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 벨트는 Rokh. 헤어 장식은 Katenkelly. 부츠는 Rekken.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로 대중에게 인사한 이후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곡 작업을 하러 미국에 갔다가 일주일 전에 한국에 왔어요. 저와 프로듀서, 작사가, 엔지니어 등이 모여 한 달 동안의 긴 회의를 거쳐 곡 스케치를 하고 곡을 완성했죠. 이걸 ‘송 캠프(Song Camp)’라고 하는데요. 저는 곡을 만들 때 굉장히 오랜 시간 고민하고 많은 스케치를 해보거든요, 제 영혼이 담긴 작업이에요.
평상시에는 차분하고 조용한 편인데, 저는 제 에너지가 모두 음악에 쏠려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굉장히 강렬하고 에너제틱해요!
저는 하루에 한 곡씩은 꼭 써요. 11시부터 5시까지는 곡을 쓰고 5시부터 8시까지 녹음을 끝내요. 그래도 10년 이상을 작업해왔기 때문에 빨리 움직이는 편인데, 그만큼 사전 스케치 준비가 정말 중요하죠.
원피스는 Loewe. 볼캡은 Isabel Marant.
〈재벌집 막내아들〉 방송 역시 공부하듯이 봤다고요?
네. 데뷔 작품을 꼭 ‘본방사수’하고 싶어서 따로 시간을 빼놨어요. 덜덜 떨면서 봤기 때문에 한 회가 끝나면 거의 기절해서 잠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본방송이 시작하기 전에 옆에 대본을 쌓아놓고 모니터 파일도 열어서 내가 어떻게 촬영했는지, 그래서 오늘 방송에서는 어떤 걸 기대할 수 있을지, 실제로 완성된 결과는 무엇인지 분석했어요. 직접 방송을 보는 것까지도 모든 게 배움의 과정이었죠.
처음이기 때문에 당연히 부족한 부분도 많았죠. 연기는 퍼포먼스와 달리 그날의 촬영 환경과 제 컨디션에 따라 무척 다르더라고요. 무대는 이미 수백 번, 수천 번 연습한 걸 액션으로 보여주면 되고 보통 제 창작물일 경우가 많은데, 연기는 아무리 내가 잘하고 싶어도 잘 안 되는 경우가 있었어요. 하지만 그 순간마저 잘 흘려 보낼 줄 알게 된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
오랜 시간 연기를 하고 싶었어요. 맡은 분량보다도 이 작품의 전체적인 메시지를 보게 됐죠. 물론 ‘레이첼’이라는 캐릭터도 좋았어요. 이 세계관 안에서는 작은 역할이지만, 그 시대 여성으로서 분명한 매력이 있었죠. 그리고 작품을 하면서 부모님 세대에 대한 이해가 더 커졌어요. 한국의 다양한 역사적 배경이 등장하고 제가 한국에서 살지 않은 때의 이야기까지 담겼으니까요. 대본을 붙들고 공부, 또 공부하는 시간이었죠.(웃음)
셔츠는 Miu Miu.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아이돌 그룹의 합, 뮤지컬 앙상블의 합, 그리고 연기는 상대 배우와의 합이 중요하죠. 이런 협업의 과정에서 당신이 가장 중시하는 태도는 무엇인가요?
현재에 집중하는 것, 그리고 ‘듣기 80, 말하기 20’이 오랜 시간 지켜온 제 룰이에요.(웃음) 아티스트로서도 그렇지만, 인간 티파니 영으로서도 그래요.
작년에는 소녀시대의 합을 다시 보여줄 수 있는 기회도 있었죠. 15주년 기념으로 뭉쳤어요.
너무 즐거웠어요. 물론 촬영장에 가기까지 쉽지 않은 과정들도 있었지만, 이건 단지 우리만을 위한 게 아니었고 팬들이 최우선이었기에 최선을 다했던 것 같아요. 주변에 연락 온 후배들도 많았어요. 소녀시대를 보면 자신들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긴다고요. 정말 뿌듯한 순간이었어요.
