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미술 애호가들의 에코백

미술 전시에서 만난 에코백은 어쩌면 굿즈 그 이상이다.

프로필 by 고영진 2024.11.10
황솔아
아트드렁크 어소시에이츠 디렉터. 예술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더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는지 고민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다.

당신의 에코 백에 대해 소개해달라. 메트로폴리탄에서 일하는 대학 후배에게 선물 받았다. 선물을 받았을 당시 아트드렁크를 처음 시작하던 시기였고, 여러 가지 프로젝트가 겹쳐 인생 최대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에코 백을 보자마자 뉴욕에서 공부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지금도 에코 백에 적힌 ‘THE MET’라는 타이포그라피를 보면 불쑥 뭉클해진다. 가장 열정적이고, 열심히 살던 시절이었다. 그때가 있었기에 지금이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에코 백에 얽힌 추억이 있다면? 뉴욕을 떠나던 날, 비행기를 타기 직전 메트로폴리탄에서 전시를 봤다. 그리고 울면서 공항으로 향했던 기억이 난다. 내게 메트로폴리탄은 그만큼 상징적인 곳이다. 지금도 누군가 물으면 “고흐 때문에 미술을 전공했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책에서 질리게 봤던 그림도 실제로 경험해보면 다르다는 걸 그의 그림을 통해 알게 됐고, 뉴욕에 살면서 고흐 그림이 모여 있는 전시실을 가장 많이 갔다. 대학원 논문을 쓸 때는 르네상스 시대의 초상화 속 오래된 반지들의 의미와 역사에 대해 연구하면서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공부했던 기억이 행복하게 남아 있다.
나에게 아트 신에서 만난 에코 백이란? 미술관 안에서 내가 느꼈던 감정의 집약체.


이현준
도시의 초상을 기록하는 사진가. 포토그래픽스튜디오 ‘준리포토스’에서 건축과 공간을 촬영하고 있다. 아트부산과 프리즈를 오가며 아트 신에서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에코 백을 처음 만난 순간이 궁금하다. 유럽으로 출장 가거나 여행을 가면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막상 시내를 돌아다닌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날도 여느 때처럼 귀국하면서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들르게 됐는데 우연히 우고 론디노네 전시가 있는 걸 알게 됐다. 무작정 갤러리 쉬른 쿤스트할레(Schirn Kunsthalle)로 향했다. 열심히 찾아간 갤러리는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절망적이었다. 마침 휴관일이었고, 우고 론디노네의 VIP 프리뷰는 저녁에 열린다고 했다. 언뜻 안을 들여다보니 기념품 숍에 감각적으로 진열되어 있는 에코 백이 보였다. 잠깐 들어가서 도록이나 굿즈라도 살 수 없겠느냐고 관계자에게 부탁했는데 처음엔 그것도 안 된다고 했다. 아쉬워하는 내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그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들여보내줬다. 그렇게 에코 백을 갖게 됐다. 운이 좋았다.
반드시 갖고 싶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우고 론디노네의 작품을 인상 깊게 봤던 건 베니스비엔날레에서였다. 널찍한 코트야드에 그의 작품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는데, 유럽의 오래된 건축 양식과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독특한 형태의 조각이지만 주변 환경과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건축적인 매력이 배가된다. 전시 전체를 천천히 관람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여태까지 보지 못했던 드로잉과 조각이 있어 재미있었다. 아무 때나 가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아니었기에 이를 기념하고 싶어 에코 백을 구매하게 됐다.
에코 백을 수집하는 나만의 기준이 있다면? 심플한 디자인을 좋아한다. 도시 안의 건축도 수평과 수직이 딱 떨어질 때 마음이 간다. 사진 작업할 때도 사각 프레임인 창문을 통해 촬영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제는 냉장고 한쪽 면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이 모으게 된 마그넷도 어쩐지 사각형이 많다. 에코 백도 마찬가지다. 사각형이라 좋다. 간결한 디자인의 에코 백을 늘 찾아다닌다.

김초혜는 프리랜스 에디터다. 세계 각지에서 온 에코 백을 보고 여행지에서 가볼 갤러리 리스트를 만들었다.

Credit

  • 글/ 김초혜
  • 사진/ 장승원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