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PC 통신이 등장 이후, 감정을 텍스트로 표현하는 방식은 단순화되었다. 'ㅋ', 'ㅎ', 'ㅠ' 등 초성을 활용해 다양한 감정을 나타내게 된 것! 단순해 보일지라도 초성의 개수에 따라 감정의 정도와 느낌에 차별화를 주기도 한다. 'ㅋㅋㅋ'가 웃음 그 자체를 표현한다면, 'ㅎㅎㅎ'는 읽는 방식에 따라 여러 느낌을 담을 수 있다. 호탕하게 웃는 듯한 '하하하'가 될 수도, 어딘가 멋쩍은 느낌의' 흐흐흐', 혹은 당황스러운 느낌을 담은 '허허허'가 될 수도 있는 것 처럼 말이다. 어딘가 모르게 'ㅎㅎㅎ'는 마냥 웃는 것 같지는 않은, 속에 다른 뜻을 품고 있는 듯한 오묘한 느낌을 준다.
OCI미술관에서 펼쳐지는 〈ㅎㅎㅎ〉 전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열린 해석을 제시한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 강홍구, 김나훔, 박용식, 이건용, 정유미, 정철규는 오묘한 'ㅎㅎㅎ'에 자신만의 해석을 담았다. 복잡한 설계와 치밀한 구성보다는 직관에 집중한 작업이 준비되어있다. 생각하지도 못한 맥락과 각도로 다가오는 작품들은 '이게 뭐야?' 싶은 감탄사를 절로 부른다.
전시 제목을 보고 유쾌하고 즐거운 전시일 것이라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그와 반대로 심오하고 의미심장한 작품들로 가득하다. 전시 제목은 어쩌면 유쾌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전하는 비웃음일지도 모른다. 배경 지식이나 집중력도 필요 없다. 알쏭달쏭 미심쩍은 감정들로 가득하지만 그저 작품들을 바라보며 가장 떠오르는 감정에 집중하다보면 홀가분함을 느낄 수 있을 것. 입꼬리가 피식하고 올라가게 될 것이다.
일정 : 5월 20일까지
장소 : OCI 미술관 (종로구 우정국로 45-14 )
시간 : 10:00 ~ 18:00 (무료 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