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에 가면 놓치지 말아야 할 31가지의 전시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동안 열리는 병행 이벤트와 위성 전시 가운데 놓쳐서는 안 될 미술 현장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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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삶의 지형을 넓히고, 우리 자신도 몰랐던 방향으로 이끈다. 과거와 미래라는 프리즘을 통해 현재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예술가들의 예지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 베니스비엔날레를 비추는 한국 예술가들의 목소리는 위로이자 안내서가 될 것이다. 어떤 경계의 안과 밖에서도 자유로웠던 예술가이자 30여 년 전 자르디니의 마지막 국가관을 세운 백남준이 그랬듯이.
※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는 4월 20일부터 11월 24일까지 열린다.
31 Exhibitions Not to Miss in Venice

Hoon Kwak, Kalpa / Sound : What Marco Polo left behind, 1995 © ARKO
Every Island is a Mountain
Sovrano Militare Ordine di Malta
2024.4.19~9.8
1995년부터 2022년까지 역대 한국관 참여 작가 30여 팀의 전시작과 신작, 준공 과정을 담은 아카이브 자료를 조망하는 전시. 개관 작가 곽훈, 윤형근, 전수천, 김인겸의 드로잉과 퍼포먼스 아카이브부터 지난 59회 대표 작가 김윤철의 작품까지. 각각의 섬들이 수면 아래에서 산맥처럼 연결된다는 전시명처럼 영토, 연대, 생태, 지속가능한 미래 등 동시대적 화두를 던져온 작품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몰타 수도원의 작은 방과 중정, 복도로 이어지는 전시 동선을 따라 정원에 다다르면, 야외 전시가 조성되어 있다. 한국의 해양 쓰레기를 수집해 만든 최정화의 작품을 포함해 여러 설치 작품이 배치되고, 창작 컬렉티브 ‘아워레이보’가 한국관의 아우트라인을 본따 설계한 ‘투명한 파빌리온’ 아래에서 토크 프로그램도 이루어진다.
Arts Council Korea

Untitled (Rome), 1959 © The Willem de Kooning Foundation
Gallerie dell’Accademia
2024.4.17~9.15
20세기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 빌럼 데 쿠닝의 대규모 회고전이 진행 중이다. 회화 안에서 형식의 변화를 시도해온 데 쿠닝의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작품 약 75점을 볼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이번 전시는 1959년, 1969년 두 차례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영향받은 작품이 공개된다. 뉴욕과 이스트 햄튼 풍경이 종종 그의 영감이 되었듯 <Villa Borghes> <Black and White Rome> 등은 그가 로마에서 마주한 자연, 고대 조각, 인물 등을 반영한 작품이다. “나는 추상적인 것에 관심이 없고 분노, 고통, 사랑, 그림, 말, 우주에 대한 생각을 보여주고 싶다”던 작가의 말처럼, 이탈리아라는 장소가 작가의 내면, 예술세계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The Willem de Kooning Foundation

Installation View of the exhibition. Photo: Marco Cappelletti © Palazzo Grassi, Pinault Collection
Palazzo Grassi
2024.3.17~2025.1.6
줄리 머레투는 건축적 방법론을 적용해 도시 환경을 상징하는 대규모 추상 작업을 선보이며 지금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이다. 피노 컬렉션을 포함해 여러 박물관 및 개인 소장품 60여 점으로 이루어지는 전시는 ‘위치 없는 이야기 지도(Story maps of no location)’라 정의한 작업 영역을 예술 공동체까지 확장한 시도다. 작가에게 에티오피아에 뿌리를 둔 정체성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만든 틀이 되어주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다양한 정체성을 포괄한 예술 공동체가 창조적인 대화를 나누는지 목격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이란 출생의 작가 나이리 바그라미안(Nairy Baghramian), 파키스탄계 미국인 조각가 후마 바바(Huma Bhabha), 아프리카계 미국인이자 시인 로빈 코스트 루이스(Robin Coste Lewis) 등 수많은 동료들의 시, 조각, 영화, 목소리, 음악 등을 함께 전시한다. 이들의 대화를 담은 카탈로그 북도 볼 수 있으며, 토크 프로그램을 통해 각자의 시선을 해석해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Arcangelo II (San Giorgio) (work in progress), 2024 © Berlinde De Bruyckere
Abbazia di San Giorgio Maggiore
2024.4.20~11.24
벨기에 태생 현대미술가 베를린데 데 브루이케레는 인간과 동물의 표피, 털 등 유기체를 활용해 조각을 만든다. 종교적 도상과 플랑드르 르네상스 시대에 영감을 받은 작품들은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현상과 맞물려 색다른 맥락으로 재탄생한다. 팬데믹 기간 동안 환자를 돌본 간병인들의 헌신에 영향받은 <Arcangelo>는 지난해 화이트큐브 서울 개관전에서 전시되었다. 이번 전시는 ‘성역’과 피난처를 주제로 한 연작 중 세 번째 작품으로, 교회라는 장소가 지닌 건축적 특징, 기능, 상징성과 역사 등을 다룬 세 개의 신작이 설치된다. 성 베네딕도회 공동체의 비영리 지부인 베네딕티 클라우스트라 온루스(Benedicti Claustra Onlus)와 함께 큐레이팅 팀을 구성한 것도 특징이다.
Benedicti Claustra Onlus

