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빙의 부부 케미, 조인성과 한효주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Celebrity

무빙의 부부 케미, 조인성과 한효주

담백하게, 조인성과 한효주. 그럴 듯한 미사여구는 뒤로한 채 오직 두 사람만 남은 무구한 순간들.

BAZAAR BY BAZAAR 2023.08.24
 
조인성이 착용한 생지 데님 재킷은 Jil Sander. 한효주가 착용한 모피 재킷, 실크 보디수트는 Sportmax. 
 
조인성이 착용한 화이트 셔츠, 와이드 팬츠는 Valentino. 레이스업 슈즈는 Valentino Garavani. 스카프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한효주가 착용한 셔츠, 레더 스커트, 레더 타이는 모두 Lee Y. Lee Y. 앵클부츠는 & Other Stories. 
 
레더 재킷, 리본 드레스는 Celine by Hedi Slimane.
 
〈핑계고〉에서 극찬했던 김은 조인성 배우에게 보내줬나?
한효주 방송 끝나고 바로 태현 선배랑 나눠 먹으라고 두 박스를 보냈다. 오늘 만나보니 아직 안 줬다더라. 혼자 다 먹을 거라고. 요즘 검색어에 ‘한효주김’이라고 뜬다. 주변 사람들에게 김 관련 연락도 많이 받았다.(웃음)
둘의 호흡이 좋아서 화보 촬영이 금세 끝났다. 〈무빙〉에서 조인성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는지?
한효주 같이 작품을 하기 전까지 광고 촬영장에서 몇 번 만났다. 일 마치고 바로 헤어지니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었지. 낯을 많이 가리고 곁을 잘 안 주는 사람인가 싶었다. 이번에 동료 배우로 만나서 정말 세심한 사람이란 걸 알게 됐다. ‘츤데레’라고 하나? 주변을 엄청 배려하고 생각이 깊은데 티 내는 걸 정말 싫어한다. 주인공으로 작품을 끌고 가는 책임감도 강해 의지도 많이 되더라. 고마운 순간이 참 많았다.
5백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20부작짜리 규모의 드라마를 맡는 일이 흔하진 않다.
한효주 홍보할 때가 되니 확실히 부담이 생긴다. 찍는 데만 꽉 채워 일 년이 걸렸다. CG가 거의 8천 컷이다. 고되게 작업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편집 현장에 응원 차 찾아간 적도 있다. 시간도 그렇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공을 들인 작품이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서 잘됐으면 싶은 마음이 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끝까지 최선을 다 해보려 한다.
줄곧 작품의 성공이나 흥행에 초연한 모습을 보였는데.
한효주 그런 척하는 거다.(웃음) 어렸을 때부터 일을 해서 그런지 책임감을 갖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면서 살았다. 성적이 좋아도 내 덕이 아니고 못해도 내 탓을 하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사실 스스로를 탓해왔다. 다 느끼면서도 의연하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좀 안쓰럽기도 하다. 이제야 기쁠 때는 좋아하고 나쁠 때는 아파하면서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포스터 안에 배우들의 이름이 한 줄로 꽉 찰 정도다.
한효주 촬영장에서 한 번도 못 만난 배우가 많다. 옴니버스 형식이라 나도 시청자 입장으로 기다리고 있다. 다른 배우분들은 어떻게 연기했을까 너무 궁금하다. 현장을 함께하지 않았어도 한 작품에 속해 있어 든든함을 느낀다. 마치 총알이 많이 든 장총 같은.(웃음) 빗맞더라도 결국에는 하나라도 맞출 것 같은 느낌이 있다. 
 
조인성이 착용한 화이트 데님 재킷은 Jil Sander. 한효주가 착용한 데님 셔츠는 Ami.
 
