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걸린 후 폐기물을 버려보았다 || 하퍼스 바자 코리아 (Harper's BAZAAR 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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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걸린 후 폐기물을 버려보았다

‘이겨 버리는’ 법 따위의 말장난이 아니다. ‘눈만 마주쳐도 옮는다’는 얘기가 전혀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는 확진 폭증의 나날, 누적 확진자가 전 국민의 1/4을 가뿐히 넘어선 시대엔 ‘쓰레기’도 위험 물질이 될 수 있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서 말고도 잘 버려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지속가능한 남의 건강과 목숨’을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

BAZAAR BY BAZAAR 2022.05.01
 
코로나에 걸렸다. 올 것이 왔구나. 의심의 여지가 없는 증상이 온몸을 휘감았다. 확진 ‘증’을 받고 걸어서 집으로 돌아와 현관문 빗장을 걸었다. 이제 일주일간 이 집에 들어오는 것(배달 음식과 택배들)은 많아도 나가는 것은 없으리. 사흘 정도 앓아 누웠고 그 기간엔 그저 아픈 곳에 집중하느라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인후통이 좀 가시고 먹고 살 만해지니 집 안 곳곳 그간 쌓아둔 설거지와 밖으로 나가야 할 것들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일반 쓰레기, 재활용 쓰레기, 음식 쓰레기, 나뒹구는 약봉지, 숱한 부정의 흔적들(자가진단 키트 말이다. 한 줄짜리 3개, 두 줄 짜리 2개 도합 다섯 개)…. 남은 나흘의 격리기를 이 쓰레기 구덩이에서 보낼 수 없어서 기운 차리자마자 청소를 시작했다. 10L짜리 종량제 봉투 2개와 산타클로스 선물 보따리만 한 재활용 쓰레기 봉투, 스테인리스 통을 가득 채운 ‘음쓰’와 부피 큰 택배 박스들을 밖으로 내보내려던 차, 갑자기 정신이 번뜩 들었다. 아, 버려도 되나?
휴대폰을 꺼내 주섬주섬 문자함을 뒤졌다. 확진 다음 날에 받은 두어 개의 메시지엔 이런 내용들이 있다. →→구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보낸 심리지원 안내, 재택 치료팀에서 보낸 ‘일반관리군’의 격리 해제 예정일, 배송 건수 폭증으로 약 배송 지연에 대한 양해, 서울시 재택치료지원 상담센터와 거주 지역 내 진료 가능 의료 기관의 이름과 연락처, 격리 지원금 신청 방법…. 겨우 찾은 쓰레기 처리 관련 안내는 아주 짧고 간결했다. 제공된 의료 폐기물 전용 봉투에 넣어 소독. 격리 해제 후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 물음표가 꼬리를 이었다. 의료 (폐기물 전용) 봉투라니? 보건소에서 주나? 전화해볼까? 물론 먹통이었다. 수십만 명이 확진되던 때였으니 연결될 거라고 기대한 적도 없지만. 검색창을 열었다. 블로그에선 저마다 딴소리 일색. 어떤 이는 보건소에 가져다줘야 한다고, 또 다른 이는 그냥 종량제 봉투 두 장 써서 꽁꽁 싸매 버리라고 써놨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나….
기준이 필요할 땐 ‘정책’을 보면 된다. 생전 들어가본 적 없는 질병관리청 홈페이지를 찾았다. ‘코로나 쓰레기’엔 검색 결과 0. ‘폐기물’이라는 유식(한가?)한 단어를 넣으니 3월 3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지침관리팀에서 올린 첨부 파일이 하나 떴다. 나라에서 안내한 지침을 요약하면 이렇다. 증상 발현이 없는 밀접 접촉자는 보건소에서 제공한 봉투형 전용 용기, 소독약품을 사용해 쓰레기층 상부와 봉투 외부를 충분히, 1일 1회 이상 소독 후 보관. 전용 봉투는 체적의 75% 미만으로 채워서 관할 보건소 담당자에게 연락 후 수거 처리할 것. 의심 증상이 나타났을 땐 보건 당국, 전문 처리업체가 무상으로 수거해 안전히 처리. 확진 후 자가격리 땐 합성수지 전용 용기에 투입해 보관…? 쓰레기를 보건소에 연락해서 버리라고? 먼저 확진된 친구들에게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정보들이 보여서 당황스러웠다. 다시 첫 장으로 돌아가니 표지 한가운데 ‘2020년 3월 3일’이 떠억 붙어 있었다. 확진되면 병원이나 치료소에 격리됐던, 벌써 아득하게 느껴지는 그 시절.
가장 최근에 발표된 ‘코로나19 폐기물 안전관리 특별대책’은 무려 ‘제6판’으로 2022년 2월 9일에 내려온 지침이다. 쓰레기 버리는 법 하나도 ‘최최최최최최종’ 판을 찾아 헤매야 하는구나. 오미크론 대응체계에 전환에 따른 새 룰을 차근차근 읽었다. 바뀐 것은 하나. 지침을 잘 지킨 후 격리 해제되는 날 알아서 잘 버려라. 의료 폐기물 전문 수거 업체가 찾아가진 않을 것이다.
‘확진자 폭증으로 인한 처리 인력 역부족’을 십분 이해하므로 의료 폐기물 전용 봉투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개의치 않기로 했다. (확진으로 격리 중인) 내가 할 일은 이제 소독제를 사서, 매일 1회 재활용 쓰레기의 표면과 일반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상층부에 분사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하나 더 켕기는 것이 떠올랐다. 확진되기 며칠 전 “소독제와 살균제가 호흡기로 유입될 경우 치명적인 폐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는 기사를 봤다. 그 연구는 놀랍게도 한국의 연구팀이 발표한 것. ‘독성학 전문가’로 불리는 박은정 경희대 의대 교수팀이 국제학술지 〈독성학과 응용약물학〉 온라인판에 발표한 연구 내용에 따르면 살균, 소독용 생활 용품에 쓰이는 ‘염화벤잘코늄’이 함유된 스프레이 타입의 소독제를 분사할 경우 먼지 등과 함께 공기 중에 떠다닐 가능성이 높으며 이 물질은 성분 특성상 인체에 쉽게 유입된다. 박 교수는 저서 〈햇빛도 때로는 독이다: 생활 속 화학물질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법〉과 연구 논문에서 “염화벤잘코늄은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손상 부위로 몰려 치료를 돕는 것을 방해하며, 이는 손상이 회복되지 않아 만성 폐 질환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다.
쓰레기 버리려다 생전 처음 듣는 염화벤잘코늄까지 오다니. 파고들수록 답은커녕 질문과 의심만 늘어서, 가셨던 두통이 다시 도지는 기분. 내가 산 ‘환경부에서 긴급 승인받은 강력하고 광범위한 코로나 바이러스 살균 소독제’(광고 문구다)에는 혹시 염화벤잘코늄 성분이 안 들어간 건 아닐까, 희망을 품어봤지만 ‘주성분’에 당당히 벤잘코늄염화농축액이 쓰여 있었다.
박은정 교수의 솔루션, “농도를 0.5㎍(1000분의 1mg) 수준으로 할 것, 분무 대신 천에 묻혀 닦을 것”을 읽으며 헛웃음이 났다. 천에 소독액을 묻혀 쓰레기를 닦고 앉아 있을 순 없지 않은가. 그냥 알아서,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을 했다. 쓰레기를 최대한 덜 만드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날로 쓰레기 양산의 주범, 배달 음식과 충동적인 온라인 쇼핑을 멈췄다. 이미 만든 쓰레기, 불가피하게 새로 만들어진 쓰레기는 KF 94 마스크를 쓰고 창문을 활짝 연 채 그 앞에서 소독제를 분사하고, 손잡이 부분은 휴지에 소독액을 묻혀 꼼꼼히 닦았다. 자가격리가 끝나는 날에도 마지막 날 만들어진 쓰레기에 혹시 묻어 있을(?) 수도 있는 바이러스가 염려돼서 (음식물 쓰레기를 제외하곤) 일주일 더 집 구석에 보관했다. 자가진단키트 다섯 개는 비닐장갑을 끼고 밀봉 가능한 봉투에 이중으로 넣은 후, 격리 해제 후 집 근처 선별 진료소에 버렸다. 뭐 그렇게까지 유난하게 구냐고? 거의 매일 내 집 쓰레기를 깨끗하게 치워주는 분들의 얼굴이 떠올라서. 내겐(우리에겐) 매일 건물을 청소하는 아주머니, 환경미화원, 재활용 쓰레기 틈에서 고물상에 가져가면 돈이 되는 박스와 책, 병 같은 것을 뒤지는 노인들을 감염의 위협에서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건 사실 ‘의무’씩이나 되는 거창한 일이 아니라 응당 지켜야 하는 도리다.
당신이 확진자든, 오미크론이 쥐도 새도 모르게 왔다 간 것 같든, 걸린 사람과 밥을 먹어서 찝찝하든, 이제는 쓰레기를 전과 같이 버릴 수 없는 시대다. 지구를 위해서는 덜, 타인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서는 잘 버리자.
 

