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2025 워치스 앤 원더스 신작 라인업 #1

시계의 본고장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2025 ‘워치스 앤 원더스’. 정교한 기계 예술이 숨 쉬는 그 현장을 직접 찾았다.

프로필 by 윤혜연 2025.05.11

WATCHES and wonders


시계의 본고장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2025 ‘워치스 앤 원더스’. 정교한 기계 예술이 숨 쉬는 그 현장을 직접 찾았다. 각 브랜드의 철학과 기술이 응축된 신작 가운데 <바자>가 고른,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시계들.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투르비용’ 워치.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투르비용’ 워치.

BVLGARI

워치스 앤 원더스에 첫 참가한 불가리가 또 하나의 기록적 타임피스를 내세웠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옥토 피니씨모 울트라 투르비용(Octo Finissimo Ultia Tourbillon)’이 현존하는 전 세계 컴플리케이션 워치 중 가장 얇은 시계로 등극한 것. 이 얇디얇은 42g의 몸체 안에 투르비용 무브먼트를 탑재했다는 점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투르비용은 불가리가 울트라 씬 워치메이킹 여정을 시작하게 한 계기로, 2014년 당시 세계에서 가장 얇은 플라잉 투르비용 워치를 선보인 바 있다. 이번 신작은 무브먼트 ‘BVL 900’의 메인 플레이트를 케이스로 활용해 총 두께를 1.85mm까지 줄였다. 참고로 2014년 모델은 무브먼트 두께만 1.95mm였으니, 케이스 자체 두께가 1.85mm인 신작이 얼마나 혁신적인지 짐작할 수 있다. 소재는 방탄복에 쓰일 만큼 단단한 텅스텐 카바이드. 지름 40mm의 케이스와 연결된 티타늄 브레이슬릿은 폴딩 버클을 포함한 두께가 단 1.5mm에 불과하다.


 버건디 다이얼·베젤의 ‘블랙 베이 58’ 워치.

버건디 다이얼·베젤의 ‘블랙 베이 58’ 워치.

TUDOR

튜더의 다이버 워치는 1950년대부터 진화해왔다. 그중 ‘블랙 베이 58(Black Bay 58)’은 브랜드의 시그너처로 자리 잡은 모델. 올해 1990년대에 개발했으나 생산하지 않았던 프로토타입에서 다이얼과 베젤의 버건디 컬러를 차용해 새로 등장했다. 새틴 브러시드 마감 덕분에 다이얼은 빛을 받을 때마다 은은한 광택이 돈다. 1969년 이후 튜더 다이버 워치의 상징이 된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 핸즈는 수퍼 루미노바 처리했다. 디자인은 과거를 담았지만, 성능은 오늘날의 기술력으로 완성됐다. 65시간 파워리저브, 200미터 방수는 물론이고, 정밀 계측 기관으로 유명한 스위스 연방 계측학 기관(METAS)의 까다로운 테스트를 통과해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까지 확보했다. 스트랩은 세 가지 옵션으로 선보인다. 3열 또는 5열 브레이슬릿과 블랙 러버 밴드. 모두 별도 도구 없이 8mm까지 조절할 수 있는 ‘티-피트(T-Fit)’ 클래스프를 장착, 실생활에서 손쉽게 길이를 조절할 수 있다.


 ‘인제니어 오토매틱 40’ 그린 다이얼 스페셜 에디션.

‘인제니어 오토매틱 40’ 그린 다이얼 스페셜 에디션.

IWC

국제 자동차 프로 레이싱 대회 포뮬러 1(Formula 1)을 소재로 한 브래드 피트 주연 영화 <F1>이 개봉을 앞둔 지금, 영화와 파트너십을 맺은 IWC는 워치스 앤 원더스 부스도 레이싱 무드로 꾸몄다. 이와 함께 공개한 ‘인제니어 오토매틱 40(Ingenieur Automatic 40)’ 그린 다이얼 스페셜 에디션은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베테랑 레이싱 드라이버의 시그너처 컬러에서 영감을 얻은 모델이다. 그가 착용한 커스터마이즈 시계 소품에서 출발해 1천 피스 한정 수량으로 제작했다고.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에 그리드 패턴을 새긴 그린 다이얼, 골드 도금 후 수퍼 루미노바를 입힌 핸즈·인덱스도 스포티한 조화를 이룬다. 파워리저브는 120시간이며, 수심 100m 방수가 가능하다. 일체형 브레이슬릿은 손목에 안정적으로 밀착한다.