맡은 역할에 여러 층위가 있다. ‘미현’은 비밀 요원이자 엄마이며 오감이 뚜렷한 능력을 갖고 있고 20대에서 40대까지의 모습이 담긴다.
한효주 결정하기 정말 어려웠다. 이 역할을 권한 회사도 원망스럽고 잘할 수 있다고 독려하는 강풀 작가님이며 제작사 대표님까지.(웃음) 고등학생 아들이 있는 엄마 역할을 하기에는 아직 너무 이르다는 생각이 있었다. 결국에는 구워 삶아져서 “네 알겠습니다” 했다. 막상 촬영이 다가오니 체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20대부터 연기하고 서사가 쌓이면 내 연기도 자연스러울 거라 스스로를 다독였는데 첫날부터 장성한 아들과 함께하는 장면을 찍었다. 게다가 미역국을 먹는 신이라 체기가 다시 올라왔다. 처음엔 그랬는데 막상 촬영을 하다 보니 왜 나를 캐스팅 하려고 했는지 알겠더라. 20대 시절의 멜로나 요원으로서 보여주는 강도 높은 액션까지 고려했던 것 같다. 이제 시청자분들에게 잘 받아들여졌으면 좋겠다.
여배우에게 엄마 역할이 경계선이 되기도 한다.
한효주 〈동이〉에서 이미 10살 아이의 엄마 역할을 했다. 그때 나이가 고작 스물넷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엄마 역할을 맡는 것에 대해 상대적으로 별로 고민하거나 신경 쓰는 건 없다. 지금 나이인 서른일곱에 엄마 역할은 충분히 현실성이 있다. 세상에 어떤 기준이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맡은 역할의 하나일 뿐이라 생각한다.
〈무빙〉은 초능력자들의 이야기다. 말 그대로 땅에 발 붙이지 않은.(웃음)
한효주 그렇지. 남편이랑 아들이 날지. 내가 안 날아서 천만다행이다. 와이어 액션을 해야 하는 배우들이 정말 고생했다. 가공하기 전 촬영이 그렇게 멋진 모습은 아니라 서로 웃음을 참기도 하고 ‘현타’가 올 때도 있었다. ‘마블’도 다 이렇게 찍는 거냐는 농담도 나눴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 흔하지 않은 장면을 만들어냈다는 뿌듯함은 느낀다.
초능력을 원한 적이 있나?
한효주 어릴 때 상상력과 호기심이 많았다. 그래서 ‘세일러 문’을 진짜 믿었다. 애니메이션 안에서 하트 목걸이를 찾으면 세일러 전사가 되는 설정이라 수업이 끝나면 목걸이를 찾으려고 초등학교 구석구석을 뒤졌다. 진심으로 나를 위한 목걸이가 있을 거고 찾아낼 거라 믿으며 땅만 보고 걷기도 했다. 꽤 오래 믿었는데 이제는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초능력이 안 통하는 초능력이면 좋을 것 같다. 안온한 상태의 평범한 사람이면 좋겠다.
“초능력은 이상한 것이 아니다, 특별한 것이다”라는 포스터의 문구가 인상적이다. 누군가는 이상하다고 하는데 본인에게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을까?
한효주 글쎄 뭐가 있을까? 사람한테도 그렇고 어떤 상황에서도 좋은 면을 많이 보는 편이다. 그래서 누구나 특별하다 생각한다. 다만 스스로에게 그렇지 못하다. 내가 남들보다 특별하지 않은데 누군가에게 계속 보여지는 연기를 하니까 나에게 가혹해지는 것 같다. 연기를 할수록 점점 배우는 연기를 수행하는 직업이고 나는 한 직업인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오버사이즈 재킷, 브라렛, 스커트는 모두 Dries Van Noten.
 
