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렉토, 누가 만드나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그가 이끄는 브랜드 ‘렉토’처럼 직관적이고 명료하게, 솔직하고 엄격하게. 입고 있는 재킷의 품과 벨트의 폭, 부츠의 굽 높이까지 모든 아이템을 하나하나 철저히 계산한 듯한, 정백석은 그런 인상을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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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정백석.
어떻게 지내나.
여전히 렉토와 함께하고 있다. 현재는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 컬렉션 스타일 기획 등 비주얼과 관련한 모든 아트 디렉팅을 맡고 있다.
2년 전 디자이너 정지연이 이끌던 렉토에 합류했다. 당신이 함께하며 렉토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가.
여성복만 선보이던 렉토가 남성복 라인을 추가했다는 것 자체가 큰 변화였다. 패션을 사랑하는 남성들의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기존에 한국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남성 스타일을 제안하는 데 몰두했다. 현재 폭넓은 마니아 층을 형성해나가고 있다.
최근 렉토 공식 SNS 계정에 2023 F/W 컬렉션을 공개했다. 이번 시즌 가장 중점을 둔 게 있다면 무엇인가?
세련된 태도에 걸맞은 아름다움을 탐구하며 출발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 시즌은 리얼웨이 룩에서 파생한, 과감한 실루엣을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한다. 볼드한 주얼리를 더해 스타일링에 관능적인 긴장감을 조성하는 한편 시퀸, 페이크 퍼, 에이징 레더, 셔틀랜드 울 등 저마다 고유한 질감과 개성을 지닌 소재를 위트 있게 조합해 독특한 무드를 완성했다. 개인의 태도와 스타일이 어떻게 조화를 이뤄 완벽하고 우아한 미학을 만들어낼지 고민했다.
렉토는 이번 시즌 역시 런웨이 쇼를 하지 않았다. 캠페인 이미지로만 컬렉션을 소개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
사실 런웨이를 아예 배제하진 않았다. 앞으로 브랜드 세계관을 더 명확히 보여주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적기를 고민 중이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비주얼은 물론, SNS 세계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충분히 공개한 뒤 다음 스텝으로서 런웨이를 고려한다.
2024 S/S 또한 온라인으로 연말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했다.
테마는 ‘기발한 클래식’이다. 각자 옷장에 하나쯤은 있음직한 베이식 아이템을 렉토만의 아이덴티티를 더해 다소 엉뚱하고 기발하게 풀어봤다. 예측할 수 없는 컬러를 조합하거나 텍스처를 변주한 것. 정상 궤도에서 살짝 벗어난 변칙적 디자인 요소를 가미할 때 예측할 수 없는 요소들이 독특함을 야기한다.
디자이너로서 꼭 지키고자 하는 것이 있다면?
나만의 고유한 시선과 철학을 시대적 정답으로 풀어내고자 한다.

렉토 플래그십 스토어 앞 골목 담에 붙어있는 2023 F/W 캠페인.
평소 디자인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정교한 테일러링 수트는 늘 렉토의 컬렉션 첫 번째 룩으로 시작한다. 거기에서 어떤 변주를 줄지에 대한 고민은 주로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를 허무는 젠더 뉴트럴의 관점에서 디자인적 새로움을 발견하는 것으로 해결한다. 이어서 까다롭게 고른 소재와 새로운 컬러 조합을 활용해 순차적으로 디자인을 풀어낸다.
렉토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매장은 지난해 리뉴얼 오픈한 후 3일 동안 1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고, 지난해부터 미주, 유럽 지역의 주문량이 매 시즌 두 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 디자이너로서 사업성을 고려하는 데 어려움을 겪진 않는가?
창립자인 정지연 대표가 현재 경영 파트를 총괄하는 만큼 나는 숫자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창의성과 독창성에 집중할 수 있다. 그 덕에 강화된 렉토의 특색이 고객들의 지지로 이어졌다. 특히 정지연 대표 역시 디자이너로 활동한 바 있기 때문에 디자이너로서의 내 결정을 지지하고 공감해준다.
당신이 영감을 가장 많이 받은 인물 3명을 꼽아달라.
포토그래퍼 헬무트 뉴튼(Helmut Newton)과 기 부르댕(Guy Bourdin), 디자이너 아제딘 알라이아(Azzedine Alaïa).
사진을 전공했다고 들었다. 렉토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업로드하는 캠페인 B컷도 본인이 찍었다고.
다방면의 예술에서 영감을 얻지만 그 중에서도 직관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포토그래퍼들에게 호기심이 많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꼭 헬무트 뉴튼과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
패션에 대한 선입견 중 가장 참을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패션이 누군가에겐 때때로 허상과 껍데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패션은 개인을 고유하게 만들고 특별한 정체성을 이야기하는 소통 수단이 되기도 한다. 대중이 각자 정체성을 설명하는 하나의 놀이로 패션을 인식하길 바란다.
디자인 외에 최근에 빠져있는 취미나 관심사가 있다면 무엇인가.
최근 매장을 연이어 오픈하면서 공간의 미학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역사가 있는 건물을 관찰하는 데 재미를 느끼는 중이다. 특히 자주 출장 가는 파리는 유서 깊은 공간으로 가득하기에 많은 영감의 원천이 된다.

렉토 2023 F/W 캠페인.
2년 전, <바자>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택을 공개한 바 있다. 소파에 쌓인 사진집 등 많은 책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현재는 당신의 공간과 주변을 어떤 것으로 채우고 있는가?
지금은 당시와 다른 집에서 살고 있다. 그때보다 더 많은 아트 북과 서적을 공간에 할애하고 있다. 책은 내게 인테리어 요소이기도 하면서 영감의 원천이다. 앞으로 책장 비중을 점점 늘릴 예정이다.
K-패션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지금, 서울을 베이스로 한 브랜드로서 갖게 되는 어떤 사명감 같은 게 있는지.
‘K-’는 이제 하나의 장르로서 세계적 지지를 얻고 있다. ‘K-’라는 타이틀에 프리미엄이 되어준, 앞서 열심히 달려온 아티스트들에게 감사하다. 최근 이 영역이 패션으로 확장하고 있다고 체감한다. 패션업에 종사하는 1인으로서 한국적 장르를 공고히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다른 분야에도 좋은 시너지가 될 수 있도록.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무엇인가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결과물에 대해 조금의 아쉬움을 남기는 순간이 오히려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했다. 아직 유효한가?
물론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모든 결과가 완벽할 순 없고 그 아쉬움은 오히려 내게 큰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완벽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오히려 허무하다.
‘렉토’에 대한 정백석의 정의는 무엇인가?
직관적이고 심플한 디자인. 솔직하고 명료한 태도. 확고한 취향과 엄격한 기준으로 선택하는 동시대 여성과 남성을 위한 새로운 페이지.
렉토의 옷을 어떤 사람이 입었으면 좋겠나?
자신을 사랑하고 표현하는 방법에 솔직한 사람들. 뮤즈로 상상하는 멋진 인물은 엠마누엘 알트(Emmanuelle Alt).

정백석이 아카이브에서 키 룩 중 하나로 꼽은 2022 리조트 컬렉션.
모든 결과가 완벽할 순 없고 그 아쉬움은 오히려 내게 큰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완벽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오히려 허무하다.
Credit
- 에디터/ 윤혜연
- 사진/ 김상우(인물),ⓒ Recto
-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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