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백과사전이 있다면?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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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백과사전이 있다면?

소량 남은 향수와 치약, 낡은 배드민턴 라켓, 택배 상자에 동봉된 아이스팩, 빈 프링글스 통은 어떻게 버려야 할까. 분리수거 레시피 플랫폼 ‘블리스고’를 만든 홍승규 대표에게 물었다.

BAZAAR BY BAZAAR 2022.05.04
작년 2월부터 운영 중인 ‘블리스고(blisgo)’는 분리수거와 제로웨이스트에 관한 실용적인 정보를 취하거나 직접 제안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입니다. 어떤 계기로 ‘블리스고’를 론칭하게 됐나요?
이전까지 쓰레기나 환경 이슈와는 무관한 사업을 했어요. 2015년부터 블리스고 론칭 바로 직전까지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소규모 여행 서비스를 운영했죠. 당시에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많아서 오랫동안 꽤 바쁜 일상을 보냈는데요.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직격탄을 맞았어요. 이로 인해 갑자기 한가해지니까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일을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 과정에서 오래된 노트를 뒤적이다가 발견한 것이 ‘분리수거 방법을 요리 레시피처럼 알려주는 서비스’였습니다. 한동안 고민하다 개인 블로그를 개설했는데, 방문자 수가 빠르게 늘면서 웹사이트 오픈에 속도를 내게 됐어요.
올해 1월에는 블리스고 앱을 론칭했어요. 혼자만의 일은 아니었으리라고 예상되는데요. 
개발자, 기획자, 디자이너 등 저를 포함한 7명이 서비스를 함께 운영하고 있어요. 작년 7월 무렵 온라인에 팀원 모집 글을 게시했고, 당시에 연락을 주신 분들이 한둘씩 모여 지금의 팀이 완성됐죠. 모두 각자의 본업을 지속하는 상태에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블리스고 운영에 힘을 보태고 있는데요. 항상 팍팍한 환경에서 이 일에 매진하는 까닭에 팀원들께 죄송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 커요.
쓰레기와 관련한 실천으로 ‘잘 버리기(분리수거, 분리배출)’ 외에도 ‘덜 구매하기’ ‘아껴 쓰기’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할 수 있는데요. 분리수거로 시야를 좁힌 이유가 있을까요? 
일단, ‘덜 사자(소비를 줄이거나 중단하자)’라는 주장에는 현실성이 조금 부족하다고 봐요. 소비주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가 줄어들게 되면 국가나 기업의 경제적 성장이 둔해지고, 이로 인해 개인의 삶에도 위협이 될 수 있으니까요. 대신 ‘더 좋은 소비(친환경적 소비, 쓰레기까지 책임지는 소비)’가 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인 방법이 될 거라고 생각하죠. 그리하여 제가 정의한 더 좋은 소비로의 전환에 기여하고자 분리수거를 조명하게 됐어요. 다만 분리수거를 열심히 실천하다 보면 완벽한 분리수거는 불가능함을 깨닫게 돼요. 애초에 분리배출할 수 없도록 만들어진 물건이 굉장히 많기 때문이죠. 요즘 저는 ‘잘 사는 일’에도 큰 에너지를 쏟아요. 가능한 제로웨이스트 숍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고 새 패키지가 아닌 리필형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조금 먼 곳까지 찾아가는 식으로요. 물건을 쉽게 구매하고 열심히 분리수거하는 것보다 애초에 잘 구매하는 것이 훨씬 쉽더라고요.
인생 최고 난이도의 분리배출은 어떤 쓰레기였나요? 
인터넷 검색으로 프링글스 통의 분리배출 방법을 찾아보던 날이었어요. 얼핏 재질만 보았을 땐 분리배출이 쉬울 것 같았죠. ‘캡은 플라스틱, 몸통은 종이, 바닥면은 캔류’, 이렇게요. 한데 이것을 부위별, 재질별로 완전히 분리하려면 두꺼운 커터칼을 사용해야 할 정도로 매우 까다롭더군요. 그날 이후 프링글스를 먹지 않게 됐어요.(웃음)
분리배출에 실패하기 쉬운 다른 쓰레기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미용티슈나 물티슈를 변기에 버리면 안 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아요. 이것은 두루마리 휴지와 달리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변기에 버리면 하수관 막힘의 원인이 됩니다.
최근의 일일 활성 이용자 수가 평균 5만여 명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또 그 중 90%는 광고가 아닌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홍보나 검색을 통해 블리스고를 방문한다는 점도요. 
이 수치를 통해 블리스고가 대단한 서비스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분리수거 방법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 주변에 굉장히 많다는 사실에 주목했으면 해요.
상세 서비스는 운영진이 업데이트하는 ‘분리수거법(쓰레기 백과사전)’과 ‘쓰레기 없는 가게’, 이용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분리수거 정보 공유’(에코라이프클럽), 이렇게 총 3가지로 구성됩니다. ‘에코라이프클럽’ 게시판에는 주로 어떤 의견이나 정보가 업로드되나요? 
해당 게시판에는 분리배출 방법에 대한 질문뿐만 아니라 잘못 기재된 정보에 대한 지적, 분리배출 정책 변경안 등 꽤 다양한 글이 업로드되는데요. 간혹 전혀 생각지 못한 물건에 대한 질문이 보일 때가 있어요. 엔진오일, 미니 태양광 패널, 접이식 욕조 같은 것들요. 한데 너무 죄송한 점은 대부분 일반 쓰레기라고 안내드릴 수밖에 없단 사실이에요. 유통량이 많지 않은 물건 중에 재활용이 가능한 경우는 거의 없답니다. 간혹 재미있지만 결코 장난스럽게 답변할 수 없는 글도 올라와요. “열등감은 어떻게 버려야 하나요?”와 같은 질문. “열등감은 분리배출할 수 없으니 성장의 연료로 활용해보세요”라고 답변한 기억이 나요.
분리배출, 어떤 실천부터 권하고 싶은가요? 
쓰레기가 덜 발생하거나 분리배출과 재활용이 용이한 제품을 구매하는 거죠. 시중에 관련 제품들이 꽤 많이 나와 있어요. 다만 그것들이 아직 주류가 아닐 뿐이죠. 이 제품들이 소비자에게 더 자주 선택받게 된다면, 주류 유통시장도 현실을 외면할 수 없게 될 겁니다.
서비스를 운영하려면 수익성, 즉 사업화 가능성을 따지지 않을 수가 없을 텐데요. 향후 블리스고는 어떤 방식으로 성장하게 될까요? 
앞으로 블리스고가 무엇이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지금까지의 운영 성과로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필요로 하고 사회적으로도 가치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든 서비스를 발전시켜나갈 생각이에요. 아직 기획 단계라 명확하지는 않으나 사업화 계획 중의 일부를 얘기하자면 환경에 무해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두루 시도해보려고 해요. 지속가능한 서비스로 살아남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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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김수정(프리랜스 에디터)
    에디터/ 손안나
    사진/ Getty Images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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