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골목에서 만나는 예술 공간 3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Art&Culture

용산 골목에서 만나는 예술 공간 3

새로운 일은 언제나 의외의 곳에서 벌어진다. 아트 신도 마찬가지. 보다 실험적이고 신선한 예술은 서울 골목길에 숨어 있다.

BAZAAR BY BAZAAR 2022.10.03
 
Gana Art Bogwang
가나아트 보광
서울시 용산구 보광로 42
 
시장 골목에 힙한 은색 철문이 존재감을 뿜어낸다. 묵직한 문을 밀고 들어서면 밖과는 완전히 단절된 듯한 세계가 펼쳐진다. 유구한 역사를 지닌 가나아트가 자유로운 예술을 펼치기 위해 보광동에 새 지점을 마련한 것. 김민경 부장은 “갤러리에 흔히 보이는 통유리가 거리의 분위기를 해칠 듯해 철문을 세웠다. 덕분에 무엇인지 궁금해하며 들어오는 분이 많다”며 은색 문을 칭찬했다.
 
가나아트 사운즈와 나인원에 이어 보광동에 새 전시장을 열었다. 연달아 한남동을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한남동으로 온 첫 번째 이유는 접근성이 좋아서였다. 사운즈와 나인원을 오픈한 후 가나아트에는 큰 변화가 있었다. 젊은 작가의 전시를 열게 되었고 새로운 컬렉터와의 만남도 생겼다. 한데, 앞선 두 공간의 아담한 크기가 내심 아쉬웠다. 결국 다른 공간을 하나 더 찾아 나섰다. 조건은 세 가지였다. 한남동에서 멀지 않은 위치, 널찍한 크기, 색다른 분위기를 살폈다. 이 모든 걸 충족시키는 장소가 바로 여기였다. 처음엔 너무 시장 한가운데라 망설이기도 했지만 보면 볼수록 우리가 그리던 복합 공간과 잘 맞아떨어졌다. 갤러리가 어렵고 특별한 곳이 아닌 일상의 풍경이길 바랐는데, 사람 냄새 나는 보광동시장 골목이 그 분위기를 연출해주고 있다.
내부에서 건물의 옛 흔적이 물씬 풍긴다.
가나아트 보광은 다른 지점과 달랐으면 했다. 재건축이 가능할 정도로 오래된 건물이었지만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고자 최소한의 인테리어만 했다. 또 건물이 오래된 만큼 보광동의 역사가 깃들어 있지 않나. 기존 느낌을 살리기 위해 더러운 부분을 제거하고, 작품을 걸 수 있도록 흰 벽 공사를 하는 정도로만 손을 봤다.
이브겐 코피 고리섹의 아시아 첫 개인전으로 개관전을 장식한 이유는?
슬로베니아 출신의 젊은 작가로 일그러진 시점과 형태, 과장된 표현이 보광의 실험적 성격과 잘 맞았다. 이처럼 주목받는 동시대 작가와 국내에서 보기 어려웠던 해외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밀레니얼 관람객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그들이 이곳에서 무엇을 느꼈으면 하나?
독특해서 그런지 밀레니얼 관람객이 사진을 찍으러 많이 온다. 꼭 특정 세대가 아니어도 누구나 편히 와서 작품과 소통하고, 사진도 찍고, 공간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했으면 한다.
 
Sahng-Up Gallery Yongsan 
상업화랑 용산
서울시 용산구 원효로97길 26   
 
한자로 ‘서로 상’ 자를 쓰는 상업화랑은 작가와 더불어 일함으로써 미술계에 유의미한 족적을 남기려는 목적을 가지고 움직인다. “상업이란 이름 아래 팔리든 팔리지 않든 가치 있는 작업을 모아놓았다. 미술을 보여주는 우리 화랑만의 신을 구축하려 한다. 생태계가 건강해지려면 장르는 다양해야 하니까.” 양찬제 대표는 운영 방침을 이렇게 설명한다.
 
