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 바자 베러 뷰티 제품
내게 ‘좋은’ 화장품은 뭘까? 기존에는 광고나 지인이 추천하는 제품을 써왔지만, 이젠 나이 든 피부를 위해 따지는 게 많아졌다. 피부 타입이나 계절을 고려하는 건 물론 좋은 성분에 합리적인 가격, 취향에 맞는 향까지. 화장품을 고르는 기준이 다양하다 아니, 복잡하다. 그러다 〈하퍼스바자〉의 ‘바자 베러 뷰티(Bazaar Better Beauty)’ 기사를 읽게 됐다. B.B.B는 〈하퍼스바자〉에서 매년 4월 친환경 활동을 꾸준히 전개하는 뷰티 브랜드를 소개하는 프로젝트다.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용기의 두께를 얇게 만드는 브랜드부터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을 모아 매장 가구에 활용하는 곳까지. 내가 피부를 생각하는 만큼 지구의 피부를 생각하는 브랜드들이 있었다는 걸 알았다. 지금껏 나는 ‘친환경’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더라도 내 기준으로 좋은 점을 따져왔다. 그런데 이젠 새로운 기준이 추가됐다. 바로 ‘지속가능성’.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화장품 선정 기준에 지구를 고려할까? B.B.B 캠페인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진심을 담아 이번 2023 바자 베러 뷰티 제품을 소개해본다.


6개 제품 중 보디 제품으로 소개할 록시땅과 아로마티카는 우리에게 이미 착한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록시땅의 아몬드 모이스쳐라이징 샤워 오일은 사용 후 보습제를 바르지 않아도 될 만큼 피부에 촉촉함과 부드러움이 남아서 건성 피부나 지금과 같은 건조한 봄철에 안성맞춤이다. 샤워오일이라고 해서 거품이 잘 나지 않거나 잘 씻겨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오히려 가벼우면서 쫀쫀한 거품을 만나 함께 씻겨 내려간다. 스위트 아몬드 향은 달콤하면서 고급스러우며, 흔하지 않다는 매력이 있다. 아로마티카의 서렌 바디바 & 라벤더 버가못은 쉽게 무르지 않고 당김이 없어서 고체 비누에 대한 편견을 깨준다. 무엇보다 100% 업사이클링 종이 상자 외에 쓰레기가 나오지 않아 환경에 대한 죄책감마저 씻어내 준다. 조금만 문질러도 거품이 잘 나오기 때문에 오래 쓸 수 있고, 액체형보다는 필요한 양만큼만 사용할 수 있다. 포장을 벗기기 전부터 공기를 가득 채웠던 상큼 달달한 버가못의 향이 욕실의 방향제 역할까지 하는 건 덤이다.

화학 성분을 지양하는 샘크래프트와 유랑의 기초 제품에는, 피부에 꼭 필요한 것들만 담겠다는 두 기업의 고집이 담겨있다. 식물 원료를 고집하는 샘크래프트의 블루세럼은 꽃수가 89.37%인 만큼 피부 진정은 물론, 은은한 꽃과 풀 향이 마음까지 진정시켜 준다. 제품을 흔들면 꽃수(워터층)와 식물에서 추출한 아로마오일(오일층)이 섞이면서 풍부한 수분감은 오래 지속된다. 파란색 오일은 민감하고 예민한 피부에 좋은 구아이아줄렌 성분이다. 유기농 사랑 유랑의 프레스티지 퍼플 쉴드 에센스 토너는 유랑 대표가 직접 전라도 남원에서 찾은 유기농 도라지를 주원료로 한다. 도라지를 여러 번 증숙하는 방식을 통해 피부 노화 완화 성분인 사포닌이 한 병에 약 799.25mg 담겨 있고, 피부를 늙게 만드는 자외선으로부터 애프터 선케어 기능을 하는 폴리페놀 성분까지 들었다. 숫자에서부터 느껴지는 자연 유래 성분의 정도는, 건강하고 향긋한 도라지 향이 더 확실히 고농축임을 증명한다. 토너의 제형은 끈적이거나 금방 날아가 버리지 않는, 유수분 밸런스가 좋은 타입이다.

실제 재사용률과 재활용에 들어가는 에너지를 고려하면, 무사용이야말로 ‘찐’환경이다. 그러한 아이템인 고체 제품은 액체 제품에 비해 오히려 물과 방부제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톤28의 고체 치약은 치아 관리에만 집중된 액체 치약과 달리, 구강 전체를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천연 멘톨 성분이 들어갔다. 그래서 뛰어난 구취 제거는 물론, 구강에 유해한 화학 성분까지 배제하여 뒷맛도 매우 깔끔하다. 고체품 중 가장 낯설고, 불편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씹으며 거품을 내는 것이 오히려 양치질 보다 편하게 느껴졌다. 다 써갈 때쯤 치약을 힘껏 짜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 쓰레기 없이 리필해서 사용할 수 있다. 고체 비누의 선구자 ‘동구밭’의 반려시선 고양이 & 강아지 샴푸바는 연약한 반려 동물을 위한 안심 세정 성분은 물론, 각 동물의 특성을 반영한 세심한 배려가 녹아있다. 반려묘를 키우는 에디터는 자주 씻지 않는 고양이의 특성상 매번 일회용 샴푸를 사용해왔다. 그런데 이 제품은 소분이 가능하며, 친환경 펄프 패키지 외에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다. 또 향에 민감한 고양이를 배려해 무향이라는 점과 스트레스 완화를 위해 캣닢 성분이 들어갔다는 점에서 집사로서는 고맙고 감동인 제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