어느 순간부터 작품을 선택하는 이유가 뚜렷해 보인다. 자신의 열망을 따라가기 시작한 느낌이 든다.
한효주 해외 드라마 〈트레드스톤〉을 찍은 게 터닝 포인트였던 것 같다. 신인의 자세로 오디션을 보고 역할을 따냈다. 외국 현장에서는 사람들이 한효주라는 배우를 아무도 몰랐다. 사람들을 새로 사귀고 영어 대사를 소화하기 위해 쉬는 시간도 없이 대본을 보는 경험이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그때부터 변했다. 어릴 때 운동 신경이 있어서 피구 할 때도 끝까지 살아남곤 했는데 어느새 운동하는 걸 즐기지 않고 있더라. 액션에 도전했고 생각보다 잘 맞았다. 총이면 총, 칼이면 칼, 해도 너무 했다.(웃음)
그럼 이제 멜로인가?
한효주 30대의 멜로를 해보고 싶다. 〈뷰티 인사이드〉를 다시 보면 그때만의 모습이 있다. 40대에는 또 40대의 얼굴을 남기고 싶고.
이전 〈바자〉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열렬한 애정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영화관을 찾는 기쁨이 소중한 사람이자 배우로서 점점 매체가 다양해지는 환경은 어떤가?
한효주 솔직히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다. 변화가 빨라서 따라간다는 느낌보다 큰 물살에 휩쓸리는 느낌도 든다. 예전에는 시나리오가 들어오면 심플하게 선택을 했다. 창구가 하나였으니까. 지금은 선택지가 많고 생각해야 할 것도 늘어났다.
당신을 연기로 이끈 건 무엇인가?
한효주 고등학교 때 되게 좋아하는 아역배우가 있었다. 나와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았는데 연기를 정말 잘했다. 비슷한 또래인데 어쩜 그렇게 연기를 잘하는지 호기심이 생겼고 결국 그 친구가 다니는 학원에 다녔다. 그렇게 관심이 생겼고 대학교 전공을 정해야 할 때 연극영화과를 선택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작은 동경이 나를 연기자의 길로 이끈 것 같다.
탄탄하고 완연한 필모그래피를 빚어왔다.
한효주 나는 열심히 하는 사람이 맞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본인이 맡은 일을 열심히 한다. 그래서 운이 좋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많은 감독님들의 선택과 제안으로 좋은 작품도 할 수 있었다. 관객과 시청자분들의 과분한 사랑도 받았다. 그러고 보니 20년 동안 거의 쉬어본 적이 없더라. 그래서 이제 나에게도 애썼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셔츠, 슬리브리스, 팬츠는 모두 Bottega Veneta.
 
잠시 쉬는 시간이 난 걸로 알고 있다. 어떻게 보낼 것인가?
한효주 하도 안 쉬어서 어떻게 할지도 잘 모르겠다. 백수가 과로사 한다고 쉬는 스케줄도 너무 빡빡하다.(웃음) 운동도 하고 골프도 치고 수업 같은 것도 여러 개 듣고 배우는 것도 많다. 오랜만에 쉬니까 이것저것 다 집어넣어서 더 바쁜 것 같다.
항상 무언가를 잘 보는 사람이더라. 요즘 본 좋은 것들이 있다면?
한효주 얼마 전 넷플릭스에 올라온 〈가장 깊은 호흡〉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요즘 프리다이빙에 빠져서 보게 됐는데 너무 좋아서 한 번 더 볼 생각이다. 고요한 심해와 그곳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꿈을 이루려는 모습이 대단히 경이롭다. 나 또한 물이 무섭지 않고 편안하다. 외부 소리와 차단된 고요함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무 생각 없이 잠수하는 걸 즐긴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많이 공감했다.
철인 3종 경기에 나갈 준비를 했다고.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잘 맞추는 편인지?
한효주 몸을 움직여야 좀 살 것 같더라고. 좋아서보다 잡념을 떨치려고 한다. 작품이 공개될 때가 되니 몸이 스멀스멀 아파온다.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와 별개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몸이 반응한다. 그래서 철인 3종 경기를 한다고 나대는 거다.(웃음) 몸을 잘 일으켜 세워도 일하면서 무너질 때가 있다. 그나마 움직여야 시름을 잊고 멘탈이 건강해지니 숙제처럼 노력하고 있다.  
뭔가와 싸워야 하고 삶을 짊어져야 할 때도 가장 나답다고 느끼는 것은?
한효주 사실 잘 못해서 그게 나다운 것 같다. 못해도 하기 위해서 무던히 노력하니까 나다운 거다. 적어도 포기는 안 한다. 근성이 있다. 
인터뷰/ 박의령(프리랜스 에디터)
 