Daljip Teugi ritual in Cheongdo, South Korea, 2024 © Johyun Gallery

Daljip Teugi ritual in Cheongdo, South Korea, 2024 © Johyun Gallery
Fondation Wilmotte
2024.4.20~11.24
‘숯의 작가’ 이배의 시선이 한국 전통 의식으로 향한다. 음력 1월 15일, 새해 첫 보름달이 뜨는 정월 대보름날 밤, 사람들은 한지에 소원을 쓰고, 짚불을 태우며 풍년을 빌어왔다. 전시는 ‘달집 태우기’라는 마을 공동체의 유구한 풍습을 현대미술로 탈바꿈시킨 시도다. 지난 2월 24일 작가의 고향 청도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이를 기록한 영상을 상영한다. 물론 퍼포먼스에서 남은 숯을 활용한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세 개의 붓질을 바닥과 벽면에 펼친 작업, 짐바브웨 화강암으로 만든 4.6미터 높이의 조각작품 <먹Meok>과 캔버스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이배의 작업 세계를 이해하는 주요 키워드인 숯을 퍼포먼스와 함께 총체적으로 경험함으로써, 관객은 순수한 순환의 세계로 몰입하는 듯한 체험을 하게 된다.
Fondation Wilmotte and Hansol Cultural Foundation

Claire McCardell 9, 2022
Fondazione Giorgio Cini
2024.4.17~9.29
지난해 구겐하임 뉴욕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치른 알렉스 카츠의 신작을 볼 수 있는 전시. 2021년, 2022년 두 해에 걸쳐 완성된 작품 위주로 이루어진 전시는 크게 세 가지 신작을 내포한다. 먹색의 바다와 초록색과 노란색으로 초원을 표현한 풍경화 그리고 미국 패션 디자이너 클레어 매카델의 의상에서 영향받은 작품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카츠는 런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에 소장된 매카델의 디자인을 관찰하며 이를 새롭게 해석한 결과물을 완성했다. 매카델의 의상을 이분법, 삼분법 구도에서 바라보며, 다양한 실루엣과 색채로 여성의 몸과 의상을 탐구한 회화를 공개한다.

Ojakgyo, 1965 © Seundja Rhee Foundation, Gallery Hyundai
ArteNova
2024.4.20~11.24
일생 동안 삶과 예술, 인류와 자연, 이방인이라는 주제를 회화로 표현해온 이성자의 1959년 초기작부터 2008년 후기까지의 대표작을 볼 수 있는 전시.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파리로 간 이성자는 30대 중반에 미술을 시작했다. 그 후 60여 년 동안 그의 회화적 실험은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초창기 작업 가운데 <여성과 대지>는 점묘법과 유사한 방식으로, 짧은 선 형태로 물감을 겹겹이 쌓아 프랑스 화단에서 독창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후 미국과 한국, 프랑스를 오가며 도시와 동서양 음양 모티프를 토대로 추상 작업을 선보였다. 말년에 그녀는 프랑스 남부에 거주하며 국경이라는 한계를 초월한 <우주> 연작을 완성했다.
KoRICA (Korean Research 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Work Series, 1968 © Yoo YoungKuk Art Foundation, PKM Gallery