을지로, 문래에 이어 세 번째 공간을 용산에 오픈했다. 왜 용산이었나?
오롯이 전시에 집중할 공간을 물색하던 중 우연히 알게 됐다. 갤러리가 밀집된 지역도 염두에 두었지만 어느 정도 일해보니 위치는 크게 중요치 않았다. 아트 신과 동떨어진 지역이라도 좋은 전시가 있다면 관람객은 찾아온다. 언젠가는 1층에 화랑을 꾸리고 싶었는데, 여기는 1층에다 대중교통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오래된 집을 갤러리로 탈바꿈했다. 내부를 보면 집이었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데 공사 당시 무엇을 가장 신경 썼나?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 조명에 공을 들였다. 그림은 빛의 영향을 많이 받는 예술이기에 조명은 1순위 고려 대상이었다. 작품마다 알맞은 빛 연출을 하고자 조명 종류를 다각화했다. 벽도 화이트 월로 연출해 클래식함에 힘을 더했다.
다른 두 곳에서 볼 수 없는 용산만의 특별함은 무엇인가?
같이 성과를 만드는 전속 작가에게 집중하려는 목적으로 오픈했다. 그렇기에 용산은 가장 상업화랑다운 공간이기도 하다.
전속 작가를 맺는 기준은 무엇인가?
당연하겠지만 작품성이다. 기본적으로 작가의 타고난 테크닉을 본다. 테크닉을 갖춘 작가에게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그다음으로 진정성, 즉 작업을 대하는 태도를 살핀다.
상업화랑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순간의 유행을 좇지 않고 나름의 역할을 하는 작품을 선보이려 한다. 오로지 팔기 위한 장사를 하려면 숍을 차리면 되지 화랑을 운영할 필요는 없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 작가는 대체로 젊고 실험적인 경향이 있어 지금 당장은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눈앞의 상업성보다 사회적 가치에 중점을 두기에 장기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Windmill
윈드밀
서울시 용산구 원효로 13
 
작업에 대한 철학과 고민을 공유하던 작가 문보람, 정명우, 조익정은 2021년 2월 윈드밀을 오픈했다. 영어로 풍차를 뜻하는 윈드밀은 동료 작가가 추천해준 이름이다. 한강 바람이 스치는 마포대교라는 지역색, 퍼포먼스의 동적임, 그리고 작가와 기획자 같은 창작자가 한데 모여 더 큰 에너지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긴 듯한 단어는 세 명의 운영자가 그리던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졌다.   
 
한국에 흔치 않은 퍼포먼스 위주의 공간이다.
홀로 작업을 하다 보면 타인의 크고 작은 도움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서로의 행보를 응원하며 동시에 예술가들이 여러 가지를 실험하는 일련의 상황을 유지·관찰하고자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를 만들게 됐다.
운영 방식이 궁금하다.
서로의 특성과 상황을 고려해 행정, 홍보-네트워킹, 시설 관리 등 각자 조금 더 신경 쓰는 부분이 있지만 매주 미팅을 통해 모든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함께한 작업자의 피드백도 운영에 반영하고 있다. 윈드밀은 일 년 중 넉 달을 대관에 할애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자체 기획 이벤트를 진행한다. 매 기획 이벤트가 끝날 때마다 작업자에게 피드백을 듣고 개선 방안에 대해 고민한다. 그래서 같은 이벤트라도 작년과 올해가 다른 조건을 가진다. 이런 유연함이 우리의 장점이지 않을까 한다.
주로 어떤 사람들이 윈드밀을 찾는가?
문화 예술 종사자가 많다. 서울 한복판에 있지만 지리상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지 않고 유동 인구도 적은 편이라 워크인 비율은 낮다. 사전 공지한 이벤트 정보를 알고 그 날짜와 시간에 맞춰 찾아오는 관람객이 대다수다.
퍼포먼스도 상당히 광범위한데 윈드밀은 어떤 장르에 무게를 두나?
퍼포먼스는 한 가지 감각에 집중할 수도 또는 다채로운 감각을 혼합할 수도 있기에 특정 분야로 제한하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일 년 반의 시간을 반추하면 시각예술, 무용, 전자음악, 국악 등 여러 배경을 가진 작가와 함께해왔다. 윈드밀을 통해 다분야의 작가, 기획자, 연구자가 서로의 작업물을 마주하고 나아가 예술인 네트워크까지 형성되길 바란다. 만남이 쌓이고 쌓여 움직임이 되고 퍼포먼스 저변 확대로 이어지는 것 또한 기대한다. 이는 우리가 아트 신에서 수행하고 싶은 역할이기도 하다.
 
프리랜스 에디터 이효정은 미술에 있어 상반된 취향을 가지고 있다. 클래식한 정통 회화를 좋아하면서 이제 막 데뷔한 작가의 실험적인 작품에도 마음을 쉽게 빼앗긴다. 주말에는 서울 곳곳에 숨겨진 새로운 공간 방문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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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이효정
    사진/ 양성모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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