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서 대상에 오른 미국의 작가들 (1)
미국 전역에서 도서관이 검열되고 책이 금지되고 있는 지금, 싸움의 최전선에 서있는 소설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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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re I Found Myself

재클린 우드슨은 이야기책, 그림책, 청소년과 성인 소설 등 약 40권가량의 도서를 출간했다. 우드슨이 2018년 출간한 그림책 <너의 이야기를 들려줘(The Day You Begin)>는 학교에서의 다양성을 탐구했으며 2014년에 선보인 <꿈꾸는 갈색 소녀(Brown Girl Dreaming)>는 1960~70년대에 성장기를 보낸 작가의 자서전이다. 이 두 책을 포함한 우드슨의 저서는 텍사스와 플로리다 주에서 금지됐다. 터틀넥, 스웨터는 Valentino. ‘오이스터 퍼페추얼 36’ 시계는 Rolex. 반지는 우드슨 개인 소장품.
“그 누구도 우리의 즐거움을 빼앗아갈 수 없어요. 금서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보면 가끔 웃음이 터질 때가 있어요. 어처구니가 없기 때문이죠.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을 하고 있어요. 바로 저항하고 쓰고 널리 퍼뜨리는 겁니다.” - 재클린 우드슨(Jacqueline Woodson)
」나의 초등학교는 미시시피의 가난한 시골마을에 위치해있다. 건물은 총 세 개다. 강당과 교실들이 있는 메인 건물, 브리즈 블록으로 쌓은 벽으로 지어진 낮은 천장의 건물, 그리고 어머니가 이 학교에 다닐 때부터 존재했던 식당까지. 어머니는 인종 통합 교육이 시작된 1960년대에 이곳에 다녔던 최초의 흑인 학생들 중 한 명이었다. 나는 식당 근처의 조그만 안뜰에 앉아 햇볕에 색이 바랜 목재와 선풍기들이 세차게 돌아가고 있는 풍경을 바라보며 20년 전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매우 낡았지만, 나는 우리 학교를 사랑했다. 특히 생생한 초록빛으로 둘러싸인 원형극장을 말이다. 오랫동안 소나무의 꼭대기가 바람에 흔들리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올려다보며 나무들끼리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 이해해보려고 했다. 구름들이 거대한 배처럼 움직이며 콘크리트와 풀밭 위로 시원한 그림자를 드리운다는 것을, 그곳에서 처음으로 발견했다.
하지만 진정한 ‘심상’을 주는 곳은 학교 도서관이었다. 책 속에 빠져드는 것은 지극히 편안하면서도 무언가에 에워싸이는 듯한 경험이었다. 마치 쓰러진 나무에서 재빠르게 흘러가는 흙빛 강 속으로 뛰어드는 것 같았다. 모든 이야기에 압도당했다. 나는 <꼬마 스파이 해리(Harriet the Spy)>와 함께 뉴욕의 거리를 몰래 돌아다니며 엘리베이터로 들려오는 말들을 엿들었다. <말괄량이 삐삐(Pippi Longstocking)>와 함께 실종된, 아니 어쩌면 죽었을지도 모르는 삐삐의 아버지를 찾아 바다를 수색하기도 했다. <영웅과 왕관(The Hero and the Crown)>에서 용을 사냥하며, 한편으로는 사라진 부모님을 떠올리고 슬퍼하는 에린이라는 이름의 외로운 소녀와 함께 다리를 저는 늙은 말도 탔다. 책을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이 어린이에게는 견디기 힘든 상실과 혼란을 헤쳐나가는 과정에 함께했다. 그럼에도 이야기의 요람 안에서 언제나 안전하다고 느꼈다. 작가들이 세심하게 스토리텔링을 풀어간 덕분에, 놀라운 경이를 마주하고 감각을 확장해가는 경험을 하면서도 동시에 안정감을 얻었던 것이다.
10살쯤에는 수백 권의 서적을 읽은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아주 조금이라도 나와 닮은 인물을 만나고 싶었다. 내가 읽은 수백 권 가운데, 흑인 여자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는 단 두 개였기 때문이다. 한 명은 짐 크로우법 시대 미시시피에 살면서 삶을 이해하려고 애썼던, 밀드레드 D. 테일러의 <천둥아, 내 외침을 들어라(Roll of Thunder, Hear My Cry)>에 나오는 9살 캐시 로건이었다. 또 다른 한 명은 마녀 행세를 하는, E.L. 코닉스버그의 <제니퍼, 헤카테, 맥베스, 윌리엄 맥킨리, 그리고 나 엘리자베스(Jennifer, Hecate, Macbeth, William McKinley, and Me, Elizabeth)>에 등장하는 제니퍼였다. 두 소설 모두 내 인생의 두 가지 중요한 측면, 즉 흑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여자아이로 산다는 것에 대해 담고 있었다. 하지만 그 두 권이 전부였다. 나는 답답했다. 내가 읽는 모든 서적들이 나의 정체성과 경험을 반영하고 있을 필요는 없었지만, 더 많은 것을 원했다. 폭력을 당하거나 빈곤으로 힘겨워하는 인물들이 나오는 책을 더 많이 읽고 싶었다. 또한, 현실의 제약에 얽매이지 않은, 독립적이고 모험적인 사람들이 나오는 이야기들 말이다. 나는 이 세상을 거스르는 흑인 소녀들이 등장하는 책을 읽고 싶었다. 훗날 어른이 되었을 때 운이 좋으면 가정부, 요양원 간호조무사, 호텔 메이드가 되거나 공장 조립 라인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결코 해리 같은 작가나 삐삐 같은 탐험가나 에린 같은 전사가 되지 못할 거라고 당부하는 각박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 주인공인 소설들을 갈망한다.