Work Series, 1970 © Yoo YoungKuk Art Foundation, PKM Gallery
Fondazione Querini Stampalia
2024.4.20~11.24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의 유럽 첫 개인전이 열린다. 1960년대 이후 유영국은 동양과 한국의 자연, 그중에서도 특히 산에 매료된 작업을 선보였다. 유화 30여 점, 판화 14점, 드로잉 8점과 아카이브 40여 점까지 총 3개 층에서 이루어지는 전시는 1층에서는 판화를, 2층에서는 아카이브 자료와 영상을, 3층에서는 1960~1970년대 회화를 집중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기하학적인 형태, 빨강과 파랑, 대담한 원색의 색채 등을 통해 독자적인 추상언어를 확립하고자 한 작가의 열정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Yoo Young Kuk Art Foundation

© Peresprojects
Fondaco Marcello
2024.4.20~11.24
1987년생 작가 레베카 아크로이드는 조각과 회화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여성의 신체와 기호를 활용해 독창적 서사를 지닌 작품을 완성한다. 전시는 독일 케스트너 게젤샤프트 재단에서 지난 2월 막을 내린 개인전 «Period Drama»와 호응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의 이론 ‘거울 단계’에 착안해, 거울을 은유한 설치작품이 설치되며, 대규모 그림, 드로잉, 조각과 기성품이 한데 뒤섞여 채워진다. 종말론과 현실주의, 신체와 유령, 욕망과 혐오 등 상반되는 개념을 오가며 물음표로 채운 미지의 세계로 우리를 안내한다.
Kestner Gesellschaft

Photo: Marco Cappelletti
Ca’ Corner della Regina
2024.4.20~11.24
베니스의 이단아, 크리스토프 뷔헬의 새로운 프로젝트가 오랜 역사를 지닌 건축물에서 펼쳐진다. 2019년 뷔헬은 리비아 해안에서 난파된 어선의 잔해를 아르세날레 전시장에 배치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이주와 난민, 지중해의 역사를 돌아보며 난파선이 현시대에 지닌 의미를 되짚은 바 있다. 2015년에는 폐쇄된 교회를 모스크로 탈바꿈시켜, 무슬림 공동체와 이슬람교도 여행자들을 작품으로 끌어들인 작품 <THE MOSQUE>로 화제를 모았다. 이번 전시는 16세기 교황 비오 7세의 소유 아래, 가난한 이를 위한 전당포 ‘몬데 디 피에타’ 역할을 해온 건축물의 역사와 긴밀히 연관된다. 뷔헬은 현대사회에서 부채와 금융, 가상의 부가 지닌 상관관계에 대해 추적하며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초기작은 물론 재작년 새롭게 시도한 작품 <Diamond Maker>를 만나볼 수 있다. 자신의 배설물에서 추출한 DNA를 배양해 스위스의 한 실험실에서 랩그로운 다이아몬드와 결합한 결과물이다.
Christoph Büchel

Self-Portrait Lying Down, 1975 © The Peter Hujar Archive

Orgasmic Man, 1969 © The Peter Hujar Archive
Santa Maria della Pietà
2024.4.20~11.24
사진가 피터 휴아르는 1970~80년대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마주한 다양한 인물들을 흑백 사진으로 담아왔다. 부드러운 자연광 아래 나른하고, 무미건조하거나 반대로 극적인 표정을 짓는 사람들은 섹슈얼리티와 죽음이라는 깊이 있는 주제에 담담하게 접근하는 작가의 시선을 잘 나타낸다. 유럽에서 처음 그의 작품이 공개되는 이번 전시에서는 1976년 추려졌던 41장의 사진을 선보이는데, 이는 과거 평론가 수전 손택이 그의 작업을 소개하기 위해 선별한 작업들이다.
Peter Hujar Foundation

Make a Wish, 2023 © Lisson Gallery
Chiesetta della Misericordia
2024.4.20~11.24
높은 곳을 향해 오르거나, 구름에 둥둥 떠 있거나, 불길 속을 걷는 사람들이 등장하는 유홍의 회화. 중국 예술 아카데미에서 미술을 배운 작가 유홍은 인간 내면의 감정을 몸짓으로 형상화한 회화를 그려왔다. 근대 사실주의와 유럽 회화에 영향받은 화풍이 독특한 인상을 준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소셜 미디어에 중독된 현대인의 불안과 고뇌를 가족, 친구 같은 지인들의 모습으로 변형시켜 아치형 패널에 옮겼다. 전시명은 퀸이 1980년 발표한 곡의 제목과 루쉰의 글에서 착안한 것으로, 중국의 세계화에 따른 급진적인 변화에 부적응한 인간의 실존적인 문제를 은유한다.
The Asian Art Initiative of the Guggenheim Museum