 창립 160주년 스페셜 에디션 ‘G.F.J’.

창립 160주년 스페셜 에디션 ‘G.F.J’.

ZENITH

제니스의 창립 160주년을 기념해 브랜드 창립자 조르주 파브르-자코의 이니셜을 딴 신작 ‘G.F.J’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타임피스는 제니스가 오랜 시간 쌓아온 기술력과 정밀도의 집합체로, 과거 천문대 크로노미터 대회에서 유례없는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무브먼트 ‘135-O’를 재설계해 탑재했다. 1950년대 버전의 외형과 구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오버사이즈 밸런스 휠과 중앙에 오프셋 휠을 추가해 성능을 한층 정교하고 안정적으로 향상시켰다. 과거 모델이 40시간의 파워리저브를 제공했던 것에 반해 새 칼리버는 72시간의 동력을 제공하며 그 차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디자인 면에서는 빈티지와 모던의 경계를 절묘하게 넘나든다. 39mm 크기의 슬림하고 우아한 플래티넘 케이스는 계단식 베젤과 러그를 특징으로 하며, 브러싱과 폴리싱을 교차 적용한 측면 마감은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품는다. 다이얼은 가장자리를 따라 블루 브릭 기요셰 패턴을 새긴 골드, 중앙의 라피스라줄리, 스몰 세컨즈 카운터의 머더오브펄, 세 가지 플레이트가 세련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스몰 세컨즈 카운터의 ‘팝’ 컬렉션’ 워치.

스몰 세컨즈 카운터의 ‘팝’ 컬렉션’ 워치.

H. MOSER & CIE.

스위스의 독립 워치 브랜드 모저앤씨가 국내에 상륙한다.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 명품관에 들어설 부티크는 브랜드 다섯 번째 단독 매장이라 그 의미가 크다. 제네바에서 마주한 신작 중 단연 눈에 띈 건 ‘팝(Pop)’ 컬렉션. 버마 제이드, 튀르쿠아즈, 코럴, 핑크 오팔, 라피스라줄리, 레몬 크리소프레이즈 등 천연 스톤 6종을 각각 두 가지씩 조합해 대담한 컬러 다이얼로 풀어냈다. 특히 경쾌한 색채감을 위해 각 스톤의 강도와 선명도를 엄격한 기준 하에 선별했다고. 다이얼에는 브랜드 로고도, 인덱스도 없다. 대신 백케이스 로터에 새긴 로고가 유일한 서명처럼 남았다. 구성은 스몰 세컨즈, 투르비용, 미닛 리피터 투르비용으로, 총 세 가지 버전. 각각 컬러당 28점, 5점, 1점 출시한다.


 ‘포뮬러 1 솔라그래프’ 워치.

‘포뮬러 1 솔라그래프’ 워치.

TAG HEUER

1986년 첫선을 보인 이래 대담한 컬러 팔레트로 태그호이어의 레이싱 정신을 상징해온 ‘포뮬러 1(Formula 1)’ 컬렉션이 새롭게 돌아왔다. 케이스는 오리지널 35mm에서 38mm로 확장했고, ‘포뮬러 1’ 라인 최초로 태양광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솔라그래프 무브먼트를 탑재했다. 무브먼트의 동력은 태양광뿐 아니라 인공광으로도 충전되며, 2분간 직사광선에 노출되면 하루 동안 구동된다. 완전히 충전된 상태에서는 40시간 미만의 햇빛 노출로 10개월까지 작동 가능하다. 시계가 멈췄더라도 10초간 빛에 노출하면 다시 작동하며, 배터리 수명은 약 15년이다. 총 아홉 가지 모델로 구성했으며, 올해 열리는 포뮬러 1 경기 중 마이애미, 바르셀로나, 실버스톤, 몬차, 싱가포르, 멕시코 등 여섯 도시의 경기 일자에 맞춰 순차적으로 론칭한다.


