2025년은 위블로의 아이콘 ‘빅뱅(Big Bang)’ 탄생 20주년. 이를 기념해 오리지널 디자인과 현재의 ‘빅뱅 유니코(Big Bang Unico)’를 결합한 리미티드 에디션 5종이 등장했다. 케이스는 티타늄과 세라믹, 18K 킹 골드와 세라믹, 레드·블랙 세라믹, 블랙 세라믹, 18K 골드 합금으로 선보이며, 모두 초기 ‘빅뱅’을 연상케 하는 레이어드 구조와 새롭게 조율한 43mm 직경을 갖췄다. 스트랩을 양옆에서 감싸듯 연결하는 러그 구조와 톱니형 베젤 등 ‘빅뱅’ 특유의 상징적 실루엣은 그대로다. 인덱스는 ‘빅뱅 유니코’처럼 수퍼 루미노바를 입었고, 9시 방향에는 스몰 세컨즈, 3시 방향에는 크로노그래프 분 카운터를 배치한 양각 패턴 다이얼이 스포티한 인상을 더한다. 무브먼트에는 20주년을 기념하는 골드 로터를 장착해 특별함을 더했다. 파워리저브는 72시간이다.


 ‘디아망트 문페이즈’ 워치.

‘디아망트 문페이즈’ 워치.

CHOPARD

쇼파드는 올해 ‘디아망트(Diamant)’에 힘을 실었다. 작아진 케이스와 12가지 원석 다이얼로 구성한 세트는 우아한 경쾌함을 더했고, 컬렉션 최초로 도입한 문페이즈 컴플리케이션은 기능적 깊이를 부여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모델은 ‘디아망트 문페이즈’다. 다이얼 위에서 달의 움직임을 구현하는 디스크는 122년 동안 단 한 번만 조정해도 될 만큼 정밀하다. 이 시계가 특히 신비롭게 다가오는 것은 어벤추린 유리 다이얼 덕분이다. 별빛이 스며든 듯한 깊고 은은한 반짝임이 베젤, 인덱스, 문페이즈 카운터 둘레를 따라 세팅한 화이트 다이아몬드와 어우러져 밤하늘을 연상케 한다. 마치 은하의 광활한 풍경을 손목 위에 옮겨놓은 느낌이랄까. 한편 베젤에는 V자형 프롱 세팅을 적용해 다이아몬드 본연의 광채를 극대화했다.


 ‘캐비노티에 솔라리아 울트라 그랜드 컴플리케이션‐라 프리미에르’ 워치.

‘캐비노티에 솔라리아 울트라 그랜드 컴플리케이션‐라 프리미에르’ 워치.

 ‘캐비노티에 솔라리아 울트라 그랜드 컴플리케이션‐라 프리미에르’ 워치.

‘캐비노티에 솔라리아 울트라 그랜드 컴플리케이션‐라 프리미에르’ 워치.

VACHERON CONSTANTIN

메종 창립 270주년을 맞은 바쉐론 콘스탄틴이 워치메이킹 역사상 가장 복잡한 시계를 선보였다. 무려 41가지 컴플리케이션을 품은 ‘캐비노티에 솔라리아 울트라 그랜드 컴플리케이션‐라 프리미에르(Les Cabinotiers Solaria Ultra Grand Complication‐La Première)’. 지름 45mm 케이스 안에는 1천521개의 부품이 들어간다. 메종은 이를 위해 8년 동안 조립과 개발에 매달렸다. 사실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은 창립 초기부터 바쉐론 콘스탄틴이 추구해온 기술 정신의 핵심이다. 이번 노벨티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태양계에 대한 오마주로, 태양의 위치, 높이, 남중, 적위, 시간에 따른 천체 추적까지 다섯 가지 천문 기능을 담았다. 이 중 천체 추적은 이번 신작에서 세계 최초로 구현됐다. 착용자가 고른 별이 하늘에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주는 기능이다. 단순한 시간 측정을 넘어 별과 시간의 관계를 한 기계 장치 안에 재현했다는 점에서 상상력의 정점이라 할 만하다. 크로노그래프, 퍼페추얼 캘린더, GMT, 문페이즈, 네 개의 해머·공으로 구현한 웨스트민스터 미닛 리피터까지 탑재했으며, 이 모든 기능은 두께 14.99mm 케이스 안에 완벽히 들어갔다. 파워리저브는 72시간이다.


 ‘몽블랑 1858 지오스피어 제로 옥시전 마운트 빈슨’ 리미티드 에디션.

‘몽블랑 1858 지오스피어 제로 옥시전 마운트 빈슨’ 리미티드 에디션.

MONTBLANC

전설적인 산악인이자 몽블랑 브랜드 앰배서더인 라인홀트 메스너. 몽블랑은 그가 등정했던 남극 빈슨산을 기념하며 ‘몽블랑 1858 지오스피어 제로 옥시전 마운트 빈슨(Montblanc Geosphere 0 Oxygen Mount Vinson)’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였다. 극한에 도전하는 탐험가를 위한 타임피스답게, 북반구와 남반구의 지구본 디스크가 시계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월드타임 컴플리케이션을 탑재했다. 각 지구본 가장자리를 따라 배치한 24시간 스케일은 낮과 밤을 직관적으로 구분해 지구 각지의 현재 시각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몽블랑의 시그너처 기술인 ‘제로 옥시전’ 역시 빠질 수 없다. 케이스 내부 산소를 제거하는 이 기술은 급격한 온도 변화로 인한 김 서림과 산화 작용을 방지한다. 극한의 환경에서도 탁월한 시인성과 정확성을 보장하는 것. 티타늄 백케이스에는 레이저 인그레이빙으로 빈슨산의 장엄한 산봉우리를 새겨 넣었다.


 아이스 블루 다이얼의 ‘랜드-드웰러’ 워치.

아이스 블루 다이얼의 ‘랜드-드웰러’ 워치.

ROLEX

롤렉스가 수년 만에 완전히 새로운 컬렉션 ‘랜드-드웰러(Land-Dweller)’를 공개했다. 이번 신작은 메종 CEO 장 프레데릭 뒤포(Jean-Frédéric Dufour)가 2015년 취임 이후 개발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롤렉스 특유의 우아한 스포티 워치를 지향한다. 단종된 ‘오이스터쿼츠(Oysterquartz)’가 떠오르는 것 또한 이 같은 이유에서다. 화이트 골드 베젤의 롤레조, 플래티넘, 에버로즈 골드 케이스로 출시하며, 플루티드나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베젤과 벌집 패턴 다이얼이 경쾌한 조화를 이룬다. 심장부에는 메종이 7년에 걸쳐 새롭게 개발한 셀프 와인딩 무브먼트를 탑재했다. 이름하여 ‘칼리버 7135’. 대부분의 롤렉스 무브먼트보다 얇지만 탁월한 성능을 자랑한다. 높은 진동수(3만6천vph)를 구현하면서도 파워리저브를 희생하지 않은 것. 무려 66시간 가까이 유지한다. 또 수심 100m까지 방수 가능하다. 다이얼 컬러는 화이트와 아이스 블루, 케이스 사이즈는 40mm와 36mm가 있다. 모든 링크를 평평하게 재구성한 ‘플랫 쥬빌리(Flat Jubilee)’ 브레이슬릿 덕에 케이스와 손목 사이를 부드럽게 잇는 우아한 실루엣을 완성한다.

Credit

  • 사진/ © Hermès Watch, Jaeger-LeCoultre, Oris, Piaget, Vacheron Constantin, Van Cleef & Arpels, Zenith
  • 디자인/ 한상영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