The Sweet Mystery, 1960-1962 © 2024 Morgan Art Foundation Ltd, The Robert Indiana Legacy Initiative
Procuratie Vecchie
2024.4.20~11.24
기호와 언어를 통해 미국적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한 작가로 알려진 로버트 인디애나. 초기작과 미공개작을 포함한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가 개막한다. 전시명은 인디애나가 그린 최초의 그림에서 기원했다. 1960년대 초반 맨해튼 지역의 건설 현장과 부두에서 자주 볼 법한 위험 사인(danger stripes)에서 기호를 향한 그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 전시장은 최근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복원한 건물로, 산마르코 광장을 따라 시계탑까지 연결된다. 영성과 일상 등 폭넓은 주제에 맞춰 진화를 거듭해온 60여 년 작품 세계를 조망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Yorkshire Sculpture Par

I Am Hymns of the New Temples, 2023 © Wael Shawky
Museo di Palazzo Grimani
2024.4.17~6.30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태어나 그곳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작가 바엘 쇼키는 올해 이집트관 대표 작가로 선정되었다. 역사에 대한 집요한 리서치를 토대로 그는 영화, 공연, 그림, 조각 등 다채로운 매체를 넘나들며 전통에 착안한 서사를 현대적으로 재현하는 작업을 펼쳐왔다. 그의 색다른 작업을 볼 수 있는 이번 전시에서 바엘 쇼키는 이탈리아의 고대 도시 유적인 폼페이 문화와 이집트 문명의 교차점을 살핀다. 사실과 허구를 뒤섞으며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불리는 작가는 재작년 폼페이 고고학 공원과 협력해 그곳에서 약 1시간 길이의 필름을 촬영했으며, 전시명과 동명의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고대와 현대에서 문화 유산이 지닌 지위를 고찰한 기록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 실험의 일환으로 최근까지 만든 설치작품과 드로잉 또한 함께 선보인다.
Museum of Palazzo Grimani and the Archaeological Park of Pompeii

Me #5, 2020 © Jim Dine
Palazzo Rocca Contarini CorfÙ
2024.4.20~7.21
네오 다다, 팝아트, 추상표현주의 등 20세기 미국 미술사에서 끊임없이 형식적 변화를 모색해온 짐 다인. 1980년대 작품부터 미공개작과 비엔날레를 위해 장소에 맞춰 특별히 고안한 32개의 장소특정적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일평생 저는 움직여왔습니다. 스튜디오에서 스튜디오로, 나라에서 나라로 움직이는 걸 즐겼죠. 제게 여행은 빨간색을 사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작업한 다인은 이렇게 말한 바 있기에, 그가 구축해온 예술과 장소의 상관관계에 대해 목격할 수 있는 전시다. 14세기에 건립된 궁전의 2개층과 18세기에 지어진 조각 공원에서 하트, 자화상, 비너스와 피노키오의 모습으로 재기발랄하게 숨 쉬고 있다.
Kunsthaus Goettingen

Vers un espace, 1999 © Gallery Hyundai

Solution de continuité, 1995 © Gallery Hyundai
Palazzo Caboto
2024.4.19~7.7
“우리는 입체가 되고자 하는 꿈을 갖고 평면에서 태어났다. 평면의 조직과 두께는 공간을 향해 나아가기를 희망했다.” 화가 신성희의 작가 노트에 발견된 이 문장은 반세기가 넘는 그의 예술세계를 집약한 문장이다. 한국아방가르드협회 작가로 활동하던 신성희는 1980년 파리로 거처를 옮긴 뒤 자신만의 방법론을 완성하기 위해 몰두했다. 채색한 판지 조각을 찢고, 붙이고 그걸 재단해 띠 형태로 박음질하기까지. 끊임없는 시행착오 끝에 탄생한 <박음(Couturage) 회화>와 <엮음(Nouage) 회화>는 재단사가 옷을 짓고, 건축가가 집을 설계하듯 평면 위에서 정확한 각을 계산해 완성한 것이다. 이승택, 이강소, 이건용 등 비엔날레에서 한국 실험미술의 대표 작가들을 소개해온 갤러리현대의 기획전으로, 단색화와 쉬포르 쉬르파스(Supports-Surfaces) 그룹 작가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해온 작가의 예술세계를 경험할 계기가 될 것이다.
Gallery Hyundai