티파니 영은 가수로서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는데, 아직도 더 욕심나는 것들이 있어요?
그럼요. 그건 제 10대, 20대의 모습이고, 그때의 최선의 방법으로 만든 것이죠. 이제는 나만의 방식으로 내가 선택한 사람들과 함께 꿈을 펼쳐나가고 싶어요. 15년간의 노하우, 그 시간이 만든 가치관과 좀 더 올바른 선택을 하는 지혜들을 더해 만들, 또 다른 제 모습이 기대돼요. 지나간 시간이 절대 헛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작업물을 선보일 예정이에요. 사실 2016년에 솔로 앨범을 낸 이후, 지난 5년 동안 조금 망설였거든요. 그런데 지금 함께하는 스태프들이 절 믿어줬어요. 정규 앨범을 꼭 완성하고 싶고, 전국 투어도 해보고 싶어요.
재킷은 Bonbom by BOONTHESHOP. 톱은 Greyyang. 브리프는 Rokh. 메리제인 펌프스는 Prada. 귀고리, 니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보컬에 대한 욕심 또한 여전히 많아 보여요. 변치 않고 노력하고 있는 것들이 있나요?
지금도 매일 2시간씩 노래 연습을 해요. 미국에 돌아가서도 2년간 보컬 수업을 받았죠. 그때 배운 것들을 노래하기 전에 꼭 해야 해요. 제 악기를 안전하게 쓰는 법을 알게 됐거든요. 근육을 쓰는 것과 비슷해서 매일 매일 연습을 해서 달궈놓지 않으면 손상이 오기 마련이라 늘 성대를 건강하게 유지하려고 해요.
지난 15년간의 노하우를 가지고 아이돌 서바이벌 경연 프로그램 〈피크타임〉에 합류하게 됐어요. 다양한 팀들을 지켜보면서 어떤 기분이 들어요?
〈피크타임〉이 매력적인 게, 가장 현실에 가까운 경연 프로그램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신인 그룹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고 싶은 팀이나 뜻밖의 사정으로 활동이 중단된 팀이 동시에 경연을 해요. 그런데 이 상황이 현재 방영되고 있는 음악 방송과 똑같거든요. 음악 방송에 가면 신인 팀도 있고 활동을 했다가 컴백한 팀도 있고 어떤 사정으로 보이지 않다가 다시 활동하는 팀도 있고요. 뭔가 좀 더 현실에 가까운 경연이라 마음을 열고 공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에게 자극을 주는 공간이기도 해요. 심사위원과 PD님들도 너무나 큰 애정을 쏟고 있는 프로그램이라 매회 녹화가 기다려져요. 끝나고 나면 “저도 저 안무팀 소개시켜주세요!” 하기도 하고, PD님께 선곡의 이유에 대해 묻기도 하고요.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좋아요.
티셔츠는 Chrome Hearts. 데님 팬츠는 Rokh. 반지는 Swarovski. 앵클부츠는 Jimmy Choo.
참가자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해주고 있어요? 그 조언에는 지난 시간 동안 쌓인 티파니 영의 아티스트로서의 중심이 담겨있을 것 같아요.
좋은 아티스트가 되려면 좋은 사람이어야 해요. 그래서 카메라가 꺼져 있는 순간에도 지켜보고 있어요.(웃음) 나이에 상관없이 상대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같은 것들요. 무대 위에서는 원래 가지고 있는 내면의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발산되거든요. 무대를 잘한다고 여겨지는 친구들은 절대 우연으로 완성된 게 아니에요. 그리고 성실한 건 물론이고, 시간에 민감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본인 스스로에게, 상대방에게, 팀 멤버에게요. 자신의 감정을 잘 이해하는 일도 필요할 것 같아요. 그걸 표현해야 하는 게 무대니까요.
티파니 영이 가진, 가장 최근의 고민은 무엇인가요?
