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갤러리 '오브' 대표 오웅진이 꿈꾸는 낭만
오브는 건축자재상이 밀집한 을지로의 어느 건물 5층(5F)에서 시작됐다. 뮤직비디오를 만들던 오웅진의 작업실은 이제 창작의(OF) 공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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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 오웅진
오브는 건축자재상이 밀집한 을지로의 어느 건물 5층(5F)에서 시작됐다. 뮤직비디오를 만들던 오웅진과 사진을 찍던 한대웅의 작업실은 이제 창작의(OF) 공간이 되었다.
2018년 시작한 갤러리 오브에게 한 번의 이사는 있었지만, 을지로를 벗어나는 일은 없었다. 처음 을지로에 왔을 땐 ‘힙지로’도 아니었으니 동네를 의식하고 들어온 건 아니었다. 그저 월세가 싼데 지하철 2, 3호선이 동시에 다니는 접근성이 마음에 들었다. 처음의 오브는 전시장이라기보다 작업실, 더 정확히는 우리끼리의 아지트 개념이었으니 접근성은 중요했다. 2021년에는 여느 을지로의 공간들이 그랬듯 재개발 이슈로 급작스럽게 쫓겨났다. 동네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 이전 소식을 전할 땐 “을지면옥 옆에 있다 쫓겨나서 우래옥 옆으로 도망왔다”고 설명한다. 가까이 N/A, 파이(Pie), 코소(Coso)와 같은 이웃들이 있어 금방 정을 붙였다.
‘대안 공간’이라는 수식이 따라다니지만 오브에서는 작품의 판매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 공간의 성격을 어떻게 설명하고 싶은가? 대학원에서 ‘뉴미디어 아트와 신생 공간 사이 상관관계’를 주제로 논문을 쓴 적이 있다. 신생 공간 역시 대안 공간 다음으로 생겨난 용어라 편의상 빌린 것인데, 지금은 잘 사용하지 않는 말이 되었다. 이제 용어는 의식하지 않는 게 편한 것 같지만, 복합문화공간이라고 불리는 것만큼은 참을 수 없다. 오브는 뉴미디어 전시도 하고 판매도 한다. 가장 근사한 건 뉴미디어가 판매되는 일이겠지만 그런 낭만은 쉽게 발생하지 않더라.
작가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점은 무엇인가? 작가가 보고자 하는 풍경이 있는지, 그것을 좋은 언어로 설명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는지 본다. 차마 그게 글로 다 묘사되지 않으니 비싼 물감과 캔버스, 그리고 더 비싼 시간을 들여 그림이나 조각, 영상 같은 조형을 시도하는 것일 텐데.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장면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려는 의지가 있으면 호감이 간다. 스킬은 그 다음이다.
갤러리스트에게 안목과 직감 같은 주관적 요소만큼이나 중요한 건 자신을 믿는 일이다. 스스로의 감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던 순간이 있다면. 올해 초 젊은 작가의 의자 그림 한 점을 판매한 적이 있다. 그저 ‘의자 그림’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컬렉터와 이야기를 나누던 때가 <하나이면서 셋인 의자>로 유명한 미국 개념미술작가 조셉 코수스(Joseph Kosuth)의 생일이었기 때문이다. 여러모로 좋은 명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오브라는 플랫폼을 통해 거창한 매니페스토나 선언이 발생하기보다 그런 엷은 낭만이 가볍게 오가길 바란다.
당신에게는 갤러리스트로서 어떤 강점이 있나? 내가 작가의 잠재력, 또는 미술시장의 동향 같은 걸 다른 이들보다 잘 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오브에 도착한 작업들이 매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어떤 조형언어를 중점적으로 보면 좋은지를 말하는 것은 곧잘 하고 즐긴다는 것이다.
서울의 미술시장 안에서 어떤 흐름을 기대하나? 매체에 대한 욕심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국내에서의 매체 탐구라면 소재나 재료를 탐구하는 식에 그치는 것 같다. “이거 뭘로 그린 거예요?”라는 질문만큼이나 이 그림이 어디로 향하는 중인지 묻는 컬렉터가 많아지면 좋겠다. 작가들도 마찬가지고.
고영진은 <바자>의 피처 에디터다. 저마다의 개성을 지닌 또래 갤러리스트들을 만난 뒤 실린더, 상히읗, 샤워, 오브의 10년 뒤가 궁금해졌다.
Credit
- 글/ 고영진
- 사진/ 박상준
- 헤어/ 임아실(노두용), 박정환(지혜진, 신관수, 오웅진)
- 메이크업/ 임아실
- 디자인/ 한상영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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