 
슬리브리스는 Recto. 재킷은 Loewe. 짧은 실버 목걸이는 Open Work.s. 펜던트 목걸이는 Mr.Jworks. 긴 목걸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시나리오에 접근하는 방식은 배우마다 다르겠지만, 그 중에서도 본인은 ‘공감’을 중요시하는 유형이지 않나. 〈무빙〉에서 연기한 ‘두식’은 한 가정의 부모이자 아빠다. 어떤 면에서 이 역할에 공감했나?
조인성 부모로서의 입장도 중요하겠지만 나는 원작을 보고 내 부모님을 떠올렸다. 그때쯤 조카가 태어나면서 부모의 마음이란 게 뭔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했다. 해봐도 괜찮겠다 싶더라.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는 드라마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두식과 미현의 멜로가 중요한 드라마다.
미현 역할을 맡은 한효주와 부부로 등장한다. 작품으로는 처음 만났을 텐데.
조인성 학교 선후배이기도 하고 과거에 여러 편 광고를 같이 찍긴 했다. 그렇다고 친밀한 유대관계가 있진 않았다. 이번에 나이와 경력이 쌓인 상태에서 작품으로 만나고 난 뒤 한효주라는 배우를 다시 보게 됐다. 사진이나 화면을 통해 전달되는 비과학적 느낌이란 게 있다. 한효주의 눈빛을 보고 저 친구가 대단한 배우구나 실감했다. 빈말이 아니라 앞으로의 10년이 더 기대되는 배우다.
박인제 감독과도 첫 호흡이다. 멜로를 연출한 경험은 없는 분인데.
조인성 처음엔 몰랐다. 그런데 〈킹덤〉만 떠올려봐도 뭐. 나에게 멜로를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시길래 “잘 모르겠다. 현장에서 카메라, 조명 세팅하고 배우가 딱 서서 대사 치면 그게 멜로다”라고 했다. 어려운 거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오히려 이전의 멜로와는 다른 신선한 접근은 없던가?
조인성 나 또한 그간의 다소 전형적인 멜로에서 탈바꿈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결론적으로 효주의 사랑스러운 리액션을 따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길을 걷거나 차를 마시는 장면에서 내가 예상치 못한 애드리브를 하면 효주의 라이브한 표정과 행동이 나오고 그걸 담기 위해 감독님이 굉장히 노력했다.
“연기는 약간의 긴장과 자기만의 대상과 감정이 응집돼서 나오는 도덕적 결과물이고 그래서 약간의 긴장이나 예상과 다른 것들이 재미있고 그래서 제로값에서 늘 시작되는 것 같다”고 말한 적 있다. 이 작품의 제로값은 무엇이었나?
조인성 2억 뷰를 달성할 정도로 이미 사람들이 공감을 한 작품이니만큼 우리가 이걸 어떻게 영상으로 구현해낼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기술적인 묘가 중요했다. 정확하게 계산하고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안 그러면 몸이 힘들어지니까. 이 장면에서 CG를 사용해야 하는지 아닌지, 실사를 찍어 놓아야 하는지 아닌지. 솔루션 찾기의 연속이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는, 큰 그림을 보는 배우다. 몰입에 있어서 방해가 되지는 않나?
조인성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겠으나 모든 것은 좋은 쪽으로 생각해야 한다. 너무 많이 알아서 불편한 지점도 있지만 현장 상황을 알면 그만큼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지 왜 결과물이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는지 알게 된다. 그런데 이유를 모르면 화가 나거든. 그러니까 결국, 이해는 나 좋으려고 하는 거다. 이해가 되면 현장에서 즐겁지 않을 일이 없다.
 
칼라 레이어드 수트는 Prada. 펜던트 목걸이는 Mr.Jworks. 
 