정규 앨범 생각을 가장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언제 등산을 갈까?’ 하는 것들.(웃음)
등산이 당신을 가장 편안하게 하는 ‘리트리트’일까요?
자연을 찾아요. 그리고 집에서는 파도 소리를 켜놓는데요, 음악을 만드는 사람은 쉴 때 공간에 음악을 켜놓으면 이미 그 틀을 알고 있어서 오히려 휴식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유일하게 리듬과 구조가 없는 게 ‘화이트 노이즈’라고 해서 꼭 파도 소리를 켜놔요.
하프 슬리브 셔츠, 쇼츠, 브리프, 귀고리, 벨트, 로퍼는 모두 Miu Miu. 타이, 니삭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런 것들이 당신의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할까요?
휴가 때 3시간 동안 바다 위에서 튜브를 끼고 가만히 떠 있었어요. 파도의 흐름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데,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큰 산 속에서 아무리 노래를 크게 불러도 소용없는 것처럼요. 나는 자연의 일부일 뿐이라는 걸 깨닫게 된 것 같아요.
최근 인터뷰에서 “30대 여성으로서 계속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느낀다”라고 말했는데,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을 해나가고 싶어요?
소녀시대 활동을 하는 시간도 그랬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녀시대만큼 서로를 의지하고 칭찬하고 일으켜주는 공간이 없어요. 우리를 통해 ‘Women Empowerment’를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하고, 이걸 지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어요.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눈치를 보게 되는 일이 많은데, 스스로에게 당당하고 진심이라면 자신 있게 표현하는 것도 꼭 필요한 일 같아요.
당신에게 영향을 준 여성 아티스트도 궁금해지네요.
최근에는 김혜수 선배님을 좋아하게 돼서 필모그래피 전체를 정주행 했어요. 다양한 입체감과 깊이 있는 스토리를 표현해내는 여성 아티스트라고 생각해서 정말 닮고 싶고요. 배우 아나 디 아르마스도 좋아해요. 아나 디 아르마스는 사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연기를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도 제 모국어는 아니지만 할 수 있다는 용기도 생긴 것 같아요.(웃음) 그리고 마고 로비의 퍼포먼스를 몇 년간 굉장히 좋아했어요. 직접 프로듀싱까지 하고 있어서 더 본받을 점이 많은 것 같아요.
당신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 중에는 오랜 시간 함께한 팬들도 있겠죠?
팬들은 제가 이 일을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죠. 그런데 아직 어려운 점도 있어요. 항상 잘 보이고 싶어서 긴장을 하거든요. 그러면서도 가장 편안한 사람들이고. 묘하고 매력적인 관계예요. 이런 게 사랑일까요?(웃음)
블라우스, 스커트는 Bmuet(Te). 귀고리, 레이어드한 진주 목걸이는 모두 Bell & Nouveau. 스타킹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버블’을 시작했다고요.
팬들과 이런 특별한 공간이 생겼다는 게 너무 기쁘고 재미있어요. 오늘 아침에는 처음으로 음성을 보내봤어요. 이게 정말 실시간 ‘카톡’ 같더라고요. 중독될 것 같아요!
팬들이 뭘 좋아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이 그냥 나를 나라는 사람으로 굉장히 사랑해준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주는 고마운 공간이에요. 요즘 버블 때문에 정말 사랑받는 기분이 들어요!
파워 J인 티파니 영이 작년에 지키지 못해 아쉬운 계획이 있나요?
올해는 어떻게 보내고 싶어요? 작년에 골프를 함께 치기로 했는데, 아직도 가지 못해서 수영이와 유리, 연희 언니에게 구박을 받고 있어요.(웃음) 올해는 그걸 꼭 지키고 싶고, 정규 앨범을 완성해서 팬들을 만나고 싶네요. 그런데 일단은 얼마 남지 않은 팬미팅을 준비해야 해요. 아주 즐거운 시간이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