Untitled (François Gérard), 2023 © Alminerech
Palazzo Cavanis
2024.4.20~9.1
폴란드의 초현실주의 화가 에바 유스키에비치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초상화의 경계를 집요하게 탐구해온 작가다. 18~19세기 여성 초상화를 바탕으로 마스크를 씌우거나, 얼굴을 덮어버린 헤어스타일에 동식물의 형태를 결합함으로써 특정 대상을 파악하려는 우리의 욕구를 비틀어버린다. 고전적 초상화의 붓질과 색감을 따르지만, 그 이면에는 여성을 향한 사회의 미적 기준을 전복시키고 대안을 상상한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잎과 꽃봉오리를 잠가버린다는 전시 제목처럼. 전시의 큐레이팅은 마드리드 티센 보르네미사 박물관(Thyssen-Bornemisza Museum)의 예술감독 기예르모 솔라나(Guillermo Solana)가 맡았다.
Fundacion Almine y Bernard Ruiz-Picasso

Dolmen, 1995 © Gwangju Biennale Foundation
Il Giardino Bianco Art Space
2024.4.20~11.24
광주비엔날레의 창설 30주년을 맞아 열리는 기획전. 민주주의와 인권, 공동체의 가치에 집중한 비엔날레 소장품과 아카이브 자료를 전시하고, 다큐멘터리 <광주비엔날레, 30년의 시선(Gwangju Biennale, 30Years of Perspective)>을 상영한다. 특히 전시에서 공개되는 제1회 출품작인 백남준의 <고인돌(Dolmen)>(1995)은 돌처럼 쌓인 TV와 한국적인 오브제인 장독을 결합한 작품이다. 5.18민주화운동에서 희생된 공동체를 추모하고자 제작된 작품이어서 상징적이다. 과거 비엔날레에 참여했으며 왕성한 영상 작업을 하는 세 여성 아티스트 김실비, 김아영, 전소정의 신작도 설치되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광주 정신을 마주할 수 있다.
Gwangju Biennale Foundation

(왼쪽) Seung-taek Lee, Untitled, 1956 (오른쪽) James Lee Byars, Untitled, 1959-1960 © Michael Werner Gallery, Gallery Hyundai
Palazzo Loredan
2024.4.17~8.25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의 선구자 이승택과 동양의 미학을 탐구해온 미국 예술가 제임스 리 바이어스. 1932년, 같은 해 북한과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난 두 예술가는 자연과 철학, 전통에 뿌리를 두며 60년 예술세계를 이어왔다. 두 작가의 유사성과 주요 작품을 포괄하는 이번 전시는 과거 해머 미술관 출신 큐레이터 알레그라 페센티(Allegra Pesenti)가 기획을 맡았다. 지난해 한국과 런던에서 미리 선보인 뒤 올해 베니스에 안착한 것. 한국 아방가르드 미술이 조명받고, 제임스 리 바이어스의 회고전이 밀라노를 거쳐 현재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지금, 동서양의 시각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체험할 수 있는 계기다.
Istituto Veneto Di Scienze, Lettere Ed Arti

Havah, 2023 © Shahzia Sikander
Palazzo Soranzo Van Axel
2024.4.20~10.20
뿔과 촉수가 또아리를 튼 듯한 헤어 스타일을 한 여성이 당당히 서서 어딘가를 응시한다. 페미니스트 예술가 샤지아 시칸데르의 금속 조각은 지난해 뉴욕주 대법원 청사 꼭대기에 루스 베이더스 긴즈버그의 서명이 쓰인 채 전시되었으며, 올해 텍사스주 낙태 반대론자들에게 규탄을 받으며 논쟁적인 작품이 되었다. 파키스탄에 뿌리를 둔 작가는 식민 지배를 당한 남아시아의 역사와 여성의 삶에서 작업의 영감을 발전시켜왔다. 전통 패턴과 안료를 적용한 콜라주 작업, 유리 모자이크로 묘사된 인물화, 신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브론즈 조각까지. 이번 전시는 작가가 시각언어를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작품을 한데 모아 보여준다.
The Cincinnati Art Museum and The Cleveland Museum of Art

