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양평과 강릉에서 만난 신생 미술관
각자의 방식으로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내는 새로 생긴 로컬 미술관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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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함캠퍼스 1관 전경에서는 전시와 공간에 관한 13분짜리 영상을 볼 수 있다.
2022년 여름, 남한강 주변 1만 평 대지에 거대한 사립미술관이 들어섰다. 전시장은 물론 강연장과 카페가 8동으로 이루어진 말그대로 ‘캠퍼스’. 빈 상자를 뜻하는 한자 ‘이함(以函)’을 덧붙여 다방면의 예술을 담아 널리 제공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설립자가 20여 년 전부터 구상한 프로젝트인 만큼 너른 땅에 나무 울타리, 바위 등을 차례차례 두고 길을 닦아 오늘날에 이르렀다. ‘선(禪)의 건축가’로 불리는 김개천 건축가는 미술관 외관을 따라 흐르는 물길을 캠퍼스 중앙 정원으로 이어지게 하고 대범하게 뻗은 건축 획을 따라 각각의 건물과 정원의 공간이 절묘한 변주로 물 흐르듯 연결되게 마무리했다. 봄이 만연한 이 시기에 걷기만 해도 숨이 트인다. 노출 콘크리트 공법으로 지은 미술관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마치 창고형 마트처럼 쌓아둔 의자가 눈에 띈다. 웅장하면서 소박하고, 투박하면서 경쾌한 재미. 이함캠퍼스가 가치 있게 여기는 독창성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또한 석조 유물과 조선시대 목가구부터 공장용 산업 가구 및 기계, 군용 물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와 장르를 아우르는 설립자의 컬렉션과 안목처럼 이함캠퍼스의 프로그램에는 역동성이 있다. 개관전에 막 인지도를 얻기 시작한 미디어아트그룹 ‘사일로 랩’을 세운 이후 두 번째 전시는 20세기를 관통하는 거장들의 가구를 한데 모았다. 르 코르뷔지에, 장 프루베, 찰스 & 레이 임스 같은 모던 디자인의 거장부터 필립 스탁, 론 아라드 등 동시대 산업디자이너의 작품까지. 모더니즘이라는 예술사적 시선에서 바라본 미감을 현대에서 다시 떠올리게끔 한다. ‘시차(時差)’와 ‘시차(視差)’의 다양성을 꿈꾸는 전시는 빈 상자가 흘러 넘칠 때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경기 양평군 강하면 강남로 370-10

<붉은 빛의 공간 환경(Ambiente spaziale a luce rossa)>, 1967.2024. 솔올미술관의 개관전 «루치오 폰타나: 공간·기다림»에서 선보인 작품이다.
솔올미술관 개관은 올해 초 예술계의 가장 떠들썩한 소식 중 하나였다.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이 점차 알려지고 아르떼뮤지엄 강릉이 관광 필수 코스가 되어가는 와중 예술을 향유하는 도시로 자리 잡기 위한 미술관이 하나 더 생겼기 때문이다. ‘백색 건축의 대가’라 불리는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가 은퇴한 후 그의 기치를 잇는 마이어 파트너스(Mier Partners)가 처음 선보이는 미술관 프로젝트라는 이유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교동7공원 내에 세워진 미술관 건물은 언덕을 올라야 마주할 수 있다. 부지내 가장 높은 곳에 마치 얹힌 것처럼 자리한다. 숨이 가빠지기 시작할 즈음 나타나는 솔올미술관은 하얀 콘크리트와 유리로 점철되어 있다. 새하얀 획 안 유리 입면에 비친 풍경들이 마치 성긴 모자이크처럼 보인다. 2층까지 시원하게 트인 로비 천장에는 개관전의 주인공인 루치오 폰타나의 작품이 걸려 있다. <제9회 밀라노 트리엔날레를 위한 네온 구조>는 당시의 모습 그대로 재현되었다. 백색 건물 안에서 빛을 휘감는 형태처럼 보이는 작품은 마치 솔올미술관을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결이 꼭 맞는다. 사방에서 들어오는 빛이 시시각각 바뀌는 그림자를 만들어 공간에 풍경을 더한다. 3개의 전시실이 단정하게 들어선 미술관은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로비를 지나쳐 외부로 나가면 마당과 수공간이 나오며 세계가 확장된다. 주변 공원으로 이어져 산책로에서 미술관으로 진입할 수 있고 반대로 미술관을 지나 공원으로 향할 수 있다. 2층에서 유리를 통해 강릉 시내를 바라볼 수도 있는데 리처드 마이어가 만든 씨마크 호텔이 보일 정도로 조망권이 넓다. 공간의 힘으로 예술과 환경이 하나가 되는 경험이 솔올미술관에 열려 있다.
강원 강릉시 원대로 45
박의령은 컨트리뷰팅 에디터다. 새로운 지역에 가면 시장과 서점, 미술관은 가보려고 한다. 이 셋은 지식과 행복을 전달한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Credit
- 글/ 박의령
- 사진/ 김연제, 솔올미술관, 이함캠퍼스, 금고미술관 제공
- 디자인/ 진문주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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