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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미술관 경비원의 이야기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의 작가 패트릭 브링리에게 물었다. 당신에게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란?

프로필 by 조서연 2024.01.19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삶의 의미를 하나씩 재발견해나가는 당신의 성장기다. 가장 조명하고 싶은 에피소드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경비원으로 근무한 첫날 일화를 꼽고 싶다. 걸작들이 설치된 고요한 전시실에 서 있으며 세상을 떠난 친형의 병간호 시절이 떠올라 울컥했다. 그림의 힘을 몸소 느낀 결정적 순간이었달까. 삶과 죽음, 그리고 예술에 대해 깊이 사유해나가는 여정을 그려낸 이 책의 나침반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각각의 사연을 지닌 경비원 동료들과의 일화가 이 책의 주제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들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됐다. 암살 위협을 겪고 미국으로 망명한 이민자 출신 동료, 보험회사에서 20년간 일하며 잊었던 꿈을 되찾은 동료, 문학가로서 등단을 꿈꾸는 동료, 벵골만에서 구축함을 지휘했던 동료 등. 엘리트 사립학교를 나와 비슷한 이력을 지녔던 <뉴요커> 동료들과는 달리 풍부한 삶의 경험치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들과의 교류는 내가 예술을 감상하는 방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10년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몸담으며 새롭게 발견한 점이 있다면?
매일이 작은 발견의 연속이었다. 하루는 이집트관에서 핫셉수트 석상들을 마주하고, 그다음 날에는 그리스관에서 그리스 신 조각상들을 만나는 식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신(神)’을 대면하는 행위를 ‘에피파니(epiphany)’라고 칭하는데, 이것을 실제로 체험한 셈이다.(웃음) 기원전 15세기, 지금으로부터 3천5백 년 전의 조각 예술을 약 여덟 시간씩 마주하는 것은 교과서로 메트로폴리탄을 들여다보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다.
<바자> 코리아 독자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미공개 에피소드가 있다면?
서아프리카 토고 출신 경비원 조셉은 은퇴하고 자신의 고향에 메트로폴리탄의 중국 학자 정원에서 영감을 받은 가든을 지었다. 아쉽게도 책이 출간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독자들이 당신의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깨달았으면 하나?
미술관을 방문하여 작품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질 것을 권하고 싶다. 걸작을 창조한 예술가들은 결국 거장이기 이전에 우리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평범한 한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프리랜스 에디터/ 백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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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웅진지식하우스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