Rolling Gold Fountain, 2024 © M+
Campo della tana
2024.4.20~11.24
올해 M+와 홍콩예술발전협의회는 베니스에서 6번째 전시를 연다. 2013년 리 킷(Lee Kit)을 시작으로 홍콩에 기반해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개인전을 열어왔는데, 생태계와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가 트레버 영이 올해의 주인공이다. 중화권 예술가를 조명하기 위해 M+가 주관하는 ‘지그 프라이즈(Sigg Prize) 2023’ 파이널리스트에 오르기도 한 트레버 영은 필름과 조각, 사진 등 다채로운 매체를 활용하며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장소 특정적 작품을 선보이는 그의 수생태계에 대한 관점을 반영한 작품이 베니스라는 수상 도시와 어떻게 호응할지 기대를 모은다.
M+, West Kowloon Cultural District Authority and Hong Kong Arts Development Council

Ohne Titel, aus der Serie “Porte Doree”, 2023 © Martha Jungwirth. Photo: Ulrich Ghezzi.
The Palazzo Cini Gallery
2024.4.17~9.29
지난해 타데우스 로팍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었던 오스트리아 출신 화가 마르타 융비르트의 서사적인 전시가 열린다. 수채화와 유화, 얼룩과 선,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오가며 작가는, 6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손가락과 신체의 제스처를 캔버스로 옮겨왔다. 소설가 조셉 콘래드의 1899년작 <어둠의 심장>에서 영향받아, 이주와 박해라는 주제를 탐구한 이번 전시에서는 아프리카 열대우림 식물들의 녹색빛, 거대한 장벽의 석유 빛깔 등 다양한 색채를 활용해 한층 강렬한 에너지를 전한다.

Light, 2019-2023 © Hauser & Wirth

Lóng Táitóu II, 2019-2023 © Hauser & Wirth
Scuola Grande della Misericordia
2024.4.17~9.30
오늘날 중국 현대사회의 민낯을 그리는 작가 쩡판즈의 색다른 신작을 마주할 수 있는 전시다. 2009년 베니스비엔날레 중국관 대표 작가로 참여한 작가는 주로 익살스럽거나 어딘가 왜곡된, 서늘한 표정의 인물화를 그려왔다. 이번 전시는 처음 추상화를 선보이는 자리이자 금가루, 흑연, 수제로 만든 종이 등 새로운 재료로 만든 공예적 회화를 볼 수 있는 기회다. 한 가지는 두꺼운 질감을, 또 다른 한 가지는 얇고 반투명한 인상을 준다. 두 가지 형식의 회화를 선보이는 만큼 전시장 구성 역시 정교하게 고안되었는데,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를 맡아 구조물을 설계해 기대를 모은다.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LACMA)

Photo: Alessandra Chemollo
PALAZZO DIEDO
2024.4.19~ Ongoing
LA와 베이징을 기반으로 다국적 싱크탱크 베루겐 인스티튜트를 세운 설립자 니콜라스 베루겐이 비엔날레 개막과 동시에 베니스에 자신의 컬렉션을 소개하는 복합예술공간을 연다. 18세기에 지어진 건축물을 복원한 이곳은 아티스트 레지던시 공간, 레스토랑, 상설 전시장으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개관전으로 열리는 그룹전에서는 이우환, 우르스 피셔, 아야 타카노 등 11명의 세계적 작가들이 장소 특정적 커미션 작품을 선보인다. 앞서 2022년 스털링 루비는 복원 전 공간에서 <HEX>라는 설치조형 작품을 선보인 바 있다. 그 후 2년간 대대적인 건축물 복원 작업을 거쳐 1700년대에 그린 프레스코화 두 점 역시 완벽히 복원되었다. 동서양의 작가들과 현대미술부터 고전 작품까지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Berggruen Arts

