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스리라차 소스가 마트에서 사라집니다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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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스리라차 소스가 마트에서 사라집니다

연간 2천만 병 생산되는 후이퐁(Huy Fong) 스리라차 소스가 오는 9월까지 약 6개월간 생산을 중단한다. 이유는 다름 아닌, 기상 악화로 인한 가뭄 때문이다.

BAZAAR BY BAZAAR 2022.08.06
 
후이퐁 스리라차 소스가 당분간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는 소식은 충격보다는 공포에 가까웠다. 스리라차와 베트남 쌀국수의 조합(즉 ‘영혼의 단짝’) 덕후인 나에게 이것은 마치 감자튀김에 케찹이, 방어회에 초고추장이, 또는 에그베네딕트에 올랑데즈 소스가 없다는 말과도 같았기에. 그래 봤자 일종의 ‘핫 칠리 소스’일 뿐인데 웬 호들갑이냐고? 스리라차 예찬론자 설명에 의하면 타바스코소스보다 식초가 적어 시큼한 맛이 덜하고 톡 쏘는 기분 나쁜 맛보다는 감칠맛 돋는 화끈한 매운맛에 가깝다. 동시에 타바스코보다 덜 매워 맵기 정도 또한 ‘딱’ 적당하다고. 장점은 비단 ‘맛’에만 있을까. 5g당 4kcal로 다른 소스에 비해 칼로리 수치가 현저히 낮다. 따라서 스리라차는 ‘맵찔이’와 ‘다이어터’에게 모두 ‘추앙’받는 대상이다. 시중에 널리고 널려 있는 그저 ‘빨갛고 매운’ 소스가 아니며, 한마디로 ‘대체 불가’다. 물론 후이퐁 외에도 만나볼 수 있는 타 브랜드 스리라차 소스가 몇 있다. 그 중 하나를 리뷰해보자면, 후이퐁에 비해 달고 톡 쏘는 맛이 강하며 매운맛이 미미하고 질감은 묽다. 결국 이름만 같을 뿐 그들 또한 수탉 그림이 새겨진 스리라차 소스를 대체할 수 없다는 뜻이다.
비결은 주재료인 ‘고추’에 있다. 후이퐁 스리라차 소스에 들어가는 고추 품종의 이름은 ‘빨간 할라피뇨(red jalape˜no hybrid)’다. 재배에 이상적인 기온은 16~27℃이며 토양에 수분이 잘 공급되어야 비로소 우리가 아는 ‘적당히 맵고 달콤한 맛’의 고추가 탄생된다. 안타깝게도 최근 이 농산물의 생산지인 캘리포니아, 뉴멕시코, 그리고 멕시코는 모두 역대급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가뭄모니터(USDM)에 따르면 현재 캘리포니아 면적의 97%가 극한 가뭄 상태에 놓여 있다고 한다. 저수지와 강이 말라가고 있고, 지하수 또한 고갈되고 있으며 미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댐인 파월 호수는 지난 3년 새 수위가 약 30m 낮아질 만큼 심각한 상태다. 옆 나라 멕시코 상황도 마찬가지다. 현재 전 국토의 85%가 가뭄에 놓여 있으며 호수와 저수지들이 모두 말라가고 있다. 그로 인해 농장과 주민 모두 물 사용이 제한되고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 무려 1백 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비상사태다. 빨간 할라피뇨 생산에 차질이 생긴 원인이자 후이퐁 식품회사가 ‘임시 생산 중단’이라는 절망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다.
이 사태가 초래한 결과는? 후이퐁 스리라차 소스를 박스채로 구매하는 ‘사재기’ 현상과 스리라차 소스 한 병과 무료 음식을 거래하는 어느 동남아 음식점의 새로운 정책이다. 그렇다. 지구 반대편 미국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웃픈’ 상황이 마냥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한국 또한 가뭄을 겪고 있기 때문.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국에 가뭄 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올 초부터 6월까지 누적 강수량은 160.7mm로 최근 6개월간 한국의 강수량은 평년의 29.5%에 불과하다고 한다. 용수를 확보할 수 있는 댐의 상황을 살펴보자. 순천 주암댐은 현재 가뭄 주의 단계에 진입했고, 대구 운문댐, 가창댐, 공산댐 등 주요 식수원의 저수율이 바닥을 치고 있다. 수치를 듣자 하니 스리라차 소스만 먹지 못하게 된다면 차라리 다행인 셈이다. 실제로 이상 기상이 발생하면서 멸종위기에 처한 음식들이 서서히 늘어나고 있다. 명태, 포도, 사과, 꽁치, 감자, 꿀, 초콜릿, 아보카도는 머지않은 미래에 지구상에서 사라진다. 사과는 이미 재배지로 유명한 대구, 경북에서 생산량이 80% 이상 감소한 상황이라고.
“평상시 생활 속에서 가족 모두가 함께 작지만 소중한 물 절약 운동에 참여해 가뭄을 슬기롭게 극복합시다.” ‘국민재난 안전포털’의 ‘가뭄 시 생활행동요령’ 페이지에 뜨는 지침 안내다. 여기서 말하는 ‘슬기롭게’를 풀어 말하자면 이렇다. 식기류 세척 시에나 채소나 과일 씻을 때 물을 틀어 놓지 말고 받아서 사용하기, 세탁할 때는 한꺼번에 모아서 하기, 수도꼭지나 관의 누수를 철저히 점검하기, 샤워 시 머리를 감는 동안에는 물 잠그기, 절약형 샤워 꼭지나 수량 조절기가 부착되어 있는 것 사용하기. ‘물이 없다면 물을 적게 쓰자’가 바로 정부가 내린 결론이다. 즉 가뭄을 막는 가장 효율적인 대처법은 절약이고 결국 평상시에 물을 아껴 쓰는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 또 하나. 변기 물을 절약하는 것이 물을 아끼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최근 화제인 워터밤, 싸이 흠뻑쇼 기사를 보며 알게 된 사실이다. 빗물 박사 한무영 교수의 말에 따르면 일상 속에서 꾸준히 변기물을 아끼는 게 중요하다고. 일반 변기의 경우 물 한 번 내리는데 12리터를 사용하는데, 이를 일 년으로 환산하면 약 43톤가량 된다는 어마어마한 계산이 나온다.
간단하지 않나? 이마저도 지키기 귀찮다거나 불필요하다고 느낀다면 곽재식 박사의 책 〈지구는 괜찮아, 우리가 문제지〉 제목을 떠올려보기를 권한다. 말 그대로 지구는 괜찮고, 우리가 문제다. 비상사태에 놓여있는 건 지구에 살고 있는 인간이자 인간의 미래 식탁이다. 결국 후이퐁 스리라차 소스를 먹지 못하게 되는 건 우리고, 이것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도록 지켜내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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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어시스턴트 에디터/ 백세리
    사진/ 이현석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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