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과거를 담은 선, 최영욱의 달 항아리

HELEN J와 최영욱 작가의 두 번째 만남을 조명했다.

프로필 by 홍준 2024.05.17
사진/ HELEN J 갤러리 제공

사진/ HELEN J 갤러리 제공

HELEN J 갤러리에서 최영욱 작가와 함께하는 두 번째 전시 <KARMA: rites>를 선보인다. 한국 현대미술의 선두적 인물인 최영욱의 기존 ‘카르마’ 시리즈과 신작이 같이 공개됐다.

우리말로 ‘연(緣)’ 혹은 ‘업(業)으로 번역되는 카르마(KARMA)는 인연과 과업이라는 둘의 관계성에 대해 풀어놓은 시리즈다. 이런 관계성이 담긴 달 항아리는 꾸밈없는 색조과 외관, 단조로운 실루엣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사진/ HELEN J 갤러리 제공 사진/ HELEN J 갤러리 제공 사진/ HELEN J 갤러리 제공
최영욱의 작품은 보는 이의 점진적인 집중을 이끌어낸다. 그의 시그너처 ‘달 항아리’를 보면, 먼저 유려한 항아리의 윤곽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고, 이어서 여러 얼룩과 길게 그어진 선들의 병렬이 포착된다. 하얗게 칠해진 세라믹 위에 생생하게 그어져 있는 다양한 흔적들은 과거 경험의 산물이다. 즉, 과거의 관계성과 연결되어 있는 ‘연’과 ‘업’을 의미한다. 최영욱은 마치 일기를 쓰듯 작업을 이어나가며 자신의 내면의 관찰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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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구축해낸, 최영욱의 구름 낀 듯한 배경과 달 항아리라는 두 개체는 일상과 의식(rite)의 경계를 나타낸다. 뚜렷하지 않은 경계는 그 둘의 모호한 관계성을 나타낸다. 반대로 새로운 작업 방식으로 만든 ‘Karma 3-60’에서는 칠흑같이 어두운 배경의 갈라진 틈에서 유약이 비쳐 가느다란 흰색 선의 형태로 달 항아리가 보여진다. 또 다른 작품에서는 달 항아리의 표면을 근접하게 들여다본 시각으로 제공한다.

사진/ HELEN J 갤러리 제공 사진/ HELEN J 갤러리 제공 사진/ HELEN J 갤러리 제공 사진/ HELEN J 갤러리 제공
최영욱 작가는 생명의 근원이자 다양한 역사를 지니고 있는 진흙을 통해, 달 항아리의 역사와 정체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화가적 지혜와 과거에 대한 성찰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그가 표현한 달 항아리 밑 부분의 얼룩진 표면은 ‘과거는 드러나 있으나, 내면의 이야기는 알려지지 않은 존재’에 대한 탐구를 나타낸다고 한다.

현재 미국 LA에 위치한 HELEN J 갤러리에서 최영욱 작가의 <KARMA-rites>전시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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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HELEN J 갤러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