THE EARTH (ምድር) IV, 2023-2024 © Kunstpalast Düsseldorf, Jamescohan
Spazio Tana
2024.4.20~11.24
에티오피아 출신 예술가 엘리아스 시메는 일상적인 사물들을 활용해 지형과 자연을 연상시키는 추상 작업을 만들어왔다. 낡은 단추에서부터 통신 회로와 전선까지. 낡고 오래된 것과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 쓰이는 장비를 복합적으로 활용하며, 고대 에티오피아 전통의 직조 및 건축 의식에서 영감받은 표현법을 작품에 반영한다. 종종 멀리서 보면 그의 작품은 인공위성에서 바라보는 듯, 변화하는 인류가 지구에 남긴 흔적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가는 지난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 «The Milk of Dream»에 참여해 신작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 시메는 기술이 인간의 정신과 사적이고 공적인 영역에서 어떻게 이중성을 초래하는지에 대해 주목한다. 벽 작품 9점, 석조 조각, 장소특정 설치작품 등을 포함해 11점의 신작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다. 작품들은 내년 쿤스트 뒤셀도르프에서 열리는 작가의 회고전에서도 전시될 예정이다.
Kunstpalast Düsseldorf

Oedipus, or, the Crossing of Three Roads, 1951 © Jean Clement Eugene Mar Cocteau, SIAE 2024
Peggy Guggenheim Collection
2024.4.13~9.16
시인이자 소설가, 보석과 텍스타일 디자이너이자 극작가 겸 시각예술가, 그리고 영화제작자. ‘르네상스맨’이라 불리며 한 번도 자신을 하나의 장르로 귀결시키지 않았던 아방가르드 아티스트 장 콕토의 민낯을 목격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탁월한 콕토 전문가로 알려진 미술사학자 케네스 실버가 기획한 이번 전시는 퐁피두 센터와 까르띠에 컬렉션, 장 콕토 미술관과 국립 모나코 미술관 등 개인 소장품과 기관 소장 작품을 비롯한 총 1백50여점의 작품을 통해, 다면적인 예술가의 면면을 발견하도록 구성했다. 드로잉, 그래픽, 태피스트리와 여행기 및 회고록 같은 서적, 다큐멘터리와 극영화까지. 콕토가 어떻게 미학적인 시야를 발전시켜왔는지, 그의 예술적 커리어에 있어 결정적인 순간을 담은 작품들을 전시한다.

Self-portrait. Monte Carlo, 1993 ⓒ Helmut Newton Foundation
Le Stanze della Fotografia
2024.3.28~11.24
20세기 패션 사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 헬뮤트 뉴턴의 시선을 관통하는 전시가 열린다. 앞서 로마와 밀라노 등에서 열렸던 전시는 패션, 초상화, 누드 등 세 가지 카테고리로 구분되며, 총 2백50여 점의 사진을 통해 거장의 연대기를 좇는다.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 제대 후 베를린에서 처음 사진을 업으로 삼은 이후 멜버른을 거쳐, 1960년대에 파리에서 <하퍼스 바자>, <보그> 등 패션 매거진 포토그래퍼로 자리 매김하고, 1970년대 이후 미국에서 아이코닉한 상업 사진가로서 발자취를 남기기까지. “나쁜 사진은 결코 잊히지 않는다”는 과감한 발언을 남기며, 파격적이고 논쟁적인 사진을 남겼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 Ernest Pignon-Ernest/Adagp, Paris 2024
Espace Louis Vuitton
2024.4.20~11.24
거리 예술이 지금처럼 성행하지 않던 1960년대부터 에르네스트 피뇽-에르네스트는 사회 속 관습을 벗어난 인물들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일에 몰두해왔다. 프랑스 시인 아르튀르 랭보의 초상부터 파리 라 코뮌 혁명에서 총살당한 인물들까지. 국경을 넘나들며 특정한 장소에서 실물 크기로 그려진 인물들은, 현대사의 어떠한 정치적 문제에도 초연한 채 작품 속에서 고유의 존재 의미를 발휘한다. 이번 전시는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아르튀르 랭보, 앙토냉 아르토, 장 주네 외에도 익히 알려지지 않은 두 명의 문학인, 러시아 출신 시인 안나 아흐마토바(Anna Akhmatov)와 이란의 시인 포루그 파로흐자드(Forugh Farrokhzad)를 등장시키며 이민자에 대한 그의 서사를 확고하게 써내려가는 자리다. 수잔 파제(Suzanne Page),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 그리고 도미니크 곤잘레스-포에스터(Dominique Gonzalez-Foerster)까지 유수의 예술가 및 큐레이터가 함께 기획한 이번 전시는 작품에 대한 해설 및 담화를 담은 출판물을 함께 선보여 예술 세계에 대한 지평을 넓힌다.
Fondation Louis Vuitton

