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서 대상에 오른 미국의 작가들 (2)
미국 전역에서 도서관이 검열되고 책이 금지되고 있는 지금, 싸움의 최전선에 서있는 소설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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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 해나 존스는 'The 1619' 프로젝트의 창시자다. <뉴욕타임스> 매거진의 혁신적인 기획 기사에서 출발한 ‘The 1619’는 미국 독립혁명의 기원과 미국사에 흑인들이 기여한 부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것을 요구하는 프로젝트였다. 프로젝트는 2021년에 서적으로 출간되었으며 14개 이상의 주에서 금서로 지정되거나 금서 후보에 올랐다. 드레스는 Mara Hoffman. 액세서리는 해나 존스 개인 소장품.
“검열을 당하는 위기 속에서도 긍정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바로 청년들이 여기에 맞서 싸우고 있다는 겁니다. 읽고 배우는 자유를 요구하면서 말이죠.” - 니콜 해나 존스(Nikole Hannah-Jones)
」올해 초, 나의 에세이 모음집 <위험하게 창조하라(Create Dangerously)>가 마이애미에서 연극으로 각색되어 무대에 올랐다. 예술가들, 특히 목숨을 걸고 책을 쓴 작가들과 그 책을 읽은 독자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내용이 담겼다.
어린 시절을 처음에는 아이티에서, 이후 미국의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 사이에서 보내며 자란 나는 그것이 어떤 유산인지 너무나 잘 이해한다. 최근에 인디 록 그룹 아케이드 파이어의 보컬이자 나의 친구이기도 한 레진 샤사뉴와 그녀의 할아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잔혹했던 뒤발리에 독재정권 치하였던 1963년의 아이티에 대해서 말이다. 아이티의 시인이자 레진의 할아버지인 롤랑 샤사뉴는 ‘밀수품’을 유통한 혐의로 포르토프랭스의 출판사에서 체포됐다. 할아버지는 ‘파파 독’이라 불렸던 프랑수아 뒤발리에의 악명 높은 지하 감옥 디망슈 요새에 끌려갔고 이후로 다시는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플로리다를 비롯해 다른 지역에 사는 많은 이민자들이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적어도 하나씩은 알고 있다. 플로리다, 텍사스, 웨스트 버지니아 주에 사는 이민자들은 예전에는 아이티를 이곳에 비교하는 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며 “그런 일은 여기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게다가 우리가 경계심을 갖지 않는다면 상황은 더욱 나빠질 것이다. 이곳 플로리다의 현재 주지사(이자 대통령 후보 경선 주자) 론 드산티스는 우리 지역을 ‘자유의 요새’라고 홍보한다. 하지만 드산티스는 지난 2년 동안 6주차 이상의 임신 중절을 금지하는 법, 허가증 없이 장전된 무기를 소지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법, 플로리다 교육위원회가 중고등학교에서 성소수자 이슈 관련한 교육을 제한한 것을 확대해 입법화한 ‘게이라고 말하지 말라(Don’t Say Gay)’ 법에 서명했다. 트랜스젠더 청소년은 더 이상 성별 확정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으며, 의사들은 아무 불이익 없이 트랜스젠더 환자들의 치료를 거부할 수 있다. 19세기 도망노예법을 연상시키는 ‘미인증 외국인 수송 프로그램(Unauthorized Alien Transport Program)’은 플로리다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주 소속 공무원들이 이주민들을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킬 수 있게 한다. 반면, 미등록 이주민 및 그 가족과 교회를 플로리다 주 안으로 이주시키는 사람들은 법적으로 인간 밀수업자로 간주되어 3급 중범죄로 기소된다. 국공립 대학교들은 역사 속 불공정을 고민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성, 공정성, 포용성 관련 프로그램들의 예산을 삭감했다. 인종이나 젠더 관련 연구를 포함하는 전공과 부전공, 수업들이 검열됐다.

큐라토의 그래픽 노블 <플레이머>는 지난해 금서로 지정됐다. 보이스카우트 캠프에서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2022년, 텍사스 주 케이티 시에서 한 학부모가 형사 고소를 제기했다. 검토 위원회는 <플레이머>가 고등학생에게 적합하다고 판단했지만, 학교 전담 경찰관 한 명이 이 책을 서가에서 임시로 빼버렸다. 재킷, 셔츠, 팬츠는 Valentino. 목걸이는 큐라토 개인 소장품.