 튀르쿠아즈 다이얼의 ‘식스티’ 워치.

튀르쿠아즈 다이얼의 ‘식스티’ 워치.

PIAGET

2025 워치스 앤 원더스에서 피아제가 부스 천장에 장식한 모빌은 그 자체로 메종이 제시한 2025 타임피스의 주제를 은유적으로 드러냈다. 이름하여 ‘형태의 유희(Play of Shapes)’. 각기 다른 컬러의 기하학 형태 오브제들이 공중에서 조화를 이루는 설치물은 피아제의 디자인 언어가 어떻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유연하게 변주돼왔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노벨티는 1969년 바젤 박람회에서 처음 선보였던 ‘21세기(21st Century)’ 컬렉션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것이다. 트라페즈(사다리꼴)부터 원형, 스퀘어까지, 다채로운 케이스 형태는 모두 아카이브에서 가져온 디자인 언어를 바탕으로 했다. 그중 가장 주목할 피스는 ‘식스티(Sixtie)’ 컬렉션. 1960년대 피아제는 디자이너 장 클로드 구에트(Jean-Claude Gueit)와 함께 워치메이킹과 주얼리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을 강행했다. 워치 다이얼을 커프 브레이슬릿에 연결했는가 하면, 소투아르에 매달아 시간을 보는 새로운 방식을 제안해 ‘주얼리 워치’의 개념을 재정의한 것. 이번 ‘식스티’ 컬렉션은 그러한 대담하고 혁신적인 유산에 대한 메종의 오마주다. 앤디 워홀이 사랑한 가드룬 장식 베젤과 간결한 로마 숫자 인덱스, 바톤 핸즈 등 1960년대 피아제를 상징하는 디테일이 고스란히 담겼다. 케이스는 18K 핑크 골드, 스테인리스스틸, 이 두 소재를 조합한 버전을 출시했으며, 튀르쿠아즈 다이얼을 적용한 모델과 베젤·브레이슬릿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버전도 함께 선보였다. 워치스 앤 원더스 현장에서 배우 전지현이 착용한 ‘식스티’ 컬렉션의 소투아르도 주목할 만하다.


 ‘미닛 리피터 퍼페추얼 (Ref. 607.091FE)’ 워치.

‘미닛 리피터 퍼페추얼 (Ref. 607.091FE)’ 워치.

A. LANGE & SÖHNE

랑에 운트 죄네라 가능했던, 군더더기 없는 하이 컴플리케이션 모델. 블랙 에나멜 다이얼과 플래티넘 케이스가 단정한 조화를 이루는 ‘미닛 리피터 퍼페추얼(Ref. 607.091FE)’은 이름처럼 미닛 리피터와 퍼페추얼 캘린더를 동시에 품었다. 직경 40.5mm, 두께 12.1mm의 콤팩트한 케이스에 복잡한 두 가지 기능을 담아낸 설계가 메종의 기술력을 방증한다. 여기에 쿼터가 울리지 않는 시각의 정적을 없앤 스트라이킹 메커니즘, 크라운을 당긴 상태에서 리피터 작동을 차단하는 안전 장치, 해머의 반동으로 인한 이중 타종을 막는 특허 해머 차단기 등 정밀한 장치가 더해졌다. 퍼페추얼 캘린더는 윤년을 반영하고, 문페이즈는 122.6년에 한 번만 조정하면 될 정도의 정확도를 자랑한다. 백케이스 너머로는 장인이 손수 인그레이빙한 밸런스 콕과 메종 시그너처인 스리쿼터(3/4) 플레이트가 모습을 드러낸다. 메종의 집념이 깃든 부분. 50피스 한정 출시한다.


 ‘엑스칼리버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워치.