‘한국형 히어로물’이라는 점이 이 작품의 가장 큰 셀링 포인트일 것이다. 마블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가?
조인성 마블에는 부자인 히어로도 많지 않나. 치킨집이나 돈가스집 하는,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의 소소한 인생을 담고 있다는 게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이다. 원래 신비감은 미지에서 나오는 법이다. 이 작품은 신비롭진 않지만 신통한 능력을 가진 보통 사람들이 이야기다. 때문에 〈포레스트 검프〉처럼 시대상을 훑어보는 재미도 있을 거다. IMF 같은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이 극중 이야기와 맞물려서 전개된다.
“원작 보신 분들이 상상하는 두식 캐릭터가 있을 테지만 이번에는 제가 만든 두식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아까 말한 대로 이미 2억뷰를 기록한 작품인데 연기하는 입장에서 독창적으로 해석한 점이 있나?
조인성 누구나 만화를 보면서 자기만의 색깔을 투영한 주인공을 만든다. 두식은 자기 일은 굉장히 냉철하고 또 멋지게 해결하지만 그 때문에 원작에선 인간미가 가려져 있었다. 한 인간의 다채로운 면모를 원작보다 확장해서 보여주고자 했다.
연기를 대하는 본인의 태도와 일을 대하는 두식의 태도가 닮았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나?
조인성 비슷하다. 물론 두식은 사람 생명이 결부된 일을 하지만 기본적으로 나나 두식이나 일은 일로서 냉정하게 해내야 한다고 믿는 부분이 그렇다. 내가 현장에서 웃지 않고 있을 때가 있는데 그건 긴장했단 뜻이고 현장에 모르는 것들이 놓여져 있다는 뜻이다. 이제 배우로서 산 인생이 그렇지 않은 인생보다 더 길지만 아직도 그런 순간이 가장 두렵다. 그래서 경력이 쌓이는 게 좋다. 집중할 수 있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 20대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때는 늘 긴장했거든.
현장에서 긴장을 풀고 자유롭게 연기를 했던 건 어느 시점부터라고 기억하나?
조인성 마의 10년 차였다. 물론 그후엔 내가 너무 관습적으로 사는 게 아닐까 하는 딜레마도 있었지만 그런 단계, 단계를 극복해야 비로소 편안한 경지에 이르는 것 같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무슨 일이든 10년은 해보라는 거다. 어쩌면 지금 당신이 하는 일은 당신이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일 수 있다.
연기가 본인의 가장 신통한 능력일까?
조인성 요즘 골프를 열심히 하는데 남들보다 더 시간을 투자해 연습하는데도 참 못하더라. 돌이켜보면 나는 어렸을 때 공부도 잘 못했다. 어쩌면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 중에 연기가 제일 나은 능력이었을 수도 있겠구나, 남들과 비교해서 제일 잘한다는 게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 중에서 제일 잘하고 있는 걸 하고 있구나. 최근에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말한 대로 ‘마의 10년 차’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긴장을 다스렸나?
조인성 그냥 했다. 많은 기대 하지 않고서.
 
조인성이 착용한 화이트 셔츠는 Valentino.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한효주가 착용한 셔츠, 레더 스커트, 레더 타이는 모두 Lee Y. Lee Y.. 
 
필립 로스의 소설 〈에브리맨〉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영감을 찾는 건 아마추어고 프로는 그냥 일하러 나간다.”
조인성 일에 특별한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 의미가 있으면 좋지만 그 의미 때문에 괴로워지기도 한다. 대충 하라는 게 아니라 그냥 하라는 거다. 사람은 자기 자신한테 질문을 잘 던져야 한다. 질문이 잘못되면 헷갈리기 시작하고 매너리즘에 빠진다. ‘왜’가 계속되다 보면 왜 태어났지까지   
‘왜’가 아니라 ‘어떻게’로 자문해야 한단 소린가?
조인성 그렇다. 하기 싫어도 해야 한다. 그게 일이니까. 상황이 펼쳐졌으면 이걸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생각해야지 “왜 그랬어” 같은 징벌적 질문은 소용이 없지 않나.
몰랐는데 지독한 현실주의자였군.
조인성 감성도 있다. 감성 대비 공부가 부족해서 책도 많이 봐야 한다.
여전히 연기가 어려울 때가 있나?
조인성 잘했으면 그만뒀다. 어려워서 한다.
원작을 본 입장에서 내가 느낀 두식에 대한 감상은 ‘어른의 품격’이었고 배우 조인성이 〈어쩌다 사장〉에서 보여준 매력도 그렇다. 어른의 조건이 무엇일까?
조인성 정말 모르겠다. 나는 어쩌다 어른이 됐다. 최근에 만난 염정아 선배님, 김혜수 선배님이 진짜 어른이다. 그리고 노희경 선생님. 그분들은 포근하다. 선배님, 선배님 하면서 다가가면 넉넉하게 품어주신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을 따름이다. 너무 날카로워서 곁에 있고 싶지 않은 선배가 되고 싶진 않다.
기억에 남는 어른의 조언이 있나?
조인성 아무리 추워도 봄은 옵니다. 법륜스님이 하신 말씀이다. 어떤 괴로움도 결국엔 끝이 있고, 끝을 알면 조바심이 덜 나는 법이다. 그게 평정심이라고 하시더라. 끝이 있음을 아는 것.
 