“소외되고 고립되고 절박하다고 느끼는 아이들을 위해 <플레이머(Flamer)>를 펴냈습니다. 책을 금지하는 것은 아이들의 성장을 막는 것과 같습니다. 저는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하면서 희망을 찾습니다.” - 마이크 큐라토(Mike Curato)
」드산티스의 ‘워크 중단 법안(Stop W.O.K.E. Act: Stop Wrongs to Our Kids and Employees Act)’은 교과서는 물론, 고등학생 대상의 대학 학점 선취득 프로그램에서도 아프리카계 아메리카 관련 학문의 과목들을 검열했다. 교사, 사서, 학교 미디어 담당자들이 자신의 학생들(즉, 백인 학생들)이 자기가 속한 젠더, 인종, 혹은 출신 국가의 구성원들이 과거에 저지른 행동들로 인하여 “개인적으로 책임감을 느끼게 하고 죄책감, 분노, 혹은 다른 형태의 심리적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책이나 자료를 보여주는 것을 금지했다. 이 법은 흑인 역사를 특정해 지목하며 “다원주의 사회에서 다양성에 대한 관용을 갖도록 장려하기 위해, 그리고 민주주의적 가치와 제도를 육성하고 보호하기 위해, 책임진다는 것이 무엇이며 존중심을 갖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본다”고 명시하고 있다.
‘워크 중단 법안’으로 인해 기가 막힌 일들이 몇 가지 발생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보수적인 의제에 우호적인 기관과 단체들조차도 이런 문화적인 전쟁에 휘말렸다. 지난 3월, ‘고전 교육’을 강조하는 한 자율형 공립학교의 교장이 사임했다. 그 학교의 6학년 학생들이 미켈란젤로가 만든 다비드상 사진을 보게 된 것을 두고 한 학부모가 ‘외설적’이라고 비난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5월에는 한 5학년 교사가 자신의 학생들에게 등장인물 중 동성애자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영화 <스트레인지 월드(Strange World)>를 보여주어 주 교육부로부터 조사를 받았다. 극단주의자들의 극우 단체 ‘프라우드 보이스’와 ‘부모의 권리’를 주장하는 단체 ‘자유를 지지하는 엄마들’이 지난해 주최한 시위에 참가했던 한 학부모는 아만다 고먼의 책에 대해 학교에 서면 항의를 제출했다. 고먼이 2021년 대통령 취임식에서 낭독한 축시, ‘The Hill We Climb’을 실은 책이 “학교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종합적인 환경”에서 빠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학교는 유치원부터 8학년까지 다니는 곳으로, 서면을 받은 후 학교는 고먼의 책을 중학생 이상 읽을 수 있도록 연령 제한을 만들었다.(그 학부모는 또 이 책의 서문을 쓴 오프라 윈프리가 책의 저자라고 잘못 알고 있기도 했다.)
“격분한 학부모가 단 한 명이 감옥에 가게 만들기 위해 법을 최대 한계까지 이용할 수 있다”고 한 영어 교사가 내게 말했다. 수십 년간 그는 토니 모리슨의 <가장 푸른 눈(The Bluest Eye)>, 제임스 볼드윈의 <산에 올라 고하여라(Go Tell It on the Mountain)>,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 그리고 셰익스피어의 희곡 작품 여러 개를 가르쳤다. 하지만 이제는 셰익스피어를 가르치는 것마저 위험하다. <한여름 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 같은 작품들이 ‘성적인 내용’ 때문에 일부 강의 목록과 도서관에서 빠졌다.(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셰익스피어 시대에는 여성이 무대에 오를 수 없었기 때문에 배우들이 여장을 했다고 누가 말해주겠는가?)
공립학교 교사들 중 많은 이들이 현실이 디스토피아라고 생각한다. 엄격한 법을 어기는 것이 두려워 선반 위를 비우거나 책들을 숨겨야 했다.
한 역사 교사는 “그들은 우리가 백인 남성 공화당원들만 가르치길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끔은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어느 세기에 살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아만다 고먼은 2021년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자신의 시 ‘The Hill We Climb’을 낭독하는 역사적인 자리에 섰다. 지난 3월, 플로리다 마이애미 레이크스의 한 학부모가 이 시를 출간한 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 학부모는 서면 항의서에서 이 시를 오프라 윈프리가 썼다고 주장했다. 옷과 액세서리는 모두 고먼 개인 소장품.
“종종 어린이들에게서 영감을 받습니다. 다음 세대에 위대한 문학작품이 탄생하리라는 데 한치의 의심도 없습니다.” - 아만다 고먼(Amanda Gorman)
」
조지 M. 존슨은 회고록이자 선언문인 <모든 소년이 파랗지는 않다(All Boys Aren’t Blue)>를 펴냈다. 그는 책에서 흑인 퀴어 청소년으로서 자신이 겪은 삶의 경험을 돌이켰다. 이는 2021~2022학년도에 29개 이상의 학군에서 금지됐다. 미국 도서관 협회에 따르면, 이 서적은 2022년 가장 많이 검열 요청을 받은 서적 중 2위를 기록했다. 수트, 셔츠는 Terry Singh Nyc. 부츠는 존슨 개인 소장품.