‘엑스칼리버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워치.

ROGER DUBUIS

창립 30주년을 맞은 로저 드뷔가 ‘엑스칼리버 그랜드 컴플리케이션(Excalibur Grande Complication)’을 공개했다. 그야말로 30년간 갈고닦은 워치메이킹 기술을 한데 집약한 피스. 무브먼트는 2009년에 첫선을 보였던 ‘RD0829’로 퍼페추얼 캘린더와 미닛 리피터, 더블 마이크로 로터의 플라잉 투르비용을 갖췄고, 이번 노벨티는 여기에 퍼페추얼 캘린더의 요일·날짜 카운터를 위한 바이-레트로그레이드 기능을 탑재했다. 양쪽 카운터 핸즈가 서로 교차하지 않도록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독립 구동 메커니즘. 복잡한 설계에도 시인성과 안정성을 모두 확보했다. 특히 이 디스플레이는 바깥쪽은 넓고 중심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독창적 스케일을 따른다. 또 로저 드뷔 특유의 섬세한 스켈레톤 구조가 다이얼 위에 입체적으로 얹히며 메커니즘의 역동성을 극대화했다. 8피스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루미노르 마리나’ 워치.

‘루미노르 마리나’ 워치.

PANERAI

파네라이의 아이콘, ‘루미노르 마리나(Luminor Marina)’가 한층 진화했다. 신작은 간결하게 재구성한 다이얼 위에 빛 반사를 줄이도록 가장자리를 비스듬히 다듬은 날짜 창을 더해 시인성을 끌어올렸다. 케이스는 티타늄과 스틸 소재로 제작했으며 직경 44mm, 두께 13.7mm다. 지난 2021년 출시 모델과 비교해 두께는 12%, 무게는 15% 줄었는데 이는 얇아진 무브먼트 덕이다. 새롭게 탑재한 ‘P.980’ 칼리버는 3일간의 파워리저브를 제공한다. 크라운 레버를 당기면 초침까지 멈추는 스톱 세컨즈 기능이 작동해 보다 정밀한 시간 설정도 가능하다. 특히 이번 모델은 ‘루미노르 마리나’ 라인 최초로 500m 방수를 지원한다. 1960년대 이탈리아 해군을 위해 제작한 시계라는 유산을 반영하는 핵심적인 업그레이드다. 다이얼은 블랙, 블루, 화이트 총 세 가지 버전으로 선보인다.


 ‘리베르소 트리뷰트 미닛 리피터’ 워치.

‘리베르소 트리뷰트 미닛 리피터’ 워치.

JAEGER-LECOULTRE

메종이 자체 개발한 특허 기술 7개를 집약한 새로운 무브먼트 ‘칼리버 953’의 ‘리베르소 트리뷰트 미닛 리피터(Reverso Tribute Minute Repeater)’를 소개한다. 미닛 리피터는 워치메이커들에게 가장 도전적이면서도 권위 높은 컴플리케이션으로 여겨진다. 1870년, 예거 르쿨트르는 첫 미닛 리피터를 완성하며 그 기술력을 입증했고 지금까지도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사실 직사각형 케이스를 지닌 ‘리베르소’에 이 복잡한 기능을 적용하는 일은 메종에게도 만만치 않은 과제였다. 컴플리케이션 구조 전체를 새롭게 구성해야 했기 때문. 올해 노벨티는 1994년 첫선을 보인 ‘리베르소 미닛 리피터’에 바치는 오마주다. 미닛 리피터처럼 높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컴플리케이션에도 48시간의 파워리저브를 구현한 것은 단순한 진화를 넘어선 기술적 성취다. 앞면은 발리콘 기요셰 패턴, 뒷면은 정교한 오픈워크로 구성한 다이얼 디자인 또한 한층 진화한 면모를 보여준다.

Credit

  • 사진/ © Hermès Watch, Jaeger-LeCoultre, Oris, Piaget, Vacheron Constantin, Van Cleef & Arpels, Zenith
  • 디자인/ 한상영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