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해외 갤러리스트에게 서울의 아트를 묻다
아트 위크를 앞두고 분주해진 서울. 저 멀리 런던과 프랑크프루트, 시드니에서 바라본 이 도시에 대해 물었다. 서울은 여전히 흥미로운지, 어떤 점을 기대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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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프 서울에서 어떤 작가와 함께하는가?
이번 키아프 서울 참가를 위해 «사랑의 슬픔(The Sorrow of Love)»이라는 제목의 그룹전을 기획했다.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W. B. Yeats)가 쓴 동명의 초기작에서 출발한 것으로, 사랑과 상실의 카타르시스를 탐구하는 내용이다. 서볼치 보초(Szabolcs Boz´o), 카밀라 엥스트룀(Camilla Engstr¨om), 김희수, 히로야 쿠라타 등이 함께한다. 이들은 향수, 형이상학, 우울 등을 키워드로 자신만의 에너지를 표현한다. 이 전시가 키아프 서울의 볼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길 바란다.
런던과 비교했을 때 지금 서울의 아트 신에는 어떤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지금 런던의 예술은 다양성에 중점을 둔 채 현대와 전통의 미술을 적극적으로 혼합하는 양상을 띤다. 특히 디지털이나 멀티미디어 플랫폼을 사용하는 신진 예술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디지털 아트 외에도, 여러 학문 분야가 협업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전 세계 예술계의 트렌드 같다. 최소한, 형식의 경계는 허물자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 예술가들의 실험정신은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새로운 매체와 개념을 탐구하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아티스트를 여럿 목격해왔다. 우리 갤러리와 협업해온 박서보, 선우, 최혜경, 이승택, 김민정 등의 작가가 대표적이다. 한국 예술계에서 유독 강하게 느껴지는 공동체 의식과 협동심에도 많은 자극을 받고 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꼭 방문하고 싶은 갤러리나 미술관이 있다면?
언제나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전시를 선보이는 서울시립미술관은 리스트에 빠짐없이 이름을 올린다. 이왕이면 소규모 독립 갤러리도 많이 돌아볼 계획이다. 니콜라 부리오가 총감독을 맡은 광주비엔날레에도 방문하고 싶다. 우리 갤러리의 대표 작가인 해리슨 피어스(Harrison Pearce)가 주요 설치작품으로 참여한다고 하니, 광주에 갈 수 있는 일정이길 바란다.
이번 서울의 아트위크에서 가장 기대되는 일은?
작년 이맘때 돌아가신 박서보 작가를 마지막으로 만났었다. 서울에서 그의 가족들을 꼭 한 번 뵙고 싶다. 한국 작가들은 물론 열정적인 컬렉터와 큐레이터를 비롯한 서울 미술계의 새로운 얼굴들도 기대하고 있다. 사실 서울엔 갤러리나 미술관, 박물관을 제외하고도 즐길 것이 너무나 많지 않나! 미식을 비롯한 서울의 문화를 마음껏 누리다 갈 생각이다.
칼 코스티알 Carl Kostyál 2010년에 개관한 갤러리. 런던, 스톡홀름, 밀라노에서 전시를 개최한다. 타운하우스, 정신병원, 아파트 등 화이트 큐브를 벗어난 색다른 공간을 전시장으로 삼는다. 최근에는 스웨덴에서 가장 낭만적인 성으로 손꼽히는 스토라 순드비(Stora Sundby)에서 정기적으로 전시를 열고 있다.

키아프 서울에서 어떤 작가와 함께하는가?
프랑스 작가 로베르 콩바스(Robert Combas)의 유머러스한 팝아트 조각, 리카르도 코르데로(Riccardo Cordero)와 허버트 멜러(Herbert Mehler)의 우아한 추상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한국 화가 김두례의 회화, 영국 팝아트의 선구자 조 틸슨(Joe Tilson)의 화려한 색채 등 현대미술 작가도 다양하다. 하이라이트라면, 파블로 피카소의 정교한 오리지널 에칭과 석판화 등 희귀한 오브제를 다수 포함한 캐비닛 전시를 말하고 싶다.
프랑크푸르트와 비교했을 때, 지금 서울의 아트 신에는 어떤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독일은 견고한 성장세가 지속되는 고전 분야와 안정성은 떨어지지만 새로운 관점을 보여줄 수 있는 현대미술 분야를 함께 이어옴으로써 유럽 미술시장의 경제적 어려움을 헤쳐나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 서울의 예술은 훨씬 역동적이고 거침이 없다고 느낀다. 20년 동안 키아프 서울에 참여해온 만큼, 아시아의 미술시장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한국은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속도와 효율성 분야에서 가히 최고라고 할 만하다. 모든 분야에서 상당한 수준의 디지털화가 이루어져 있다는 점은 물론이며, 예술에 대한 뜨거운 열정도 마찬가지다. 내가 한국에 계속에서 매료되는 이유다. 독특하다고 여기는 점은 한국의 젊은 세대들이 유독 화려하고 경쾌한, 행복한 예술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예술이 늘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 가끔은 철학적인 관점을 제시하는 역할로서의 예술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한국의 아티스트는?