“제 그래픽 노블이 금지됐다는 소식을 듣고 웃음이 터졌어요. 이번 일을 계기로 교육과 미래를 위해 싸움에 뛰어들기를 결심했습니다. 책을 금지시킨다고 이야기를 막지는 못합니다. 분명 계속해서 전해질 거예요.” - 조지 M. 존슨(George M. Johnson)
」나에게는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 분명하게 보인다. 이미 그 미래를 듣고 읽은 바 였기 때문이다. 교사와 독자들은 결국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들이 그랬던 것과 같은 이유로 감옥에 갇히게 될 것이다. 시인 오드리 로드가 언젠가 말한 여성에 대한 표현처럼, 책은 강력하고 위험하기 때문이다. 도서는 해방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금지된 책들은 종종 현재 상태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불공정과 불평등을 노출시키거나, 공감과 연대를 구축하려는 경우가 많다.
독재자와 옹졸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물론 이 사실을 무척이나 잘 알고 있다. 플로리다에서 책을 검열하고 금지 도서를 지정하는 것은 흑인과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게리맨더링, 유권자 탄압, 전면적인 공교육 공격 등을 이용해 박탈하려는 총체적인 노력 중 하나다. 공립학교들이 재정난을 겪는 동안 원하는 학교를 선택하는 ‘스쿨 초이스’ 프로그램에는 수백만 달러가 투입된다. 교과 과정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사립학교들이 보조금을 받는다. 공립학교가 유일한 선택지인 흑인과 이민자인 가족들에게는 의도적으로 불리하게 돌아간다.
2020년 5월, 조지 플로이드가 잔인하게 질식해가는 장면이 영상으로 찍히자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인종과 젠더를 막론하고 청년 수십만 명이 시위에 나섰다. 이를 두고 극작가이자 배우인 애나 디버리 스미스는 PBS <뉴스아워>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교육이 청년층이 흑인 문화에 대한 인식을 높인 결과라고. 스미스는 많은 청년들이 토니 모리슨과 같은 작가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며 “이 경험을 함께 해온 청년들은 사회 시스템에서 더 많은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나는 2020년 여름 마이애미에서 열린 여러 시위에 참석했다. 그 중 몇 번은 ‘드림 디펜더스’라는 청년 활동가 단체가 주최한 시위들이었다. 이들은 2013년 트레이본 마틴이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에서 조지 짐머만이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 플로리다 주 의회 의사당에서 정당방위의 허용 범위를 과잉해석한 플로리다 주의 ‘그 자리를 지켜라(stand your ground)’ 법에 관한 특별 입법 회기를 요구하며 한 달 동안 농성을 벌인 바 있다. ‘드림 디펜더스’는 2023년 5월 다시 주 의회 의사당으로 돌아갔다. 그들은 드산티스 주지사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이념의 선을 넘어 대화에 참여할 수도 있었지만, 결과는 단체 회원과 연대 참가자 14명이 무단침입 혐의로 체포되는 것이었다.
“책을 더 많이 읽을수록, 나는 나를 노예로 부리는 이들을 더욱 혐오하고 증오하게 되었다.” 1845년 프레데릭 더글러스가 자신의 회고록 <프레데릭 더글러스의 인생 이야기(Narrative of the Life of Frederick Douglass)>에 쓴 문장이다. 1982년에 열린 검열과 문학에 관한 행사에 참석한 토니 모리슨은 “흑인이 책을 읽는 것을 범죄 행위로 만들자는 사람들의 악행과 아이들이 책을 읽는 것을 범죄 행위로 만들자는 사람들의 악행은 같다. 나는 그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있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책을 금지하는 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강도짓을 하는 것이라고 그녀는 설명했다. “열린 마음이 또 다른 열린 마음을 만나는 것은 춤을 추는 것과 같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활동이다. 이것이 우리의 사회에서 더욱 자주 일어나야만 한다.”
※ 에드위지 당티카는 <안에 있는 모든 것(Everything Inside)>을 비롯하여 수많은 책을 출간했다. 사우스 플로리다에서 20년 넘게 거주했다.
Credit
- 글/ Jesmyn Ward, Edwidge Danticat
- 프리랜스 에디터/ 백세리
- 사진/ Max Farago
- 스타일리스트/ Alexandra Delifer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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