터틀넥, 레더 팬츠는 Bottega Veneta. 레이스업 슈즈는 Valentino Garavani. 
 
선배로서, 주연 배우로서 어떤 의무감을 느끼나?
조인성 누구도 나한테 의무감을 지우진 않는데 단지 나 스스로 느낄 뿐이다. 솔직히 내가 이룰수 있는 건 이미 다 이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해야 할 일을 할 뿐인데, 내가 느끼는 의무감 중 가장 무거운 추는 이 작품이 잘돼서 같이 고생한 스태프들이 기운이 났으면 좋겠다는 거다. 홍보 활동을 열심히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누가 스태프들에게 “요즘 뭐 했어?”라고 물었을 때 “저 〈무빙〉 했어요”라고 하면 반갑게 인사 받을 수 있게끔 해주고 싶다.
말한 대로 이제는 배우로 산 인생이 그렇지 않은 인생보다 길다. 오랫동안 꾸준히 활동하면서 어떻게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나?
조인성 중심을 너무 지키려고 하면 부러진다. 계속 흔들리고 흔들릴 뿐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흔들렸다고 손가락질 한다. 흔들리지 않는 게 어디 있나. 저 튼튼한 나무도 비바람에 흔들리는데 내가 뭐라고. 후배들한테도 그렇게 조언한다. 네가 뭐라고. 네가 예수님이야, 부처님이야. 깜냥도 안 되면서 왜 흔들리지 않으려고 애쓰는데.
반평생 스타로 살았지만 그래도 가끔은 모자 쓰고 지하철도 타고 그러나?
조인성 모자 안 쓰고 지하철도 타고 그런다. 나이가 먹어서 좋은 건 누구도 나에게 무례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거다. 딱 중간 세대이다 보니까 어른 친구들이건 어른들이건 만나면 반갑게 대해준다. 그리고 사실 지하철을 타면 다 자기 휴대폰 보고 있지. 원래 자기 일이 제일 바쁜 법이다. 그러니까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대중이 제일 관심 가질 것 같지만, 아니다. 아무튼 명백한 진리는 이거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나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
나홍진 감독과 함께하는 〈호프〉는 얼마나 진행됐나?
조인성 〈무빙〉이 공개되자마자 〈어쩌다 사장 3〉을 찍고 그 다음 바로 〈호프〉를 시작할 것 같다. 쉴 수 있는 시간이 없다. 데뷔 이래 가장 바쁜 여름이 될 것 같다. 이렇게 작품이 연달아 나올지 상상도 못했다. 〈밀수〉도 2년 전 작품이다.
하긴, 〈모가디슈〉 이후 2년의 공백이었다. 결과물이 세상 밖에 나오지 못할 때의 답답함 같은 건 없나?
조인성 쉬는데 왜 답답한가. 어차피 언젠가는 다 나오게 돼있다.
아무리 추워도 봄은 오는군.
조인성 그러니까,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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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손안나
    사진/ 장덕화
    헤어/ 임원묵(조인성),안홍문(한효주)
    메이크업/ 이승연(조인성),이준성(한효주)
    스타일리스트/ 최진영(조인성),박만현,김경선(한효주)
    어시스턴트/ 허지수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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