김창열, 김영춘, 백남준 같은 현대미술 작가들에게 두루 관심이 많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 꼭 방문하고 싶은 갤러리나 미술관이 있다면?
지난 몇 번의 방문 때마다 방문했던 세화미술관! 갈 때마다 많은 영감을 얻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올해는 특별히 서울을 벗어나보고 싶기도 하다. 원주의 뮤지엄 산은 꼭 방문해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다. 훌륭한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는 것은 물론, 건축 양식도 아름다운 곳이니까.
이번 서울 아트위크에서 어떤 것을 기대하는가?
한국 음식도 아주 좋아하는 편이다. 무엇보다 지금 서울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더 나아가 세계의 아트 신에서 벌어지고 있는 흥미로운 일들에 대해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한국 동료와 컬렉터들을 만나기를 기대한다. 올해도 유수의 인재들이 모일 WKF 세계지식포럼에는 빠짐없이 참석할 예정이다.
디 갤러리 Die Galerie 1979년 설립된 디 갤러리는 설립 초기 파블로 피카소, 현재는 루치오 폰타나, 파브리치오 플레시 등 최고 수준의 근현대 예술작품과 함께 지난 20년 간 키아프 서울에 참여하고 있다.


키아프 서울에서 어떤 작가와 함께하는가?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작업하는 벤 크레이스(Ben Crase)와 로스앤젤레스에서 활동하는 캐논 딜(Cannon Dill), 제레미 쇼클리(Jeremy Shockley)까지. 우리가 가장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는 세 아티스트의 신작을 전시한다. 이들은 모두 캘리포니아 기후에 영향을 받은 듯 밝고 생동감 있게 풍경을 묘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선명한 색채와 유쾌한 캐릭터가 생기 있는 여름날을 연상케 하는데, 이건 내가 키아프 서울을 떠올렸을 때 그려지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미술 뿐 아니라 영화, 음악 등 분야를 막론하고 창의적인 흔적을 남기고 있는 서울의 예술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크레이스, 딜, 쇼클리의 작품이 서울에서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낼지 궁금하다.
시드니와 비교했을 때, 지금 서울의 아트 신에는 어떤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당연한 말이지만, 예술은 그 도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 가치관을 놀랍도록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을 가까이하며 여유가 흐르는 시드니의 예술은 ‘유머’와 ‘색채’로 설명할 수 있겠다. 키아프 서울로 처음 방문하게 된 서울은 나에게 풍부한 역사와 전통의 도시로 각인되어 있었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볼수록 예술, 특히 패션, 디자인 분야에서 통통 튀는 창의적 에너지가 느껴지더라.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우러지기란 생각보다 힘든 일인데, 서울은 그걸 해낸다. 하루 빨리 도시의 분위기를 생생히 느껴보고 싶을 뿐이다.
이번 서울의 아트 위크에서 가장 기대되는 일은?
한국에 처음 방문하는 만큼 경복궁과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대형 갤러리들은 빠짐없이 방문해보려 한다. 이것만 해도 시간이 모자랄지도 모른다. 리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은 그중에서도 우선순위에 이름을 올린 곳이다. 이번 방문을 시작으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있게 배워보고 싶다. 익숙하지만 눈으로 담는 경험만이 줄 수 있는 생경함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나 짜릿하다. 페어에서는 내가 보고 싶었던 작가들보다도 전혀 몰랐을, 새로운 작가를 더 많이 만나게 될 것이다. 그들의 작품이 어떤 놀라움을 안겨줄지, 그로 인해 내가 서울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은 또 어떻게 변화될지 기대되기도 한다. 아티스트뿐만 아니라 한국의 갤러리스트와도 긴밀히 소통하고 교감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다른 나라의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일은 아트페어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니까.
피어마크 Piermarq* 시드니 서리힐스에 위치한 아트 갤러리. 2012년에 설립됐다. 색상과 질감, 규모에 중점을 둔 대담하고 생동감 넘치는 작품을 선보인다.
고영진은 <바자>의 피처 에디터다. 제3자의 시선으로 이 도시의 지금을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 일곱 도시의 갤러리스트들과 서울 어디에선가의 우연한 만남을 기대한다.
Credit
- 사진/ 각 갤러리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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