타네히시 코테스는 <세상과 나 사이(Between the World and Me)>를 출간했다. 이 도서는 코테스가 자신의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로, 미국에서 흑인으로 거주하는 것과 그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2015년 출간된 이후 텍사스, 펜실베이니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여러 지역에서 금서로 지정되거나 금서 후보에 올랐다. 옷과 액세서리는 모두 코테스 개인 소장품.
“제 책이 금서 목록에 올랐을 때 되려 희망적이라고 느꼈달까요? 괴팍하고 단순한 수단에 의지한다는 건 그들이 두려움에 휩싸였음을 증명합니다. 준 조던(June Jordan)의 명언을 인용하겠습니다. ‘나는 내 적들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되어야만 합니다.’” - 타네히시 코테스(Ta-Nehisi Coates)
」
카일 루코프는 <에이단이 형이 되었을 때(When Aidan Became a Big Brother)>, <콜 미 맥스(Call Me Max)> 등 13권의 어린이책을 출간했다. 트랜스젠더 어린이들이 종종 등장하는 루코프의 책들은 텍사스, 인디애나, 버지니아, 플로리다 주에서 금지 도서로 지정됐다. 2021년 유타 주 머리시티의 학교에서 책을 읽는 스토리 타임에 <콜 미 맥스>를 빼앗아갔다. 해당 지역 교육청은 포용성 있는 문학작품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웨스턴 셔츠, 티셔츠, 진은 Polo Ralph Lauren.
“부모님은 제가 읽는 서적에 그 어떤 제한도 두지 않았습니다. 낯선 이야기 또한 하나의 ‘배움’이라고 믿습니다. 만약 어린 시절 그런 소설들을 접하지 못했다면, 저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람이 되었을 거예요.” - 카일 루코프(Kyle Lukoff)
」레이건이 집권했던 1980년대는 어린이에게 특히나 더 암울한 시대였다. 우리 또래의 아이들이 궁핍한 삶으로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았다. 우리는 학교 강당에 모여 우주선 챌린저호가 폭발하는 모습을 TV 생방송으로 지켜봤다. 핵 공격과 토네이도에 대비해, 몸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보호하기 위해 책상 아래에 숨거나 목 뒤로 손가락 깍지를 끼고 복도에 무릎을 꿇고 앉는 비상대피훈련을 하기도 했다. 나는 항상 위험에 처해 있으며, 삶의 주도권이 없고 파국이 다가오고 있다는 기분을 느꼈다. 책에서 나와 닮은 사람들을 보았다면 기분이 어느 정도 나아졌을지도 모르겠다. 나와 같은 사람들도 모험을 즐기면서 삶을 펼쳐나갈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되었을지 모른다. 혹은 상실에 대한 위협감이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배웠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소설에서 그런 깨달음은 얻지 못했다. 대신 캐시와 제니퍼에게 공감했다. 폭파된 우주선과 핵 폭발, 저소득층 배급용 건포도와 가루우유에서 벗어나 잠시 안도감을 느끼게 해준 데 감사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들 덕분에 내가 간접적으로 목격한 경험들에 대해서도 말이다.