코로나19의 ‘부산물’을 처리하는 방법   

마스크
기본적으로 버리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끈을 잡고 얼굴에서 제거한다. 겉면은 오염됐으니 만지지 말자. 반으로 접은 후 끈을 이용해 돌돌 말아 일반 쓰레기로 버린다. 종이든, 천이든 절대 재활용할 수 없다. 버린 후엔 손을 씻어야 한다. 확진자의 경우 재택치료(자가격리)자의 생활폐기물 처리 방법을 따른다.
 
자가진단키트
진단 결과가 음성이라면 동봉된 비닐에 넣어 일반 쓰레기로, 양성이라면 밀봉해서 의료 폐기물로 배출해야 한다. 보건소나 선별진료소, 코로나 전담 병원에 가져가서 버릴 것.
 

코로나19를 진단받고 처방받은 약뿐 아니라 모든 폐의약품은 가까운 약국, 보건소 혹은 주민센터에서 처리한다. 포장된 상태를 최대한 제거한 후 알약은 알약끼리, 가루약은 가루약끼리, 물약은 한 병에 모아 담아 밀봉한 후 폐의약품 수거함에 넣는다. 폐의약품은 전문 처리시설에서 분류 후 소각해 안전하게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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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류진(프리랜스 에디터)
    에디터/ 박의령
    사진/ Getty Images
    디지털 디자인/ GRAFIKS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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