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부쉐론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담긴 '콰트로'가 스무살을 맞이했다

때로는 말보다 하나의 물체가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한다. 부쉐론의 철학이 응축된 콰트로 링. 20주년을 맞이한 이 링이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기까지의 여정을 되짚어본다.

프로필 by 서동범 2024.07.03


EVOLVING ICONS
부쉐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담아낸 콰트로 20주년 기념 컬렉션.
2024년 새로이 선보인 콰트로 클래식 스몰 뱅글로 콰트로만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의 확장판이다. 옐로 골드, 핑크 골드, 화이트 골드, 브라운 PVD, 다이아몬드가 어우러져 있으며 오리지널 컬러를 보다 고급스럽게 재해석했다. 심플하게 단독으로 착용하거나 같은 컬렉션의 다른 제품과 함께 매치하여 강렬한 부쉐론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다.

콰트로의 가장 파격적인 변화 중 하나인 콰트로 클래식 라지 초커. 배우 한소희가 착용했던 모델로 콰트로 디자인의 가능성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더없이 대담한 매력이 돋보이는 이 네크리스는 세 가지 골드와 브라운 PVD의 조합, 눈부신 다이아몬드 라인이 어우러져 있다.

부쉐론의 혁신은 디자인을 넘어서 주얼리를 활용하는 방식에도 적용된다. ‘멀티웨어'라는 부쉐론의 전통을 이어받은 콰트로 클래식 멀티웨어 네크리스는 7가지 다양한 조합으로 즐길 수 있다. 유연한 리본처럼 디자인된 이 제품은 네크라인을 감싸는 2개의 네크리스와 손목을 빛내주는 3개의 뱅글, 벨트나 헤어 주얼리로도 착용할 수 있다. 독창적인 잠금 장치를 사용하여 놀라울 정도로 간단하게 스타일을 변형할 수 있다.

원은 또 원으로 이어진다. 20주년 에디션을 위해 부쉐론 디자인 스튜디오는 콰트로 코드를 무한대로 증폭시키는 디자인을 상상했다. 이렇게 탄생한 콰트로 클래식 네크리스는 약 50개의 콰트로 링으로 구성되며, 각 링은 콰트로 컬렉션만의 노하우를 담아 개별 제작 및 조립됐다.

포목상이었던 프레데릭 부쉐론 가문의 뿌리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진 보빈(재봉틀의 부수품으로서 밑실을 감은 실패를 넣어두는 북) 디자인의 콰트로 레디언트 에디션 스풀 뱅글. 2개의 핑크 골드 커프스와 10개의 뱅글을 포함한 총 12개의 브레이슬릿이 켜켜이 쌓여 있는 독특한 형태다. 접착제 없이 오로지 조립으로만 완성된 제품으로 착용자의 취향과 그날의 룩에 따라 따로 또 같이 스타일링이 가능하다.

20주년을 기념해 한정판으로 출시되는 하이주얼리로 기존 골드만 사용하던 콰트로의 소재를 컬러 스톤을 가미해 특별함을 더했다. 스페사르타이트 가닛과 옐로 사파이어의 조합을 더한 콰트로 클래식 네크리스는 완전히 동일한 컬러의 스톤을 조달하는 데만 수년이 걸렸을 정도다. 이렇게 완성된 네크리스는 기존의 콰트로와는 또 다른 광채와 매력을 풍긴다.

(왼쪽부터)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각각 2004, 2010, 2011, 2012, 2013, 2018, 2020, 2021년의 부쉐론 콰트로 광고 캠페인.

아이콘의 탄생
같은 재료를 사용해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선 창작자의 피, 땀, 눈물 그 이상이 필요하다. 하늘 아래 똑같은 것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미 인류는 많은 것을 실험했고, 수없이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렇기에 요즘 시대의 귀함은 기존의 수많은 것과 다를 때 탄생한다. 과거 인간이 만들어온 주얼리는 누가 더 희귀한 보석을 찾아내서, 누가 더 웅장하고 화려한 작품을 만들어내는가에 집중했다. 하지만 세상의 보석이 한정적이듯, 이러한 방식으로는 더 이상 ‘다름’을 지닌 주얼리를 만들지 못했다. 디자인적 차이를 뛰어넘어 주얼리가 지닌 목소리 자체에 다름이 담겨야 한다고 처음 생각한 건 바로 부쉐론의 창립자 프레데릭 부쉐론이었다. 그는 1897년 최초로 잠금 장치가 없는 퀘스천마크 네크리스를 선보였다. 그 시절 여성들은 시녀의 도움 없이는 옷도, 주얼리도 혼자 착용하기 힘들었다. 스스로 꾸미는 존재가 아닌 ‘꾸며지는’ 수동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프레데릭 부쉐론이 만든 퀘스천마크 네크리스는 유연한 스프링으로 되어 있어 타인의 도움 없이도 편하게 착용할 수 있었다. 이 작은 자유의 움직임은 이후 더 크게 번져나갔고, 여성도 자립할 수 있다는 큰 흐름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이같이 주얼리가 말하는 귀함은 이젠 재료의 희소성이 아니라 개념의 희소성이어야만 한다. 부쉐론이 혁신의 주얼리 메종으로 여겨지는 건 이들이 시작부터 기존과는 다른 귀함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2004년 부쉐론은 퀘스천마크 네크리스와 마찬가지로 남다른 목소리를 지닌 주얼리 ‘콰트로 링(Quatre Ring)’을 탄생시켰다. 4개의 서로 다른 라인으로 구성된 콰트로 링은 기존의 주얼러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조합으로 디자인적 특이점을 완성했다. 여기에 성별이나 나이가 아닌 취향에 따라 누구라도 착용할 수 있는 주얼리를 만들었다는 점 역시 혁신적이다. 이후로 20년간 콰트로는 부쉐론의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아이콘으로 손꼽히고 있다. “아이콘은 의도적으로 창조될 수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완성되고 사람들의 공감을 통해 그러한 자격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부쉐론의 CEO인 엘렌 풀리-뒤켄(Helene Poulit-Duquesne)의 말처럼 콰트로의 어떤 점이 우리의 공감을 이끌어냈을지. 콰트로 20주년을 통해 아이콘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살펴볼 참이다.

Credit

  • 글/ 김민정(프리랜스 에디터)
  • 사진/ ⓒ Boucheron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