도서관에 신간이 없으면 <네버엔딩 스토리(The Never Ending Story> 혹은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Bridge to Terabithia)>와 같은 영화를 봤다. 원작처럼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영화를 보는 날에 우리 반 아이들은 어린 소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경악하며 울었다. 그 영화들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시각을 넓혀주었다. 동시에 인간은 죽는 존재라고 알려주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우리를 떠날 것이라고,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의 삶을 계속해서 살아갈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책과 부적(Tomes & Talismans)>이라는 제목의 TV 드라마를 보기도 했다. 몇 년 후 나는 그 드라마를 만든 곳이 당시에는 미시시피 ETV라고 불렸던 미시시피공영방송국(MPS)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드라마의 배경은 종말이 닥친 미래로, 인류 대부분이 다른 항성계로 이주했지만 소수의 생존자들이 지구에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도서관 사서인 미스 북하트는 인류의 모든 지식을 담은 도서관을 만들려는 생존자 무리를 이끄는 리더였다. 미스 북하트가 이끄는 무리는 ‘사용자’들로, 나와 내 친구들은 그들의 임무를 통해 도서관 장서 분류 체계인 ‘듀이십진법’을 이해하게 되었고 백과사전에서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러는 한편 이들의 적인 외계인 ‘와이퍼’들은 지구에 정착해 책을 파괴함으로써 인류의 모든 지식을 뿌리뽑아버리고자 한다. 드라마에는 ‘와이퍼’들이 담쟁이 덩굴과 낡고 찢긴 종이로 뒤덮인 허물어져가는 도서관들을 습격하는 장면이 나온다. 책들을 찢고 도서 목록 카드가 있는 캐비닛을 쓰러뜨리는 '와이퍼'들은 야생의 생물체였으며 이글거리는 눈빛 속에는 어떤 분별이나 이성도 보이지 않았다. 어렸을 때인데도 나는 그들이 싫었다. 위협적인 존재 같았고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다. ‘사용자’들이 교훈을 전하는 장면이 어설프고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사서들이 이끄는 아이들을 응원했다. 이들은 이야기의 수호자들이었다. 독서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책이 비록 나의 중심을 잡아주지는 못할지언정 세상과 인류를 보는 나의 시각을 확장해준 것을 확신한다. 이것 역시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아트 스피겔먼의 그래픽 노블 <쥐: 한 생존자의 이야기(Maus)>는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스피겔먼의 부모님의 실제 경험을 다뤘다. 그의 책은 1986년 출간된 이래 미국 전역에서 학교 수업에 사용됐지만 빈번하게 금지 도서로 지정됐다. 2022년 1월에는 테네시 주 맥민카운티 교육위원회가 8학년 교과과정에서 이 도서를 제외시켰다. 옷과 액세서리는 모두 스피겔먼 개인 소장품
“어린이들의 생각을 통제하고 싶어하는 정신 나간 사람들이 있습니다. 정말이지 1933년 나치당이 베를린에서 일으킨 분서 사건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이런 흐름이 그저 유감입니다.” - 아트 스피겔먼(Art Spiegelman)
」요즘 아이들이 보수적인 부모와 교육위원회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지 궁금하다. 아이들의 눈에도 독서를 반대하는 어른들이 분별과 이성이 없는 사람처럼 보일까? 나는 어린 시절 내내 나와 아주 조금의 공통점이 있는 등장인물들에 공감하며 다른 세계로 도피할 수 있다는 데 안도감을 느꼈다. 10대 후반이 되어 토니 모리슨의 <가장 푸른 눈(The Bluest Eye)> 같은 소설을 발견했을 때는 용기를 얻었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의 도서관이 <꼬마 스파이 해리>와 <천둥아, 내 외침을 들어라>를 금지 도서로 만들면서 활동하고 있었다는 걸 나는 나중에 알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학생들이 그 책들을 추후에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요즘 아이들은 내가 겪었던 것보다 더 어려운 싸움을 해야 하는 것 같다. 특히 플로리다 같은 주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플로리다 주는 유색인종과 성소수자 작가들이 썼거나 혹은 그들을 다룸으로써 독자의 관점을 넓혀주는 책들을 금지시켰다. 나는 아이들이 검열의 망치를 휘두르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들을 꼭 찾아내길 바란다. 로리 할스 앤더슨의 <스피크(Speak)>, 조지 M. 존슨의 <모든 소년이 파랗지는 않다(All Boys Aren’t Blue)>, 앤지 토머스의 <당신이 남긴 증오(The Hate U Give)>, 주얼 파커 로즈의 <고스트 보이(Ghost Boys)>, 마리코 타마키의 <그 해 여름(This One Summer)>, 안네 프랑크의 <안네의 일기(The Diary of a Young Girl)>. 이렇게 다양한 목소리를 세상에서 제거하는 행위는 우리를 더욱 적막한 미래로 끌어당기는 것과 같다. 감정이 풍부하며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이야기’라는 마법을 찢고 빼앗고 갉아버리면서 방해하는 미래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 제스민 워드(Jesmyn Ward)는 <바람의 잔해를 줍다(Salvage the Bones; Sing, Unburied)> <묻히지 못한 자들의 노래(Sing, Unburied, Sing)> <맨 위 리프(Men We Reaped)>를 출간했다. 워드는 전미도서상 소설 부문을 두 번 수상한 최초의 여성 작가이자 최초의 흑인 작가다. 또한 맥아더 펠로십을 받았으며 2022 미국의회도서관상 미국소설상을 받았다. 그의 네 번째 소설 <Let Us Descend>가 올해 말 출간된다.
Credit
- 글/ Jesmyn Ward, Edwidge Danticat
- 프리랜스 에디터/ 백세리
- 사진/ Max Farago
- 스타일리스트/ Alexandra Delifer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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