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들이 올 블랙룩을 선보인 이유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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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브랜드들이 올 블랙룩을 선보인 이유

원색적인 컬러 팔레트가 패션계를 장악한 지금, 한편에선 암울한 올 블랙 룩이 빈틈을 파고들고 있다.

BAZAAR BY BAZAAR 2022.11.09
 
Y/ProjectCoperniValentinoBalenciagaDiorAmbushAlexander McQueenAlaïaSaint LaurentRick OwensGivenchy
모든 옷은 말하려는 바가 있다. “컬러는 삶이자 즐거움입니다. 우리는 새롭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미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서서히 우리 삶을 되찾고 있으니 이를 축하해야 할 것만 같아요.” 〈바자〉 2021년 9월호 ‘C’mon, Dress Happy’ 칼럼에서 발췌한 도나델라 베르사체의 말이다. 이렇듯 몇 시즌 전부터 패션계는 팬데믹 상황에서 곧 벗어난다는 희망찬 미래를 상상하며 핑크, 레몬, 코럴, 그린 같은 엔도르핀이 마구 발산되는 컬러의 향연을 펼쳤다.  
하지만 팬데믹보다 위험한 건 따로 있다. 사하라사막에 눈이 내리고, 호주는 폭염과 전쟁 중이며, 또 연일 경제지표가 금융위기에 근접했다는 뉴스를 망연하게 지켜봐야 하는 일이 잦아졌다. 2022 F/W 시즌 밀라노와 파리 패션위크에는 전례없는 침울함이 감돌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미사일 공습을 벌이고 지상군을 투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 세상에 블랙의 암울한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듯했다.
발렌시아가의 아티스트 디엑터 뎀나는 이런 다사다난한 현실을 런웨이에 그대로 반영했다. 360도 뷰가 가능한 유리 돔 형태의 쇼장에서 펼쳐진 2022 F/W 컬렉션 현장으로 가보자. 발렌시아가 쇼는 우크라이나 시인의 시를 읊으며 시작되었다. 매서운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런웨이를 걷는 모델의 모습은 마치 러시아 군대를 피해 피난길에 오른 난민들을 연상케 했는데, 본래 뎀나는 가까운 미래, 디지털로 렌더링한 날씨를 경험하는 세상을 상상하며 이번 쇼를 기획했다고. 즉,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일깨우고자 한 것.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해서일까? 런웨이에 펼쳐진 하이브리드 스트레치 드레스와 보디수트, 글러브, 고글 선글라스, 레깅스와 결합된 새로운 실루엣의 시그너처 룩 등 69개 중 무려 54개가 올 블랙 룩으로 채워졌다. 블랙 갑옷으로 두려움과 혼란의 시대에 맞서려는 듯 말이다.  
2022년의 올 블랙 룩은 단순히 컬러가 아닌 시대를 반영한 결과물처럼 느껴진다. 롱 슬리브(릭 오웬스), 발라클라바(막스마라, 코페르니), 맥시 실루엣(생 로랑), 얼굴 반을 덮는 터틀 보디수트(알라이아), 코르셋(디올, 베르사체), 오버사이즈 패딩(로에베, 와이/프로젝트) 등 온갖 세상의 풍파에서 여성의 몸을 보호라도 하듯 블랙을 휘감았다. 그뿐인가. 197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펑크 룩이 올 블랙 트렌드에 힘을 실어준다. 가죽 재킷과 페이턴트 팬츠, 지퍼와 버클, 체인 장식과 짙은 메이크업 등 경제불황과 실업의 만연 속에 기성사회의 권위 체제에 대한 저항으로 시작된 1970년대 펑크 룩이 그러했듯, 반사회적이고 반항적인 패션이 이번 시즌에도 대거 등장했다. 단, 단순한 펑크가 아닌 다크한 고스 무드를 더해 한층 파워풀해진 점이 특징. 알렉산더 맥퀸, 셀린, 뮈글러, 발망, 알라이아, 데이비드 코마를 참고해볼 것.
이번 시즌 블랙만큼 세련된 선택지도 없다. 게다가 올 블랙 룩은 언제나 실패 확률 제로에 가깝다. 모든 색을 지배하는 블랙의 마력을 즐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옷장에 있는 블랙 아이템을 겹치고, 또 겹쳐 입으면 된다. 좀 더 패셔너블함을 뽐내고 싶다면? 바닥의 낙엽을 다 쓸 만큼 긴 기장의 드레스(생 로랑), 무릎까지 내려오는 소매 길이의 니트 드레스(스포트막스), 볼륨감 넘치는 패딩 아우터(릭 오웬스), 그물 형태의 사이하이 부츠(엠부시) 등 드라마틱한 피스로 포인트를 주면 된다. 톰 포드 쇼에서 후디 장식의 블랙 롱 이브닝드레스로 의외의 스타일리시함을 드러낸 케이트 홈즈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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