Marina Abramović & Pichet Klunchun, The Spirits of Maritime Crossing, 2022 © Bangkok Art Biennale Foundation

Jompet Kuswidananto, Terang Boelan (Moonshine), 2022 © Bangkok Art Biennale Foundation
Palazzo Smith Mangilli Valmarana
2024.4.20~11.24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오늘날 동남아시아 예술가들의 눈을 통해 혼종적인 문화와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 방콕 아트 비엔날레의 예술감독을 역임한 아피난 포시야난다(Apinan Poshyananda)가 기획을 맡은 이번 전시는 단편영화와 조각, 설치작품 등 다채로운 매체를 활용해 떠오르는 동남아 작가 13팀의 작품을 전시한다. 특히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태국의 현대 무용가 피쳇 클룬춘(Pichet Klunchun)과 함께 만든 영상을 주목해야 한다. 방랑하는 영혼을 주제로 한 이야기는, 국경을 초월한 의식에 관해 새로운 시각을 선사한다. 각각의 작가가 바라본 동남아시아의 역사와 삶은 스펙트럼이 방대하다. 한때 미국의 식민지였던 영토에 대해 고찰하고, 희생자와 살아 남은 자들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설치 작품과 퍼포먼스로 엮어낸다. 나아가 인도양을 넘어드는 디아스포라의 역사와 섬유산업에서 착취하는 여성들의 노동 문제까지 다룬다.
The Bangkok Art Biennale (BAB) Foundation

All African People’s Consulate (detail of passport interior), 2024 © Cristin Tierney Gallery, New York
Castello Gallery
2024.4.20~11.24
흑인 예술가 드레드 스콧은 베니스 한가운데에 가상의 영사관을 설립했다. 출입국을 심사하는 일반적인 영사관과 달리 이곳에서는 누구든 자유롭게 머물고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관람객들은 아프리카 공동체 국가를 위한 여권이나 비자를 발급받게 된다. 스콧은 미국이나 유럽의 미디어에서 주로 난민이나 이민을 위해 떠도는 이미지로 소비되는 아프리카의 모습을 전복하고자 했다. 전시를 통해 이전에는 통상적으로 생각해보지 못한 독립적이고 자유민주적인 아프리카 국가들의 미래를 상상하는 실험을 한 것이다. 작가는 역발상적인 관점을 통해 아프리카라는 장소가 디아스포라를 겪은 흑인들이 다시 모일 수 있는 장소라고 가정하며, 전시장을 채웠다.
The Africa Center and Open Society Foundations

Photo: Charlie Rubin
Ateneo Veneto
2024.4.17~9.22
월턴 포드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 혹은 상상 속에 존재하는 동물을 세밀한 회화적 기법으로 그려내는 화가다. 미국의 조류연구가이자 자연주의 세밀 화가 존 제임스 오듀본(John James Audubon)과 석판화가 카를 보트머(Karl Bodmer)에 영향받은 그는 특유의 위트와 비판적인 시선을 더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탈리아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1500년대에 그려진 성모상에 등장하는 사자의 모습에서 시작됐다. 틴토레토의 작품 <The Apparition of the Virgin to St. Jerome>에서 착안해, 자연계와 인간의 관계를 시각언어를 경유하며 탐구한다. 역사 속 생명체들을 묘사하며 신화적인 서사로 가득찬, 10피트가 넘는 대형 회화작품을 선보인다.
Kasmin Gallery, New York
안서경은 <바자>의 피처 에디터다. 백남준의 다큐멘터리 <달은 가장 오래된 텔레비전이다>를 본 다음 한국관을 방문할 예정이다. <바자 아트>에 실린 베니스비엔날레 위성 전시를 더 많이 보기 위해 최적의 동선을 숙지했다.
Credit
- 글/ 안서경
- 사진/ 아르코
- 사진/ 각 재단 및 갤러리
- 디자인/ 이예슬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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